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요즘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들의 세계는 어떨까? 아이들 마다의 차이가 점차 두드러져 가는 시기. 그래서 같은 교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아이들. 그들의 보이지 않는 세계.
작품의 취지는 그러했을 것이나 기대만큼 내용이 흥미있게 펼쳐지지는 않았다는 생각. 다른 작품에서 다 한번 다뤄졌던, 익숙한 사건들의 구성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도 아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써보고 싶은 내용이 아닐까. 

 이 작가의 작품으로는 내가 맨 처음 읽은 <할머니의 레시피>가 가장 좋았고 최근에 <꿈을 찾아 한걸음씩>에 이어 세번 째 읽은 책이다. 

 

 

  

제목도, 그림도 벌써 심각하다.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이야기를 아이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개념을 아이들에게 도입하기엔 이렇게 추상적인 내용보다는 좀 더 가볍게 의인화하면 더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표정없는 얼굴들이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무거워보였다. 

 

 

 

 


이렇게 사랑스런 책이라니. 어딜봐도 학습서 또는 지식 전달을 위한 책으로 보이지 않는데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여러 가지를 알게 된다. 사랑스런 리네아의 말을 통해서, 그리고 블룸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서.
집에서 볼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의 씨를 가지고 이 아이는 정말 여러 가지를 직접 손으로 길러내고 있다. 잘 모르겠는 것은 할아버지에게 달려가 물어봐가면서. 씨앗에도 사람처럼 이름을 붙여 주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때로 경주도 시키고, 신기하고 놀라워 팔짝팔짝 뛰어가면서. 이보다 훌륭한 생명 교육이 어디 있을까 싶다. 단지 어린이가 아니라 어른에게도 말이다.내 손으로 직접 키워봐서 말 못하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 줄 알았는데 기분 좋아할 때도 있고 시무룩할 때도 있고 그럴 때마다 내가 어떻게 보살펴 주느냐에 따라 달리 반응한다는 것을 발견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을 치유하는데도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어느 콩깍지에나 처음 심었을 때와 똑같은 콩이 들어있겠지요. 깜짝 놀랄 만한 일이잖아요? (16쪽)

 바로 이런 일로 깜짝 놀라보아야 한다.

금방 잎이 시들기 시작해도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와 헤어져 충격을 받고 있을 뿐이니까요. (22쪽)

 '식물도 살아있습니다. 환경이 바뀌면 반응을 할 줄 압니다.' 이렇게 쓰는 것과 얼마나 다른가.
콩껍질 속의 배젖을 씨눈이 발아하는데 필요한 '도시락'이라고 표현한 것은 또 어떻고.

경기 결과. 아놀드가 쉽게 이겼습니다. 에밀은 2등, 그리고 니키는 꼴찌를 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물을 충분히 주지 않아서 말라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21쪽)

 여기 말하는 아놀도, 니키, 에밀은 모두 씨앗에 붙여준 이름들이다. 누가 잘 자라나 경주를 시킨 결과를 적고서 잘 안 자란 것은 왜 잘 안 자랐는지 이유를 찾아보려고 한 것, 이것이 바로 과학의 출발 아니겠는가?

식물의 그림 역시 너무 자세한 묘사화와 너무 단순화 시킨 일러스트레이트의 중도를 잘 잡아서 적당한 정도로 특징을 잘 잡아 그려주고 있다. 이런 책에서 그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말이다.
별을 열개 쯤 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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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6-0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분석을 하시며 보시네요.
특히 신기한 식물일기는 강의를 듣는 느낌이에요
저는 그냥 좋다라는 느낌 뿐이어서
표현을 못하고 구체적이질 못하는데 부럽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식물일기 멋진데요.

hnine 2011-06-05 11:58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은 식물 많이 키워보셨으니 <식물일기>가 더 실감 나실 것 같아요. 마구 사서 뿌리고 싶은 책이랍니다 ^^

순오기 2011-06-06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한 식물일기는 모네의 정원에서 나온 소녀가 표지에 있는 걸 보니 같은 화가인 듯하네요. 모네의 정원에서 만난 소녀가 반가워서 한마디...^^

hnine 2011-06-06 04: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같은 저자, 같은 화가이지요. 당장 식물을 키워보고 싶게 만드는 책이어요.

숲노래 2011-06-12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네아 식물일기 세 권은 무척 훌륭해요. 100점 만점에서 98점을 받을 만큼 아름답지요. 아쉬운 2점은 이 리네아 이야기를 읽은 사람이 덧보태어 나중에 새롭게 일구면 될 테지만, 98점이 어떻게 98점이 되는가를 헤아릴 수 있으면, 책과 삶과 사람을 보는 눈길을 저마다 예쁘게 돌볼 수 있다고 느껴요...

hnine 2011-06-12 12:03   좋아요 0 | URL
98점! 100점 보다 더 훌륭한 점수이군요. 읽는 사람의 몫도 남겨주었으니까요.
그림도, 글도, 더 빼고 넣고 할 것 없이 통째로 사랑스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