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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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꿈을 잃은 사람을 다시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사랑이 아닐까.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신 - 도깨비(2016)'의 도깨비 '김신'은 고백한다. '그 아이가 자꾸 나를 살게 해'라고. 그 아이는 그의 신부, '지은탁'. 영화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 1996)'에서도 고백한다. '제리'가 '도로시'에게 'You complete me.'라고. 고백하는 영화가 여기에도 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1997)'에서 '멜빈'은 '캐롤'에게 'You make me wanna be a better man.'이라고 한다. 모두 그들을 살게 하는 힘은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이리라. 그런데, 특별한 사랑이 있다. 연인의 사랑이 아닌, 영화 배우를 향한 그 지지자의 짝사랑이다. 그 짝사랑의 힘으로 꿈을 찾아 다시 사는 여인.

 

영화 '록키3(Rocky III, 1982)'.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영화 초반의 록키 발보아처럼 그녀는 되는 대로 살면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록키 발보아처럼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스물다섯 살이었다. 지금이야말로 다시없는 기회였다.' -15~16쪽.


 '그녀의 남편. 남편을 만난 것은 스탤론 덕분이었다. 가정을 갖게 된 것은 스탤론 덕분이었다. 의사가 된 것도 스탤론 덕분이었다.
1983년 1월의 어느 날 저녁 <록키3>를 보지 않았다면 그녀의 인생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46~47쪽.


 1983년 1월의 어느 날 저녁 '록키3(Rocky III, 1982)'를 본 리즈. 병원의 비서로 일하는 그녀다. 역경을 딛고 다시 챔피언이 되는 록키의 이야기. 영화 초반의 록키처럼 그녀는 되는 대로 살면서 죽어가고 있었고. 그래서 영화 관람 후, 열병을 앓는다. 그리고 록키처럼 다시 일어난다. 그렇게 그녀의 꿈을 찾아 의사가 된다. 권투를 배우는 곳에서 만난 장과 결혼도 하고, 아들도 둘을 낳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스탤론 덕분이라 생각한 그녀. 스탤론이 가난해질 것을 염려한 그녀. 그를 위해 버는 돈의 10%를 저금하는 예금 계좌를 개설하기도 한다.


 사랑은 봄에 피는 꽃.

모든 것을 희망으로 향기롭게 하며,

폐허조차도 향기로 그윽하게 한다.


귀스타브 플로베르(1821~1880) 

 

 

So many times, it happens too fast,
You change your passion for glory.
Don't lose your grip on the dreams of the past,
You must fight just to keep them alive.

 


'록키3'의 주제곡 'Eye of the Tiger'의 가사 중에서.  


 나에게도 우상(偶像)이 있다. 나의 영웅인 그 우상. 본받고자 한다. 열렬한 애정을 보내며. 그 사랑이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고. 내가 사랑하는 작가, 배우, 가수 등. 그들은 나를 살게 하는 구원자다. 나의 우상인 그 영웅들에게 보내는 사랑. 사랑은 봄에 피는 꽃이라 한다. 모든 것을 희망으로 향기롭게 하며, 폐허조차도 향기로 그윽하는 하는 그 사랑이다. 소중하다. 소설, '나의 마지막 히어로'의 리즈도 우상이 있다. 바로, '록키3'의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깊은 사랑을 보낸다. 지지자로서. 리즈에게도 그 사랑은 봄에 피는 꽃이었다. 그리고 '록키3'의 주제곡. 'Eye of the Tiger'의 가사처럼 되었다. 열정을 영광으로. 꿈을 놓지 않으며. 그녀의 마지막 영웅인 스탤론을 따라서. 그렇게 살았다.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소설이 처음이다. 전작을 만나지 않았다. 이 소설만으로 보건대 매우 짧고, 아주 깔끔한 글을 쓴다. 단단한 그 무엇이다. 크로키(croquis) 같다. 또, 한 가닥의 난초 그림 같다. 그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이 글. 얇은 글에 스며든 여백의 미가 돋보인다.  




