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 아이의 취침시간을 9시로 정해놓고 있지만 방학때는 좀 더 늦게 까지 있다가 자던 버릇이 남아 있어서 개학을 하고서도 요며칠 계속 10시나 되어 잠이 들더니, 어제는 원래 취침시간으로 돌아와 9시에 잠을 잤다. 재우며 나도 같이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제발 4시는 되어 있기를 바라며) 이런, 새벽 1시 40분이다. 더 안자도 될만큼 정신은 말짱했지만, 언제부턴가 새벽 4시까지는 그래도 잠을 자주어야 한다고 스스로 정해놓고서는 다시 누워 잠을 청했지만 잠이 안온다.
이어폰을 꽂고 라디오를 들었다. 정말 라디오 방송국 로고가 아니더라도 나에게 있어 '라디오는 내 친구'. 책이 안 통할 때 내게는 항상 라디오가 있었다. 예전에는 책을 읽다가 잠을 자느라 방의 불을 켜놓고 자는 날이 365일중 360일 정도 되었는데, 불을 켜놓은 채로 잠을 자면 눈이 나빠지는 것은 둘째 치고, 백혈병을 비롯한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을 듣고는 아예 책 읽으면서 자는 버릇을 끊어버렸다.
아~ 새벽에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들은 왜 또 이렇게 다 괜찮은거야. 새벽2시까지 하는 알렉스의 프로그램은 곧 끝나고 영화음악 프로그램을 듣다가 잠이 다시 들었다. 그러다가 익숙한 목소리에 다시 잠이 깨었다. 4시 30분. 이제는 애써 더 누워있지 않아도 되는 시간. 흐뭇~ ^^ 나의 페이버릿 프로그램을 듣는다. 어떤 청취자의 사연을 전화로 들어주고 있는 중이었는데, DJ가 너무나 몰입해서 들어주고 대답해주고 있는 것이다. 나중엔 그 청취자보다 목소리가 더 심각해져서는 ㅋㅋ 
무슨 일이든지 그렇지만 마무리가 좋아야하는데, 클로징 음악이 잔잔,  따뜻하고, 클로징 멘트 또한 프로그램 이름만큼이나 간결, 평범, 덤덤하기까지 하다. 번잡스럽지 않다. 평범을 가장한 비범이랄까.
이메일을 열어 답장을 썼다. 일과 관련하여 어제 받은 제안에 대해, 관심은 많지만 이러 저러한 형편으로 말미암아 받아들일 수 없어 죄송하다는 메일을, 왜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마다 걸리는 것이 많은 거야 라는 불평 없이 쓸 수 있었던, 그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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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3-05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라디오를 들으며 잔답니다.
근데 뉴스를 들으면서 자요..
음악이 나오면 계속 들으면서 심취하는 통에 할 수 없이 ^^;;

hnine 2009-03-05 16:45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도 라디오랑 친하시군요.
저는 뉴스를 들으며 자 본적은 없는데, 잠이 더 깨지 않을까 해서요.
음악을 좋아하시는 정도를 알겠습니다 무심히 들을 수 없을 정도라면 ^^

전호인 2009-03-05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불빛이 있으면 잠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민한 편이라 잠자리를 옮기면 쥐약이구요.
완전 새벽형 인간이 되셨군요.
아니 거의 밤샘형 인간인가? ㅋㅋ

hnine 2009-03-05 16:47   좋아요 0 | URL
눈 감으면 어차피 불 켜나 안켜나 상관없을 것 같은데 제 남편도 불 끄지 않으면 잘 못자더군요. 저는 깜깜한 상황에서 잠들기 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참 싫거든요.
아이와 싸이클을 맞추다 보니 새벽형이 되고 말았어요.

무스탕 2009-03-0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애들은 아무리 일찍 재워도 10시 30분 이전에 재우기가 힘들어요 -_-
도대체 엄마를 닮아서 그런건지 왜 이렇게 저녁잠은 없고 아침잠은 많은건지..
저도 올빼미라서 새벽 4시에 기상은 꿈도꾸기 어려운 일이에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hnine 2009-03-05 16:48   좋아요 0 | URL
크~ 제 아이도 9시로 수면시간을 맞추기까지 저와 여러번의 실랑이가 있었답니다. 제가 워낙 밀어부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9시면 잠자기 모드로 들어가고 있지만요.

