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이 작가의 <지엠오 아이>
지엠오 아이란 유전자 조작에 의해 태어난 아이라는 뜻.
2005년 제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답게 헛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구성이 치밀하고, 무엇보다도 기술적인 용어가 등장하는 부분도 아이가 이해하는데 무리없이 잘 넘어간 점이 돋보인다.
유전자 조작 생물이 역시 유전자 조작된 식품을 먹을 때 해결 못할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 유전자 조작 생물, 냉동 인간, 유전자 조작 반대 시위, 효율 극대화의 생활 환경, 그리고 인체 관리 시스템 등이 작위적이지 않게 내용 중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고, 그럴 때 우리의 감정은, 생각은, 가치관은 어떻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을지도 잘 그려져 있다. 별 다섯 개 주고 싶었던 작품.
박효미 작가의 <훈따와 지하철 모키>
훈따는 이 글의 주인공 훈도를 일컫는 말이다. 곤충 모으기를 좋아하는 훈따는 어느 날 지하철 좌석밑 작은 구멍에서 이상한 곤충이 샤르륵 빠져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그것도 자기만의 보물수집통에 모으려고 한다. 이 곤충의 이름을 모기와 비슷한 '모키'라고 붙인 것은 작가의 재치. 쓸데 없는 것을 모아서 거기에만 정신 판다고 훈따의 엄마는 몇번이고 이 보물수집통을 버리려고 하지만 그때마다 그것을 사수하려는 훈도의 노력은 가상하다. 어떻게 이런 소재를 찾아내었을까. 정말 어린이책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또한번 하며 읽었다. 독창적인 소재를 생각해내고 또 그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고, 아이들의 언어로 그려내는 일이 어른으로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읽는 것을 보고 무슨 책이냐고 하며 물어보더니 아이도 단숨에 읽어버린다.
"재미있니?"
"네~"
성공작이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재미있다는 뜻이다.
어린이책 작가로 역시 많이 알려져 있는 소중애 작가의 <구슬이네 아빠 김덕팔씨>
저자는 현재 천안의 초등학교에서 직접 교편을 잡고 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의 생활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낄 것 같은데 이 책은 초판 나온 것이 1993년이어서 그런지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재미있게 읽을까 싶게 밋밋하고 현장감이 떨어졌다. 농촌에서 넉넉하지 않게 사는 구슬이네 가족은 어느 날 아버지 김덕팔씨가 중고 경운기를 한대 구입하게 되자 한번도 구경해보지 못한 바다로 이른바 캠핑을 떠나게 되는데, 말이 캠핑이지 변변히 채비도 갖추지 못한 고생길이 되고 만다.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가족의 의미를 잃지 않고 함께 한다는 것을 작가는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글의 긴장감이 좀 떨어져서, 차라리 어른들이라면 공감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요즘 아이들이 이 정도 템포와 강도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까 의문이 들었다. 위의 박효미 작가의 책의 소재, 주제, 그리고 문체와 금방 대조가 되었다. 작가는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의 소재를 찾는 것도 좋지만 출발을 그렇게 하였더라도 읽는 대상을 늘 염두에 두고 써야함을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어린이책은 아니지만 최규석 작가의 <울기에는 좀 애매한>도 함께 올려본다. 우선, 재미있게 읽었다. 작품 전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보다는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묘사에 많이 치중한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런 만큼 각 인물들의 특징이 잘 표현되어 있었다. 인물들의 말과 생각을 통해 작가의 목소리를 실었다. 그런데 욕심같아서는 좀 더 강렬하고 뚜렷한 스토리 라인을 만들었더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귀납적으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등장시켜 그들의 경우를 예시하는 방식으로 내용을 이끌어가기보다, 중심이 되는 사건이 있고 뚜렷한 갈등이 있고, 거기서 주제를 전달하며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는 그런 작품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뭔가 미완성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아쉬움이 남았다.
유다정 작 <놀라운 미생물의 역사>
감탄을 하며 읽었다. 어쩌면 이렇게 알차게 책을 구성할 수 있을까.
국문학을 전공한 저자가 이 책을 위해 얼마나 공부하고 준비했을까 짐작해보기도 했다. 미생물이란 한마디로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생물체를 말한다. 이 책에는 미생물이라는 정체가 알려지기 까지 역사적 배경부터 시작해서, 미생물과 뗄레야 뗄수 없는 질병의 역사, 질병이 미생물의 감염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밝히기 까지의 과정, 그리고 마지막 장에는 현재 미생물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설명하면서 바이러스가 병을 일으키는 것 뿐 아니라 치료 목적으로도 이용되고 있다는 소개까지 해놓았다. 처음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장황하지 않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썼는지. 미생물의 역사 부분을 이집트 피라미드의 투탕카멘의 저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지루할 수 밖에 없는 내용을 정반대로 놀라움과 신기함아로 읽어내려가게 할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미생물의 정체가 밝혀지기까지 현미경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으며, 자기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직접 실험하여 증명해보이는 과정은, 읽는 아이들로 하여금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증명해보이는 방법에 대한 소개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미생물을 배양할 때 한천 배지를 사용하게 된 유래에 대해서는 나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되었다.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정체를 밝히고 그것에 대항하는 약물을 개발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언제까지나 이용될 수 없는 이유는 미생물은 워낙 변이를 잘 일으키기 때문이다. 즉, 진화하는 것이다. 의학의 발달, 그리고 미생물의 진화, 서로 달리기 시합을 하고 있는 셈인데 과연 누가 이길지, 본문에서는 '의학의 발달이 미생물의 진화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152쪽) 라고 현대 미생물학의 딜레마를 독자들에게 질문 형식으로 던져놓기도 한다.
옥의 티랄까? 165쪽의 내용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항체를 만드는 방법과 164쪽의 바이러스를 직접 종양 부위에 주입하여 치료하는 바이러스 치료가 같은 맥락으로 혼동되어 읽혀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 정도이다. 초등 고학년 이상이라면 누구에게나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근래 읽은 정말 훌륭한 과학 정보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