 덧붙이는 말.

 

 이 소설을 주제로 한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담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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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돈관리다 - '구멍'은 막고,'돈맥'은 뚫는 알짜 장사회계
후루야 사토시 지음, 김소영 옮김, 다나카 야스히로 감수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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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사는 물건을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일이다. 음식 장사를 하는 곳, 식당. 그 식당이 이익을 남기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가운데 폐업하는 업종 1위가 '식당업'이라 하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요식업계의 인기인 백종원 씨가 골목식당을 다니며 문제를 찾고, 풀이도 한다. 그 TV 방송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나도 몇 번 정도 봤다. 백종원 씨가 찾은 문제. 그것은 맛, 위생 상태, 이익에 대한 문제가 많았다. 난 장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익의 중요성을 그 방송을 보고 알았다.


 '저는 월급쟁이에서 벗어나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꽃집 '게키하나'를 열었습니다.' -16쪽.


 '저는 매출이 계속 오르는데도 수중에 현금이 부족한 상태가 이어지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습니다. 매달 1,000만 원씩 매출이 늘어나는 상황인데도 도매상에게는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고 사정해야 하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황은 알겠는데 와닿지 않는 불안감’ 같은 것이 응어리처럼 남아 있었습니다.' -21쪽.


 일본의 한 자영업자가 있다. 연봉을 많이 받던 직장인이었던 그. 퇴직하고 꽃집을 시작했다. 실제 꽃집도 있었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연 꽃집이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매출은 오르는데, 폐업 위기까지 간 그의 꽃집. 무엇이 문제였을까.


 "오늘은 ‘얼마를 벌어야 돈이 남는가’를 알 수 있는 한계이익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전에도 느꼈지만 어려워 보이는 이름이네요."
 "그대로 설명하면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겁니다. 조금 알기 쉽게 설명하면 '매출액'에서 '판매하면 반드시 드는 비용'을 뺀 것이 한계이익인데, 한번 이해하면 간단해요. 한계이익을 알면 마치 마법의 안경을 쓴 것처럼 얼마나 팔아야 돈을 버는지 알 수 있어요."
 "마법의 안경이요?"
 "네, 총수익(매출 총이익)은 이른바 일반 안경으로 보이는 숫자입니다. 그러나 한계이익이라는 마법의 안경이 있으면 본질적인 이익이 보여요.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돈 버는 숫자가 보이는 안경이죠." -77쪽.


 문제는 매출 중심의 결산이었다. 그랬던 그가 회계사에게서 한계이익을 배운다. 그 문제의 풀이였다. 마법의 안경이라 말하는 한계이익. 그것은 매출액에서 변동비를 뺀 거라 한다. 다시 말하면, 매출액에서 판매하면 반드시 드는 비용을 뺀 것이다. 그렇게 한계이익을 알면 얼마를 벌어야 돈이 남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난 어릴 때, 용돈 기입장을 쓰기도 했다. 또, 어떤 모임에서는 회계도 했었다. 그때의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당연하지만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야 좋았다. 잔액이 넉넉해야 안심이 됐다. 이 책의 저자 후루야 사토시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으니, 매출이 올라도 돈이 부족했다. 그리고 한계이익에 대한 깨달음. 이제 얼마를 벌어야 돈이 남는지 알게 된 그. 그 하나로 다시 일어섰다. 선승(禪僧)의 대오(大悟) 각성(覺醒) 같았다. 역시 장사는 돈관리라 할 수 있겠다.  


 '제가 이익을 낼 수 있게 된 지금은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돈을 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의 새로운 일이 되었습니다.' -'맺음말' 중에서. (241쪽)


 경주 최부잣집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 집안의 육훈(六訓) 가운데 하나.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하라'라는 말씀이 있다. 상부상조하라는 뜻이다. 그렇게 남을 도우며 이웃의 안정을 지키라는 것이다. 그러면 이웃에게 도움을 받게 되기도 하리라. 올바른 부의 역할이라 하겠다. 희생 정신이 깃든 깊은 뜻. 나도 이어받고 싶다. 또, 이어주고 싶고. 이 책의 저자도 그런 희생 정신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비록 그는 멀리 일본에 있지만.


