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과 소설의 차이는 무엇일까.
염두에 두고 쓰는 대상의 차이만 알고 있었는데 자꾸 읽다보니 대상 연령 외에 다른 차이도 분명히 있는 것 같아 문학을 공부한 사람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사람 말에 의하면 뚜렷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이 책을 쓸때는 어느 정도 가르침, 즉 교훈이 들어가게 써야한다고 수업 시간에 배웠다고 했다. 끄덕끄덕 했는데, 국내 작가의 어린이책과 외국 작가의 어린이책들을 읽다 보면 확실히 우리 나라 어린이책들은 그 가르침이라는 것이 너무 드러난다. 재미를 앞서는 경우도 많다. 조금 읽어나가다 보면 그만 읽어도 어떻게 끝날지, 무엇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인지 어른의 입장에서는 다 보여서 흥미가 떨어지기도 한다. 반면 우리 나라에서 인기있는 외국 작가들의 책을 보면 어른인 내가 봐도 그 결말이 금방 눈에 보이지 않는다. 가르침도 있지만 일단 재미가 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알겠지만 그래도 현재까지 나의 생각은 그렇다. 말로 가르칠 때에도 그것이 너무 앞서서 드러나면 효과가 떨어지는 법인데 하물며 재미있자고 읽는 책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책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결말이 너무 쉽게 짐작이 되면 안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요며칠 읽은 어린이 책들에서도 그런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최 나미 <바람이 울다 잠든 숲>

엄마를 병으로 여의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밑에서 지내는 주하. 외할머니는 잔소리꾼, 외할아버지는 무뚝뚝하기 이를데 없어 차라리 아빠 계신 서울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외할아버지와 끝내 감정적인 벽을 허물지 못하고 외할아버지댁을 떠나는데, 나중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는 내용인데 너무나 평범하게 읽히는 내용이라 아쉬웠던 책이다.

 

 

 

 

 
수지 모건스턴 <박물관은 지겨워>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 미술관에 가본 부모들은 한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해봤을까? 살아움직이는 것들에 더 관심이 많은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이 꾸역꾸역 박물관으로 데리고 가며 흐뭇해하는 부모. 아이들의 심리를 어찌 이렇게 잘 써 놓았는지. 수백년 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그대로 있고 앞으로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그런 구닥다리 물건들은 관심 없다면서 이번엔 아이가 부모를 자기만의 박물관으로 안내한다. 대체 어떤 박물관일까? 

 

 

 


수지 모건스턴 <공주는 등이 가려워> 

수지 모건스턴의 작품에는 공주가 자주 등장한다. 어린이책은 아니지만 <딸에게 주는 편지>를 쓴 것을 봐도 작가는 아마 같은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으로 생각된다.
공주가 결혼할 상대를 찾는데 조건은 단 하나. 자기의 등이 가려울 때 긁어줄 사람이면 된다. 말을 돌려서 한것도 아니고 그대로 등 좀 긁어달라고 하는데 그것을 해주는 남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다른 조건들은 훌륭하면서.
결혼할 상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읽는 어른들은 뭔가 깨닫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수지 모건스턴 <사인 받기 대소동> 

자기만의 소중한 것을 가져오기를 숙제로 내주자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오는 것들은 정말 가지각색이다. 한 아이가 유명한 첼리스트 로스트로비치의 사인이 있는 종이를 가져와서 천재의 손길의 흔적이라고 자랑하자 반 아이들은 너도 나도 유명인의 사인이라며 진품인지 의심되는 사인이 끄적거려있는 종이를 들고 오고, 담임 선생님은 아예 자기가 좋아하는 유명인의 사인 받아오기를 숙제로 내준다.
수지 모건스턴의 다른 책 <엉뚱이 소피의 못말리는 패션>에 나오는 소피 같은 아이가 여기에도 등장. 이 아이가 가져오는 것은 누구의 사인일까? 역시 재미도 있으면서 결국엔 끄덕끄덕하게 만드는 책. 




