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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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 책 제목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때가 있었다. 그때를 살짝 비껴가긴 했지만 이제라도 읽기를 잘했고 놓치지 않아 다행인 책.

일곱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쇼코의 미소>

쇼코의 그 알수 없는 이질감의 정체가 뭔지, 끝까지 다 읽도록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동시에, 쇼코와 소유(화자)가 겹쳐졌다 떨어졌다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느 대목에선 최은영 작가와 쇼코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예의 바르지만 진심은 따로 있는 듯한 쇼코의 미소, 말, 행동. 저 깊숙히,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낫지 않은 상처가 있지만 드러내기가 두려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어 택하는, 가장 수동적이고 효과 없는 표현 방법이 바로 '미소' 아닐까. 

<씬짜오, 씬짜오>

개인의 삶에 국가의 과거가 개입할때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개인 차원에서의 용서와 배려로도 감당 안되는 과거라면. 우리의 슬픈 역사가 만들어낸 슬픈 가족사. 씬짜오는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베트남어이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

이 짧은 작품 속에 여러 이슈가 담겨 있다. 대한민국 근대사, 반공, 독재, 억압, 무고, 가족, 여성문제. 엄마 (해옥)와 먼 친척 이모 (순애)의,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비슷한 삶의 행로를 엄마의 딸이 화자가 되어 나레이션하는 구성이다.

<한지와 영주>

이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 저마다에는 모두 작가 자신이 조금씩 분산되어 들어가있는 것 같다. 이 단편도 역시 그런데, 언뜻 보면 화자인 영주가 작가 자신의 분신인가보다 싶었는데 다 읽고난 후 드는 생각은 영주가 줄곧 설명해온 한지라는 인물에 작가는  더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입힌 것 같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사랑이라고 보기엔 답답해보이기도 하는데, 이제 더 이상의 짐과 뻔한 고난의 무게는 감당할 자신이 없는 한지의 조용하지만 단호한 결심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영주의 소극적이지만 정확해 보이는 이해력. 이것도 사랑이 맺는 방식의 하나가 아닐까. 엄연히. 당당히.

<먼곳에서 온 노래>

이쯤 오니까 저자가 누구를 주인공으로 쓰든 그건 저자 자신의 얘기처럼 들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소설 속 주인공이 소설을 쓴다. 읽다가 알게 된, 이것은 모두 상상이 빚어낸 일. 이런 식의 플롯을 좋아할까 말까 망설이게 한 이 작품, 그리고 이 작가.

<미카엘라>

세월호 사건 이야기. 작가는 이런 스타일 좋아하나 보다. 앞 작품 <먼곳에서 온 나라>에서도 그렇더니, 누가 실제 사람이고 누가 망자인지, 묘연하게 써놓았다.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세월호 처럼 그렇게 충격적이고 오래 슬픔으로 남을 사건이 있고 나면, 살아서 남아있는 사람의 의식 상태가 그러하지 않겠냐는 상상속의 작가의 대답을 내가 혼자 만들어 보고 있다.

<비밀>

쇼코의 미소에서도 그렇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 속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또는 그 세대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기간제 교사를 하다가 숨진 손녀를, 숨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기다리고 기다리다못해 굽은 손으로 편지를 쓰는 할머니. 슬프다. 슬프지 않은 이야기가 있던가 이 책 속에.

 

나에게 원래 그런 경향이 있다는 걸 알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특히 그랬다. 작가가 점점 궁금해지는 정도가 다른 책 읽을 때보다 몇배 더 한 것이다. 한 작품 한 작품 읽어갈때마다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으로 작가를 상상하게 되었다.

최은영. 공모에 여러번 떨어졌던 경험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는 것이 그녀의 안정되고 능숙한 문장력에서 느껴진다. 아주 오래 소설을 써온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안심이 된다. 작품 속 인물을 작가와 자꾸 겹쳐 생각하게 하는 것도 그만큼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그리고 구성을 끌고 나가는 능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인물이 갖고 있는 우울의 분위기 때문에 읽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았지만, 처음에 썼듯이 읽기를 잘했다.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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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7-10-1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찜하기 기능으로, 제 서재 데려 갑니다! ㅎㅎㅎ

hnine 2017-10-15 21:20   좋아요 0 | URL
혹시 안읽으셨으면 한번 읽어보세요. 이 작가의 묘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저에게 무슨 프로파일러 기질이 있는건지, 작가 탐구용으로 소설을 읽는건가 싶더라니까요.
 