 어려운 회계 이야기를 쉽게 잘 알려주는 이 책. 이제 많은 분들이 이 책으로 회계를 잘 알게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자영업자분들도 더 힘을 내실 수 있었으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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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심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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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의심 없는 입증의 원칙 (Proof beyond a Reasonable Doubt).

 의심스러운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을 따른다(in dubio pro reo)는 원칙에 근거,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존재한다면 판사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
②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자유심증주의)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


 많은 송사(訟事)가 있다. 그 가운데, 죄를 논하는 송사가 있다. 그런데, 석연치 않은 판결이 있기도 하다. 솔직히 오심(誤審)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리라. 그들도 실수하기에. 그렇기에 재판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쉽지 않다.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겠다는 우리의 법. 그 가운데 하나가 증거재판주의. 그것에 너무 얽매여 기계적으로 판단을 하는 건 아닌지. 그리고 그 '합리적 의심'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야기가 있다. 소설이다. 무슨 이야기이고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들어 보자.  

 

 20대 초반의 남성이 열 살 가까이 연상인 여자친구와 함께 모텔에 투숙했다. 얼마 후, 여자친구가 프런트에 달려왔다. 남자친구가 젤리를 먹다가 목에 걸려 숨을 못 쉰다고. 남자는 결국 사망. 질식사였다. 유가족은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했다. 그런데, 남자친구의 사망보험금 3억 원이 있다. 수익자는 여자친구였다. 여자친구는 살인죄로 구속기소되었다. 일명 '젤리 살인사건'이다. 판사 현민우의 눈과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자친구 김유선. 생을 떠난 남자친구 이준호. 그들의 재판을.    


 '재판을 비난하거나 누구를 규탄하거나 현실의 결론을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 독자들이 그 사건과 이 작품의 사건을 동일시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소재도 '젤리'로 바꾸었고, 당사자들의 성별도 바꾸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허구다. 진실은 이야기 자체가 아니라 이야기가 전하려는 것에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305쪽)


 이 소설의 이야기. 어딘가 낯익지 않은가. 이른바, '낙지 살인사건'1과 흡사하다. 작가의 말을 보니, 그 사건과 이 작품의 사건을 동일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진실은 이야기가 전하려는 것에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자주 오해하는 게, 법이 정의를 찾아줄 거라는 환상입니다." -183쪽.


 '"여러분은 납득할 결론을 향해 꾸물꾸물 나아가는 달팽이 같은 존재를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법에는 행선지가 없습니다. 무한궤도를 무심히 도는 톱니바퀴 같은 존재인 거죠. 법은 정의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규칙 속에서 예측 가능하게 돌아가는 체제의 유지가 우선 목표입니다." -184쪽.


 '"……법원이란 곳은 변화를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에요. 모든 것이 변할 때 가장 나중까지 남아 있다가 뒤처리를 하고서야 자신도 모습을 바꾸죠. 당시만 해도 남성 중심, 가부장적인 의식이 강했으니까……. 요즘에는 시대의 흐름이 바뀌었죠. 성범죄 양형이 대폭 올라간 건 결국 시대가 변했기 때문입니다. 판사는 그걸 따라가는 존재에 불과해요."' -218쪽.  


 법은 정의를 찾아줄까. 솔직히 모르겠다. 사법농단 의혹 등. 사법부는 우리의 불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은 있어야 할까. 그 대답은 '물론'이다. 법이 없다면 큰 혼란이 오기에. 그렇게 있어야 하는 법원. 그 법원이 올바르게 되도록 시대의 흐름을 이끌고 싶다. 우리의 작은 촛불 하나하나로. 그렇게 생각해 본다.

