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선 '리틀 러너'라는 제목으로 2007년에 개봉했었나보다.

원제는 Saint Ralph.

랠프 (Ralph)는 14살, 고등학교 1학년생인 이 영화의 주인공 남자아이 이름이고, 앞의 saint는 성자(聖者), 혹은 성인(聖人) 이라는 뜻인데 절대 종교 영화는 아니고, 아마 '기적'이 이 영화의 주제어를 이루고 있고, 주인공 랠프가 다니는 고등 학교가 신부님이 교장선생님인 카톨릭계 사립학교라는 것과 관련될 것이다.

1950년대가 이 영화의 배경.

학교의 규칙을 어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종종 신부님 앞에 고해성사도 하는 랠프는 군인이었던 아버지를 전쟁에서 잃고, 엄마도 병원에서 요양중.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주목 대상이고 친구들로부터도 왕따 대상이다. 그래도 병원으로 엄마 를 찾아가 대화를 나누는 낙이 있었는데 어느날 엄마가 코마 상태에 빠져 더 이상 대화도 나누지 못하게 된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한 엄마는 다시 의식이 돌아오기 힘들거라는 말을 들은 후 절망속에 있던 랠프는 수업시간에 꼭 신이 아니어도 기적을 이룰 수 있다는 선생님의 말에, 자기가 기적을 이루면 엄마에게도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그날부터 랠프는 자기에게는 기적이나 다름없는 보스톤 마라톤 우승을 목표로 혼신을 다해 연습한다. 거기에는 랠프의 그런 뜻을 알고 열심이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고, 끝까지 못하게 만류하는 교장선생님도 있다. 랠프가 죽기살기로 마라톤 우승을 위해 연습하는이유는 오로지 하나. 엄마에게 기적이 일어나 의식이 돌아오길 바라기 때문이다.

 

예상되다시피 이 영화의 결말 부분은 랠프가 보스톤 마라톤에 출전하는 내용이다.

랠프는 마라톤에서 우승을 할까? 즉, 기적을 이룰 것인가? 그래서 랠프의 엄마는 의식이 돌아와 식물인간에서 벗어날까?

 

영화의 결말에서 우리 삶에서 '기적'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깨닫는다. 우리 삶 속에서 무엇을 기적이라고 하는지를 배운다. 어쩌면 기적이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던 일이 일어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랠프에게 기적은 다른 방식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또하나. 꿈과 희망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꿈은 작정해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초긍정으로 정신 무장된 사람에게만 따라다니는 것도 아니고, 마음 수양에 의해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동기가 생겨나면, 그게 나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더라도 간절히 바라는 어떤 것이 생기면 그게 꿈이 되고 희망이 된다는 것.

크로스 컨트리 팀에 가서 달리기 연습을 하는 동료들에게, "What's the point? (뭐하러 그렇게 달리는데?)" 라고 비아냥거리던 랠프가 그렇게 달리는 선수가 되게 바꿔놓은 것.

 

 

 

 

 

기적은 일어날 수 있구나, 신이 아니더라도.

다만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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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르 2012-03-0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만 기대하지 않던 곳에서..
멋진 표현입니다.

그래서 기적인 줄도 모르고 지나치는 기적이 생기지 않도록 잘 둘러봐야겠어요. 기적이 일어났는데 몰라보면 안되니까요. 비아냥거리던 랠프가 열심인 선수로 바뀐 것도 기적, 그 마음을 하늘이 알고 엄마의 의식이 돌아와도 기적.

hnine 2012-03-04 08:16   좋아요 0 | URL
예, 바로 그거였어요. 기적은 일어나고 있더라고요 우리 주위에서. 다만 그게 우리가 기적인줄도 모르고 지나치기가 쉬운 것이지요. 저 영화에서의 기적은 제가 일부러 써놓지 않았어요. 스포일러가 될것 같기도 하고, 저 혼자만 그게 기적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고 해서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stella.K 2012-03-04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영화 서비스가 종료가 되서 아쉬워요.
이런 영화가 있었군요. 영화는 2007년에 개봉했다면서
제목엔 왜 2004라고 쓰셨을까요?
아무튼 h님이 영화 소개해 주시면 혹하고 보게되요.^^

hnine 2012-03-05 08:39   좋아요 0 | URL
저는 daum 포탈의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유료로 다운받아 봤어요. 영화마다 다운 받는 가격이 다른데 이 영화는 500원이었나? 그랬지요.
우리 나라에서 개봉한게 2007년이고 이 영화가 만들어진건 2004년이란 뜻이랍니다. 주인공 랠프가 마라톤에 나가도록 도와주는 신부님(동시에 학교 선생님)역으로 나오는 스캇 캠벨은 낯이 익다 했더니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영화 '사랑을 위하여 (Dying young)'에 백혈병 환자로 나왔던 남자이더군요.

