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학기가 훌쩍 지나가고 4학년이 되었다. 그 해는 무슨 이유인지 따로 반 편성이 되지 않고 3학년 반 그대로 다음 학년 같은 반으로 올라가게 되어 우리 반 아이들 모두 함께 4학년 같은 반, 같은 담임선생님 밑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3학년 때의 할머니 선생님 대신 4학년 담임선생님은 교대를 갓 졸업하신 여자 선생님이었다. 화장기도 없는 앳된 모습은 선생님이라기보다 언니 같고 누나 같아서 이제부터 시작되는 4학년에는 어떤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 같은 기대감을 두배, 세배로 부풀게 하였다. 의례적으로 학년 초에 행해지는 가정환경 조사서가 돌고, 학급 임원 선출이 있고, 나는 또 반장이 되었다. 아마 3학년 때 임원을 해봤던 경험, 그리고 눈에 띄는 개성은 없으나 아이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던 나의 무난한 성격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담임선생님이 반장인 나보다 그녀에게 더 관심을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어떤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기분으로 느껴져 오는 것이다. 그런 느낌을 받는 어떤 한 순간의 횟수가 늘어가고,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라고 믿게까지 되었다. 담임선생님은 나보다 그녀를 더 챙기는 듯 했고 더 아낄 뿐 아니라 어떤 때는 자매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가끔 수업 끝나고 남으라고 하는 사람은 반장인 내가 아니라 그녀였다. 남아서 무엇을 하는지 너무 궁금했다. 하지만 물어본 적은 없다. 내 마음 속 어딘가에 숨어 있던, 그러나 드러나지 않고 있던 열등감이 드디어 표면화 되려 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학급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던 관심 이상의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선생님과 각별한 사이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 나는 화가 나기도 했고 동시에 침울해져갔다.

 

여름 방학을 맞았고 나는 그녀와 여전히 가깝게 지냈다. 부모님께서 모두 일하러 나가시는 것은 우리 집과 같았으나 동생들, 할머니, 도우미 아주머니까지 있었던 우리 집과 달리 그녀 집은 우리들 세상이었으니까. 함께 방학 숙제도 하고 책도 읽었다. 나 말고 다른 친구들이 더 있을 때면 그녀는 마당에 나가 수영을 하자고 했다. 마당이 수영장이 되는 것이다. 그녀가 수영장이라고 하면 물 한 방울 없는 마당이 그 순간부터 수영장이 되었다. 도대체 그녀는 어디서 그런 재주를 배웠단 말인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학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그런 재주를.

그날도 놀다보니 끼니 때가 지난지도 몰랐다.

“우리 짜장면 먹으러 가자.”

놀던 자리에서 손을 툭툭 털고 일어나는 계현이를 나는 무슨 소리인가 해서 쳐다보았다. 중국집 놀이를 하자는건가?

놀이가 아니었다. 지갑을 챙기더니 계현이는 나를 데리고 시장 통에 있는 허름한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옆으로 드르륵 미는 문. 유리문엔 빨간 글씨로 짜장면, 짬뽕, 탕수육 이라고, 메뉴가 쓰여 있었다. 이런 중국집에 와보는 것도 처음이고, 어른 없이 이렇게 뭘 먹으러 식당에 와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우리는 나란히 간짜장을 시켜서 먹었고, 애들끼리 왔다고 이상하게 보지나 않을까 신경이 쓰이는 나와 달리 계현이는 마치 자기 집 방에서 먹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짜장면을 먹었다.

그 다음 들른 곳은 더 어이가 없었다. 그 건물 2층의 다방이었으니까. 요즘 말하는 아저씨 다방 같은 곳인데, 거침없이 들어가 앉더니 생각할 것도 없이 쌍화차를 먹겠다는 것이다. 쥬스나 우유, 코코아도 아니고, 이름도 이상한 쌍화차를, 나도 따라 시켰다. 그 순간엔 그냥 따라하는 수 밖에 없었다.

“아래서 짜장면 먹고 나면 우리 아빠는 꼭 여기 들러서 쌍화차 마셔.”

과연 그녀 말대로 그곳에 여러 번 와보았는지, 계산할 때보니 다방 주인이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도대체가 이 세상에 거리낄 것이 없는 사람 같았다.

