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견주 2 - 사모예드 솜이와 함께하는 극한 인생!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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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은 무술년(戊戌年)이다. 황금 개의 해. 그래서인지 올해는 견공(犬公)이 더 각별히 다가온다. 예로부터 우리와 가깝게 지낸 견공. 요즘 들어 부쩍 더 가까워진 견공. 사육견에서 애완견을 넘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반려견이 되었다. 예전에 우리 가족도 견공과 함께 했었다. 아쉽게도 떠나보내야 했지만. 지금도 반갑게 다가오는 견공들을 보면, 귀여워서 쓰다듬어 주고는 한다. 그 느낌 그대로 '극한견주 2'도 귀여워서 쓰다듬어 주며 손에 들었다.

 

 

'극한견주 2'의 20화 '솜이가 왔다' 중에서. (사진 출처: 북폴리오 페이스북)


 전에 '극한견주 1'을 보며, 넓은 마당에서 큰 견공을 키우고 싶어진다고 했었다. 그런데, 솜이가 두 살이 되기 전까지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살았다(15쪽)고 한다. 지금은 그곳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신기했다. 작가와 생각의 실이 이어진 느낌이었다. 솜이가 마당에서 노는 그림을 보고는 내 상상의 날개가 하늘을 날았다. 나도 큰 견공을 키운다면 저런 그림이 되겠지. 그리고 이어지는 견공과의 애환이 깃든 삶. 정말 극한견주였다. 마일로는 웹툰 작가이기에 이런 애견인들의 공감 웹툰이 나왔다.

 

 

 견공에도 사춘기는 있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길 개춘기. 견공에도 중2병이 있다니. 사모예드인 솜이도 사춘기를 보냈다고 한다. 기억을 떠올려 보니, 우리 가족과 함께한 견공도 그런 것 같다. 그 사춘기. 힘껏 날아오르는 날갯짓이 된다면, 의로움으로 나아가게 되리라. 견공도 그럴 것이고. 오수(獒樹)의 견공처럼. 또, 다른 의견설화(義犬說話)1의 견공들처럼. 견공과 견주가 올바르게 교감(交感)하며, 견공의 사춘기를 함께 다독였기에 견공도 의를 알게 되었을 터. 물론, 엇갈린 길인 걸견폐요(桀犬吠堯)2로 나아간 개도 있을 터. 의견(義犬), 걸견(桀犬). 그 갈림길은 올바른 교감이 만드는 것 같다.

 이번에도 애견인의 공감 필독 웹툰! 극한견주의 두 번째 이야기. 책의 얼굴에 있는 솜이의 그림이 부르고 있다. 애잔하게. 그 부름에 응답하시리라 믿는다.  


 

  1. 개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거나 은혜를 갚은 것을 주제로 한 설화.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540825&cid=46643&categoryId=46643 )
  2. 중국의 걸주(桀紂)같이 포학한 인간이 기르는 개가 요(堯)와 같은 성군(聖君)을 보고도 짖어댄다는 말. 결국 개는 주인만을 알아볼 뿐 그 밖의 사람에게는 사정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며, 나아가서는 인간도 상대의 선악(善惡)을 가리지 않고 자기가 섬기는 주인에게만 충성을 다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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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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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AH-27반 아이들.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삼일절인 오늘, 아버지와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고인은 아버지 지인의 아버지셨다. 잠깐 뵌 영정 속의 할아버지. 과연 어떤 삶을 사셨을까? 장례식장을 나오며, 아버지께서 장지를 물으시니 현충원이라 답하신다. 국가유공자시라고. 추측하건대, 나름 좋은 삶을 사셨으리라.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부러운 삶을 사시겠지. 그렇게 상을 받으시겠지. 단지 나의 어림짐작이겠지만, 사필귀정은 누구나 바라는 바다.