플로랑스 세이보스 <파스칼의 실수> 

어느 날 학교에 지각하게 된 파스칼은 지각의 이유를 묻는 선생님에게 자기도 모르게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떨결에 나온 거짓말 때문에 또다른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걱정하느라 정말 엄마가 돌아가셔서 시무룩한 아이처럼 되어가고.
혼자 끙끙 앓는 아이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아이들의 실수를 어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나가는지, 내가 이 책에서 배운 것은 그것이었다. 

 

 

아이를 위해 비룡소의 난 책읽기가 좋아 시리즈를 대여해주고, 나도 틈틈이 읽는 재미가 좋다. 한권 읽는데 10분 정도 걸릴려나?
오늘 아이 데리고 어딜 가는데 버스에서 읽는다고 이 책 몇권을 집어들다가 아이가 그런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보면 다 큰 애가 저렇게 어린 아이들 보는 책을 읽고 있다고 할지 모르겠어요."
하긴 글자가 큼직큼직 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내가 읽고 싶으면 읽는거지, 아이들 책, 어른 책이 어디있어?"
버스에서 아이와 나는 나란히 앉아 큼직큼직한 글씨의 책을 읽으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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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1-06-10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재미가 있어야한다,에 동의해요.
그런 점으론 수지 모건스턴은 보증수표 같아요.^^
나인님, 흐린아침이지만 좋은 하루 보내요~~~

hnine 2011-06-11 05:06   좋아요 0 | URL
특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은 재미라는 요소를 못한다고 봐요.
말씀처럼 수지 모건스턴은 작품 수도 많으면서 모두 어느 정도 이상은 한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
어제는 정말 하루 종일 흐렸는데 비는 안오더군요. 오늘도 여기 저기 다닐데가 많은데 (아이 데리고) 비는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래봅니다. 특히 축구를 해야하는 오전에는요 ^^

파란놀 2011-06-12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가 있어야 하기보다는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울 수 있어야 한다고 느껴요.
재미는 있으면서 아름답지 않거나 사랑스럽지 않다면
아이한테는 조금도 밥이 못 되는 책이라고 느껴요.
어른책도 매한가지이고요...

hnine 2011-06-12 11:59   좋아요 0 | URL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이야기, 저는 그것도 글을 읽는 재미에 포함시켜 생각하거든요. '흥미'와 재미가 조금 다르달까요?
 

지난 해 <어느 할머니 이야기>를 읽고 난 후 나의 전작 읽기 대상에 포함된 작가 수지 모건스턴. 

지금까지 읽은 그녀의 작품을 읽은 순서대로 모아본다.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어느 할머니 이야기
수지 모건스턴 지음, 세르주 블로흐 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2005년 4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11년 06월 09일에 저장
품절

어린이 책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이들어 갈 것인지를 배우게 될 줄이야.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가르침을 주는 것, 어린이 책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수지 모건스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비룡소 / 1997년 3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11년 06월 09일에 저장

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
수지 모건스턴 글, 세르주 블로흐 그림, 김진경 옮김 / 비룡소 / 1997년 8월
6,500원 → 5,850원(10%할인) / 마일리지 320원(5% 적립)
2011년 06월 09일에 저장
절판

우리 선생님 폐하
수지 모건스턴 글, 카트린 르베이롤 그림, 이은민 옮김 / 비룡소 / 1997년 10월
6,500원 → 5,850원(10%할인) / 마일리지 320원(5% 적립)
2011년 06월 09일에 저장
절판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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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6-10 0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도 있어요.
수지 모건스턴으로 검색하면 좌르르~~~~~ 엄청 많으니 확인해보세요.^^

hnine 2011-06-10 04:29   좋아요 1 | URL
순오기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침형 인간끼리~ ^^
예, 워낙 많은 작품을 썼으니 더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성인 대상 책도 있더라고요. 말씀해주신 책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어느 할머니 이야기>가 제가 뽑은 랭킹 1위랍니다.

