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침 9시에 집을 나서 고속도로를 달려 두시간 후인 11시쯤 구례에 도착하였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떠난 건 아니다. 거의 매일 24시간, 집 안에 틀어박혀 있는 내가 아무래도 바깥 공기를 좀 유입시킬 필요성이 있다고 느낀  것이다.

 

지리산에 처음 갔던 것은 1988년, 대학 4학년때. 과에서 생태학 실습에 쓸 자료 채집이 목적이었다. 버스로 화엄사 입구까지 간 후, 거기서부터 노고단까지 걸어 올라갔다. 우리 과 60여명에 교수님 두분, 조교 등, 출발은 같이 했으나 도착 시간은 각각. 돌이 많은 길을 올라가자니 어찌나 힘들던지, 헉헉 거리며 나는 대열의 맨 뒤에서 겨우 따라가고, 교수님 한분이 옆에서 같이 가주셨다.

 

목표지점인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여 거기서 1박을 했다. 

25년 전 일이라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지금은 차로 성삼재휴게소까지 갈 수 있게 길이 닦여 있다. 여기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노고단으로 올라간다.

성삼재휴게소에서 우리가 차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며 찍었다.

노고단을 향하여 올라가기 전에 툴툴거리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어야했다.

 

 

 

3월이지만 노고단 올라가는 길에 저렇게 눈이 아직 남아있는 곳이 많았다.

 

 

 

 

 

 

 

생각난다, 예전에도 이 돌길을 걸어올라갔었지.

남편과 아들은 벌써 앞서 올라가고 25년 전과 마찬가지로 나는 이번에도 역시 맨 뒤에서, 하지만 쉬지 않고 열심히 걸었다.

 

 

 

 

가파른 돌길. 시멘트가 아닌 자연의 돌을 디디며 걷는 것이 오랜 만이어서 그런지 힘들지만 좋다.

힘든 건 몸이고, 좋은 건 마음이겠지.

저렇게 경사가 좀 가파른 곳도 있고, 아래 사진 처럼 비교적 덜 가파른 곳도 있다. 어느 길이나 그렇겠지만.

 

 

 

 

 

 

돌길 한쪽에 쭉 늘어서 있는 관목은 대나무처럼 생겼지만 조릿대라고 알려주시던 교수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우리 나라 어딜 가든지, 돌이 있는 곳엔 이런 조형물 (!)이 꼭 있다.

 

 

 

 

 

 

아, 여기! 그 옛날 숨이 턱에 닿아 도착했던 곳.

 

 

 

 

노고단이라는 이름의 '노고'는 늙은 시어머니라는 뜻으로, 우리 나라 옛이야기 속의 '마고할미'로 해석하기도 한단다.

노고단대피소 입구에서 맞아주고 있는 목각 '노고'이다.

 

이 건물 2층에 숙소가 있었다. 군인 내무반같이 생긴 곳이었는데 60여명이 함께 밥 해먹고 잠 자던 그 날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왔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그 아이들은 다 어디서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잠시 앉아서 쉰후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왔다.

옛날엔 내려올땐 피아골 쪽으로 내려왔었는데.

더 도전해보고 싶은 몇몇 사람은 노고단보다 좀 더 높은 천왕봉까지 갔다왔지만 나는 물론 아니다.

 

첫번째 지리산이 대학생때였고, 두번째 지리산은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이니까 7~8년 쯤 전인가보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때는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만 가고 주로 산수유 꽃구경, 쌍계사 등을 둘러보고 왔었다.

이번이 세번째 지리산.

앞으로 또 언제,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여길 오게될지 모르겠다. 모쪼록 건강한 몸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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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4-03-28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이 봄에 눈이라니~^^ 아직 지리산에 가 보지 못한 사람인데,,, 사진으로 미리 답사하네요~ 올해는 꼬옥 도전해봐야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hnine 2014-03-28 09:08   좋아요 0 | URL
착한시경님, 꼭 다녀오세요. 대전에서 2시간이면 가요.
꽃이 더 활짝 피었겠지요?

nama 2014-03-2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 사진을 보니 기분이 좋아지네요. 20여 년 전에 두 세번 종주하고, 기껏 화엄사만 둘러본 것도 10년 전쯤...지금도 지리산 종주하는 게 늘 희망사항으로 남아 있어요. 2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니...부럽습니다.