결정적인 사건은 겨우 엽서 한 장에서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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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13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서 한 장, 기대되어요.

hnine 2012-07-14 08:18   좋아요 0 | URL
네, '나'는 받지 못하고 박계현만 받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의 엽서랍니다 ^^

책읽는나무 2012-07-14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있잖습니까! 나인님!
드라마도 한 번에 쭈욱 몰아서 보면 드라마 정말 재밌더라구요.헌데 글도 한 번에 상,하권을 쭉 몰아서 읽어야 푹 빠질 수 있어 좋아요.
음~ 나인님의 시나리오도 쭈욱 1회부터 한꺼번에 읽으니 좀이 쑤시네요.ㅠ
다음편 빨리 읽고 싶어서 말입니다.

읽으면서 저 또한 어릴적 친구를 떠올렸습니다.제친구는 2학년때 전학을 왔어요.
그친구는 부산에서 전학을 왔어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더 좁고 작은 동네여서 부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서울과 같은 느낌의 대도시나 마찬가지였죠.^^
내친구도 부자였고(아버지가 공장 사장님이셨으니까요.) 예뻤고,재주도 많았고,항상 자신감에 넘쳤고,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았고(특히 중학교 올라가선 목을 매는 남자들도 많았어요.)
가장 부러웠던 것은 부모님 두 분이 배우뺨칠만큼 미남,미녀이신데다 서울사람이어서 말투도 나긋나긋하면서 참 교양있으신 분이셨다는 것이 가장 부러웠어요.ㅋㅋ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것은 버스에서 내려 친구집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정말 잘생기신 친구 아버지를 만났는데 친구는 얼른 달려가 아빠와 함께 입을 맞추던 모습이 전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암튼..그친구와 단짝인 제가 참 많이 자랑스럽기도 했었지만 줄곧 열등감도 느끼게 해준 친구였다죠?^^ 그친구가 내내 떠올랐네요.그친구는 중학교때 타도시로 전학을 다시 갔는데 그동안 성장하면서 몇 번씩 만날때면 항상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있더라구요.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다는둥,파티를 나가야 한다는둥,살사댄스를 배우고 있다는둥...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친구라는 괴리감은 어릴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더군요.
지금은 그친구는 미국가서 전문직 일을 하고 있다네요.아직 결혼도 안하고 말입니다.ㅎㅎ
혹시나 도움이 되실까 싶어 주절주절 제친구 얘기를 읊어봅니다.^^::

암튼..그친구가 갑자기 떠올라 더욱더 몰입되는 소설이네요.
정말 엽서에는 뭐라고 씌어 있었을까요?

hnine 2012-07-14 15:05   좋아요 0 | URL
책읽는 나무님, 첫회부터 읽어주신 것만 해도 고마운데, 이렇게 기억 한자락까지 풀어 보여주시다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사람들 기억 속에는 여럿이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가봐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는 작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의 하나도, 모두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어떤 부분을 움직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요.
저는 이 이야기의 시작만 제 경험일뿐, 허구가 더 많아요. 어떤 결말이 될지 기다려주세요 ^^
 
여자를 위한 인생 10강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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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니까 4, 50대가 인생의 전성기였어. 바쁘고 힘든 만큼 성취한 것도 제일 많고. 그러니 너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하도록 해. 나중을 위해 미루지 말고.'

지난 주 친정에 갔을 때 올해 일흔 넷 되신 엄마께서 하신 말씀이다. '돌이켜보면'이라고 하신 것은 그 당시엔 모르고 지났다는 뜻일거다.

우리 엄마 연세 정도는 아니지만 나보다 오래 살고, 알고 보니 개인적으로 힘들게 고비를 넘어온 인생 선배의 이야기가 있다. 나는 늘 이런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다.

 

열번의 실패도 인생에선 작은 숫자다.

열번? 백번도 아니고 열번? 실패의 규모를 따지지 않더라도 열번 정도 실패를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우리는 실패하는 매번 절망하고 바닥까지 내려가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느낌에 허우적거린다. 그럴 때는 현재의 암울한 상황에 갖혀 그것만 볼게 아니라 멀게, 인생의 종착역을 그려본다. 아무리 좋은 길만 달려왔어도 마지막 종착역에 도달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그러니 도중에 부딪히는 장애때문에 인생 다 산 것 처럼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마음 속의 모든 화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자기를 일으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즉 방법을 남에게서 찾으려 하지 말고 나에게서 찾으라는 말이다.

