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op.104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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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레파토리에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둘 씩이나, 그것도 첼리스트 조 영창의 협연이라니.
회원으로 있는 지역 공연장 사이트의 연주 일정을 보던 중, 주저없이 예매했던 그 음악회가 오늘이었다. 연주하는 지방도립교향악단에는 거의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생각보다 훌륭한 연주여서 마안함과 뿌듯함을 한꺼번에 느껴야했다.
턱시도가 아닌, 헐렁한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등장한 조 영창은 마치 그림 그리다가 나온 화가 같았다고 할까. 옆에 앉은 남편에게 "멋있지? 그치?" 나도 모르게 연발.
첼로란 악기는 진지한 소리를 내기로 타고난 운명이랄까. 마치 이 세상에 가볍게 볼 일이란 없다고 심각하게 토로하는 듯한 소리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황홀함이 가슴을 꽉 메우고도 남았다.
이어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은, 실제로 각기 다른 그림 열 편을 감상한다 한들 이렇게 다양한 표현으로 느낌을 잘 나타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다른 장면, 다른 주제의 그림들이 프롬나드라는 반복되는 주제로 화려하고 멋지게 연결되어 있는 곡이다.
서울에서 이 가격으로는 학생석이나 C석 정도 살 수 있었을텐데, R석의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도 이 정도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기분 좋아, 저녁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른, 아니 마음이 부른 저녁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