hnine 2014-03-28 11:59   좋아요 0 | URL
대전에 살다보니 남도 지방도 2-3시간이면 갈 수 있어 좋더군요.
화엄사는 참 큰 절이었어요. 웅장하고 위엄 있어 보이고요. 그에 비해 쌍계사는 그 역시 큰 절이긴 하지만 더 정감이 느껴졌어요. 나무도 건물도, 오는 사람을 감싸안는 느낌이랄까요.
다리가 많이 나았다고 하셨으니, 희망사항을 이루실 날도 머지 않았을거예요. 10년 세월도 훌쩍이지요? ^^

세실 2014-03-28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삼재 휴게소까지 올라간 기억은 있는데 노고단에 가본 기억은 가물가물 합니다. 갔었나? 안갔었나? ㅎㅎ
아이가 씩씩하게 잘 올라가네요^^

hnine 2014-03-29 06:01   좋아요 0 | URL
저도 두번째 갔을땐 성삼재휴게소까지만 차로 올라가고 노고단엔 올라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돌길이 많고 가파른 곳이 가끔 나와서 그렇지 어린 아이들도 엄마 아빠 도움 받으며 올라가기도 하더라고요. 기특한 어린이들이죠.
다린이는 저보다 앞질러 올라가서 사진엔 없어요 ^^

순오기 2014-04-0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리까지 다녀가셨네요.^^
지리산 저곳은 서너번은 가봐서 풍경이 반갑네요.
철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는 자연은 언제나 경이로워요!!

hnine 2014-04-03 00:24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멀지 않더라고요. 예전에 서울에서 갈땐 멀다고 느꼈는데, 대전이 그게 좋아요. 중간 지점에 있다보니 국내 어딜 가더라도 비슷비슷한 시간이 걸린다는거요 ^^
지리산은 아직 노고단까지 밖에 못가봤는데 천왕봉도 언제 한번 올라보고 싶어요. 노고단까지도 낑낑대며 오르긴 했지만요. 대신 내려올땐 남들보다 걸음이 빨라져서 남편이 저보고 미스테리래요 ^^
 
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곤도 마코토 지음, 이근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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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기 이전에도 나는 워낙 약을 안먹을 수 있으면 안먹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몇년 전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당히 높아 당장 약을 먹기 시작해야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지금까지 한번도 콜레스테롤 낮추기 위한 약을 먹어본 적이 없다. 항상 그렇게 약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즉각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어서 빨리 완치될 수 있는 경우, 2차 감염을 막아야 하는 경우 등, 이럴 땐 병원에 가고 약도 처방받아 먹는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 혈압을 낮추는 약, 혈당을 내려주는 약 등등, 흔히 평생을 먹어야 한다며 처방해주는 약은 약을 먹기 전에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과연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  증명해보일 능력은 되지 않지만 그냥 직감이라고 할까. 매일 한개의 약을 먹는 것으로 시작하면 몇 년 뒤에는 그것이 두개가 되고, 세개가 되는 것, 장기 복용의 결과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지도 않던 증상이 나타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아마 가까이서 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이다. '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기'라니. 하지만 저자 본인도 의사인 다음에야 할 말이 없다. 중요한 건 제목이 자극적이냐 아니냐 보다는 책에 담긴 내용일 것이고, 저자가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지 근거와 배경을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몇가지 주목한 부분을 요약하여 남기기로 한다.

 

- 고혈압은 90% 이상이 원인 불명이다. 혈압을 낮추었더니 사망률이 하락했거나,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질환이 감소되었음을 검증해주는 실제 데이터는 아직까지 없다. 성인이 되면 동맥도 노화로 딱딱해져서 혈액을 흘려보내는 힘이 약해진다. 따라서 우리 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혈압을 높이려고 한다. 뇌나 손발 구석구석까지 혈액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46쪽)

- 의학계가 기준치 (reference range) 를 낮추면 제약 업계가 돈을 긁어 모은다. (46쪽)

 

- 약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경우, 항상 몸이 나른하거나 초조하고 분노 조절이 안된다. 약을 사용하는 경우 특히 다리가 휘청거리거나, 치매 증상 등이 나타난다면 약의 부작용을 의심해 봐야 한다. 혈당치가 높은 편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일단 부지런히 걷기부터 시작해보자. (51쪽)

 

- 의료 피폭: 일반인은 X선 검사나  CT검사 등에 의한 의료 피폭에 무관심한 실정이다. 의사들도 값비싼 기계의 본전을 뽑아야 하고 환자에게 직접 문진이나 청진을 하는 것보다 손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으므로 "일단", "만일을 위해"라는 말로 안이하게 CT검사를 권한다. CT검사의 피폭선량은 일반 X선 촬영의 200~300배나 된다. (69, 70쪽)