 

 

 

 

규경향일 (葵傾向日)

 

'규'가 해바라기 규.

'해바라기는 해를 향하여 기운다'

 

목표를 향하여 한눈 팔지 않겠다는 의지로 내멋대로 의미를 붙인 후 매일 쓰는 수첩 첫장에 커다랗게 저 네글자를 써놓았었다. 목표가 확실하던 대학교 4학년때 일.

 

이젠, 기존에 확신하던 것들도 정말 그럴까? 그게 과연 그렇게 중요할까? 무슨 의미? 이러고 회의하는 나이. 그저 지나온 길의 흔적으로 보이는 말일 뿐이다.

 

이젠 그냥 꽃이라서 좋아, 해바라기를 보러 공주 금강 둔치를 찾았다.

 

 

 

 

 

 

해바라기 피는 과정샷 1번. 이런 봉오리 단계를 거쳐서~

 

 

 

 

 

해바라기 과정샷 2번 ^^

 

 

 

 

 

 

해바라기 과정샷 3번

 

 

 

 

해바라기 과정샷 4번. 이렇게 활짝 핍니다!

 

 

 

 

 

 

 

 

 

해바라기면서 이렇게 해를 등지고 있는 (^^) 해바라기도 있고

 

 

 

 

 

 

이렇게 웃고 있는 스마일 해바라기도 ^^

 

(울고 있는 해바라기도 물론 있었는데 사진으로 찍진 않았다. 우는 모습의 꽃은 어딘지 안어울려서)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을은 국화라고 해야할 것이, 이날 본 꽃들이 해바라기를 제외하곤 모두 국화과 식물.

 

 

 

 

코스모스

→ 국화과

 

 

 

 

 

 

 

 

 

 

 

 

 

 

 

 

 

 

 

 

 

 

 

 

 

 

 

 

 

백일홍

→ 국화과

 

 

 

 

 

 

 

백일홍도 모양이 다양하다.

 

 

 

 

 

이것은 백일홍 꽃이 피기 전의 '총포'인지.

도감을 찾아봐야겠다.

 

 

 

 

 

 

 

 

 

 

 

 

공산성 올라가는 길의 구절초

→ 국화과

 

 

 

 

 

 

 

 

 

 

 

 

 

 

 

 

 

마무리는 공산성 돌 표면에 붙어 있는 '돌꽃'으로.

 

공주는 충청남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의 하나이다. 웅진이라는 옛이름때문에 도시 여기 저기 곰돌이 인형, 그림 등을 볼 수 있고, 공산성은 UNESCO지정 세계 문화 유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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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희망 2017-10-11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때 동아리 선배언니한테 해바라기같아요 라고 했다가 사이가 틀어질뻔 한적이 있어요. 난 늘 웃고 구김살없이 밝아서 해바라기같다고 했을 뿐인데 언니는 자기 얼굴이 커서 해바라기냐고...ㅜㅜ 전 그래도 해바라기를 좋아합니다^^

hnine 2017-10-11 08:30   좋아요 0 | URL
와, 저 아침부터 푸른희망님 덕분에 빵 터졌어요~ 성격이 해바라기 같다면 정말 닮고 싶은 성격인데, 좋은 뜻으로 하신 말씀을 선배언니가 그렇게 오해하실 줄이야 ^^
저도 해바라기 좋아해요. 영화 해바라기 생각도 나고요.

stella.K 2017-10-11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웃고있는 해바라기 진짠가요?
와, 해바라기가 그냥 있는 게 아니었군요.
규경향일이란 사자성어도 있고.
또 하나 배우고 삽니다.

