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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인생 10강
신달자 지음 / 민음사 / 2011년 6월
평점 :
'돌이켜보니까 4, 50대가 인생의 전성기였어. 바쁘고 힘든 만큼 성취한 것도 제일 많고. 그러니 너도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 하도록 해. 나중을 위해 미루지 말고.'
지난 주 친정에 갔을 때 올해 일흔 넷 되신 엄마께서 하신 말씀이다. '돌이켜보면'이라고 하신 것은 그 당시엔 모르고 지났다는 뜻일거다.
우리 엄마 연세 정도는 아니지만 나보다 오래 살고, 알고 보니 개인적으로 힘들게 고비를 넘어온 인생 선배의 이야기가 있다. 나는 늘 이런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다.
열번의 실패도 인생에선 작은 숫자다.
열번? 백번도 아니고 열번? 실패의 규모를 따지지 않더라도 열번 정도 실패를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우리는 실패하는 매번 절망하고 바닥까지 내려가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은 느낌에 허우적거린다. 그럴 때는 현재의 암울한 상황에 갖혀 그것만 볼게 아니라 멀게, 인생의 종착역을 그려본다. 아무리 좋은 길만 달려왔어도 마지막 종착역에 도달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그러니 도중에 부딪히는 장애때문에 인생 다 산 것 처럼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마음 속의 모든 화를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자기를 일으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즉 방법을 남에게서 찾으려 하지 말고 나에게서 찾으라는 말이다.
척박한 땅에서 핀 꽃이 더 향기가 짙다.
여성의 역사는 통증의 역사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말 자체가 통증을 유발하는구나. 남자와 여자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면서, 남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여성보다 쾌감을 더 느낀다는 말을 인용하였다. 반면 여자는 문제 해결 자체보다도 남에게 문제를 털어놓고 공유할 때 스트레스가 해결된다는 것.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 여자들 있을까?
물은 1도만 모자라도 끓지 않는다.
흔히 2%가 부족하다는 말을 한다. 거의 근접했으나 약간의 차이로 완성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우리는 얼마나 많이 보고 또 경험하는가. 겨우 2%라고 말할 지 모르지만 그 2%까지 다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그 이상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
늙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것이다.
아무렴. 여자는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고 저자는 말하는데, 외모의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비주얼'이 중요하다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지나치게 중요시 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 내면에서 뿜어나오는 향기 아닐까? 가족은 상처이면서 자존심이라는 것, 그래서 그 가족을 상처의 원천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래서 어머니라는 이름보다 더 높은 자리는 없다고 했다.
행복은 여자가 창조하는 신화다.
꼭 여자가 아니더라도, 행복은 기성품이 아니라 스스로 맞춰 입는 옷 같은 것. 움직이는 나룻배. 내쪽으로 밀려 와줄 때를 기다리지 말고 내 손으로, 내 쪽으로 끌어당기면 어떨까.
여자가 웃으면 세상도 웃는다.
결혼은 인생의 가장 큰 프로젝트라고 한 것은, 결혼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 것, 그 단계보다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나서, 그 결혼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과정, 노력, 그것을 '프로젝트'라고 지칭했다고 생각된다. 내가 정한 원리 원칙에 따라 하나의 틀을 만들어 놓고 거기에 준해서 일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 말라. 그것도 나쁘지 않다. 인간의 성격에 새로운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사람이 행복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열린 마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변화에 대한 준비. 이런 것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일게다.
마음속 자궁으로 남자를 품으라.
여기에 속해 있는 작은 제목들만 보아도 대번에 무슨 뜻인지 전달이 된다. 즉, 말을 참아서 담쌓지 말자, 남자는 70세가 넘어도 어린아이다, 그리고 멋있는 아들을 만들려면 남편부터 멋있게 만들라. 내가 제일 겁나는 말은 마지막 말이다. 결국 자식은 부모를 보고 큰다는 것이다. 남편을 포기하고 아들을 멋있는 사람으로 키우기를 기대하지 말라는것. 혹시 아들 앞에서 남편을 깎아내리거나 부정적인 말을 하여 자기 스트레스 해소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하루에 한 시간, 인생이 달라진다.
매일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때문에 나는 나의 새벽 시간을 스스로 골든 타임이라고 여기고 있다. 비록 아침이 오고 저녁으로 갈수록 기분은 다시 저조해지지만 매일 새벽 눈을 뜰때의 그 새로 태어난 기분은 하루를 지탱해주는 약발이다. 매일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이건 마음 먹는다고 억지로 되지 않는다. 누가 만들어주기를 기다려서도 안된다. 돈보다 가슴뛰는 일을 찾아서, 하루에 한 시간 그것에 투자할 대상을 만드는 것이다.
일어나라, 하고 싶은 일도 일어날 것이다.
제목도 참 잘 정했다. 내가 주저 앉아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잘 될리가 있겠는가. 자기 인생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더 이상 연민을 가지고만 대하지 말고, 일어나는 것이다.
그대의 꿈은 지금 이루어지고 있다.
완료형이 아니라 진행형이구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배부른 고민인가 해서 말하기 부끄럽기도 하고, 나이 먹느라 그런가 여기려니 더 나이드신 분도 계신데 건방진 것 같지만, 요즘 나는 사는게 무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딜 바라보고 살아야 하나, 이런 답 없는 물음에 골똘히 빠질때가 많다. 열심히 사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이 저렇게 열심히 매달리는 일이 과연 다른 것을 포기할 만큼 대단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고, 열심히 살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을 보면 왜 한번 뿐인 인생을 저렇게 살까 생각이 드니, 내가 함정을 파고 내가 빠져 허우적 거리는 꼴이다. 이 세상에 그렇게 매달려야 할만한 일이라는게 있을까 싶은거다.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마음 상해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뭔가 나를 일으킬만한 일들이 없을까 오히려 눈을 더 크게 뜨기도 한다.
책 표지의 여인이 그런 나를 봐주는 것 같았다.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던 저자였는데, 그가 하는 말들이 단순히 머리로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가 그동안 견뎌낸 삶에 대해 알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난 소감은, 내가 알아야 할 것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라는 거. 그걸 실천하는 것이 문제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