 

- 증상이 없는데도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 등을 약으로 낮추면 수치는 개선되어도 심장에는 좋지 않다. (75쪽)

 

- 약은 '독'이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소량을 단기간 복용하는 정도라면 간이나 신장이 약의 독성을 처리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약의 복용이 습관화되면 틀림없이 부작용이 나타난다. (79쪽)

 

- 미국에서 의사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의사의 규칙 (1992)>이라는 책에서 발취한 내용:

  •    가능한 한 모든 약의 사용을 중단하라.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약을 줄여라.
  •    먹는 약의 수가 늘어나면 부작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    4종류 이상의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위험한 상태에 있다.
  •    고령자 대부분은 약을 중지하면 몸 상태가 좋아진다. (80쪽)

- 흔히 항암제가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암덩어리를 일시적으로 줄인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 암덩어리는 반드시 다시 커진다. 즉 항암제가 효과가 있다는 것은 암을 치료한다거나, 좀 더 살게 된다는 말이 아니다. (92쪽)

 

- 현재 일본이나 한국은 아주 심각한 병원 내 감염 국가이다. 감염증 환자로부터 검출한 황색포도상구균 중에 병원 내 감염을 일으키는 내성균인  MRSA가 차지하는 비율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이탈리아 42%, 미국 40%, 영국 37%, 스페인 36%, 독일 9%, 네덜란드 0%이다. 일본은 70~80%로 이들 선진국 중에서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2010년 기준으로 72%). (96쪽)

 

- 암환자의 통증을 다스리는 법: 첫번째 방법은 진정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우선 비마취 계열의 진정제를 복용하고 그래도 통증이 가시지 않으면 약한 마취 계열의 진정제를 사용한다. 그것으로도 안 된다면 세번째 방법으로 모르핀을 복용하거나 이를 좌약의 형태로 투여한다. 중독이나 의존증이 될 위험이 있는 것은 매번 모르핀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이다. 주사로 모르핀을 투여하면 혈중농도가 급상승했을 때 뇌가 반응해 기분이 좋아진다. 이 때문에 모르핀 투여를 그만둘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99쪽)

 

- 암은 치료하지 않으면 통증을 조절, 통제할 수 있고 그 결과 죽기 직전까지 치매에 걸리거나 의식불명 상태가 되는 일 없이 비교적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103쪽)

 

- 무리한 연명 치료로 환자를 고통스럽게 하지 마라: 가족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영양을 공급해 주고 싶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수액 주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환자를 '익사'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수액 주입을 하지 말고 환자가 고목이 말라가듯 자연스럽게 숨을 거두게 하는 편이 낫다. 그것이 환자에게는 고통 없이 가장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는 방법이다. (108쪽)

 

- 암의 정의 및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암 검진은 하면 할수록 암이 발견되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 중에는 오진도 많고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전이하지 않는) 유사 암이나 (커지지 않는) 잠재 암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PET검사는 CT 등의 검사로 발견하지 못하는 암 병소를 찾아내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하지만 그 병소는 이미 전이가 일어나고 있는 진짜 암이거나 유사 암이므로 일찌감치 발견해도 수명은 늘어나지 않는다. (113-115쪽)

 

- 식사요법은 대개 섭취 칼로리를 줄이고 육식을 하지 않거나 현미와 채소만 먹는 식이므로 단숨에 살이 빠진다. 더욱이 자신의 의지로 식사요법을 하는 사람은 의욕이 충만해서 식사요법의 규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살이 급격하게 빠진다. 그러나 암 환자가 그런 식으로 살이 빠지면 몸의 저항력이 떨어져서 암세포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으로 증식해 결국 생명을 잃게 된다. 스모 선수처럼 지나치게 살이 찌면 당연히 수명은 짧아진다. 하지만 건강 조사 데이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사증후군에 막 접어든 정도, 즉 약간 뚱뚱한 사람이 가장 오래 살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장수한다. 정상 세포를 강하게 하는 것이 암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지름길인 것이다. (151-153쪽)

 