 나는 종교가 불교는 아니지만, 환생에 대해 고등학교 친구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나의 전생은 무엇이었을지 강한 궁금증을 가지며. 결론은 전생을 알 수 없지만, 현생에서는 '착하게 살자'였다. 그래서 내생에도 복을 받자고. 물론, 이렇게 이어지는 삼생이 허상일 수도 있지만. 즉, 윤회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그나저나 우리는 무척 부러운 사람에게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라는 말을 쓰고는 한다. 인과응보라는 말이다. 좋은 쪽으로. 그런데,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도 환생이 있다고. 그것도 사람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혹시 전생에 나라를 구한 동물이 거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에 더해 그 동물들이 사람으로 환생하기 전에 가르침을 받는 학교가 있다면, 어떨까? 그런 학교를 배경으로 한 만화가 있다. 그 학교의 학생들인 동물들을 만났다.

 

 

'전혀 이상하지 않은걸? 우린 모두 다르니까 각자 다른 걸 좋아하는 건 당연해!' -'최고의 전문가' 중에서. (162쪽)


 동물들. 하늘로 떠난 동물들. 그 동물들 가운데 사람으로 환생하는 동물들. 그 동물들이 환생하기 전에 머무는 학교가 있다. 이름하여, 환생동물학교. 그 학교의 한 반. AH-27반. 그 반에 초보 선생님이 오신다. 남아 있는 동물의 습성을 버려야 하는 아이들에게. 환생하여 사람으로 잘 살게 하기 위해. 반 아이들은 머루와 쯔양이라는 고양이 둘, 맷, 블랭키, 아키라는 강아지 셋, 비스콧이라는 하이애나 하나, 카마라라는 고슴도치 하나다. 귀여운 동물 아이들의 색채가 뚜렷하다. 주인을 그리워하는 동물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어설프게 다가가는 선생님이지만, 좌충우돌하며 서로에게 따뜻함을 채워 준다.   


 짐승 같은 인간도 간혹 있지만, 짐승들은 인간이 되고자 한다1. 어느 전설의 여우가 그렇고, 단군 신화의 곰과 호랑이가 그렇다. 그들에게 인간은 특별함이다. 물론, 인간보다 나은 삶을 사는 동물도 있지만, 여전히 인간에게는 존엄성이 있다. 인간으로 환생하려는 '환생동물학교'의 AH-27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는 동물의 얼굴도 있지만, 인간의 얼굴이 더 많이 보인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려한다. 이 아이들에게는 이미 인간의 존엄성이 보인다. 그래서 오랫동안 따뜻하다.

 

 그나저나 대학교 다닐 때였다. 닭살이 돋는 애정 행각을 벌이는 연인들에게 '전생에 닭'이라고 놀렸었는데, 아마도 '환생동물학교' 출신이었나 보다.    




 덧붙이는 말.


 '환생동물학교'는 2017년 9월 4일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연재하기 시작한 웹툰이다.

 작가인 엘렌 심은 '고양이 낸시'의 작가이다.

 

   


 

  1. '인간이 되고 싶어' 나무위키 ( https://namu.wiki/w/%EC%9D%B8%EA%B0%84%EC%9D%B4%20%EB%90%98%EA%B3%A0%20%EC%8B%B6%EC%96%B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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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2018-03-04 2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을것 같아요 ㅎㅎㅎ

사과나비🍎 2018-03-22 23:51   좋아요 1 | URL
아, 지금에서야 댓글을 봤네요...^^; 죄송하네요...^^;
너무 늦었지만, 코끼리님의 댓글 정말 감사해요~^^*
언제나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 바랄게요~^^*

코끼리 2018-03-23 1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좋은하루되세요

사과나비🍎 2018-03-30 21:29   좋아요 0 | URL
^^* 아, 댓글을 남기셨었네요~ 이번에도 너무 늦었네요~^^;
코끼리님도 미세먼지, 황사에 건강 잘 챙기시고요~
좋은 시간되세요~^^*
 
