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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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 책 제목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던 때가 있었다. 그때를 살짝 비껴가긴 했지만 이제라도 읽기를 잘했고 놓치지 않아 다행인 책.

일곱편의 단편이 담겨 있다.

<쇼코의 미소>

쇼코의 그 알수 없는 이질감의 정체가 뭔지, 끝까지 다 읽도록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동시에, 쇼코와 소유(화자)가 겹쳐졌다 떨어졌다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고, 어느 대목에선 최은영 작가와 쇼코가 겹쳐 보이기도 했다.

예의 바르지만 진심은 따로 있는 듯한 쇼코의 미소, 말, 행동. 저 깊숙히,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낫지 않은 상처가 있지만 드러내기가 두려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어 택하는, 가장 수동적이고 효과 없는 표현 방법이 바로 '미소' 아닐까. 

<씬짜오, 씬짜오>

개인의 삶에 국가의 과거가 개입할때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개인 차원에서의 용서와 배려로도 감당 안되는 과거라면. 우리의 슬픈 역사가 만들어낸 슬픈 가족사. 씬짜오는 '안녕하세요'라는 뜻의 베트남어이다.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

이 짧은 작품 속에 여러 이슈가 담겨 있다. 대한민국 근대사, 반공, 독재, 억압, 무고, 가족, 여성문제. 엄마 (해옥)와 먼 친척 이모 (순애)의,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비슷한 삶의 행로를 엄마의 딸이 화자가 되어 나레이션하는 구성이다.

<한지와 영주>

이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 저마다에는 모두 작가 자신이 조금씩 분산되어 들어가있는 것 같다. 이 단편도 역시 그런데, 언뜻 보면 화자인 영주가 작가 자신의 분신인가보다 싶었는데 다 읽고난 후 드는 생각은 영주가 줄곧 설명해온 한지라는 인물에 작가는  더 자신의 모습과 생각을 입힌 것 같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사랑이라고 보기엔 답답해보이기도 하는데, 이제 더 이상의 짐과 뻔한 고난의 무게는 감당할 자신이 없는 한지의 조용하지만 단호한 결심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영주의 소극적이지만 정확해 보이는 이해력. 이것도 사랑이 맺는 방식의 하나가 아닐까. 엄연히. 당당히.

<먼곳에서 온 노래>

이쯤 오니까 저자가 누구를 주인공으로 쓰든 그건 저자 자신의 얘기처럼 들리는 단계에 이르렀다. 소설 속 주인공이 소설을 쓴다. 읽다가 알게 된, 이것은 모두 상상이 빚어낸 일. 이런 식의 플롯을 좋아할까 말까 망설이게 한 이 작품, 그리고 이 작가.

<미카엘라>

세월호 사건 이야기. 작가는 이런 스타일 좋아하나 보다. 앞 작품 <먼곳에서 온 나라>에서도 그렇더니, 누가 실제 사람이고 누가 망자인지, 묘연하게 써놓았다.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고. 세월호 처럼 그렇게 충격적이고 오래 슬픔으로 남을 사건이 있고 나면, 살아서 남아있는 사람의 의식 상태가 그러하지 않겠냐는 상상속의 작가의 대답을 내가 혼자 만들어 보고 있다.

<비밀>

쇼코의 미소에서도 그렇지만 이 책에 실린 작품 속에는 할머니나 할아버지, 또는 그 세대 얘기가 자주 등장한다. 기간제 교사를 하다가 숨진 손녀를, 숨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기다리고 기다리다못해 굽은 손으로 편지를 쓰는 할머니. 슬프다. 슬프지 않은 이야기가 있던가 이 책 속에.

 

나에게 원래 그런 경향이 있다는 걸 알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특히 그랬다. 작가가 점점 궁금해지는 정도가 다른 책 읽을 때보다 몇배 더 한 것이다. 한 작품 한 작품 읽어갈때마다 퍼즐을 맞춰가는 기분으로 작가를 상상하게 되었다.

최은영. 공모에 여러번 떨어졌던 경험이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는 것이 그녀의 안정되고 능숙한 문장력에서 느껴진다. 아주 오래 소설을 써온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안심이 된다. 작품 속 인물을 작가와 자꾸 겹쳐 생각하게 하는 것도 그만큼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문장을, 그리고 구성을 끌고 나가는 능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인물이 갖고 있는 우울의 분위기 때문에 읽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가라앉았지만, 처음에 썼듯이 읽기를 잘했다.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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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7-10-1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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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0-15 21:20   좋아요 0 | URL
혹시 안읽으셨으면 한번 읽어보세요. 이 작가의 묘한 분위기가 느껴져요. 저에게 무슨 프로파일러 기질이 있는건지, 작가 탐구용으로 소설을 읽는건가 싶더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