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카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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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 시작되나요 미카엘? 나는 기다리고 기다리는데 지쳐버렸어요. (225쪽)

 

결혼 8년차 부부 미카엘과 한나.

이 소설은 부인인 한나가 화자가 되어 남편 미카엘과 처음 만나 결혼하고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는 동안 남편과의 관계에 대해 말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위의 인용문은 한나가 미카엘에게 하는 말중 한줄에 지나지 않지만 이 문장에서 한나의 결혼 생활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기다림 그리고 지침.

사랑을 믿어 결혼했고 미카엘은 성실한 남편, 가장, 아빠였음에도 한나는 과연 무엇을 저렇게 기다리며 지쳐가는 것일까.

한나가 하는 말에 미카엘이 대답을 하면 한나가 잘 하는 말이 있다. "진부한 표현"이라는 것.

어쩌면 진부한 것은 미카엘의 대답이 아니라 한나의 삶일 것이다. 외부의 무엇인가, 또는 누구인가 그녀의 진부함을 잊게 해주길 기다리는 한나의 삶. 그녀의 그런 메시지가 미카엘에게 도달하고 미카엘을 움직일거라고 기대하는 것의 부질없음을 빨리 깨달을 수록 그녀는 그녀의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미카엘은 결혼을 하고난 후에도 원래 자기가 하고자 하던 일을 계속 해나가는데 반해 한나는 문학을 하고 싶어하던 꿈을 접는다. 왜일까. 왜 결혼과 함께 여자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꿈을 계속 진행시키기보다는 꿈을 포기하거나 전환시키게 될까.

한나 개인에게서 이유를 찾는다는 것은 무리이다.

답답하고 고지식해보이는 미카엘이 파출부 여자아이를 보고 달라지는 것을 한나는 눈치챈다.

그 아이는 만족스러웠다. 열심히 일하고 정직하고 똑똑하지 않고. (270쪽)

똑똑하지 않아 만족을 주는 여자.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는 우리 나라의 고은 시인처럼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매년 지목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이 소설을 쓴 1968년 그의 나이는 겨우 29세였다는 것. 결혼도 안한 29세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결혼한 여자의 심리를 잘 알수 있단 말인가.

 

오누이 사이, 어머니와 아들, 언덕과 숲, 돌과 물, 호수와 배, 움직임과 그림자, 소나무와 바람.

이상은 기다리다 지친 한나가 그녀의 결혼 생활에 어떤 결단을 내리며 미카엘에게 그들의 관계를 그려보라며 드는 예시이다.

어떤 결단이든 내렸다면 그러지 않고 계속 기다리기만 하며 사는 것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녀 '스스로' 내린 결단이니까. 결단은 새로운 출발이고 다시 잘해보겠다는 의지이니까.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다.

 

스스로 나서지 않으면 여행은 결코 시작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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