오늘 사진 좋습니다!!

hnine 2017-10-11 12:46   좋아요 0 | URL
진짜 아니고요, 누가 그렇게 꽃 가운데 부분을 뜯어서 모양을 만들어놓았어요 ^^
규경향일, 제가 분명히 어디서 보고 써놓았는데 지금 검색해봐도 그런 말은 안나오네요. 그래서 출처가 불분명한게 유감이라면 유감이랍니다.
저날 사진을 엄청 찍었는데 제가 요즘 너무 사진으로 도배를 하는 것 같아서 자제했습니다. stella님이 좋다고 해주시니 철없이 저는 또 으쓱 으쓱 ^^

stella.K 2017-10-11 13:00   좋아요 0 | URL
철 모르는 저는 깜깍 속았습니다.ㅋㅋㅋㅋ

hnine 2017-10-11 14:44   좋아요 0 | URL
아이쿠, 이런...

qualia 2017-10-1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 세들어 살던 셋집과 집주인 집 앞에는 아주 넓직한 마당과 그 마당만 한 기름진 텃밭이 있었죠. 그 텃밭에는 옛 시골 집집마다 있었던 작은 꽃밭/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지금은 이름을 잊어버린) 각종 꽃들과 진달래, 향나무, 대추나무, 앵두나무, 뒤켠엔 감나무 등등이 있었지요. 그중에 아주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이 바로 해바라기랍니다. 그 기름진 텃밭에 난 해바라기가 얼마나 컸느냐 하면은요. 큰 마당을 가로지르는 빨랫줄을 받치는 바지랑대보다 더 컸을 정도였어요. 정말 무척 컸어요. 굵기도 지게 받치는 작대기 굵기보다 더 굵은 것도 있었어요. 아마 제가 본 꽃이나 풀 종류 가운데 대나무를 제외하곤 가장 큰 꽃/풀이었을 겁니다. 세계적으로도 해바라기보다 큰 꽃이나 풀 종류는 드물지 않을까 생각해요. 물론 아프리카나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 지역엔 해바라기보다 훨씬 큰 꽃/풀 종류가 엄청 많겠지만요. 또 어른 얼굴보다 더 큰 해바라기 꽃판에 다닥다닥 촘촘히 박혀 있는 해바라기 씨앗은 얼마나 많았는지요. 그 해바라기 씨앗들이 어릴 적 고급 군것질거리였죠. 저는 꽃들의 완전한 기하학적 형태를 볼 때마다 (특정 종교와는 무관한) 일종의 설계론이 자꾸 떠올라요. 우리 인간종보다 훨씬 앞선 초고도 문명의 외계인 선조들이 세상의 모든 식물과 꽃들의 형태를 설계해(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형태까지도) DNA 속에 프로그램으로 짜넣어 퍼뜨린 것은 아닌가 하는 공상과학 같은 생각 말이죠. 완전 우주 착륙선 형태 그대로인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의 형상을 볼 때마다 그런 공상에 더욱더 깊이 빠집니다. ㅎㅎㅎ 걍 재미로 하는 소리예요. 아무튼 hnine 님의 기막힌 꽃 사진들 덕분에 자연의 경이에 한번 더 빠지네요. 세상은 정말 흥미진진함과 경이로움으로 가득차 있어요. 매일이 그런 흥미진진함과 경이로움으로 설레는 날입니다~ ㅎㅎㅎ ^^

hnine 2017-10-12 05:59   좋아요 0 | URL
어릴 때 보고 자란 것은 참 오래동안 기억에 남아있지요. 저날 제가 보고온 해바라기는 행사를 위해 대량으로 키워 옮겨 심어 그런지 키가 그리 크지 않았어요. 해바라기 씨앗 요즘 견과류 식재료로 따로 팔기도 하잖아요. 어릴 때 고급견과류 섭취를 제대로 하신 거예요. ^^
qualia님 말씀대로 기하학을 수학책이 아니라 무심코 바라본 자연의 형태 속에서 발견할때 참 경이롭지요. 지적설계론 같은 것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럴거예요. 어제만 해도 친구와 전화하다가 그런 얘기를 했는걸요. 인간이 일부러 만든다면 이렇게 만들수 있을까 싶을 때가 있다고요. 완전한 기하학적 형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마 그것이 구조, 기능면에서 생명체에게 가장 안정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하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되어 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오늘도 가슴 설레는 날이시기를!
 

