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쯤 전

 

마루에서 TV를 켜놓은채 찍었더니,

중간에 잡음으로 들어갔다.

 

 

빗소리를 들으며 깬 새벽

나에게도 빗소리가 즐거움으로 들릴 날이 있을까

여전히 슬프고 쓸쓸하고 무겁게만 들린다

 

 

아침에 아이 학교 보내고

바로 투표하고

친구만나러 갈거다.

 

 

옆에서 자고 있는 강아지가 잠꼬대를 하는 것 같아

잠시 가서 토닥토닥 해주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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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4-1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약간 쓸쓸하네요.
지금 h님의 마음이 그러신가 봅니다.
저는 벚나무가 저리도 주저리 주저리 떠는가 싶은데 말입니다.
비가 좀 세차게 내렸으면 하는데 서울은 비가 와도 부슬부슬 오다가마니
저도 즐겁게는 들리지 않습니다.ㅋ
임시공휴일인데 학교는 그렇지 않는가 봅니다.
친구 만나시고 즐거우셨는지요?^^

hnine 2016-04-13 19:04   좋아요 0 | URL
stella님의 말씀이 따뜻하네요.
작년 아버지께서 떠나신 후 꽃을 봐도 새를 봐도, 쓸쓸하고 슬프고 그래요.
다행히 오늘 친구 만나러 서울 다녀왔는데 시험이 곧 있어서인지 인근 여대 학생들로 북적거리는 대학가 분위기에 취해 기분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고등학교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만났는데 언제 우리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나 싶더라고요.

파란놀 2016-04-1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에도 바람에도 해님에도
모두 따사라온 숨결이 서려서
hnine 님한테 곱게 드리울 수 있기를 빌어요.
삼월에 이어 사월에 새로 피고 지는 꽃들도
더없이 싱그러운 하루예요.

오늘은 찔레싹을 훑어서 찔레장아찌나 찔레무침을 해 볼 생각인데
머잖아 찔레꽃도 하얗게 밭이나 골짜기를 덮을 듯합니다.

hnine 2016-04-15 12:30   좋아요 0 | URL
앞의 stella님이나 숲노래님의 이런 따뜻한 댓글이 저에게는 토닥토닥입니다. 제가 저희 집 강아지 토닥토닥해주었듯이요.
찔레싹으로 장아찌나 무침도 하신다니 나중엔 이런 종류 요리책도 내셔도 되겠어요. 어떻게 생겼는지 나중에 시간되실때 (지금은 바쁘시니까 ^^) 사진으로라도 구경하게 해주세요~ ^^
 
나의 미카엘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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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 시작되나요 미카엘?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는데 지쳐버렸어요. (225쪽)

 

결혼 8년차 부부 미카엘과 한나.

이 소설은 부인인 한나가 화자가 되어 남편 미카엘과 처음 만나 결혼하고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는 동안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위의 인용문은 한나가 미카엘에게 하는 말중 한줄에 지나지 않지만 이 문장에서 한나의 결혼 생활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기다림 그리고 지침.

사랑을 믿어 결혼했고 미카엘은 성실한 남편, 가장, 아빠였음에도 한나는 과연 무엇을 저렇게 기다리며 지쳐가는 것일까.

한나가 하는 말에 미카엘이 대답을 하면 한나가 잘 하는 말이 있다. "진부한 표현"이라는 것.

어쩌면 진부한 것은 미카엘의 대답이 아니라 한나의 삶일 것이다. 외부의 무엇인가, 또는 누구인가 그녀의 진부함을 잊게 해주길 기다리는 한나의 삶. 그녀의 그런 메시지가 미카엘에게 도달하고 미카엘을 움직일거라고 기대하는 것의 부질없음을 빨리 깨달을 수록 그녀는 그녀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미카엘은 결혼을 하고난 후에도 원래 자기가 하고자 하던 일을 계속 해나가는데 반해 한나는 문학을 하고 싶어하던 꿈을 접는다. 왜일까. 왜 결혼과 함께 여자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꿈을 계속 진행시키기보다는 꿈을 포기하거나 전환시키게 될까.

한나 개인에게서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무리이다.

답답하고 고지식해보이는 미카엘이 파출부 여자아이를 보고 달라지는 것을 한나는 눈치챈다.

그 아이는 만족스러웠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고 똑똑하지 않고. (270쪽)

똑똑하지 않아 만족을 주는 여자.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는 우리 나라의 고은 시인처럼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매년 지목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소설을 쓴 1968년 그의 나이는 겨우 29세였다는 것. 결혼도 안한 29세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결혼한 여자의 심리를 잘 알수 있단 말인가.

 

오누이 사이, 어머니와 아들, 언덕과 숲, 돌과 물, 호수와 배, 움직임과 그림자, 소나무와 바람.