하늘바람 2011-06-10 0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역시!
님은 제 생각에 저보다 먼저 작가가 되실 것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반드시 멋지게 성공하더라고요.
멋집니다 님

hnine 2011-06-11 05:06   좋아요 1 | URL
아이쿠, 하늘바람님. 하늘바람님은 이미 작가이시잖아요. 전 작가님으로부터 칭찬 들으니 기분 좋을 뿐이고요 ^^

반딧불,, 2011-06-10 2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강추합니다. 이 작가 참 좋아요.
전작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약간 아니다 싶은 책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작가는
거의 없어요. 아이들도 참 좋아하구요.

hnine 2011-06-11 05:09   좋아요 1 | URL
제목에서 벌써 웃음이 킥킥 나오려고 하는 이유가 있겠지요?
재미도 있으면서, 아이들에게 남을 따라 살지 말고 이렇게 당당하고 밝게 살아라 하는 메시지도 은연중에 전달시키고, 더 바랄게 없지 않나 싶어요.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이 책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

파란놀 2011-06-12 0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난 작품도 있는데, 때때로 조금 '떨어지는' 작품도 있어요.
한 사람이 모든 작품을 가장 훌륭하게 다스리지는 못하기도 할 테지만,
삶을 바라보는 눈길에서 조금 더 따스하면서 너그러울 수 있다면
아쉽다 느낄 작품이 없을 수 있었으리라 하고 생각해 봅니다...

hnine 2011-06-12 12:01   좋아요 1 | URL
작가도 일정 수준의 작품을 찍어내는 기계가 아닌 이상 그런 차이가 분명히 있겠지요.
삶을 바라보는 따스하고 너그러운 눈길, 이라는 말씀에 왜 제 고개가 수그러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리프 2011-08-23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엄마는 뭐든지 자기 맘대로야 도 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hnine 2011-08-23 14:04   좋아요 1 | URL
아, 저는 못 읽어본 책이네요. 그것도 접수합니다. 알려주셔서 감사드려요.
 

 

 

출렁거림 없을 것이란 나이에 이르러서도 

나 여전히 이렇게 출렁거리는 것에 대해 

너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가 출렁거릴 때 

혹은

죽은 듯이 조용할 때에도 

한번도 내색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너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는 그렇게 너를 지키고 

또 나를 지켜왔다고 

말하려 하느냐   

 

 

 

 

 

  

 

 

 

 

 

 

 

 

 

 

 

 

... 기분도 그런데,
지금 보관함에 담아 놓은 책들,
확! 다 사버릴까? 생각중이다....
생각만 해도 후련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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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mee 2011-06-07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기분이 <그런>이유는?
책 사는걸로 후련해지면 당연히 다 사야지~~

hnine 2011-06-08 02:47   좋아요 0 | URL
뭔가 지르고 싶을 때 있잖아,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이지.
하루 에너지 다 소진하고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바로 그럴 때 종종 이렇게 뭔가를 지르고 싶어지더라고.

순오기 2011-06-08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반가운 스누피, 예전에 이미지 사진이었던 거 맞지요?
책 사는 걸로 후련해지면 당연히 다 사야지~ ^^

hnine님은 이미 시인이어요~~~~

2011-06-08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6-08 02:52   좋아요 0 | URL
저 스누피 그림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데 저는 저 그림이 아무리 오래 보고 있어도 질리지도 않고 좋아요.
보관함에 있던 책중 장바구니에 네권 (산대장 솔뫼 아저씨의 자연 학교, 강심장이 되라, 40대를 위한 가슴이 시키는 일, 중학생 톡톡톡, 이렇게 네권인데 모두 신간이지요? ^^) 담아놓는 것으로 오늘은 진정이 되었습니다 ㅋㅋ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turnleft 2011-06-08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갑도 후련해 질까봐 걱정이네요;;
그래도 한 번 후련~하게 기분 푸시는 것도 좋죠 ^^

hnine 2011-06-08 02:54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게 쉬이 후련~하게 기분 못푸는 성격이라는 것이, 그것이 문제입니다 ㅠㅠ 말씀처럼 지갑 후련해질까봐 6월 9일 이후로 며칠 참아야겠어요.