마노아 2009-03-0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늘 새벽 5시 반에 잤어요. 마무리 해야 했던 일이 있어서 그런 건데, 확인해 보니 담당자가 아직도 메일 확인을 안 한 거예요. 나는 왜 밤을 세었던가..ㅜ.ㅜ

hnine 2009-03-05 16:50   좋아요 0 | URL
새벽에 동트는 것을 보며 잠이 드는 기분도 꽤 괜찮지요. 저도 예전에 한동안 그 모드로 살때가 있었는데... 그런데 할 일이 있어서 졸음을 참고 새벽을 맞는 것은 스트레스가 조금은 있었겠는데요? ^^

kimji 2009-03-05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4시엔 자자,를 목표로.. 꼴딱 새면 다음날 너무 힘들어서. 그런데, 잘 안 되더라구요;

hnine 2009-03-05 16:51   좋아요 0 | URL
kimji님이나 저나 이유는 한가지죠. 아이가 자는 시간을 이용하자! ㅋㅋ
꼴딱 새는 것은 시험 전날에도 저는 힘들었어요 ㅋㅋ

Kitty 2009-03-0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시에 자고 8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ㅠㅠ
아침형 인간이 너무 부럽습니다!

hnine 2009-03-05 16:52   좋아요 0 | URL
Kitty님도 아침형 인간이 될 기회가 앞으로 있으실지 몰라요. ㅋㅋ 언제인지 아시죠? 저처럼 아이엄마 된 후요 ^^

바람돌이 2009-03-0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시에 자든 한 번 잠들면 안일어나는...
평소에는 7시, 방학때는 10시 이건 완전 자동입니다. ㅎㅎ

hnine 2009-03-06 04:54   좋아요 0 | URL
제 아이도 아침잠이 없는 편이어서, 아마 아침 10시까지 저를 자도록 두지도 않을겁니다 ^^ 한번 잠들면 일어날때까지 안 깨고 푹 자는 것, 건강한 정신과 몸의 증거 아닐까요.

세실 2009-03-06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취침시간은 11시입니다. 그 시간이면 불 끄고 누워서 잠들 준비 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다보면 11시 훌쩍 넘기기도 하지요.
전 뭐 누워서 책만 펴면 5분내에 잠이 듭니다. 재미있거나 없거나....ㅎㅎ

hnine 2009-03-06 16:34   좋아요 0 | URL
잘려고 누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시간, 참 좋지 않나요? 비록 취침시간은 늦춰지지만요 ^^
아이가 학교에 일찍 가다보니 아무리 늦어도 9시에는 재워야겠더라구요.
 

 - Dear Mr. Henshaw 의 작가 Beverly Cleary 의 또다른 책 <Ramona the Brave>를 읽고 두 부분을 옮겨 적어본다. -

 

Mrs. Quimby smiled to see her girls at peace with one another. "Don't worry, Beatrice. If the boys tease you, just hold your head high and ignore them. When they see they can't tease you, they will stop."
The two sisters exchanged a look of complete understanding. They both knew this was the sort of advice easy for adults to give but difficult for children to follow.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영리하다. 엄마가 해주는 말이 옳다는 것을 알지만 동시에 그것이 말하기는 쉬워도 지키기는 어려운 조언이라는 것을 여덟살 짜리 라모나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The class took out arithmatic workbooks. While Ramona began to count cowboy boots and butterflies and circled the correct number under the pictures, she was busy and happy in the private corner of her mind planning improvements in her slipper. She would round the heel and toe. She would draw a nose with pink crayon and eyes, too, and cut two ears....  

이 표현이 마음에 들어서 옮겨보았다. 원치 않는 상황 (여기서는 주인공 라모나가 등교길에 개에게 쫒겨 신발을 물어 뜯기고 결국 신발을 한짝만 신은 채 학교에 와야했다.) 에서도 마음 속 어딘가에는 앞으로 있을 즐거운 일을 상상하며 행복해할 수 있는, 이것이 때묻기 전의 아이들에게만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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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5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5 1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3-05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은데요? 딱 제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얼렁 가서 찾아봐야겠네요.

hnine 2009-03-05 16:57   좋아요 0 | URL
그쵸? 엄마들 맘은 이렇게 통한다니까요 ^^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Ramona라는 이름이 제목에 있는 책이 여러권 있는데 읽어본 것은 다 재미있었어요.
 

 

우리는 끊임없이 판단과 분별 속에서 어떤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막대(A)가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옆에 그보다 큰 막대 (B)를 하나 갖다 놓습니다. 이제 이 막대(A)는 작은 것이 되고 다른 막대(B)는 큰 것이 됩니다.
이 막대(A)는 작다고 해도 틀리고 크다고 해도 틀린 말이 됩니다. 작지도 크지도 않습니다. 그냥 이대로입니다. 
자신이 자신인 그대로의 모습, 그것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인 것입니다. 너무나 귀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상대를 판단하지 말고 나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어느 날 놀라운 후덕함을 갖고 있음을 봅니다. 평생을 자린고비로 산 사람이 전 재산을 다 내놓습니다. 이러한 원리를 살펴 보고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 작업을 계속하다보면 자신에 대해서 스스로 편안해집니다. 