 

 광화문 앞 해치 동상.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판사에서 이제는 변호사가 된 그. 이 책의 작가 도진기다. 우선, 법은 그의 앞마당이기에 믿음이 간다. 그가 던진 질문인 이 법 이야기. 나는 해치 또는 해태(獬廌獬豸)2를 생각했다. 상상의 동물인 해치. 법이라는 말이 해태에서 나왔다고 하지 않던가. 즉, '해태가 물처럼 고요하게 판단해서 틀린 상대를 받아버린다는 의미'의 고자(古字)인 灋에서 법(法)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복잡한 자는 제외하고. 그 해치. 우리에게도 그런 해치가 법과 함께 있으면 한다. 송나라의 유학자 육상산은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이라고 했다고 한다. '백성은 가난함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고르지 않음을 걱정한다'라는 뜻이다. 논어에서 유래했다3는 이 말. 정약용의 목민심서에도 나온다는 이 말. 이 말처럼 백성을 고르게 할 해치. 사람들의 맑고, 바른 마음에 있으리라. 우리의 법이 해치와 그런 세상을 이루어 나아가기를.


 도진기의 '합리적 의심'이라는 이 이야기. 친숙한 놀라움을 선사한다. 법정. 그리고 '산낙지 살인사건'이라는 이 두 친숙함. 거기에 인간성의 가장 밑바닥을 처절하게 그린 심리는 마지막의 놀라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가의 성실함이 그렇게 했으리라. 매혹적인 이야기다.  



  1. 나무위키의 '산낙지 보험 사망 사건'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C%82%B0%EB%82%99%EC%A7%80%20%EB%B3%B4%ED%97%98%20%EC%82%AC%EB%A7%9D%20%EC%82%AC%EA%B1%B4 )
  2. 나무위키의 '해태'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D%95%B4%ED%83%9C )
  3. 논어 계씨편의 '불환과이환불균(不患寡而患不均) 불환빈이환불안(不患貧而患不安)'. 즉, '부족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고르지 않은 것을 걱정하며,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지 않음을 걱정하라'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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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지도
앤드루 더그라프.대니얼 하먼 지음, 한유주 옮김 / 비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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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보물섬'에서 해적 존 실버가 그토록 원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해적과 단짝인 그것. 바로, 보물 지도였다. 보물로 안내하는 그 지도. 그런 지도에는 수수께끼를 품고 있기도 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도 주로 지도를 갖고 모험을 떠났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지도는 보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들에게 필수품이었다. 요즘에는 자동차에 장착되거나 휴대 전화에 담긴 길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길을 떠나기도 한다. 이 길도우미는 지도의 진화형이리라. 그런데, 소설, 시, 희곡을 지도로 나타내면 어떨까. 변종일까. 사실, 우리 모두는 소설, 시, 희곡을 읽으며, 상상하지 않던가. 그것이 구체화된 것. 즉, 수많은 상상 가운데 구체화된 몇 장의 지도. 그 소설, 시, 희곡의 지도가 모였다.

 

 소설 '로빈슨 크루소'의 지도. (사진 출처: 비채)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지도. (사진 출처: 비채)

 

 '나는 좋아하는 문학적 풍경에 공간적 맥락을 불어넣고 싶다는 희망을 담아 각 지도를 작업했다. 내가 상상한 것, 혹은 위대한 작가들이 상상을 허락한 것을 그리고 싶었다.' -'서문' 중에서. (9쪽)