프레이야 2011-06-08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내색을 잘 하지 않는 성격 같아요.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내색도 하고 표현도 하고 그러시길요.^^
좋은아침이에요. 오늘 할 독서동아리 책 읽느라 어제 아주 늦게 잤어요.
머리가 띵~하지만 기분은 밝게 가질래요.
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리고 책도 질러버리세요.ㅎㅎㅎ

hnine 2011-06-08 21:18   좋아요 0 | URL
내색 안하기가 내색 하는 것보다 훨씬 쉽고 저단수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어요.
자기 생각을 제대로 적절하게 내색할 수 있는 것이 훨씬 고단수라는 것을요. 저는 그게 참 안돼요 ㅠㅠ
독서동아리 하시는군요? 책은 겨우 보관함에서 장바구니로 옮겨 담아놓고 지갑이 채워질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stella.K 2011-06-08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님의 신가요? 조타! 어떻게 생각하느냐...흑~

저는 마일리지 만기가 얼마 안남은 게 있어
얼마전 지르고 오늘 배송인데 이상하게 오늘은 아주 좋은 느낌이 아니네요.
이런 독촉에 의해 사는 건 별론 것 같아요.
그래도 가끔 기분이 그럴 때 지르는 것도 나쁘지 않죠.^^

hnine 2011-06-08 21:21   좋아요 0 | URL
저 아니면 누가 저런 유치한 시를 쓰겠습니까 ㅋㅋ
무슨 책을 지르셨는지 궁금하네요. 만기 될때까지 안건드린 마일리지가 있었다니 와~ 전 조금 쌓이기가 무섭게 쓰고 있는데.
제가 안쓰면 제 아이것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지를 책은 늘 넘쳐나요.

무스탕 2011-06-08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무심코 알라딘 문자 보내기를 하려고 봤더니 30건밖에 유효숫자가 없는거에요.
이게 뭔일이지..? 자세히 뒤져봤더니 글쎄 제가 실버로 떨어졌지 뭐에요?!
으아~ 얼마만에 실버가 된건지.. ^^; 그렇지만 얼마 못가서 바로 골드로 올랐어요 ㅠ.ㅠ
올해엔 사 놓고 안 본 책을 치우자, 결심해서 책을 최대한 구매하지 않고 있는데 그래도 꾸역꾸역 책장은 채워지고 터져가고 있네요.

후련해진 지갑대신 마음이 빵- 터지도록 부풀어 오를테니 한쪽눈 질끈 감고 지르세요 :)

hnine 2011-06-08 21:23   좋아요 0 | URL
저도 알라딘에서 무료문자 보내기는 늘 앞당겨서 다 소진시키지요 ^^
지성이랑 정성이 참고서 구입만 해도 꽤 될 것 같은데 실버로 떨어지는 일이 발생했군요. 그러고 보니 저의 등급을 저도 모르겠네요. 한번 확인해봐야지, 저도 혹시 실버 아닌지 모르겠어요 ㅋㅋ 그런데 뭐 사실, 실버면 어떻고 브론즈면 어떻겠어요~

2011-06-08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6-08 21:27   좋아요 0 | URL
설익은 글을 가지고 좋다고 해주시니 보여질 것 알면서 올려놓고도 쑥스럽네요.
저는 제 나이쯤 되면 뭐랄까, 평정심? 그런 것이 어느 정도 생겨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평정심은 커녕, 더 심각한 출렁거림에 늘 위태위태 하고 있네요. 아직 한~참 멀었어요.
보관함에 책 엄청 많은데요? ㅋㅋ
 

 


열세 살. 요즘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들의 세계는 어떨까? 아이들 마다의 차이가 점차 두드러져 가는 시기. 그래서 같은 교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아이들. 그들의 보이지 않는 세계.
작품의 취지는 그러했을 것이나 기대만큼 내용이 흥미있게 펼쳐지지는 않았다는 생각. 다른 작품에서 다 한번 다뤄졌던, 익숙한 사건들의 구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아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써보고 싶은 내용이 아닐까. 

 이 작가의 작품으로는 내가 맨 처음 읽은 <할머니의 레시피>가 가장 좋았고 최근에 <꿈을 찾아 한걸음씩>에 이어 세번 째 읽은 책이다. 

 

 

  

제목도, 그림도 벌써 심각하다.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개념을 아이들에게 도입하기엔 이렇게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좀 더 가볍게 의인화하면 더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표정없는 얼굴들이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무거워보였다. 