- 폐경기 여성은 다시마나 미역의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일본 국립암연구 센터는 2012년에 "해조류에 함유된 요오드는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미네랄이지만, 지나치게 섭취하면 갑상선암의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해조류를 거의 매일 먹는 그룹이 유두암 (갑상선암의 일종)에 걸릴 위험은, 일주일에 2일 이하로 먹는 그룹의 3.81배나 되었다 해조류를 일주일에 3~4일 먹는 그룹도, 일주일에 2일 이하로 먹는 그룹의 약 2배였다. (165쪽)

 

- 소금의 성분인 나트륨은 뇌가 보내는 명령을 신경세포에 전달하는 등 생명 유지와 깊은 관련이 있다. 혈중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의식 혼탁, 구토, 혈압 강하, 실신 등 심각한 증상을 불러오며 최악의 경우 생명을 잃는다. (173쪽)

 

- 입원 기간이 길면 치매가 온다: 고령의 환자는 입원을 하면 대부분 침대에 누워만 있기 때문에 근력이 떨어져서 머리가 금방 둔해진다. 이것은 치매로 이어지는 큰 원인이 된다. (211쪽)

 

- '건강수명'이란 '보살핌을 받지 않고 자립적으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연령'을 말한다.(216쪽)

 

- 치매는 흔히 '고독병'이라고 불린다. 하루 종일 혼자서 텔레비전만 보는 일상이 계속되면 순식간에 치매가 온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의 뇌는 완전히 수동적이 되어, 멍하니 앉아 있는 것과 똑같은 상태이므로 점점 퇴화된다. 또한 손발을 거의 움직이지 않으므로 몸도 쇠약해진다. 반면에 똑같이 혼자서 생활해도 손자에게 줄 스웨터를 짜거나, 경품 응모하는 것을 좋아해서 시간만 나면 응모 엽서를 쓰거나 과자를 구워서 친구에게 선물하는 등 취미 생활이나 소일거리로 손발과 머리를 자주 쓰는 사람은 치매에 잘 걸리지 않는다. (220쪽)

 

- 나이가 들어도 마음껏 울고 웃어라: 희로애락이 강할수록 뇌는 아주 활발하게 활성화되고, 기억을 저장하는 서랍도 늘어난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요즘 한창 유행인 두뇌 트레이닝보다, 의식적으로 희로애락의 폭을 넓히는 것이 좋다. 즉, 여러 가지 일에 호기심을 가지며 즐거울 때나 기쁠 때 크게 웃고 슬플 때나 화가 날 때는 마음껏 우는 것이다. (221쪽)

 

이 책의 맨 뒤에는 '사전의료의향서'의 견본이 나와있다. 어떻게 죽고 싶은지 나의 의향을 미리 글로 써두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도 연명치료에 대한 의향서 작성 캠페인이 열리고 있다는 말을 얼마전에 어머니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나의 죽음의 방법에 대한 나의 의향을 밝혀놓고 그에 따르도록 하는 일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아무리 이런 책을 읽어도 위에 인용했다시피 의학 지식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또한 위급한 상황에 병원에 가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의사가 지시하는 검사를 받을지 받지 않을지 따져보고 결정할 수 있겠는가. 환자는 영원히 '을'일 수 밖에 없는가 생각도 들지만 이 세상엔 0과 1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모르면서 맹신하는 것보다 어쨌든 나는 아는만큼 믿고, 아는 것을 믿는 쪽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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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26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7 0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7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03-28 06:18   좋아요 0 | URL
지금 다시 읽어보니 오타 천국이네요. 에궁~ 읽으실때 불편하셨겠어요. 고쳐 넣었습니다.

Ralph 2014-03-2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습니다. 의사라기 보다는 진료 체계의문제이지요. 지난 50년간 우리사회는 끊임없이 의사를 교육, 훈련, 격려, 혹은 압박, 강제해왔습니다. 즉 더많은 약을 주고, 더많은 검사를 하고, 더 많은 수술을 할 것을 끊임없이 강요해왔습니다. 쓸데없이 환자와 긴이야기를 나누거나, 진찰만하고 약을 주지 않거나, 충분히 고가의장비를 사용하여 가능한 많은 검사를 하지 않은 의사는 과감히 도태시키고, 절대로 이땅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박멸해버렸습니다. 특히 많은 수술을 한 의사는 소위 "명의"라는 이름을 달아주었죠. 더많이 치료하고 더많이 약 처방하고, 더많이 검사한 의료진은 능력있는 의사, 간혹은 명의로 각종 매체에서 다루고, 정부는 훈장으로 포상해왔습니다. 이제 그 덕에 우리 국민은 특별한 증사이 없어도 싼 값에 많은 약과 많은 검사, 많은 수술을 받을 수있는 의료 천국에서 살게되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교포들이 한국으로 치료하러 온다니 말해 무었하겟어요..