 

척박한 땅에서 핀 꽃이 더 향기가 짙다.

여성의 역사는 통증의 역사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말 자체가 통증을 유발하는구나. 남자와 여자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면서, 남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여성보다 쾌감을 더 느낀다는 말을 인용하였다. 반면 여자는 문제 해결 자체보다도 남에게 문제를 털어놓고 공유할 때 스트레스가 해결된다는 것.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여자들 있을까?

 

물은 1도만 모자라도 끓지 않는다.

흔히 2%가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거의 근접했으나 약간의 차이로 완성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고 또 경험하는가. 겨우 2%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그 2%까지 다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이상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늙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다.

아무렴.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외모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주얼'이 중요하다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지나치게 중요시 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 내면에서 뿜어나오는 향기 아닐까? 가족은 상처이면서 자존심이라는 것, 그래서 그 가족을 상처의 원천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래서 어머니라는 이름보다 더 높은 자리는 없다고 했다.

 

행복은 여자가 창조하는 신화다.

꼭 여자가 아니더라도, 행복은 기성품이 아니라 스스로 맞춰 입는 옷 같은 것. 움직이는 나룻배. 내쪽으로 밀려 와줄 때를 기다리지 말고 내 손으로, 내 쪽으로 끌어당기면 어떨까.

 

여자가 웃으면 세상도 웃는다.

결혼은 인생의 가장 큰 프로젝트라고 한 것은,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것, 그 단계보다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나서, 그 결혼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과정, 노력, 그것을 '프로젝트'라고 지칭했다고 생각된다. 내가 정한 원리 원칙에 따라 하나의 틀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준해서 일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말라. 그것도 나쁘지 않다. 인간의 성격에 새로운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열린 마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변화에 대한 준비. 이런 것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일게다.

 

마음속 자궁으로 남자를 품으라.

여기에 속해 있는 작은 제목들만 보아도 대번에 무슨 뜻인지 전달이 된다. 즉, 말을 참아서 담쌓지 말자, 남자는 70세가 넘어도 어린아이다, 그리고 멋있는 아들을 만들려면 남편부터 멋있게 만들라. 내가 제일 겁나는 말은 마지막 말이다. 결국 자식은 부모를 보고 큰다는 것이다. 남편을 포기하고 아들을 멋있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대하지 말라는것. 혹시 아들 앞에서 남편을 깎아내리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여 자기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하루에 한 시간, 인생이 달라진다.

매일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때문에 나는 나의 새벽 시간을 스스로 골든 타임이라고 여기고 있다. 비록 아침이 오고 저녁으로 갈수록 기분은 다시 저조해지지만 매일 새벽 눈을 뜰때의 그 새로 태어난 기분은 하루를 지탱해주는 약발이다. 매일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이건 마음 먹는다고 억지로 되지 않는다. 누가 만들어주기를 기다려서도 안된다. 돈보다 가슴뛰는 일을 찾아서, 하루에 한 시간 그것에 투자할 대상을 만드는 것이다.

 

일어나라, 하고 싶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제목도 참 잘 정했다. 내가 주저 앉아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잘 될리가 있겠는가. 자기 인생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더 이상 연민을 가지고만 대하지 말고, 일어나는 것이다.

 

그대의 꿈은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구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배부른 고민인가 해서 말하기 부끄럽기도 하고, 나이 먹느라 그런가 여기려니 더 나이드신 분도 계신데 건방진 것 같지만, 요즘 나는 사는게 무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딜 바라보고 살아야 하나, 이런 답 없는 물음에 골똘히 빠질때가 많다.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이 저렇게 열심히 매달리는 일이 과연 다른 것을 포기할 만큼 대단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고, 열심히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보면 왜 한번 뿐인 인생을 저렇게 살까 생각이 드니, 내가 함정을 파고 내가 빠져 허우적 거리는 꼴이다. 이 세상에 그렇게 매달려야 할만한 일이라는게 있을까 싶은거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마음 상해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뭔가 나를 일으킬만한 일들이 없을까 오히려 눈을 더 크게 뜨기도 한다.

책 표지의 여인이 그런 나를 봐주는 것 같았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던 저자였는데, 그가 하는 말들이 단순히 머리로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가 그동안 견뎌낸 삶에 대해 알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난 소감은,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라는 거. 그걸 실천하는 것이 문제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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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13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륜이란 말이 그냥 오는 게 아니더라는 걸 실감해요.
인생선배의 드라마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참 감탄스럽더라구요.

