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다니는 말 몇 개를 잘 이어 붙이면 딴 세상 여는 열쇠가 된다. 

 

굳이 유파를 들먹이자면
마음의 거리에 자우룩한 구름과 안개의 모양을 탐구하는 '흐린 날씨'파
고독이란 자고로 오직 자신에게만 아름다워 보이는 기괴함 

 

비극적인 일이 다시 일어난다 해도
어디에도 구원은 없다 해도
나는 정확히 해석하고
마지막에는 반드시 큰 소리로 웃어야 한다 

  

이렇게 된 것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태양이 온 힘을 다해 빛을 쥐어짜내는 오후 

 

남자가 울면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궁극적으로 넘어질 운명의 인간이다 

 

---------------------------------------------------- 

그의 말대로, 그의 시집 중 몇 구절 구절을 이어 붙여 
딴 세상이 열리는지 보려했다. 

  
그러다가 든 생각은, 

 

 


딴 세상이란 어떤 세상을 말하는데?


사람이 사는 세상이란 다 거기가 거기지. 


내가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치는 이 세상과 


발버둥 치며 가고 싶어하는 그 세상은 

 
어차피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몰라? 


언젠가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는 이 고리 위에서 숨쉬고 먹고 자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걸 모른단 말야?  

 

 

마지막에 큰 소리로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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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09-2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 보선의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살아온 날이 중요한가,  

살아갈 날이 중요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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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9-2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둘 다 중요하겠지만 살아갈 날이 더 중요하단 생각 합니다.

hnine 2009-09-26 17:37   좋아요 0 | URL
예, 세실님. 저도 그런 생각으로 썼답니다.

꿈꾸는섬 2009-09-27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살아갈 날이 더 중요해요.^^ 앞으로 잘 살아가야죠.ㅎㅎ

hnine 2009-09-28 04:27   좋아요 0 | URL
그럼요, 물론이죠.
그런데 왜 자꾸 오늘까지 어제에 얽매여 있는 경우가 많은지 모르겠어요.
 

 

 

빅톨 위고 원작의 뮤지컬 <Les Miserables> 은 지금까지 세번 보았다. 두번은 서울에서 마직막 한번은 런던에서. 

위의 노래는 어린 코제뜨가 부르는  Castle on a cloud
어둡기만한 현실에서 다른 세상을 꿈꾸며 부르는 노래인데,
비록 끊어질 듯 이어지는 가는 음성으로 부르고 있지만 내게는 아이의 목소리 자체가 울음이고 절규로 들렸었다.   

이 음반에는 이 곡말고도 좋은 곡들이 참 많아서 한때 괴로우나 즐거우나 많이 듣곤 했었다.
오늘은 괴롭지도 즐겁지고 않은 가운데 다시 듣는다. 

 

 (요즘은 왜 자꾸 옛날 생각만 나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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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9-2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어 봅니다. 그런데 좋군요.
런던에서도 들으셨다니 부럽네요.
런던엔 어떤 개기로 가셨는지...?^^

hnine 2009-09-26 13:22   좋아요 0 | URL
좋지요? ^^
제가 1990년대 말 몇년을 영국에서 지냈거든요. 그때 가서 보았어요.
 

해가 지는 광경은 
볼때마다 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오늘 또 뭐 잘못한 행동은 없었나,
잘못 던진 말은 없었나. 
사는게 왜 이리 무겁고 우울하냐.
 


그런 생각이 한바탕 마음을 쓸고 지나가면
이번엔 이 사람 저 사람 얼굴이 떠오를 차례.
지금 옆에 있는 사람보단
옆에 없는 사람,
어쩌면 앞으로 계속 못볼지도 모를 사람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좀처럼 열리는 일이 없던
조용하기만 하던 그 입에서
너 한테 서운했어
그런 말을 들었었다. 
그 아이에 대한 다른 것은 하나도 생각 안 나고
그 말 한마디와
그렇게 말할 때의 그 아이의 눈빛만 생각난다.


6년 후에 나를 다시 만들어가지고 올께
라던 그 누구
그리고는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그 말을 믿고 6년을 꼬박 기다릴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다면
나를 잘 몰랐던거지. 





"엄마, 뭐해요?"
뒤에서 아이가 부르는 소리에
갑자기 대답이 궁색해져서
"다린아, 이게 바로 Twilight 이야. 엄마가 지금 읽는 책 제목 있지?" 
하늘을 가리키며
젼혀 생각지도 않던 말로 대답을 둘러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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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 서재를 둘러보다가 문득
내가 이 서재를 시작한 것이 언제, 무슨 글이었더라 궁금해져서
페이퍼 카테고리의 제일 마지막으로 돌아가 첫글들을 보았다.

2004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년전.
사진도 올려놓았네 ^^
아마 학생 하나가 느닷없이 찍은 스냅 사진이었을 것이다.
내 모습을 물론이고, 내 자리, 내 컵, 내 노트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사진 속의 그 노트북, 그 컵은 지금도 여전히 쓰고 있지만
그 자리는 이제 더 이상 나의 자리가 아니고
사진 속의 내 모습도 많이 변했다. 

그때 알았을까.
그 날의 일기를 다시 보며
이렇게 '그런 날이 있었네' 카테고리 속의 페이퍼로 다시 올리게 될지.
아마 오늘의 이 글도 몇 년후에
그런 날이 있었구나 하며 다시 떠올리게 될지 모른다. 

갑자기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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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9-23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hnine님을 뵙네요. ^^

hnine 2009-09-23 08:47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제 모습을 다시 봤답니다 ^^

하늘바람 2009-09-2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님과 ~

hnine 2009-09-23 17:51   좋아요 0 | URL
가보셨어요? ^^

프레이야 2009-09-23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쩌다 옛날 글들 읽어보면 울컥해요.^^

hnine 2009-09-23 17:52   좋아요 0 | URL
아마 모르는 새 세월이 흘렀음을 갑자기 실감하게 되기 때문일까요.
프레이야님도 그러시군요. (시간 날때 프레이야님 서재 가서 예전 글 다시 읽어봐야지~~ ^^)

상미 2009-09-23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나도 우연히 내 블로그 예전 글 보면서
< 맞아 그 때 이런 생각이었지 > 그러곤 해.
경은이가 모레까지 시험, 병규는 다음 주에 시작.
두녀석이 시험기간이 다르니까, 나만 피곤함이 길다. 해주는것도 없이

hnine 2009-09-23 17:55   좋아요 0 | URL
역시 기록이 중요한거지?
그래서 지금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열심히 끄적끄적 거리고 있기는 한데... ^^
아니 그런데 언제 개학했다고 벌써 시험이야?

상미 2009-09-24 09: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잘 봤다는데,일찍 봐서 범위가 작아서 다들 잘 본듯.ㅋㅋ
기말은 늦게 봐서 기말 범위가 아무래도 많겠지?
문제는 다음주 병규 시험이지....에휴...

세실 2009-09-23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미래라는 생각도 들고...
울컥해요. 저도!

hnine 2009-09-23 18:50   좋아요 0 | URL
오늘은 나중에 또 어떻게 기억에 남을지.
하루를 후회없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하고요.

같은하늘 2009-09-23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보자마자 '마지막'을 눌러봅니다.^^

hnine 2009-09-24 05:42   좋아요 0 | URL
^^

꿈꾸는섬 2009-09-24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하며 사는 것, 전 참 좋더라구요.^^

hnine 2009-09-25 22:24   좋아요 0 | URL
그런데 좀 쓸쓸하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