hnine 2014-03-30 08:14   좋아요 0 | URL
Ralph님 서재를 즐겨찾는 서재로 등록 해놓고 올리시는 글을 그동안 읽어오고 있었습니다. 현장에 계신 분의 댓글을 읽으니, 저의 보잘 것 없는 리뷰보다 더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네요.
'의료천국' 대한민국이라니, 이제 '천국'이라는 말은 이렇게 아이러니한 경우에만 쓰나봅니다. 여든이 낼모레이신 제 아버지께서도 부정맥과 혈압때문에 약을 드시기 시작하신지 십년이 넘었는데 지금 댁에 가보면 그 약들을 포함하여 드셔야하는 약 봉지들이 식탁위에 한가득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먹어야 하는 약이 늘어나고 있는거죠. 엊그제는 손이 차갑고 파랗게 되어 병원에 가셨더니 류마치스가 아닌가 보기 위해 CT촬영을 하셨다고, 결과 보고 또 약 처방을 해준다고 그랬다기에 그냥 한숨만 나왔습니다.
 
그가 사랑한 클래식 - 음악이 삶에 가르쳐주는 소중한 것들
요아힘 카이저 지음, 홍은정 옮김 / 문예중앙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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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아힘 카이저 (Joachim Kaiser). 음악 비평쪽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인지 나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름이다. 하지만 독일 태생인 그는 클래식 음악사에서 우리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비평가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고 한다. 2009년 5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남독일신문에서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들을 독자로부터 받았고 그것에 대한 카이저의 대답을 하나씩 영상으로 찍어 (위의 동영상-독일어로 되어 있어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카이저의 클래식 수업 (Kaiser Klassik Kunde)' 라는 비디오칼럼이 탄생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2012년에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이책. 원제를 이 리뷰의 제목으로 인용하였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Sprechen wir uber Nusik)'.

독자들로부터 어떤 질문들이 그에게 전달되었을까? 쟝르도 깊이도 매우 다양하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는 왜 중요한 작품이라고 하는가

 

슈베르트는 왜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지 않았을까

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에서부터,

 

음악이 꼭 감동적이어야 할까?

 

바그너의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독일국가민주당을 지지할 위험에 빠지게 될까?

와 같이 단순하지 않은 질문들도 있다.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그는 장황하지도, 지루하지도않게, 필요한 정도의 대답을 필요한 만큼 들려준다.

연주중에 하는 실수는 비난받아야 하는 일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 중에, 아마추어와 프로는 재능동기에 의해 구분된다는 말이 있었다 (93쪽). 재능뿐 아니라 '동기'도 포함시켰다는 것을 주목하여 보았다.

러시아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과연 정말 노래를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외모가 아름다운 것뿐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글에서 마지막 문장,

모든 실패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모든 성공에는 그럴 만한 비결이 존재하는 법이다. (156쪽)

다른 사람의 말을 적절하게 인용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대작과 중간치'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말을 인용하였다.

극단이 세상을 값지게 만들긴 하지만, 정작 세상을 지탱하는 것을 중간치이다. (175쪽)

제일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예술 문외한'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나 모짜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처럼 이미 잘 알려진 유명한 작품들을 좋아하면 아직 음악의 문외한인 걸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글이다. 잘 알려진 유명한 작품들은 우연히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그안에 위대한 음악이라 할 만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고, 이런 음악들을 좋아하고 반복해서 듣는다는 것은 그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므로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양상이다. 하지만, 반복해서 듣는데서 더 나아가지 않고, 더 이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거나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싶은 마음을 일깨우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했다. 예를 들면 '모짜르트가 힘든 시기에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작곡했다면 그는 대체 그 작품을 둘러싸고 무엇을 더 드러내고 싶었던 걸까?' 라든지, 에어처럼 아름다운 곡을 탄생시킨 바흐가 어떻게 마태수난곡의 소프라노 파트 같은 성부를 작곡할 수 있었을까?'  이런 등등의 질문들을 떠올리지도 못한 채 그저 만족하고 같은 곡을 계속 반복해서 듣기만 한다면 그런 사람은 음악의 문외한이 되는 지름길에 서 있는 것이라고. 호기심은 곧 더 알고자 하는 동기이고 욕구이다. 관심없이 불가능한 일.