 

 

 

 

 

 

 

 

 

 

 

 

 

 

 

 

 

누구의 희망등인지는 모르나,

같은 소원을 빌었을 많은 사람들

 

 

 

 

- 2017년 10월 공주 백제문화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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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7-10-10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규직.... 찡하네요.ㅠ
명절도 잘 보내고 잘 지내시죠?^^^

hnine 2017-10-10 05:01   좋아요 0 | URL
누군가는 예사롭게 보고 지나쳤을테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저 희망글을 보고 찡 했을테지요.
명절 휴가 기간이 길어도 너무 길었어요 ㅠㅠ
문 닫은 상점 많고 병원, 약국, 마트에 가도 물건이 별로 없고, 주위의 시스템이 반만 돌아가고 반은 쉬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전 그렇더라고요.
순오기님, 잠시라도 소식 올려주셔서 보고 있어요. 늘 건강하세요~ ^

세실 2017-10-09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사중이군요.
어제 저희도 법주사 가서 기와에 소원 담은 글 썼지요.
간절함이 닿기를...

hnine 2017-10-10 05:03   좋아요 1 | URL
세실님, 특별히 기원하실 일이 있으신가요?
간절하면 그 뜻이 닿는다고 저는 믿어요 종교에 상관없이요.
공주는 집에서 가까워서 종종 가는데, 확실히 대전보다 오래된 도시라는 느낌이 팍팍 들지요. 저 날은 사실 해바라기 축제 보러간다고 갔었답니다.

간절한 소원, 이루어지시기를 바랄께요.
 

 

 

 

 

 

추석날 차례 지내고 식구들 아침으로 먹을 국을 끓이던 중이었는데,

골패 모양으로 썬 무우가 익어가면서 점차 투명해져가는 것을 멍때리며 보고있다가

하마터면 냄비 태울뻔 했다.

 

 

 

 

 

 

나물 시리즈 시작하기 전에 아무래도 한바퀴 돌고 들어와야겠다 싶어서,

앞치마 벗어던지고 나갔다.

그래봤자 멀리 못가고 아파트 주위 한바퀴 돌기.

 

"구절초다!" 하고 푯말을 봤더니 '수절초'란다. 수절초? 처음 들어보는 이름.

--> 구절초가 맞다 (푯말을 잘못 읽음 ㅠㅠ)

 

 

 

 

 

요염한 보라색~

 

 

 

 

색깔만 다를 뿐 호박꽃과 호박잎 모양이 닮았네 생각해서 찍어놓고,

나중에 남편에게 이 사진 보여주니 꽃보다 배경이 더 좋다고 한다. 잉? 무슨 배경을 말하는건지.

 

 

 

 

'꽃사과'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

"사과 비슷한게 열리긴 하는거야?" 하고 찾아보니,

 

 

 

 

 

크기는 작아도 사과 비슷한게 달려있었다.

 

 

 

 

 

 

 

 

 

추석날 무사히 차례 지내고 성묘가는 길에 자동차 안에서 찍은 풍경.

벼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는 모습은 언제나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시아버님 산소 다녀온후 친정아버지 산소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다 되었다.

