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 - 장석주의 인물 읽기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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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권하는 책, 아무래도 위인전이리라. 아이가 자라서 위인이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선뜻 권하시리라. 나의 어머니도 그러셨다. 책장 안에 고이 모셔져 있던 위인전. 그때, 귀한 친구였다. 나라를 구하신 세 영웅.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 이 세 분의 첫 만남이 그 위인전으로 기억한다. 오래전, 사촌 동생들에게 물려졌을 그 위인전. 이제 위인전을 잘 읽지는 않지만, 공경하는 분들의 책은 소중히 하고 있다. 나의 서재 깊숙한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장석주 시인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 열다섯 사람을 선각자라 부르며.


 '이 선각자들에 대해 깊이 알면 알수록 나는 그 비범함에 놀라고, 그것이 무른 영혼을 단단하게 다지며 나를 더 높이 도약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내 영혼이 처음엔 걷고, 그다음엔 뛰었으며, 나중엔 더 높이 도약하여 춤을 추었다.' -'서문' 중에서. (6쪽)


 '노자, 공자, 붓다와 같은 성인에서 레프 톨스토이, 프란츠 카프카, 알베르 카뮈, 허먼 멜빌, 아르튀르 랭보 같은 작가들, 프리드리히 니체, 체 게바라, 스콧 니어링,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혁명가와 사상가, 그리고 화가 프리다 칼로, 기업가 스티브 잡스에 이르기까지.(6쪽)' 그들의 삶을 펼친다. 솔직히, 모르는 사람 하나, 뜻밖의 사람이 하나가 있었다. 스콧 니어링은 모르는 사람이었고, 스티브 잡스는 뜻밖의 사람이었다. 스콧은 불평등한 사회, 천박한 실용주의를 떠나 자연과 충만하고, 조화로운 삶을 산 사람이었다. 잡스는 아시다시피 '애플'의 아버지. 다르게 생각하며, 직관력으로 세상을 바꾼 놀라운 삶. 그렇게 보니, 선각자로 볼 수 있었다. 나도 애플의 단순함, 간결함, 존재 목적에 정확히 함치됨을 좋아해서 서서히 끄덕일 수 있었다.


 '혼자 있는 것은 고독한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고독은 복잡한 세속에서 벗어난 심리적 피난처일 뿐 아니라 심미적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다. 외로운 것은 혼자라서가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온몸의 감각을 열고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금세 깨달을 것이다. 바람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고, 빗방울이 종일 눈물을 떨구는 사연을 들으며, 물새의 웃음소리에 화답하듯이 웃어보라.' -'태양은 아침에 뜨는 별이다' 중에서. (221쪽)


 시인의 선각자! 그분들 가운데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을 비추면서, 고독을 이야기한 글이다. 고독의 달콤함을 말한다. 온몸으로 바람, 빗방울, 물새를 느껴 보자. 서로 이어져 있다. 혼자일 때, 더 단단하게 이어진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중에서.


 소로의 삶을 보면서, 이 글이 먼 곳에서 마음에 슬며시 다가왔다. 인연이 이어져 온 이 글. '혼자서 가라'는 말에서 또 깊은 울림이 증폭되었다. 혼자일 때, 자연과 뜻을 나눌 수 있게 되리라. 소리에 놀라지 않고, 그물에 걸리지 않으며,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게 되리라.  


 '요원한 것을 향한 갈망을 품은 자, '금단의 바다'에 유혹을 느껴 항해를 떠나는 자, 먼 세계를 갈망하고 미지의 곳으로 자기 몸을 밀어 넣는 자, 가능한 것에서 불가능한 것을 가리지 않고 세상의 모든 것과 제 몸을 비비며 모든 사물과 친해지려는 자! 그는 분명 청년이리라.'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중에서. (277쪽)