이상은 기다리다 지친 한나가 그녀의 결혼 생활에 어떤 결단을 내리며 미카엘에게 그들의 관계를 그려보라며 드는 예시이다.

어떤 결단이든 내렸다면 그러지 않고 계속 기다리기만 하며 사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녀 '스스로' 내린 결단이니까. 결단은 새로운 출발이고 다시 잘해보겠다는 의지이니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여행은 결코 시작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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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도 미세먼지도,

어지럽던 생각들도,

 

집 나선 순간 다 잊고 한 시간여 잘 돌아다녔다.

 

꽃을 보며 다 잊는다.

조용히 압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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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6-04-10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 정말 예쁘네요. 오늘 집에 들어 오다 보니 어느 집 담벼락에 목련꽃이
이제 질려고 꽃잎을 떨구고 있더라구요. 좀 아쉽긴 하지만 다른 꽃도 있으니
너무 섭섭해하지 않으려구요. ㅠㅠㅋㅋ

hnine 2016-04-10 19:11   좋아요 0 | URL
비오면서 벚꽃도 많이 져서 그야말로 노래 제목처럼 벚꽃엔딩이구나 했어요.
지는 꽃이 있어도 앞으로 필 꽃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예쁜 것 보며 걸으니 잠시나마 머리 속 잡념들을 잊을 수 있어 좋더라고요.
오늘 보니까 이제 라일락이 피기 시작하더군요.
좀 더 있으면 장미가 또 활짝 피겠지요? ^^

보물선 2016-04-1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꽃사진 어려운데, 다 멋져요!

hnine 2016-04-11 04:56   좋아요 1 | URL
저희 식구들은 제가 찍은 사진 보면 또 꽃이야? 하는 표정이랍니다. 꽃, 나무 아니면 제가 아마 카메라 들을 일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꽃 자체도 예쁘고, 때가 되면 피고 지는 그것도 새삼 뭉클하고, 그래서 자꾸 찍게 되네요.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디 사람들의 특징을 한마디로 어떻다고 말하는건 무리이고 어쩌면 아무 의미없는 일일수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30년 가까이 살다가 영국이란 곳에서 살아보니 확실히 차이점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눈에 띄었다. 평소에도 같은 점, 차이점 찾아내는것을 재미있어하는 편이었는데 나라가 바뀌었으니 오죽하랴. 한국으로 돌아온지 오래이고 벌써 20년 전 이야기이니 거의 잊고 살고 있었는데 얼마전 우연히 youtube 에서 Hetty Wainthropp 이라는 아줌마 탐정 드라마를 보고나선 그때 기억이 모락모락 되살아났다. 더 잊기 전에 조만간 그때 이야기를 정리겸 하나씩 풀어놓아볼까도 생각중.

 

이 드라마는 BBC 에서 TV 드라마로 방영되었었나본데 막상 내가 영국에 있을 땐 본 기억이 없다.

에피소드 순서대로도 아니고 제목 보고 무작위로 골라서 보고 있었는데 어제 마침내 첫회분과 만나게 되었다.

영국. 도시가 아닌 평범한 마을 (사람들 억양으로 보면 영국 북부 지방이 아닐까 추정됨)에서 남편과 함께 평범하게 살던 이 아주머니가 60세 생일을 맞은 아침. 언제나처럼 침대에서 남편이 가져다 주는 아침상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60세 생일을 축하한다고 여기 저기서 온 카드를 펼쳐보는 이 아주머니 표정이 전혀 기쁘지 않다. 오히려 60세가 되어 연금을 받게 되었고 노년 클럽에 가입할 자격이 되었다며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적힌 카드를 보고 분노하고 울적해한다. 이대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노인 대열에 들어서고 싶지 않고 그러지도 않을 거라고 남편에게 결연하게 선포하고는 자긴 이제부터 일자리를 알아보겠노라고 당당히 말하여 남편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말로만 큰소리친게 아닌 것이 그날로 일자리를 찾아다닌 결과 동네 우체국 한 구석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무척 자랑스러워하면서 맡은 일에 열심인 이 아주머니 이름이 Hetty Wainthropp (헤티 웨인쓰롭).

 

작은 시골 마을에서 우체국은 거의 마을의 소식통이고 참새방앗간 같은 곳이다. 어느 날 남루한 차림의 젊은 커플 둘이 어느 연금 수령자의 연금을 대신 타러 오는데 이 일을 맡아 처리하던 이 아주머니는 의심과 호기심이 발동.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 이것 저것 조사하다가 이 아주머니가 깨닫게 된 것은 아무래도 자기에겐 탐정의 소질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탐정이 되어야겠다고 말하는 아주머니 말에 남편은 어이없어하지만 그러던지 말던지 아주머니는 생각한 일을 하기로 한다.