막히는 도로는 예상했던 것이고, 집에 돌아오니 밤 11시.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 깜깜한 집을 혼자 지키고 있던 강아지가 안겨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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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hleeuh 2017-10-09 09: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에이취나인 님 글 보면서 늘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자연의 푸른 내음을 맡을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것 같습니다. 풀내음, 꽃내음, 흙내음, 들내음, 산내음, 하늘내음, 과일내음, 바람/공기내음, 물내음 등등 여러 가지 내음들이 hnine 님 글과 사진에서 풋풋하게 배어나옴을 느낄 수 있어요. 너무 강하지도 않고 너무 희미하지도 않고 그윽해서 정말 좋습니다. 가을 정취 물씬 나는 위 사진들을 보니 향그러운 내음들이 콧속을 살살 자극하며 들어와 몸속 곳곳을 싱그럽게 해주네요. 정말 그 느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모든 감각을 활성화해줘요. 아니 정말 hnine 님이 찍은 사진들은 왤케 좋은 거죠? 이런 정감 어린 주변 풍경 사진들을 언제든 쉽게 찍어서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과학기술은 또 얼마나 혁신적인 것인가요? 우리가 어릴 적엔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은 암것이나 즉각 찍어서 즉각 블로그/SNS에 올릴 수 있으니 얼마나 놀라운 것일까요? 아무튼 알라딘 동네에서만큼은 hnine 님과 함께 들사진, 밭사진, 채소/남새사진 잘 올리시는 ○○님이 제가 보기엔 가장 자연친화적인 심성을 지니신 듯해요. ㅎㅎㅎ 심성은 감추려 해도 저절로 드러나는 법이죠. ㅎㅎㅎ 아무튼 hnine 님, ○○님 사진 보면 눈코입귀가 다 좋아져요. ^^

hnine 2017-10-09 10:44   좋아요 1 | URL
qualia님,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 아마추어가 가진 서툼과 단조로움을 좋게 봐주신 분의 심성이 정말 자연친화적이지 않나 싶어요.
말씀하신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이렇게 금방 사진 찍어 올릴 수 있는 기술도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고 고맙고 그렇지요. 저는 폴더폰 쓰다가 스마트폰 바꾼지 얼마 안되었는데 제가 ‘신통이‘ 때로는 ‘방통이‘, 이렇게 별명을 붙여 부르고 있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고 기특한거예요 ^^
연휴엔 좀 쉬셨나요?
잠시라도 제 사진 보고 즐거우셨다니, 저는 오늘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어도 좋겠습니다 ^^

뚜유 2017-10-09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꽃들이 곱고 참하네요.
아무리 봐도 구절초 같은데 수절초라고도 하나봐요.
검색해봐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사는 곳에서 한시간 반 정도 가면 구절초축제를 하는데 늘 사람 많을까 엄두가 안 나서 못 가보고
동네에서 가끔 보고 그걸로 만족해요 ^^

남은 연휴 평안하셔요 ^^

hnine 2017-10-10 05:10   좋아요 0 | URL
가을꽃들에 대한 뚜유님 표현이 딱 맞네요 곱고 참하고...
저도 검색해봤는데 잘 모르겠더라고요 ^^ 구절초 외에도 불리는 이름이 많았던 모양이어요. 수절초도 그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음력 9월 9일에 채취하여 약에 쓰는 유래로 구절초로 통일해서 부른다는 말도 있고 그렇네요.
영평사 구절초 축제 저도 가본 적 있어요. 구절초는 정말 예뻤는데 오며 가며 차가 어찌나 막히던지 ㅠㅠ 다시 가볼 생각을 못하고 있지요. 저도 뚜유님 처럼 저렇게 동네에서 보고 사진찍으며 만족하고 있어요.
긴긴 연휴가 이제 끝나서 저는 만세입니다 ~ ^^

hnine 2017-10-29 09:34   좋아요 0 | URL
어머...어제 산책하며 다시보니 푯말에 수절초가 아니라 구절초라고 쓰여 있네요.
hnine 이 노안이 심각하구나...하고 봐주세요 ㅠㅠ
본문 바로 잡습니다.
 
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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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내겐 일본 소설이 익숙하지 않니 뭐니 해도 도저히 이 책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 두툼한 책 속에, 국제 피아노 콩쿨 얘기가 어떻게 그려져 있을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 소개글을 훑어 보니 콩쿨이 그저 단순히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것이 아니라 콩쿨 과정이 매우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구입해서 읽어보기로 결정!

 

3년에 한번씩, 2주 동안 열리는 일본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쿨이 이야기의 무대이다. 1차 예선에 참여하는 연주자가 90명. 2차, 3차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하는 사람은 6명이다. 1차 예선부터 3차 예선까지는 지정곡 위주이지만 본선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연주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므로 본선은 거의 각 참가자의 리사이틀 형식으로 한명당 1시간의 연주로 진행된다.