 

 

 

 


이렇게 사랑스런 책이라니. 어딜봐도 학습서 또는 지식 전달을 위한 책으로 보이지 않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러 가지를 알게 된다. 사랑스런 리네아의 말을 통해서, 그리고 블룸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서.
집에서 볼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의 씨를 가지고 이 아이는 정말 여러 가지를 직접 손으로 길러내고 있다. 잘 모르겠는 것은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물어봐가면서. 씨앗에도 사람처럼 이름을 붙여 주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때로 경주도 시키고, 신기하고 놀라워 팔짝팔짝 뛰어가면서. 이보다 훌륭한 생명 교육이 어디 있을까 싶다. 단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에게도 말이다.내 손으로 직접 키워봐서 말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 줄 알았는데 기분 좋아할 때도 있고 시무룩할 때도 있고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떻게 보살펴 주느냐에 따라 달리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을 치유하는데도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어느 콩깍지에나 처음 심었을 때와 똑같은 콩이 들어있겠지요. 깜짝 놀랄 만한 일이잖아요? (16쪽)

 바로 이런 일로 깜짝 놀라보아야 한다.

금방 잎이 시들기 시작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와 헤어져 충격을 받고 있을 뿐이니까요. (22쪽)

 '식물도 살아있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반응을 할 줄 압니다.' 이렇게 쓰는 것과 얼마나 다른가.
콩껍질 속의 배젖을 씨눈이 발아하는데 필요한 '도시락'이라고 표현한 것은 또 어떻고.

경기 결과. 아놀드가 쉽게 이겼습니다. 에밀은 2등, 그리고 니키는 꼴찌를 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물을 충분히 주지 않아서 말라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21쪽)

 여기 말하는 아놀도, 니키, 에밀은 모두 씨앗에 붙여준 이름들이다. 누가 잘 자라나 경주를 시킨 결과를 적고서 잘 안 자란 것은 왜 잘 안 자랐는지 이유를 찾아보려고 한 것, 이것이 바로 과학의 출발 아니겠는가?

식물의 그림 역시 너무 자세한 묘사화와 너무 단순화 시킨 일러스트레이트의 중도를 잘 잡아서 적당한 정도로 특징을 잘 잡아 그려주고 있다. 이런 책에서 그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말이다.
별을 열개 쯤 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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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6-0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분석을 하시며 보시네요.
특히 신기한 식물일기는 강의를 듣는 느낌이에요
저는 그냥 좋다라는 느낌 뿐이어서
표현을 못하고 구체적이질 못하는데 부럽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식물일기 멋진데요.

hnine 2011-06-05 11:5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은 식물 많이 키워보셨으니 <식물일기>가 더 실감 나실 것 같아요. 마구 사서 뿌리고 싶은 책이랍니다 ^^

순오기 2011-06-06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한 식물일기는 모네의 정원에서 나온 소녀가 표지에 있는 걸 보니 같은 화가인 듯하네요. 모네의 정원에서 만난 소녀가 반가워서 한마디...^^

hnine 2011-06-06 04: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같은 저자, 같은 화가이지요. 당장 식물을 키워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어요.

파란놀 2011-06-12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네아 식물일기 세 권은 무척 훌륭해요. 100점 만점에서 98점을 받을 만큼 아름답지요. 아쉬운 2점은 이 리네아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 덧보태어 나중에 새롭게 일구면 될 테지만, 98점이 어떻게 98점이 되는가를 헤아릴 수 있으면, 책과 삶과 사람을 보는 눈길을 저마다 예쁘게 돌볼 수 있다고 느껴요...

hnine 2011-06-12 12:03   좋아요 0 | URL
98점! 100점 보다 더 훌륭한 점수이군요. 읽는 사람의 몫도 남겨주었으니까요.
그림도, 글도, 더 빼고 넣고 할 것 없이 통째로 사랑스런 책입니다.
 
클론 - 엽록소 인간 제1권 작은거인 청소년소설 1
최정원 지음 / 작은거인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SF 를 공상 과학 소설이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공상이 나쁜 것도 아닌데 어딘지 가볍게 생각되었다. 요즘의 SF를 혹시 그런 선입관을 가지고 대하면 큰코 다친다. 예전에 싱커를 읽으면서도 작가 소개를 몇번씩 들춰보았었다. 생물학을 전공했나 해서. 싱커의 배미주 작가보다 훨씬 연배로 보이는 이 책의 작가 역시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면서 이런 작품을 써냈으니 얼마나 혼자 공부를 많이 했을까. 또, 소설이라는 것이 어디 배경 지식만 공부해서 되느냐 말이다.
영화 <아일랜드>에서도 그랬듯이 클론으로 이 세상에 나온 인간들은 자신이 클론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 책에서도 항아라는 아이를 위해 클론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항아. 두 항아가 서로 만나 서로의 처지를 애틋하게 생각하며 도움을 주려고 한다.