마음의 자궁으로 남자를 품으라. 말을 참아 담 쌓지 마라!!!
이 말 새기고 갑니다, 나인님.^^

hnine 2012-07-14 08:17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도 신달자님의 이야기를 읽거나 들으셨군요.
짧지도 않은 시간을 어찌 그리 사셨나 싶더라고요.
연륜이란 말에는 자기가 직접 녹아들어 있어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보다 나이 든 사람의 말은 뭐든 경청하게 되네요.

파란놀 2012-07-14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두 스스로 바라는 대로 살아가요.
생각이 없든 생각이 있든
스스로 가장 좋다고 여기는 대로 살아가겠지요.

hnine 님도 hnine 스스로 가장 사랑하는 길에서
가장 좋은 하루를 누리리라 믿어요

hnine 2012-07-15 07:04   좋아요 0 | URL
스스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아는 것도 살다보니 하나의 고비가 되기도 하네요. 가장 사랑하는 길에서 산다기 보다, 가장 사랑하는 길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길에서 사는, 저 같은 사람도 있나봐요.

댈러웨이 2012-07-1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제목도 그 제목이지만, <여자가 웃으면 세상도 웃는다>도 정말 좋은데요.
그러니까, 저는, 웃어야 하는 거군요. ^^

hnine 2012-07-15 07:07   좋아요 0 | URL
굳이 여자가 아니더라도 '내가 웃으면 세상도 웃는다' 라고 해도 되겠지요.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는 어색해서 그런지 웃음이 오히려 헤프게 잘 나오는 편인데, 그래서 저를 잘 웃는 사람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정작 저는 세상을 향해 웃음을 지어본 일이 있었나 싶네요.
 
나는 아름답다 사계절 1318 문고 14
박상률 지음 / 사계절 / 2000년 4월
평점 :
절판


박상률. 시인이자 소설가.

언제이던가, 먼저 읽은 그의 소설 <밥이 끓는 시간>은 제목만큼이나 아련하고 애틋했다. 그의 다른 작품도 기회가 되는대로 읽어보아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밥이 끓는 시간>과 함께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알려져 있는 <봄바람>이나 이 책 <나는 아름답다>가 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침내 읽어본 <나는 아름답다>는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2000년에 처음 나왔는데 내용은 주로 작가의 성장기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 담박에 느껴질 정도로 옛날 시대 배경이 느껴졌다. 그건 아무래도 괜찮다. 그의 문장력, 그리고 과장이나 흥분없이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작가 특유의 방식이 나름대로 개성을 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책 한권이 끝나갈때까지 그 이상의 어떤 소설적 요소가 한번 제대로 드러나주길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습작생도 아니고 그 정도 되는 중견 소설가도 여기서 머무르고 말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 태생 열 여덟살 선우. 농사를 짓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다가 더 나은 환경에서 공부하기 위해 도시로 나와 하숙을 하며 학교에 다닌다. 고된 농사일과 집안 일로 여유없는 생활이긴 하지만 늘 강인하기만 한 줄 알았던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도시 생활에도 적응을 못하는 선우는 어디에도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겉도는 생활을 한다. 이 세상에 내 의지로 되는 일은 없고, 결국 세상 돌아가는 것에 그저 나를 내맡기고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감, 소통의 부족,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선우를 꽉 채우고 있는 상태. 혼자 있을 때가 많고 생각이 많아 보이는 이런 선우에게 하숙집 주인 딸 홍미는 관심을 넘어선 호기심을 가지고 계속 유혹의 시도를 하고, 담임 선생님은 부모님이 학교에 안 찾아오신다는 이유로 선우를 대놓고 차별한다. 열여덟살 선우가 혼자 감당하기에 버거운 현실이다.