참여한 연주자들은 피아노를 수년간 연습해왔다는 것, 그리고 그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콩쿨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만 같을 뿐 성장배경, 음악의 색깔, 음악을 대하는 자세, 음악에서 추구하는 것 등은 모두 다르다. 이 소설은 주로 네명의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네명중 예선부터 모든 심사위원들을 충격과 혼돈에 빠뜨린 참가자는 '가자마 진'. 이미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열여섯살 가자마 진의 이력서는 깨끗하고 심지어 자기 피아노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또다른 참가자는 한동안 피아노 치기를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계기삼아 콩쿨에 참가한 '에이덴 아야'이다. 그녀는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해 피아노를 중단했어야 했던 경험, 잇달아 주위 사람들과 소통의 단절이라는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을 늘 안고 있다. 라틴계 일본인을 어머니로, 프랑스인을 아버지로 둔 '마사루'는 완벽에 가까운 피아노 실력은 물론이고 훤칠한 외모에 발고 긍정적인 성격까지 흠잡을데가 없는 우승 후보이다. 그리고 일찍부터 피아노를 배워왔으나 과연 피아노에 모든 것을 걸어도 좋을지 고민끝에 평범한 직장인의 길을 택했으나 그 꿈을 접을 수 없어 밤을 지새워 연습에 매진하여 콩쿨에 참여하는 '다카시마 아카시'. 이 넷중 누가 최고의 영예를 잡든지 이미 그들은 모두 천재성을 인정받을 경지의 사람들이다.

이쯤 되는 연주자들이라면 피아노를 연주하는 '기술적인' 완벽함은 이미 넘었어야 할 고개. 본문중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랑랑은 한 명으로 족하다. 똑같은 타입이 한 명 더 있어봤자 무슨 소용일까. (151)

아무리 기술적으로 완벽한 연주라 할지라도 그것이 이미 누군가의 연주를 연상시킨다면 그건 아무 의미 없다는 말이다.

최근 조성진을 비롯해서 국제 피아노 콩쿨에서 한국 연주자들의 참여도와 성과도 만만치 않다.

이 책에서 가나데라는 여성이 일본, 한국, 중국 참가자들의 성격을 비교하면서 한국 참가자들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부분이 나오는데 틀리지 않다고 본다. 격렬함과 동시에 처연함.

흔히 말하는 한류 스타를 볼 때도 드는 생각인데 가나데는 그들에게서 올곧은 정열과, 이런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일종의 '처연함'을 느낀다.

그들이 민족적으로 갖는 '격렬함'과 '처연함'은 드라마틱한 클래식 음악과 궁합이 좋다. (184)

 

어째서 이 세상에는 저런 사람이 존재하는 걸까.

절망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말 그대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어째서 저렇게 태어나지 못했을까. 어째서 저런 사람과 같은 악기로, 같은 시대에, 같은 콩쿠르에서 승부를 겨루게 되었을까.

어째서, 어째서. (197)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의 절규를 연상시키는 대목인데, 위에 말한 네명의 참가자중 이런 고민을 했을 사람은 짐작하다시피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뒤늦게 꿈을 펼쳐보고자 콩쿨에 참가한 다카시마 아카시이다. 뒤에 번역자의 글을 읽어보니 번역자는 개인적으로 작품 속 인물중 이 사람에게 가장 매력과 공감을 느낀다고 썼다. 이심전심. 나도 그렇다.

 

이 책 속에는 콩쿨에 참가하는 연주자들뿐 아니라 2주 동안 이들을 심사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의 고민과 갈등도 충분히 표현되어 있었다.

시험당하는 것 바로 우리야 (319)

심사 내용으로 그 사람의 음악성이나 음악에 대한 자세가 드러나기 때문에 자신들 역시 시험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심사위원들. 읽다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겠다고 이해를 하게 된다.

