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론 - 엽록소 인간 제1권 작은거인 청소년소설 1
최정원 지음 / 작은거인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SF 를 공상 과학 소설이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공상이 나쁜 것도 아닌데 어딘지 가볍게 생각되었다. 요즘의 SF를 혹시 그런 선입관을 가지고 대하면 큰코 다친다. 예전에 싱커를 읽으면서도 작가 소개를 몇번씩 들춰보았었다. 생물학을 전공했나 해서. 싱커의 배미주 작가보다 훨씬 연배로 보이는 이 책의 작가 역시 생물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면서 이런 작품을 써냈으니 얼마나 혼자 공부를 많이 했을까. 또, 소설이라는 것이 어디 배경 지식만 공부해서 되느냐 말이다.
영화 <아일랜드>에서도 그랬듯이 클론으로 이 세상에 나온 인간들은 자신이 클론이라는 것을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 책에서도 항아라는 아이를 위해 클론으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항아. 두 항아가 서로 만나 서로의 처지를 애틋하게 생각하며 도움을 주려고 한다.

내게 유전자를 준 분들은 있지만 내 부모님은 없고...(250쪽)

 열 몇 살이 되도록 부모님으로 알고 자라던 분들이 자기를 돌봐주도록 만들어진 사이보그이며 자신 역시 어떤 한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클론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여자 아이의 탄식이다. 정자를 선택하여 시험관 수정을 통해 태어나 이 세상에 아빠는 없고 엄마만 있는 아이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세상이다. 기니피그로서 사육된 복제인간 항아가 그 대상을 위해 죽을 때가 멀지 않았음을 알고서 남긴 편지가 참 처절하다. 지구는 이미 오염과 자원 고갈로 황폐해졌는데 영생을 누리려는 인간들의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만들어 사람들을 이주시킴으로써 새세기, 엑스성, 21세기 특구 등의 생소한 이름의 지역이 탄생하고 그 중에서도 특권층이 살 수 있는 곳은 따로 존재한다. 여기서 특권층이란 우성의 형질만 가지고 있는 진화한 인류 집단을 말한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더 이상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것 처럼 보이는 홀로그램이며, 자기가 로봇인지 사람인지 모르고 사는 시대. 우리는 행복할까? 인간의 생존권은 어디까지이며, 무엇이 행복인가 하는 근원적인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현대 생물학이 철학에 접목되는 이유이다.
식량이나 기온을 비롯해서 지구상에 극한 상황이 왔을 때 끝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은 그 어떤 동물도 아닌 식물일 것이다. 식물은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 수 있는 독립영양생물이기 때문. 이것에 착안하여 광합성을 가능하게 하는 엽록소를 인간의 혈액에서 만들어내도록 유전자 변형 인간이 만들어지는 내용이 이 책에 나오는데 과연 그것은 가능할까? 이런 인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면 아마 물과 빛만 있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우성 형질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광합성에 관련된 유전자가 어디 한 두 가지여야 말이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한계이다. 현재 기술로 엽록소 인간이 만들어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나의 생각. 엽록소인간 뿐 아니라 버섯의 자실체를 혈액에서 만들어내는 유전자 변형 인간도 등장한다. 번식력이 강한 자실체는 인간으로 하여금 보통 인간의 번식 속도를 능가하게 하여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종이 될 것이라는 것. SF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재미는 둘째 치고 보통의 다른 소설을 읽을 때에 비해 뇌의 또 다른 부위가 꿈틀꿈틀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매력있기도 하고 더 피곤하기도 하다.
책 뒤의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이 책이 나오기까지의 사연이 예사 사연이 아니다. 그래서 작가가 후속작을 내놓지 않고 있나? 그렇다면 참 아까운 일이다.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두가지 트집을 잡아보자면 첫째, 클론이라는 제목은 너무 개성없고 성의없어 보이는 제목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너무나 일반적인 용어이기 때문에 마치 연애 소설의 제목을 <사랑>이라고 붙인 꼴이라고 할까. 둘째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도 않을, 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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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1-06-04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표지만으로는 관심두지 않았을 책이에요. hnine님의 리뷰 보고 마구마구 관심이 생겨서 보관함에 담았습니다. ^^

hnine 2011-06-05 05:57   좋아요 0 | URL
요즘 책도 마케팅에 매우 신경을 쓰던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쉬워요. 생명공학이나 유전자 재조합 기술에 대한 지식이 좀 있는 사람은 그런 사람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또 그렇지 않은 사람대로 분명 얻을 것이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극한 상황에서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은 결국 동물이 아닌 식물일 것이라는 것은 생물학자들 사이에 예전부터 예상되고 있던 바인데 그런 점에서 엽록소 인간에 대한 아이디어도 전혀 엉뚱하지 않고요.
어제 영화 엑스맨을 보고 왔어요. 방사능과 원자력 에너지에 의해 진화가 몇 배속 증가된 각종 돌연변이 인간들 (뮤턴트)이 출현하게 되고 이들이 결국 세상을 이끌어나가는 지배세력이 될 것이라는 얘기인데 공감이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