선우가 유일하게 키우고 있는, 시인이 되고 싶은 꿈, 여선생님이 별로 안계신 남자 고등학교에서 미혼인 여자 미술 선생님에 대한 동경, 미술 선생님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 등.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이 책에만 나오는 새로운 이야기란 없다. 그점이 아쉽다. 자기의 경험을 쭉 나열해놓은 느낌을 주는 글이란 초보 단계의 습작생에게서 흔히 보이는 현상 아닌가 했는데, 이 작가의 작품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줄이야. 아 참, 선우와 서로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던 수현이란 여학생이 몸이 약하여 결국 일찍 세상을 떠나는 대목도 나온다. 독자가 예상할 수 있는, 들어갈 만한 것들은 다 들어간 셈이라고 할까?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야기를 짓는데는 자기 경험 한 자락을 시작으로 할 때가 많다지만 그것은 '시발자'의 역할에서 충분하다. 작품 전체가 그것에 끌려가면 안 될 것 같다. 수필이냐 소설이냐 가르는 하나의 요소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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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그녀의 무엇이 부러웠을까.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부러웠을까? 지금도 나는 정확히 그 기분을 내 언어의 범위에서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다. 이 아이한테는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다는 느낌?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느낌? 그러면서 불안 한 자락이 나를 휩싸오는 것을 느꼈던 것은, 내가 속해 있는 세상이 최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기 때문 일거다.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하지 말라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고 내가 해야 하는 일을 게을리 하는 일도 없었다. 밖에 나가 노는 것보다는 집에서 혼자 책을 읽는 쪽을 알아서 택하는 아이였으니 늘 칭찬과 기대를 받았다. 그런 칭찬과 기대는 어느 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보다는 무엇을 해야 하나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게 만들었다. 열 살 갓 넘은 나는 이미 열 살 갓 넘은 아이가 아니었다.

그녀가 전학 오고 나서 첫 학기는 그래도 내가 일등의 자리를 유지했지만 그녀와 별로 큰 점수 차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녀의 주위엔 늘 친구들이 따랐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녀는 힘들이지 않고도 옆에 있는 사람을 재미있게 했다. 일부러 웃기는 말이나 행동을 지어내서가 아니라 그녀는 그녀 자신을 결코 심심하게 두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 10분동안  필통 속의 연필이라도 꺼내어 사람을 대신해 놀고는 했다. 연필 사람을 손에 쥔 그녀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즉흥적인 대사가 흘러나왔고 그럴 때 그녀는 무대 위 연극 배우 같았다. 자신의 놀이에 몰입해있는 그녀의 모습은, 경이로왔다.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마포지방법원 전화번호를 알아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박계현 검사님과 통화하고 싶은데 구내전화 몇 번으로 걸어야 하나요?”

일단 대표 전화 번호로 건 후 교환원에게 물어보았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연결해드리겠습니다.”

곧 통화 연결음 신호가 들려 왔다.

“박계현 검사님 사무실 김OO입니다.”

웬 남자의 음성이다.

“아, 여보세요? 박계현 검사님, 자리에 계신가요?”

막상 전화를 걸고 나니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고 있었다. 누구시냐, 무슨 일로 그러시냐는 의례적인 물음에 대충 얼버무리고 잠시 기다리라고 했고, 기다리고 있는 동안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까. 이러다가 내가 제발 그냥 끊어버리게 되지만 않기를 바라고 있을 때 수화기 저편에서 웬 씩씩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박계현입니다.”

낯선 음성이었다. 하긴 20년도 더 전의 목소리가 그대로이기를 바랄 수는 없겠지.

“저, 안녕하세요? 저는 김나영이라고 하는데요. 친구를 찾고 있어요. 혹시 3,4학년을 서울 OO초등학교에 다니지 않았나요? 제가 아는 친구가 맞나 해서 그러는데요.”

“서울 OO 초등학교라고 하셨습니까? 저는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나왔습니다만.”

아, 그러고 보니 말투에서 부산 억양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니구나. 내가 찾는 그 박계현이 아니었어.’

실망했던가? 아니면 안도의 한숨이었던가. 나는 실례했다는 말로 황급히 전화를 끊고 긴 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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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11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사람으로서 반가움이 ㅎㅎ
그런데 찾던 박계현이 아니군요. 점점 재미있어져요.

hnine 2012-07-11 21:07   좋아요 0 | URL
에궁,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프레이야님, 부산 토박이시군요 ^^
지금 생각으로는 박계현을 찾아내는 것으로 마칠까 생각 중이랍니다.