 '오디세이아'의 큰 모험, '햄릿'의 큰 고민, '모비딕'의 큰 고래와 큰 배. 그밖의 여러 이야기를 형상화할 수 있을까.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것도 훌륭히. 호메로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마크 트웨인, 프란츠 카프카, 어슐러 K. 르 귄 등 19명의 작가. 19편의 소설, 시, 희곡을 그림으로 그려 낸 것이다. 어찌 놀라지 않고,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도도 있고, 해부도 등도 있다. 찬란한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어릴 때, 세계 지도를 보고는 했다. 즐거웠다. 마치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이 '소설&지도'를 보며, 그런 기분이 들었다. 각 작품 속을 여행하는 기분. 즉, 이야기 안에서 빛이 스며든 발자국을 남기는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게임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THE WITCHER 3: Wild Hunt, 2015)'.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지도가 기본적으로 위치와 목적지를 확인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지도는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버려진다. 소설&지도는 다르기 바란다. 이미 아는 (혹은 안다고 생각하는) 삶과 장소 너머로 계속 여행하려는 사람을 위한 지도이기 때문이다. 자기 위치를 확인하기보다는 길을 잃어버리는 게 우리 목표이다.' -'서문' 중에서. (15쪽) 


 게임 가운데 오픈월드 게임이 있다.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THE WITCHER 3: Wild Hunt, 2015)'라는 오픈월드 게임은 가상의 중세 시대를 그린다. 소설이 원작인 이 게임. 소설의 심상을 매혹적으로 그린다. 그 열린 세계에서 길을 잃어도 좋았다. 늪지대, 초원, 크고 작은 수많은 마을들, 대도시 등. 또, 비바람, 노을 등, 그리고 몽환적인 마을과 잔혹한 늪지대 등 이 세계는 예술 작품이었다.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는 원작 소설의 삶 너머로 계속 여행하게 하는 게임이었다. 길을 잃게 하는 지도 같은 게임인 것이다. 이 '소설&지도'도 그렇다. 보물 지도 모음집인 것이다. 그것도 길을 잃게 하는 지도 모음집. 보물을 찾지만, 결국에는 길을 잃어 그 보물 너머에 있는 나만의 보물 지도를 그리게 하는 지도. 매우 특별한 지도다. 황홀한 나만의 보물을 끝없이 찾게 하는 지도. 찬란한 빛이 스며든 소중한 지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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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양이 8 - 에이 설마~
네코마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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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라는 글을 읽었다.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 가운데 12번째 법칙이었다. 물론, 견공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한다. 솔직히,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반가워는 한다. 낯선 나에게 그들이 다가오는 것도, 나도 낯선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쉽지는 않기에. 그래도 그들의 존재에 경이를 담고 바라본다. 그리고 흐뭇해한다. 여기, 또 경이를 담고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이야기가 있다. '콩고양이'라는 이야기다.

 

 (사진 출처: 김영사 블로그)

 

 귀여운 할아버지 ‘내복씨’의 여든 살 생일 잔치와 까칠하고 예민한 대장 엄마와 시바견 두식이의 다이어트 도전기, 두식이를 위해 여러 물건을 사는 착한 아빠. 잃어버린 고양이 ‘그레이’를 찾으러 온 할머니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이다. 팥알, 콩알이라는 두 고양이와 시바견 두식이. 거기에 비둘기, 거북이 등과 할아버지, 엄마, 아빠, 오빠, 여동생 등이 등장 인물이고.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성경, 마태복음 6장 34절.


  이 글은 내일은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라라는 뜻이리라. 거기에서 나아가 삶의 역경에서 더 높이, 넓게, 멀리, 깊이 보고 올바르게 살라는 뜻으로 이어지리라. 존재하는 이들은 그 한계가 있고 이어서 고통도 있다. 그런 삶 가운데에도 행복과 행운이 있다. 그 행복과 행운이 견공과 고양이 등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도 반복되는 일상을 딛고 삶의 참된 의미를 찾는 이야기였지 않은가. 책 '콩고양이'에서도 평범한 일상 가운데 유쾌하고, 따뜻한 그림을 그린다. 연필로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게. 이제, 길을 걷다가 고양이와 마주치면 더 반가울 것 같다. 그 존재의 경이로움이 나의 삶에서 피할 수 없는 한계와 고통을 행복과 행운으로 따뜻하게 감싸 주기에. 또 흐뭇해진다.


 콩고양이 이야기를 여덟 번째 이야기로 처음 만났다. 읽고 나니, 쓰다듬어 주고 싶다. 계속 쓰다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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