가수들의 노래보다 무대 연출을 더 부각하는 요즘 오페라 무대에 대한 우려, 진정한 비평가의 역할에 대한 글도 공감이 갔다.

음악, 또는 연주가 '독일적'이라고 할때 그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정리도 무리가 없다. 아름다운 선율을 중시하여 높은 성부의 두드러지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이탈리아 음악이라면 독일적이라는 것은 화음을 중시하여 낮은 소리도 가볍게 보지 않고 화성의 깊이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글이 어렵지 않고 짤막짤막하여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독자들의 질문에서 출발한 구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좀 산만하고 두서없어 보여 일관된 흐름으로 집중하여 읽혀지지는 않았다.

 

그가 영웅적인 테너라고 칭한 볼프강 빈트가센이 부르는 바그너의 로엔그린 중 <머나먼 나라에, In fernem Land>를 들어본다. 화성, 깊이, 진지함, 장중함,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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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3-25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의 생활전반을 바라보는 특성 같았어요. 단지 음악에서만이 아니라 짧은 대화에서도 꼭 이렇게 되물었어요..
"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생각 그 자체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해보였어요.
그림을 그려도 기술적인 것보다 그것을 이끌어내기까지의 그 사람의 생각과 과정이 훨씬 중요하게 물어지고 그것의 철학과 참신성이 그 가치를 결정하는 태도.


"모든 실패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모든 성공에는 그럴 만한 비결이 존재하는 법이다"
라는 말은 크게 와닿네요..나인님..
산만한 책이라 하셨지만 꼭 읽어보고 싶어질만큼 잘 정리된 정성어린 리뷰입니다..
기억하고 싶은 글이 참 많네요.. ~~

p.s 마지막 글은 '떠올랐다' 가 아니라 '사라졌다'에 방점이 있는 것 같아서 3 =3= 3= ^^

hnine 2014-03-25 12:06   좋아요 0 | URL
어제 새벽숲길님 서재글에서 '프랑스적' 이란 단어를 보고 바로 그날 밤에 '독일적'이라는 단어를 보니 신기하더군요.
생각 이면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면 참 멋진 사람이겠지요. 눈에 보이는 것만 자꾸 더 중요시하는 시대에 살면 살수록 자꾸 잊고 살아요.
오페라 로엔그린은 지금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기엔 꽤나 무거운 작품이라고 하네요. 몇몇 사람의 영웅적인 노력에 의해 지금처럼 대중들에게 사랑 받게 되었다고요.
별로 두껍지고 않고 글자도 빽빽하지 않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랍니다.
 
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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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 일이다. 나와 같은 과 친구하나가 다른 학교 학생들과의 연합써클 첫 모임 (불교학생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에 다녀오더니 말했다.

"머리가 좋은 애들은 있지, 보통 사람들은 느낌에서 끝나는 것을 정확하게 말로 표현해낸단 말야."

난 이 책을 읽으며 왜 이십 오년 전, 친구의 그 말이 떠올랐을까.

감탄, 깨우침의 기쁨, 한숨, 공감하는 어떤 문장은 밑줄로도 성이 안차 통채 외워버리고 싶었다. 가령 이런 문장이 그랬다.

문학은 절망의 형식이다. 우리의 나약하고 어설픈 절망을 위해 문학은 있다. 그리고 희망은 그 한없는 절망의 끝에나 겨우 있을 것이다. (98쪽)

 

삶을 아는 사람은 희망 없이 삶을 사랑하는 사람뿐이다. (102쪽)

 

오십을 눈 앞에 두고 지금까지 살아오며 알게 된 것이란 고작 삶은 절망이고 허무하다는 사실이라는 것에 며칠 더 허무하고 절망스럽던 차에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인이 뮤즈에게 바치는 세금은 시간이라고 (25쪽) 그가 쓴 것 처럼 그의 이 대체불가능한 언어의 구사는 그냥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같은 세금을 바친다고 누구나 같은 혜택을 누린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우선 문학에 대한 어쩔 수 없는, 희망없이도, 쉽게 절망하지도 않은 사랑이 있었다. 자부도 체념도 없이, 읽고 쓰는 일은 내 삶의 거의 전부라고 하지 않는가.