프레이야 2012-07-12 19:35   좋아요 0 | URL
토박이는 아니고 출생지는 서울이에요.
5살적 아빠의 사업 실패로 엄마의 친정 가까이로 이사를 왔다고 해요.
7살에 입학한 초등학교부터 주~욱~ 부산에서 다녔지요. 세상은 넓은데 왜 이리 좁은 구석에서만 살고 있는지 몰라... 흑흑 ㅠ
타도시에서 살아보고 싶어요.ㅎㅎ

hnine 2012-07-12 22:1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시군요. 서울에서 부산으로, 대도시로만 다니셨어요 ^^
7살에 입학하셨다니 저보다 학교는 선배시겠어요.
(저도 사실 7살에 입학했다가 엄마께서 보시기에 안되겠다 싶으셨는지 그만두게 하시고 1년 후 8살에 제대로 입학시키셨대요 ㅋㅋ)
타도시 어디에서 살고 싶으신지...저는 어줍잖게 타도시 몇군데를 다녀봐서 그런지 제가 나고 자란 곳이 제일 편하더라고요.

순오기 2012-07-1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초등친구 박계현이 아니었군요. 휴~~~
1.2.3.4회 좌르륵 읽으며 덩달아 마음이 들썩여지네요.^^

hnine 2012-07-12 09:46   좋아요 0 | URL
좌르륵,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예, 주인공 아이가 머리 속으로 그리던 시나리오대로 되지 않았어요 ^^

2012-07-12 0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12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2-07-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시간을 좀 넉넉히 가지고 1편부터 읽어보려 ..오늘밤에 다 읽었습니다.
아.. 읽으면서 저의 초등학교 시절이 문득..
네 .. 정말 그런 친구들이 있었어요.. 나와는 정말 다른 세상..
전학을 왔는데 어떻게 한달 만에 보는 시험에서 전교 1등을.. ㅠㅠ
게다가 제가 가장 모자라는 체육과 미술 ..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까지 겸비한 ..

그 친구는 지금 무얼할까.. 어느 곳에서.. 하는 생각을 읽는내내 저도 해보았습니다.

박계현 검사가 그 친구가 아니면 .. 그 친구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지...
그걸 떠나 앞으로의 이야기들이 저도 무척 궁금해집니다.. ^^
음.. 슬쩍 그 박계현 친구보다 소설속의 나의 이야기들.. 도 더욱 듣고 싶어집니다.. ^^

hnine 2012-07-13 09:39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번 기회에, 그런 친구를 마음 속에 담고 있는 분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단순한 경험담이 아니라 '이야기'가 되게 하려면 좀 더 극적이고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야 할텐데...머리가 잘 안돌아가네요 ^^

비로그인 2012-07-14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주인공 소녀가 저랑 무지 닮았어요. 지금도 엄청나게 아쉬워하고 있는 또 다른 삶, 생동감이 넘치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누군가의 영혼. 계현이라는 친구가 제게 그때의 시간을 다시 겪어보게 만드네요. 지금도 그렇고 어떻게 사는게 정말 이 삶을 생생하게 사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저도 누구 말 어긴 적도 없고, 해야하는 일 게을리 한 적도 없는데, 그런데도 늘 나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주변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뭘까요?

hnine 2012-07-15 07:10   좋아요 0 | URL
수다쟁이님, 늘 나보다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 같은 생각은 제 경우엔 마흔 정도 넘어서 안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행복을 누려서가 아니라, 우리가 보는 그 행복해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자기 몫의 걱정이 있고 고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계현이라는 친구도 아마 그랬을거고요.
 

 

 

그날 신문에서 그 기사를 보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그날까지 넘겨야 하는 번역물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우고 컴퓨터에 앉아 있던 나는, 아파트 현관 문 밖에 툭 신문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서야 새벽 5시가 되었음을 알았다. 자리에서 일어나려니 다리뿐 아니라 온 몸에서 쥐가 나는 것 같았다. 발 디딜 때마다 찌릿찌릿하는 것을 느끼며 신문을 집어 들고 와 마루의 어항 불빛 아래에서 신문을 펼쳐 놓고 무심히 지면을 넘기고 있었다. 기사를 눈으로 훑고 지나가다가 이번에 새로 탄생한 부부 법조인을 소개하는 제목을 보았는데 언뜻 ‘마포 지검의 박계현 검사와’ 라는 글자가 눈에 스치고 지나갔다. 기사 옆의 사진은 흑백인데다가 단체 사진이어서 얼굴을 확실하게 확인하긴 어려웠지만 나는 그 사진에서, 그리고 그 기사에서 한동안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박계현. 검사가 되었구나. 그래, 그럴 만 해. 뭔가 한 자리 할 거라 생각했어.’