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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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경 작가의 첫 만남을 유작으로 만나게 됐다. 따뜻하고, 세세한 이야기의 그림이 다정했다.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새해, 동해에서 바닷가에 서서 멀리 있는 섬을 바라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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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15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과나비🍎 2018-02-15 18:23   좋아요 1 | URL
아, 서니데이님~^^* 말씀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설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랄게요~^^*
행복이 가득하시고요~^^*
 
당신의 아주 먼 섬
정미경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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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정현종, '섬'

 


 나만의 섬이 있었으면 했다. 바다 한가운데의 섬. 망중한(忙中閑)을 즐길 만한 섬. 나의 쉼터. 나의 낙원. 나와 너희들 사이에 섬이 있다고 한다. 그럼, 나는 바다를 이루는 물방울이다. 그 물방울이 사는 바다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출렁출렁. 거친 파도가 치기도 한다. 그때, 바다 사이의 이상향(理想鄕)에 가고 싶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새해. 동해를 보러 갔었다. 겨울 바다. 그 바닷가의 모래 위에서 바다 한가운데의 섬을 보았다. 나만의 섬으로 하고 싶었다. 강한 바람을 지나 상상의 날개로 그 섬에 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그래도 그 섬은 나의 섬이다. 아주 멀지만 나의 섬. 또, 가고 싶은 섬.


 남도의 작은 섬.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섬에 얽히고 설킨 사람들. 그 섬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 섬을 오래전에 떠난 연수. 이제는 예술가로서 높아지려고 한다. 그런데, 고등학생 딸, 이우. 그 소녀는 가까운 친구 태이를 잃고 슬픔의 방황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상담실과 병원을 오가게 되고. 결국, 연수는 딸 이우를 그 섬에 보낸다. 그 섬에 귀향해 살고 있는 어릴 적 벗 정모에게. 정모는 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삶의 희망도 잃어가고 있었는데, 소금 창고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소금 창고를 도서관으로 새롭게 하려는 희망. 섬의 유지인 영도의 아들이자 친구인 태원에게 받은 소금 창고. 정모는 이우와 함께 도서관을 위해 새 힘을 낸다. 한편, 이우도 정모, 그리고 말을 잃은 섬의 소년 판도와 함께 하며, 슬픔을 지워 나간다. 도서관의 태동(胎動)을 느끼며. 판도에게 태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그런데, 영도는 느닷없이 도서관의 탄생을 반대하고.


 '판도는 이런 순간이 좋다. 마치 누군가가 나 대신 써놓은 일기장을 우연히 집어든 듯한, 그냥 읽어나가다 어떤 한 문장에 붙들려, 그 문장의 무엇에 붙들렸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몇 번이나 다시 읽게 되는.' -59쪽.


 '"아저씨, 내가 올게. 당장은 아니어도, 돌아와서 책을 읽어줄게."' -208쪽.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섬. 그 섬은 쉼터, 낙원, 이상향이다. 즉, 소통과 관심, 믿음과 정(情), 사랑과 공감이 모인 곳이다. 그곳에서 나는 희망을 새기고 치유를 받는다. '당신의 아주 먼 섬'의 이우도, 정모도, 판도도. 섬에서 희망을 보고, 상처가 낫는다. 도서관이라는 희망으로. 이야기라는 희망으로. 그 희망으로 소통과 관심, 믿음과 정(情), 사랑과 공감이 자라난다. 나도 그 섬에 가고 싶다.


 정미경 작가의 첫 만남을 유작으로 만나게 됐다. 따뜻하고, 세세한 이야기의 그림이 다정했다.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새해, 동해에서 바닷가에 서서 멀리 있는 섬을 바라본 것처럼.


 

 

 덧붙이는 말.