제목을 '느낌의 공동체'라 붙였다. 어느 책에 따르면 인간의 세가지 권능은 사유, 의지, 느낌이다. (...) 어쩌면 사유와 의지는 느낌의 합리화이거나 체계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좋은 작품은 내게 와서 내가 결코 되찾을 수 없을 것을 앗아가거나 끝내 돌려줄 수 없을 것을 놓고 갔다. 그 희미한 사태를 문장으로 옮겨보려 했고 이를 독자들과 나누고자 했다.

느낌은 희미하지만 근본적인 것이고 근본적인 만큼 공유하기 어렵다. 잠을 자려고 하는 시인과 소설가들 앞에서 내가 춤을 추기도 했을 것이고, 내가 춤을 출 때 독자들이 잠을 자기도 했을 것이다. 때로 우리는 한 배를 타게 되지만 그 배가 하늘로 날아오를지 벼랑으로 떨어질지 대부분 알지 못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줄을 알면서도 그 어떤 공동체를 향해 노를 젓는 일이다. (12쪽)

느낌과 정확한 문장 사이에 있는 것은 다름아닌 '사유'였다.

 

문학이 희망을 줄 수도 있을까. 문학은 절망적인 세계 앞에서 사력을 다해 절망할 수 있을 뿐이지 않은가. (97쪽)

허수경의 시에 대해 말한 부분이다. 사력을 다해 절망하는 것이, 어설픈 희망으로, 주입된 선입관을 바탕으로 모든 생각과 느낌의 결론을 지으려고 하는 것보다 낫다. 최소한 나는 나 자신의 생각에 충실했으므로.

비가 오고 있다

여보

움직이는 비애를 알고 있느냐 (김수영 <비>)

움직이는 비애라는 말을 이제 비가 올때마다 떠올릴 것이다.

 

저자가 인용한 다음 글은 "왜 시를 쓰냐"는 질문에 대한 김중식 시인의 답이하고 한다.

한때 내게 시는 '끝까지 가는 것'이었다 그것만 '진짜'였고 나머지는 다 '가짜'였다. 지금은 이렇게 말하겠다. 시는 적당적당(的當適當)히 가는 것이다. 끝까지 갔다가, 또는 끝까지 가려다 무서워서 되돌아 나오는 비겁의 자리가 시의 마음자리다. 시는 어쩔 줄 모르는 삶의 흔들리는 언어다. 시는 흔들리는 삶의 어쩔 줄 모르는 언어다. (167쪽)

'시'의 자리에 '인생'을 바꿔넣어보려다 멈칫했다. 과연, 나는 끝까지 가본 적이 있던가. 그러니까 이런 말은 끝까지 사력을 다해 가보려 한 자만 할 수 있는 말이겠구나 싶어서.

 

그가 소개한 쉼보르스카의 시 <사진첩>중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슬픔이 웃음이 되어 터져 나올때까지 하루하루 무심하게 세월은 흐르고,

그렇게 위안을 얻은 그들은 결국 감기에 걸려 죽었다.

'번역된 랭보의 시를 읽고 절망해서 외국 시와는 절교한 분들께 이 시집을 권한다(170쪽)'는 문장으로 쉼보르스카의 시를 소개하는 저자의 재치. 식상함이란 없다.

안현미 시인의 시를 소개하는 글의 제목으로 쓴 '감전의 능력'이라는 표현은 얼마나 정확하고 독특한가.

감정을 투정부리듯 늘어놓는 것이 시가 아닌 건 맞겠지만 그렇다고 시는 곧 체험이라고 단정해도 될까? 그러나 아니지, 중요한 건 체험의 부피가 아니라 전압이지, 무엇이건 더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는 능력 즉 감전의 능력, 그래서 생겨나는 언어, 그 언어에 흐르는 전류, 이건 나이와 아무 상관없어. (206쪽)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주제넘지만 충고할때 "설명하려 하지 말고 상황을 만들어라." 라는 말과 함께 덧붙인다고 한다. "카버를 읽어라." <대성당>을 쓴 레이먼드 카버를 말하는 것이다.

소설 읽는 일을 '고독과 소통하는 일'이라고 한 것은 정홍수의 문학 평론집 <소설의 고독>을 소개하는 글에서였다.

소설을 즐겨 읽는 나에게 가끔 소설을 읽지 말고 다른 책, 즉 지식에 보탬이 되는 책을 읽는 것이 낫지 않냐던 남편에게 나는 소설은 인생의 폭을 넓혀준다고 대꾸한게 다 였는데.