내가 지금 게으르다고 할 때 '게으른 건 괜찮아' 이렇게 수용해봅니다. 아니,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나는 좀 게을러보자' 그렇게 마음을 먹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내가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게으르지 않으려고 하면 계속 게을러집니다. 거짓말도 '한 번 해보자'하고 해보십시오. 게으른 것과 부지런함은 하나입니다. 어떤 한 부분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받아들여야 그것에서 자유로워집니다. 

  

몇 년 전에 읽은 이 책을 다시 펼친다.
표시해 놓은 부분을 다시 훑어 보는 것으로 성에 안차 옮겨 적어본다.
어느 분의 서재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일년 중 어느 기간 동안은 새로운 책이 아니라 예전에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기간으로 하고 싶다고.
한번 읽고 점차 잊어가기엔 참 아까운 책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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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3-03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가 오니 저도 이런 글귀가 읽고 싶었어요

hnine 2009-03-03 14:02   좋아요 0 | URL
여긴 새벽부터 눈이 아주 제대로 왔답니다.
태은이가 몇시에 오나요. 아이가 돌아올 무렵이면 매일 가는 어린이집 혹은 학교임에도 엄마 마음도 두근거리지요 ^^
위의 책은 제가 다 읽은 책들을 중고책으로 내놓으려고 정리할 때 마다 거기서 제외되고 있는 책 중의 하나랍니다.
 

 

 

 

 

 

 

'누나가 잠자던 내 꿈에 불을 질렀어!! 으흑~' 

사진으로 먹고 사는 내 동생에게 위의 책을 선물로 보냈더니 읽고서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너 불 질를 책 아직도 잔뜩 있는데~'  

사진을 좋아해서 사진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꿈을 이룬 셈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보다. 좋아하던 일도 밥벌이와 연관되면 그건 생존 수단화 되는 것인가? 역시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하는 것이 더 나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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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28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에 불을 질렀다는 표현이 근사해요! 꿈에 불을 지펴주신 나인님도 근사합니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면 족쇄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아닌 사람을 발견하면 그게 너무 신기하고 또 부럽고 그래요. ^^

hnine 2009-02-28 16:57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이 댓글을 동생이 읽었으면 좋겠네요 ^^

무스탕 2009-02-28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왜 깜딱을 놀랐을까요?
동생분 지금 바짝 말라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타오르시겠습니다 ^^;

hnine 2009-02-28 21:53   좋아요 0 | URL
글쎄요. 불씨는 간직하고 살았으면 좋겠네요. 원래 자기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잊고 사는 것은 좀 삭막하잖아요 ^^
무스탕님 왜 놀라셨을까??

프레이야 2009-02-28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선물하셨군요. 동생분, 불꽃을 피우시기 바래요^^

hnine 2009-02-28 22:32   좋아요 0 | URL
그러고보니 혜경님 부군께서도 사진 좋아하시지요.
제 동생은 사진이 좋아서 전공까지 바꾸고, 직업이 되었는데, 저 책에 있는 것들과는 너무 다른 종류의 사진들을 찍고 있다가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니 문득 아쉬운 생각이 들었나봐요.

전호인 2009-03-03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곳에는 소방서가 필요치 않겠군요.
오히려 또다른 불쏘시개를 찾아드려야 겠어요.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꿈의 결실이길 바랍니다.

hnine 2009-03-03 09:13   좋아요 0 | URL
예, 제가 그 불쏘시개를 줄세워 대비시키고 있답니다, 꺼질만 하면 다시 지필려고요 ^^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op.104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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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레파토리에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둘 씩이나, 그것도 첼리스트 조 영창의 협연이라니.
회원으로 있는 지역 공연장 사이트의 연주 일정을 보던 중, 주저없이 예매했던 그 음악회가 오늘이었다. 연주하는 지방도립교향악단에는 거의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생각보다 훌륭한 연주여서 마안함과 뿌듯함을 한꺼번에 느껴야했다. 

턱시도가 아닌, 헐렁한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등장한 조 영창은 마치 그림 그리다가 나온 화가 같았다고 할까. 옆에 앉은 남편에게 "멋있지? 그치?" 나도 모르게 연발.

첼로란 악기는 진지한 소리를 내기로 타고난 운명이랄까. 마치 이 세상에 가볍게 볼 일이란 없다고 심각하게 토로하는 듯한 소리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황홀함이 가슴을 꽉 메우고도 남았다. 

이어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실제로 각기 다른 그림 열 편을 감상한다 한들 이렇게 다양한 표현으로 느낌을 잘 나타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다른 장면, 다른 주제의 그림들이 프롬나드라는 반복되는 주제로 화려하고 멋지게 연결되어 있는 곡이다. 

서울에서 이 가격으로는 학생석이나 C석 정도 살 수 있었을텐데, R석의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도 이 정도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기분 좋아, 저녁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아니 마음이 부른 저녁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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