그를 진정한 '기프트'로 삼을 것인지, 아니면 '재앙'으로 삼을 것인지 (579)

기존의 룰과 형식을 전혀 개의치 않고, 어떻게 보면 '자기 멋대로' 연주하고 내려가는 한 참가자를 놓고 심사위원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이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이 내용을 소설 속에 끌어들인 작가의 아이디어를 높이 사고 싶다.

329쪽에, 국보급 불상을 조각하는 사람이 자기는 나무 안에 담겨있는 불상을 꺼내고 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는,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에서 천사를 풀어준 것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를 인용한 것인가? 그런데 이 일화가 이 소설의 주제와 꽤 상통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왜 그대로 미켈란젤로의 일화로서 인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본선을 하루 앞두고 자기는 음악을 세상에 돌려주기 위해 피아노를 친다고 말하는 가자마 진에게서 에이덴 아야는 어떤 영감을 얻는다. 그동안 계속 자기 자신에게 물어오던 질문에 대한 답인 셈이다. 이 세상에 음악은 원래부터 존재했고 갇혀 있는 음악들을 이 세상으로 꺼내어 보여주는게 피아니스트로서의 사명이라는 뜻인데 읽는 나도 순간 멈칫하게 만든 대목이다.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것의 의미, 자기 음악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던 에이덴 아야가 가자마 진의 말에 정신의 눈을 뜨고 한발 더 높은 곳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으며 무대로 나가는 장면을 묘사한 두 페이지 (682, 683)는 읽으면서 벅차고 감동적이어서그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손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국제 콩쿨의 최고의 자리를 향한 참가자들끼리의 뻔한 경쟁, 질시, 반목, 이런 내용이 아니어서 참신했고, 그래서 좋았다. 작품 전반 어느 참가자를 막론하고 다른 참가자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서로에게서 배울점을 찾는 태도는 이 소설이 가진, 억지스럽지 않은 미덕이하고 생각한다.

 

콩쿨이 막바지로 가면서 각 참여자들은 각기 다른 해답을 찾아간다. 콩쿨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면서.

문득 가슴속에 답이 훅 떠올랐다.

음악, 아마도 음악은 인간을 다른 생물과는 다른, 영적인 존재로 진화시키기 위해 인간과 함께 태어나 함께 진화해온 게 아닐까? (653)

어째서 나는 연주할까, 어째서 음악은 이렇게 진화했을까 하는, 마사루의 의문에 대해 그가 스스로 찾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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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0-0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피아노를 오래도록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강제로 시킨 것이 저에겐 일종의 트라우마가
되기도 했고, 그나마 클래식을 꾸준히 들어왔더라면
거부감을 조금 일찍 벗어날 수도 있었을 텐데
벗어난지가 얼마 안 되요.
다른 것도 마찬가지겠지만 피아노는 정말 테크닉이더군요.
그걸 몰랐을 땐 별 감흥이 없었죠.
백건우나 조성진 연주를 들으면 어떻게 저 긴 곡을 다 외워서 할까?
놀랍더군요.
언젠가 백건우 연주 실황을 본적이 있는데 손가락이
무슨 시가나 비엔나 소세지 같아 굵더라구요.
그러니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겠습니까?ㅋ

일본 소설 별로인 h님께서 별 4개를 주실 정도라면 이 소설은 성공한 거네요.
저도 옛날 일본 소설은 관심이 많지만 요즘 소설은 관심이 없는 편인데
이 작품은 하도 여기 저기서 좋다고 해서
저도 기회있는 대로 한 번 읽어 볼까 합니다.^^

hnine 2017-10-08 18:54   좋아요 0 | URL
이 책은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읽는 이에 따라 그것이 그림일수도 있고, 글쓰기일수도 있고, 인생에 목표로 하는 무엇이든 대입하여 생각해볼 수 있을거예요. 저에게는 그것이 무엇일까, 그런 것이 있기나 했을까 생각도 해보았어요.
이 책에 보면 실제로 조성진에 대한 언급도 있답니다 ^^
그리고 작가가 4년 동안 취재하여 공들여 쓴 소설이더라고요. 그런 점에서도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히 피아노 콩쿨이 아니라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가 많더라고요. 제가 제대로 잘 찾아 읽었는지 모르겠지만요. 일단 권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