나희덕의 시는 내가 특별히 즐겨 읽는 시가 아니었음에도 392쪽에 인용된 <섶섬이 보이는 방>은 한번만 읽고 넘어가게 하지 않는다. 시 전문이 길어 여기에 옮겨놓기는 생략하겠지만.

제일 좋아하는 여행지는 그곳의 여관방이라는 저자. 여행하며 구경하는 것보다 방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뜻이다. 어느분의 서재에서 이미 신형철 팬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글을 본 적 있는데, 팬이라는 말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말대로 그의 책은 내게 와서 끝내 돌려줄 수 없는 것을 놓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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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03-24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고는 너무 좋아 <몰락의 에티카>까지 준비해놓고 있는데요, 두 권 다 읽어본 사람들이 <몰락의 에티카>가 더 좋다고들 하더라고요. 아니, 이것보다 더 좋은건 대체 어떤걸까 싶어 준비해둔지 오래인데 아직도 <몰락의 에티카>를 읽지 않고 있어요. 나인님도 이제 몰락의 에티카를 준비해두실 건가요?
:)

hnine 2014-03-24 14:03   좋아요 0 | URL
아, 다락방님. 솔직히 위에 쓴 것 보다 몇배 더 푸욱~ 빠졌어요. 제 딴에는 절제하며 쓴다고 쓴거랍니다 ^^ 리뷰 올리고 다른 분들 리뷰를 막 둘러보고 오는 참인데, 리뷰마저도 감동적인 것들이 많네요.
<몰락의 에티카> 지금 읽고 있는 중인데, 아직 100여 쪽 밖에 못 읽었지만 <느낌의 공동체>보다 좀 더 평론의 느낌이 나요. <느낌의 공동체>는 저자가 극구 '산문집'이라고 한 반면 <몰락의 에티카>는 책 표지에 당당히 신형철 평론집이라고 되어 있는 걸로 봐도요.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좀 더 집요하게 파고 들어 마치 해부도를 그리듯이 써놓았어요.
'문학은 몰락 이후의 첫번째 표정이다'라는 문장은 '음악은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제2의 언어'라는 문장 다음으로 제 맘에 드는 문장이네요.
다락방님도 <몰락의 에티카> 읽으실거지요? 그쵸? ^^

다락방 2014-03-24 15:37   좋아요 0 | URL
물론이죠! 읽을겁니다. 시기가 언제이냐, 그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ㅎㅎ

2014-03-24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4 15: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4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4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5 14: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6 0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며칠전 내방 책꽂이위에 있던 시계를 떨어뜨려 깨뜨리고 말았다.

손바닥만한 크기지만 알록달록 예쁜 유리 시계

아까운 마음에 바로 버리지 못하고 그냥 저렇게 뉘여놓았는데

오늘 마침내 버릴려고 보니

그동안 저렇게 깨져 누워서도 열심히 움직여 제 시간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오늘도 못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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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4-03-21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ㅜ.ㅠ
어떻게 다시 붙여서 쓸 수는 없을까요?

고운 빛깔이나 무늬가 있는 테이프로 붙여서
벽에서 다시금 씩씩하게 돌아갈 수 있기를 빌어요.

hnine 2014-03-21 21:09   좋아요 0 | URL
예, 그럴 생각이어요.
깨져서도 제 할일 해내고 있는 시계가 오늘 저의 스승이 되었네요.

하늘바람 2014-03-21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까워요 색도 고운데

hnine 2014-03-22 05:03   좋아요 0 | URL
한번 재생시켜 보려고요. 시계 기능은 잘 하고 있으니까요.

Jeanne_Hebuterne 2014-03-2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멎은 시계로 김연수는 소설을 쓰고, hnine님은 무엇인가를 기억하거나 되새기거나, 혹은 다시 간직하시겠지요?
전 아무거나 휙휙 잘 버리는 제 성미가 못내 아쉬울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순간입니다. 종종 어떤 순간은 기억과 맞물리거나, 혹은 홀로 존재하거나, 어떻게든 옆에 지니게 된다고 말하는 그런 순간이 부러울 때가 있거든요. 다정도 병이라지만 무정은 더 큰 병인듯 해요.


hnine 2014-03-24 08:58   좋아요 0 | URL
제가 물건을 참 잘 깨뜨려요. 컵, 그릇 등등, 덤벙거리고 성격이 급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시계라고 예외는 아니고 또 깨뜨렸구나 했을텐데 며칠 후, 깨진 채로도 자기 할일을 해내고 있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할까요.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까지는 차마 못썼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