이 날부터 아주머니는 Hetty Wainthropp detective 가 되고 신문에 조그맣게 광고도 내고 명함도 만든다. 우체국에서 슬쩍 물건 좀도둑질 하다가 붙잡힌, 이혼한 부모집에서 뛰쳐나왔다는 남자 청소년 아이를 자기 탐정 업무의 assistance 로 채용까지.

 

 

 

 

 

뚱뚱하지만  굼뜨지 않다. 또박또박 자기 의사를 분명히 말한다. 여자라서 못하고 다른 사람이 어찌 볼지 민망해서 못하고 그런거 없다. 적극적이고 거침없이 자기 일을 해나가는 모습. 수수한 옷차림. 내가 아는 대부분의 영국 여성들의 모습을 이 아주머니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 드라마에서 Hetty 역을 맡은 배우 Patricia Routledge는 여든이 넘은 나이로 지금도 생존해있는데 일찍부터 배우가 되었으나 결혼 한 적 없다고 한다.

 

대개 이 아주머니가 맡아서 해결하는 일들이 동네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라서 무슨 대단한 재미를 기대하라고는 못하겠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훈훈하다고 하면 말이 되려나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국의 평범한 가정생활,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드라마가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는 건 장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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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4-05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다가 전에 읽었던 폴리팩스부인이 생각났어요. 60대 스파이라서 조금 다르지만요.^^
잘 읽었습니다.
hnine님 좋은 하루 되세요.^^

hnine 2016-04-05 19:51   좋아요 1 | URL
맞아요! 안젤라 랜즈베리 주연으로 영화도 있죠.
비슷한데가 있는데 이 드라마는 아주 아주 영국스럽다고 할까요.
우리말 자막처리되어 나온 영상물은 현재 없는 것 같아 좀 아쉽네요.
만들어진지 오래 되었는데도 지금 봐도 전혀 유치하거나 억지스런데가 없어요.

푸른희망 2016-04-05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시절 아가사크리스티를 탐독하면서 장래희망이 탐정이나 스파이가 되는 거라고 몰래 결심했는데
아직 50이 되진 않았으니 희망이 있을까요?
영어만 된다면 무지 땡기는 작품이군요~~~

hnine 2016-04-06 05:31   좋아요 0 | URL
위에 말한 hetty는 60이 되던해 탐정이 되었는데 50이면 하시고도 남지요~ ^^
탐정이든 그 무엇이든, 여전히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마음 가짐으로 쭈욱, 더 나이들때까지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영국 시골냄새가 폴폴 나는 작품이랍니다.
 

 

 

원래 저녁 먹고 시간 여유 있으면 집에서 가까운 카페에 자주 가곤 하는데, 어제는 늘 가는 동네 카페 말고 좀 더 나가보자고 내가 그랬다. 집에서 15-20분 정도 가면 계룡산 동학사 입구. 집순이 죽순이 나 같은 사람에겐 그 정도만 나갔다 와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프랜차이즈 카페인데 다른 지점도 이런 곳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동학사 입구 지점은 저렇게 한옥 스타일이다. 비록 안에서 파는 것은 전혀 한옥 스타일과 상관이 없는 것들이지만.

 

 

벚꽃 활짝 피기 카운트 다운 중이었다.

 

 

아래서 올려다보고 찍었는데, 신경 세포 구조에 왜 "수지상 구조"라는 명칭이 있는지 알게 해주는 모습이다.

 

 

 

 

벚나무 몸통 중간에 저렇게 불쑥 불쑥 곁가지가 나오고 꽃이 피어있었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아직 벚꽃이 제대로 피기 전인데도 사람이 얼마나 많던지.

입구 따라 늘어서있는 임시 먹거리 장터, 인형 맞추기, 사주, 타로점 봐주는 곳, 꼬치, 풀빵, 심지어 살아있는 달팽이까지 케이지에 넣어 팔고 있었다. 마이크 소리 웅웅 거리고. 여기 저기 노래 소리, 밤이지만 낮같은 휘황찬란함.

벚꽃은 생각도 않고 왔는데, 다음 주에 왔더라면 차도 들어가기 힘들었을 것 같다.

 

진부한 표현밖에 못하겠지만 때마다 저렇게 제 자리에서 변함없이 꽃 피우는 나무, 공기, 그리고 지금은 안보이지만 햇빛의 말없는 원칙이 느껴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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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04-04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빛의 말없는 원칙이 느껴졌을 뿐이다.˝

좋군요. 진부하지 않아요...

hnine 2016-04-04 18:37   좋아요 0 | URL
그렇게 읽어주신 덕분입니다. 감사드려요.
오늘 서재에 여기 저기 꽃사진, 꽃소식이 만발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