 '오늘날 누가 카뮈의 소설과 산문을 읽어야 하는가? 나는 특히 제 행복을 유보하고 끊임없이 현실과 싸우는 청춘들, 고향을 잃고 세계의 저 먼 곳에서 헤매는 이들, 사막에서 자신의 목마름을 응시하며 살아갈 능력을 키우는 이들, 운명이란 중력의 압력 속에서 무지와 광신에 맞서며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자기의 꿈을 위해 나아가는 세대에게 카뮈를 권유한다. -'가난조차 호사로 느낀 지중해의 영혼' 중에서. (242쪽)


 장석주 시인의 이 선각자 열전(列傳)들. 그의 솔직한 고백이자, 청춘들과 청년들을 위한 힘찬 격려의 목소리다. 저 멀리까지 들리는 사자후(獅子吼)다. 피를 끓게 하는, 열정에 가득찬 사자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 열다섯 사자후! 그 하나하나가 강렬하다. 또, 그 하나하나가 유연하다. 이 선각자들로 힘겨운 밤을 이겨내고,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자. 밤을 이겨 내고 '아침에 뜨는 별이 태양'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는 것처럼.


 '어른은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다. 더 나아가서 가난하면서도 즐거워하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한다. 어른 되기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뜻이다. 앎과 생활이 어긋난 것은 어른답지 못하다. 그러므로 어른-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어제보다 오늘 더 미더운 존재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상갓집 개에서 성인으로' 중에서. (74쪽)


 공자님 말씀. '어른-사람'이 되라고 하신다.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어제보다 오늘 더 미더운 존재로 살아가라고 하신다. 열다섯 사자후 가운데 하나다. 이 사자후도 강렬하며, 유연하게 나를 감싼다. 그렇게 숨결 하나하나에 사자후 하나하나를 깊이 담고, 장석주 시인처럼 고백하도록 해보자. '내 영혼이 처음엔 걷고, 그다음엔 뛰었으며, 나중엔 더 높이 도약하여 춤을 추었다'고. 그리고 나만의 선각자도 이어서 만나자. 만나고 또 만나자.   




 덧붙이는 말.


 하나. 이 글들은 2016년 한 해에 걸쳐 《월간중앙》에 연재한 것이라 한다.

 둘. 초판 1쇄 기준으로 오타가 있다. 218쪽에 1937년을 1837년으로. 

 셋. 책 말미에 참고 문헌이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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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4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메리크리스마스 하시고 늘 건강하소서!

사과나비🍎 2018-12-26 22:46   좋아요 1 | URL
아,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 죄송해요~ 카알벨루치님~^^;
제가 요즘 바쁘고, 제 두 어깨에 곰돌이가 앉아 있는 것 같았거든요...^^;
크리스마스 인사 말씀 정말 감사하고요~
카알벨루치님도 즐거운 성탄절 보내셨기 바랄게요~^^*
참, 추워진다고 하니까요~ 추위 조심하시고요~^^*

카알벨루치 2018-12-27 00:22   좋아요 1 | URL
늦을수도 있지요 be happy

사과나비🍎 2018-12-27 23:44   좋아요 1 | URL
^^* 예~ 말씀 감사해요~^^*

겨울호랑이 2018-12-31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바 다 이루시는 한 해 되세요!^^:)

사과나비🍎 2018-12-31 21:20   좋아요 1 | URL
아, 겨울호랑이님~ 이렇게 새해 인사 말씀 남겨 주시고 정말 감사해요~^^*
한적한 서재에 감사하게도 찾아오셨네요~^^*
겨울호랑이님도 새해 복 가득가득 받으시고요~
새해! 건강과 행복이 언제나 함께 하기를 바랄게요~^^*

서니데이 2018-12-31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해에는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가득한 시간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 더합니다.
따뜻한 연말과 행복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과나비🍎 2018-12-31 21:24   좋아요 1 | URL
아, 서니데이님~^^*
이렇게 잊지 않으시고 찾아오셔서, 인사 말씀을 남겨 주시니, 정말 감사해요~^^*
먼저 이렇게 누추한 서재에 오셨네요~^^*
서니데이님도 새해에 복을 한가득 꼭 받으시고요~
또, 새해에도 뜻하시는 것을 다~ 이루시기 바랄게요~
건강과 행복이 함께 있으시기 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