그녀의 신분과 소재지를 알게 되자 전혀 생각지도 않던 마음의 움직임이 느닷없이 일어났다. 그녀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어떻게 그녀는 내가 취약했던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수 있었는지. 아니, 그녀에게 뛰어나지 않은 것은 없었다. 특히 그녀의 미술 실력은 그 당시 이미 초등학생의 수준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나는 방과 후 일주일에 두 번 피아노를 배우러 다녔고 그녀는 화실엘 다니고 있었다.

“화실엔 일주일에 몇 번 가?”

나와 달리 매일 화실에 가는 것 같기에 물어보았다.

“매일”

“매일? 매일 가는 화실 많지 않은데. 나는 피아노 월요일이랑 목요일에만 가거든.”

“우리 화실도 원래 그럴 거야 아마. 일주일에 두 번인가, 한 번인가. 그런데 나는 매일 가고 싶어서 매일 가.”

내가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한다는 그 자신감 역시 나에게는 없는 것 중 하나였다.

그녀 화실에 한번 따라 간 적이 있었다. 같이 숙제를 마치고 뭘 할까 하다가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는지 그녀는 갑자기 화실엘 가자고 하며 내 손을 잡아끌었다.

화실은 보통의 가정집 같이 생긴 곳 2층에 있었다. 밖으로 통해 있는 계단을 올라가니 옥상이 나왔고 작은 간판이 붙어 있는 화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수업이 없는 날인지, 아직 문 열 시간이 아니었는지, 화실에 다니고 있는 계현이가 그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좀 어이가 없었다. 당연히 다시 돌아 나올 줄 알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그녀는 발길을 돌리는 대신 화실이 있는 옥상 마당에 가지고 간 화구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보통 우리가 쓰는 것보다 두 배는 돼 보이는 커다란 스케치북과 물감, 팔레뜨, 붓통을 늘어놓고 쪼그리고 앉았다. 그러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림은 꼭 화실 안에서만 그리란 법 있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초록색, 파란색, 붉은색, 서너 가지 물감들을 풀어놓고 물을 섞으니 모두 맑음이라는 새로운 색으로 변신한 것 같았다. 그 색들이 그녀의 붓을 따라 종이 위를 채워 나가는 동안 나는 잠자코 서서 그녀의 그림을, 그림 그리는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한없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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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09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사가 되었군요. 앞으로의 행로가 점점 궁금해져요.^^

hnine 2012-07-10 05:51   좋아요 0 | URL
검사가 되었을까요? ㅋㅋ 지켜봐주세요~

하늘바람 2012-07-0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검사가 된 친구라
오호 정말 점점 궁금한데요 그림까지 잘그렸던 친구.

hnine 2012-07-10 05:52   좋아요 0 | URL
저는 늘 그림 잘 그리는 사람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아무때나 저렇게 그림 잘 그리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불쑥불쑥 떠오른답니다.

비로그인 2012-07-0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는 나에게 한없는 부러움의 대상처럼 그려지네요. 왠지 그런 그녀가 한순간 왈칵, 하고 마음의 상처를 풀어낼 것만 같아요. (멋대로 추측 ㅎㅎ) 아무튼, 소싯적 제가 부러워했을 누군가를 자꾸만 떠올리게 만드네요. 아주 어렸던 저는 그런 아이와 친구를 하는 것조차 맘상해하는 예민한 아이였던 것 같아요 ( '')~

hnine 2012-07-10 05:52   좋아요 0 | URL
아, 부러워하는 아이와는 친구를 하는 것 조차 맘 상해하는 예민한 아이...또 하나의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무스탕 2012-07-09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그녀가 부러워지고 있어요.
모두가 맑음이라는 색을 만들어 내는 재주라니요!!!

hnine 2012-07-10 05:55   좋아요 0 | URL
저 대목은 저 학교 다닐 때 반에 그림을 무척 잘 그리던 친구를 연상하며 썼는데, 정말 그 애는 물감을 풀어서 물과 섞어만 놓아도 벌써 다른 아이들과 그 색깔이 달라보이는 것 같았어요. 물처럼 맑아보이는...

마녀고양이 2012-07-09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인언니, 소설 연재 시작하셨군요.
글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

hnine 2012-07-10 05:56   좋아요 0 | URL
깜짝 놀래켜드렸군요 제가 ㅋㅋ
알라딘 서재 생활 오래 하다보니 이제 제가 겁나는게 없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