  

 '이 소설은 작가 정미경의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유고작이다. 다른 원고들은 아내가 세상을 뜨기 전 출판사에 넘겨졌거나 가계약한 상태였지만 이 원고만은 내가 그녀의 방배동 집필실을 정리하다가 책더미 속 박스에서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출력해놓은 듯한 이 원고 뭉치는 하마터면 다른 폐지들과 함께 쓸려나가버릴 뻔했다. _‘발문’, '정미경, 서늘한 매혹', 김병종(화가, 정미경 작가 남편), 중에서. (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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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랜드 5 - 셉템버와 심장을 향한 경주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아나 후안 그림, 김승욱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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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 1981)'의 시작하는 장면. (동영상 출처: 유튜브)


 경주(競走). 도시 경주가 아닌, 달려 빠르기를 겨루는 경주. 그 경주라는 낱말에서 한 영화가 다가온다. 영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 1981)'가 다가와 품에 안긴다. 이 영화의 시작은 달리기다. 바닷가에서 달리는 젊은 남자들. 경주를 하기 위해 달린다. 그 안에 즐거워 보이는 이들이 있다. 열정의 달리기. 우정의 함께 달리기. 그리고, 갈등과 나약함을 넘어서는 감동의 달리기. 희망의 날개가 그들을 이런 즐거운 달리기로 안내한다. 보는 이들도 맑은 가락과 어울려, 즐거운 달리기에 하나가 된다. 그렇게 즐거운 달리기는 경주 안에서 빛나게 된다. 그리고 지금, 경주 안의 빛을 또 만나게 됐다.


 '"미안하지만, 셉템버, 넌 경주에 참가해야 해.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나? 네가 참가하지 않으면 경주가 이루어지지 않을 거다. 넌 양위할 수 없다는 것 기억하지? 우리가 너한테서 페어리랜드를 빼앗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야. 넌 여왕이고, 왕관을 갖고 있다. 말은 경주지만, 사실 절반만 경주야. 나머지 절반은 사냥이지. 그리고 결국은 경주가 결투로 마감될 것 같군. 결투가 없는 경주는 거의 없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서로를 상대로 경주를 벌이는 거다. 페어리랜드의 심장을 찾아서. 그리고 가장 강한 자를 판가름할 결투를 할 거야. 우리의 사냥감은 너다. 너는 여우고, 우린 사냥개야."' -94쪽.


 '선수들은 온갖 종류의 탈것을 타고 어디든 질주할 수 있다. (……) 가장 빠른 자가 언제나 이기는 경주에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이제 경주의 우승자는 누구보다 영리하고, 누구보다 운이 좋고, 누구보다 무모하고, 누구보다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111~112쪽.


 셉템버. 지금 페어리랜드의 왕관을 가진 여왕인 셉템버. 경주를 하게 됐다. 페어리랜드의 왕좌를 걸고. 페어리랜드의 심장을 찾아서. 험난한 경주를. 물론 벗도 있고, 적도 있다. 왕관의 선택으로 여왕이 됐지만, 도도새의 알 마법으로 옛 왕과 여왕이 부활하여 결국에는 그들과 경주를 하게 된 셉템버. 바다 요정 새터데이와 책을 좋아하는 비룡 엘, 깨물기가 특기인 전투 웜뱃 나팔총이 셉템버의 지음(知音)이다. 그들과 페어리랜드의 심장을 찾는 여행길에서 함께 빛나는 발자국을 남긴다. '위대한 대도서관'에서. '바다 밑'에서. '웜의 나라'에서. 빛나는 경주를 한다. 열정의 달리기를. 우정의 함께 달리기를. 갈등과 나약함을 넘어서는 감동의 달리기를. 과연 셉템버는 왕좌를 지킬 수 있을지.

 

 영화 '마스크(The Mask, 1994)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심장 : (……) 생물의 몸에서 감정을 느끼고, 두려워하고, 뭔가를 원하고, 용기로 부풀어 오르는 부분. 중요한 것을 ‘문제의 핵심(heart)’이라고 한다. (……)" -151쪽.