내게 유전자를 준 분들은 있지만 내 부모님은 없고...(250쪽)

 열 몇 살이 되도록 부모님으로 알고 자라던 분들이 자기를 돌봐주도록 만들어진 사이보그이며 자신 역시 어떤 한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클론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여자 아이의 탄식이다. 정자를 선택하여 시험관 수정을 통해 태어나 이 세상에 아빠는 없고 엄마만 있는 아이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상이다. 기니피그로서 사육된 복제인간 항아가 그 대상을 위해 죽을 때가 멀지 않았음을 알고서 남긴 편지가 참 처절하다. 지구는 이미 오염과 자원 고갈로 황폐해졌는데 영생을 누리려는 인간들의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만들어 사람들을 이주시킴으로써 새세기, 엑스성, 21세기 특구 등의 생소한 이름의 지역이 탄생하고 그 중에서도 특권층이 살 수 있는 곳은 따로 존재한다. 여기서 특권층이란 우성의 형질만 가지고 있는 진화한 인류 집단을 말한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더 이상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 처럼 보이는 홀로그램이며, 자기가 로봇인지 사람인지 모르고 사는 시대. 우리는 행복할까? 인간의 생존권은 어디까지이며, 무엇이 행복인가 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현대 생물학이 철학에 접목되는 이유이다.
식량이나 기온을 비롯해서 지구상에 극한 상황이 왔을 때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동물도 아닌 식물일 것이다. 식물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 수 있는 독립영양생물이기 때문. 이것에 착안하여 광합성을 가능하게 하는 엽록소를 인간의 혈액에서 만들어내도록 유전자 변형 인간이 만들어지는 내용이 이 책에 나오는데 과연 그것은 가능할까? 이런 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아마 물과 빛만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우성 형질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광합성에 관련된 유전자가 어디 한 두 가지여야 말이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한계이다. 현재 기술로 엽록소 인간이 만들어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나의 생각. 엽록소인간 뿐 아니라 버섯의 자실체를 혈액에서 만들어내는 유전자 변형 인간도 등장한다. 번식력이 강한 자실체는 인간으로 하여금 보통 인간의 번식 속도를 능가하게 하여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종이 될 것이라는 것. SF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재미는 둘째 치고 보통의 다른 소설을 읽을 때에 비해 뇌의 또 다른 부위가 꿈틀꿈틀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매력있기도 하고 더 피곤하기도 하다.
책 뒤의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사연이 예사 사연이 아니다. 그래서 작가가 후속작을 내놓지 않고 있나? 그렇다면 참 아까운 일이다.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두가지 트집을 잡아보자면 첫째, 클론이라는 제목은 너무 개성없고 성의없어 보이는 제목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너무나 일반적인 용어이기 때문에 마치 연애 소설의 제목을 <사랑>이라고 붙인 꼴이라고 할까. 둘째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도 않을,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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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1-06-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표지만으로는 관심두지 않았을 책이에요. hnine님의 리뷰 보고 마구마구 관심이 생겨서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

hnine 2011-06-05 05:57   좋아요 0 | URL
요즘 책도 마케팅에 매우 신경을 쓰던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쉬워요. 생명공학이나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또 그렇지 않은 사람대로 분명 얻을 것이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극한 상황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은 결국 동물이 아닌 식물일 것이라는 것은 생물학자들 사이에 예전부터 예상되고 있던 바인데 그런 점에서 엽록소 인간에 대한 아이디어도 전혀 엉뚱하지 않고요.
어제 영화 엑스맨을 보고 왔어요. 방사능과 원자력 에너지에 의해 진화가 몇 배속 증가된 각종 돌연변이 인간들 (뮤턴트)이 출현하게 되고 이들이 결국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지배세력이 될 것이라는 얘기인데 공감이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