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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랑한 클래식 - 음악이 삶에 가르쳐주는 소중한 것들
요아힘 카이저 지음, 홍은정 옮김 / 문예중앙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요아힘 카이저 (Joachim Kaiser). 음악 비평쪽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인지 나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름이다. 하지만 독일 태생인 그는 클래식 음악사에서 우리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비평가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고 한다. 2009년 5월부터 2011년 1월까지, 남독일신문에서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궁금했던 질문들을 독자로부터 받았고 그것에 대한 카이저의 대답을 하나씩 영상으로 찍어 (위의 동영상-독일어로 되어 있어 내용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카이저의 클래식 수업 (Kaiser Klassik Kunde)' 라는 비디오칼럼이 탄생했다고 한다. 그 내용을 2012년에 책으로 펴낸 것이 바로 이책. 원제를 이 리뷰의 제목으로 인용하였다.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Sprechen wir uber Nusik)'.
독자들로부터 어떤 질문들이 그에게 전달되었을까? 쟝르도 깊이도 매우 다양하다.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는 왜 중요한 작품이라고 하는가
슈베르트는 왜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하지 않았을까
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에서부터,
바그너의 음악을 반복해서 듣다 보면 독일국가민주당을 지지할 위험에 빠지게 될까?
와 같이 단순하지 않은 질문들도 있다.
다양한 질문들에 대해 그는 장황하지도, 지루하지도않게, 필요한 정도의 대답을 필요한 만큼 들려준다.
연주중에 하는 실수는 비난받아야 하는 일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변 중에, 아마추어와 프로는 재능과 동기에 의해 구분된다는 말이 있었다 (93쪽). 재능뿐 아니라 '동기'도 포함시켰다는 것을 주목하여 보았다.
러시아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는 과연 정말 노래를 잘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외모가 아름다운 것뿐인지 묻는 질문에 대한 글에서 마지막 문장,
모든 실패에는 원인이 있게 마련이고, 모든 성공에는 그럴 만한 비결이 존재하는 법이다. (156쪽)
다른 사람의 말을 적절하게 인용한 부분도 눈에 띄었다.
'대작과 중간치'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말을 인용하였다.
극단이 세상을 값지게 만들긴 하지만, 정작 세상을 지탱하는 것을 중간치이다. (175쪽)
제일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은 '예술 문외한'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는데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나 모짜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처럼 이미 잘 알려진 유명한 작품들을 좋아하면 아직 음악의 문외한인 걸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글이다. 잘 알려진 유명한 작품들은 우연히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그안에 위대한 음악이라 할 만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고, 이런 음악들을 좋아하고 반복해서 듣는다는 것은 그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므로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양상이다. 하지만, 반복해서 듣는데서 더 나아가지 않고, 더 이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거나 새로운 것을 탐색하고 싶은 마음을 일깨우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고 했다. 예를 들면 '모짜르트가 힘든 시기에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작곡했다면 그는 대체 그 작품을 둘러싸고 무엇을 더 드러내고 싶었던 걸까?' 라든지, 에어처럼 아름다운 곡을 탄생시킨 바흐가 어떻게 마태수난곡의 소프라노 파트 같은 성부를 작곡할 수 있었을까?' 이런 등등의 질문들을 떠올리지도 못한 채 그저 만족하고 같은 곡을 계속 반복해서 듣기만 한다면 그런 사람은 음악의 문외한이 되는 지름길에 서 있는 것이라고. 호기심은 곧 더 알고자 하는 동기이고 욕구이다. 관심없이 불가능한 일.
가수들의 노래보다 무대 연출을 더 부각하는 요즘 오페라 무대에 대한 우려, 진정한 비평가의 역할에 대한 글도 공감이 갔다.
음악, 또는 연주가 '독일적'이라고 할때 그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한 그의 정리도 무리가 없다. 아름다운 선율을 중시하여 높은 성부의 두드러지는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 이탈리아 음악이라면 독일적이라는 것은 화음을 중시하여 낮은 소리도 가볍게 보지 않고 화성의 깊이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글이 어렵지 않고 짤막짤막하여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었다. 다만 독자들의 질문에서 출발한 구성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좀 산만하고 두서없어 보여 일관된 흐름으로 집중하여 읽혀지지는 않았다.
그가 영웅적인 테너라고 칭한 볼프강 빈트가센이 부르는 바그너의 로엔그린 중 <머나먼 나라에, In fernem Land>를 들어본다. 화성, 깊이, 진지함, 장중함,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