 그런데, 이 경주의 결승선인 심장. 무엇일까. 또, 어디에 있을까. 영화 '마스크(The Mask, 1994)'에서 마스크를 쓴 남자가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깊이 간직한 힘찬 심장을 보여준다. 사랑을 느낀 남자가 용기로 고백하며 보이는 소중한 심장. 힘차게 움직인다. 이렇게 심장은 깊은 곳에서 우리를 힘차게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이다. 책곰에게 물린 이후로 기억을 전부 잃어버린 세터데이. 쓰러진 새터데이를 셉템버는 일으키려 한다. 그리고 심장을 알게 된다.


 '"페어리랜드의 심장은 이야기야." (……) "자꾸만 자꾸만, 수없이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 이 이야기가 우리 모두를 계속 움직이게 해. 몸속을 도는 피처럼. 경주처럼. 사냥처럼. 심술궂은 더비처럼. 우리가 항상 심장을 만들고 있었던 거야. 바다 밑에서, 웜의 나라에셔, 위대한 대도서관에서. (……)"' -398쪽.


 영화 '마스크'에서 보이는 심장도 이야기다. 앞으로 나눌 사랑 이야기. 사랑을 위해 힘차게 움직이게 하는 이야기. 날마다 새롭고, 영원히 새로운 사랑 이야기. 날마다, 영원히 사랑을 향해 움직이게 한다. 영화 '불의 전차'에서도 '끝까지 달리게 하는 힘은 마음에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심장(마음)은 끝까지 달리게 하기도 한다. 셉템버도 심장을 향한 경주에서 끝까지 달리게 한 것은 결국 심장이다. 이야기인 심장.


 "'당신이 세상을 지배하는 게 아니에요. 당신이 지배하는 건 당신 자신뿐이에요. (……)"' -33쪽.


 심장을 향한 셉템버의 경주. 마침내, 빛나는 경주 안에서 벗들과 함께 심장을 찾은 셉템버. 이제 페어리랜드를 어떻게 새로워지게 할지 사뭇 궁금하다. 높다고 생각해 누르려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했던 셉템버. 세상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지배하는 것뿐이라는 말. 벗과 심장(이야기)의 소중함을 아는 셉템버는 힘을 함부로 쓰지 않으리라. 높지만 낮아질 줄도 아는 셉템버는 열정과 우정, 그리고 감동을 지닌 이야기를 이어 나가리라. 나는 그렇게 믿는다.


 어릴 적, 외할머니께서 들려 주시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시골에서 듣는 외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 된장찌개를 먹으며. 툇마루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따스하게 빛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 년 전, 외할머니께서는 하늘로 가셨지만, 그 이야기가 나를 지금까지 움직이게 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롭게. 이것이 이야기의 힘인 것 같다. 나도 이제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다. 부모님께. 연인에게. 아이에게. 그렇게 이어진 인연들에게 영원히 새롭게 움직이게 하고 싶다.

  

 페어리랜드의 빛나는 이야기를. 그것도 마지막인 5권을 먼저 만났다.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전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그런데, 기우(杞憂)였다. 페어리랜드로 가는 상상의 날개를 나도 달 수 있었다. 찬란한 아침의 그 날개를. 셉템버와 그 친구들의 빛이 스며든 경주에 힘찬 응원을 할 수 있었다. 5권 안에서도 여러 얼굴들이 재미가 가득하고, 뜻깊게 그려지고 있기에 그럴 수 있었다. 그렇게 Never Ending Stroy가 되어 간다. 결코 끝나지 않는 이야기. 영원히 힘차게 살아 있는 이야기. 이제 나를 생기 있게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내가 곧 다른 이들을 움직이게 할 이야기다.   



 덧붙이는 말.


 2009 앙드레 노튼 상 수상, 2011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2011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어린이 소설, 2012 타임 매거진 선정 최고의 소설, 2012 미국 도서관협회 선정 도서, 2012 로커스 상 수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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