프레이야 2012-03-0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영화네요. 찾아서 보고 싶어지는 영화에요.^^

hnine 2012-03-05 08:39   좋아요 0 | URL
네, 프레이야님. 이 영화를 찾아낼수 있어서 참 좋았답니다.
그렇게 저를 기다리고 있는 영화들이 많이 있을것 같아 요즘 시간날때마다 영화 사이트를 뒤지고 다니는 버릇이 생기려고 해요 ^^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레몬케잌. 케잌 반죽에 레몬즙이 들어가고 레몬 껍질도 얇게 저며 넣는다. 레몬의 상큼한 향이 단맛과 어우러진 맛있는 케잌, 책 제목만 봐도 군침이 도는데, 따라나오는'특별한 슬픔'이란 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무슨 내용을 담고 있을까?

아홉살 여자 아이 '로즈'는 자기의 생일을 앞두고 엄마가 만든 레몬케이크를 먹던 날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케이크의 맛에서 케이크를 만든 사람, 즉 엄마의 마음 상태를 읽어내게 된 것이다. 하찮음, 위축됨, 화가 남, 아스피린을 여러 알 집어 먹게 만드는 두통 때문에 이를 앙다무는 느낌, 뭔가가 빠져 있는 듯한, 어딘가 구멍이 뚫린 듯한 맛.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로즈가 느끼는 맛은 미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인식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작용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집에는 또하나 특별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바로 로즈의 오빠 조지프이다. 책벌레에, 과학 천재인 조지프는 책을 읽고 혼자의 세계에 빠져 지내며 엄마의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식구들과 말도 별로 안하고 친구도 별로 없는 조지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잘 모른다. 그런 조지프가 가끔씩 집에서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고, 로즈는 가족중에서 그것을 알아차린 유일한 사람이다. 그뿐 아니라 아빠와 공통 관심사라고는 아무 것도 없어보이는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 남자 친구를 만나고 오는 날에는 엄마가 평소의 엄마가 아니라 얼굴에서 생기가 돌고 명랑해진다는 것 또한 로즈가 제일 먼저 알아차린다. 뒷부분에 가면 로즈의 아빠 역시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다.

로즈와 조지프의 특별한 감각이 의미하는 것 무엇인가?

아무것도 모자랄 것이 없는 완벽한 가족이지만, 사실 가족 구성원 각각은 공감대 형성이 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각자의 세계만 자꾸 키워나가고, 급기야는 각자의 그 세계속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엄마는 래리 아저씨를 만나 목공일에 온힘을 기울이고 거기서 보람과 활력을 찾는다. 집안의 막내로서 다른 사람을 관찰하기 좋아하는 로즈는 그 사람이 만든 음식에서 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알아내는 능력을 갖게 된다. 수학, 물리에 관심이 많은 오빠는 점차 다른 사람들과의 교차점을 잃어가고 거기서 오는 어려움을 견뎌내는 방법으로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 병원 앞에까지만 갈수 있을 뿐 결코 그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는 아빠는 그것이 단순한 두려움이나 공포가 아니라 아빠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때문임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은 하나의 우주.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다른 사람과 너무나 비슷할 경우엔 독자성과 자기 정체성이 흔들리게 되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의 세계와 너무나 동떨어진 세계를 가지며, 자신을 자꾸 그 안에 가두어놓으려 하면 그 삶은 고립되기 시작하고 점차 견뎌내기 힘든 삶이 된다. 책의 마지막에 로즈가 이런 말을 한다. 결국 오빠와 나는 비슷했던 것일텐데 나는 내 선택으로 세상에 남을 수 있었고 오빠는 그럴 수 없었다고. 견디기 힘든 상황이 어떻게 결말이 나느냐 하는 것은 결국은 나도 모르게 내가 하고 있는 선택에 달려있다는 말 아닌가? 우리는 세상에 남을 것인가? 아니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인가.

이 책의 작가는 우리 나라에선 아직 많이 알려져있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매우 독특한 상상력과 분위기 때문에 상당히 주목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는데, 사람들의 심리, 정신적 이상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비록 번역본이기는 하지만 표현이 상당히 다양하여 일반인의 표현 범주를 훨씬 뛰어 넘어, 여기 저기 다른 세계까지 뻗어있는 듯 하다.

책의 끝까지 가는 동안 처음의 호기심과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은채 읽을 수 있었다. 바로 다음이 어떻게 이어질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작가의 독특한 서술 방식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책을 놓기가 어렵게 만들었다.

로즈의 경우엔 다른 사람이 만든 음식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면, 이 세상엔 또 어떤 특별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 있어, 나의 노트, 나의 옷, 나의 펜 등에서 내가 읽혀질지도 모르겠다. 또한 나 역시 자신도 모르는 어떤 특별한 감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특별한 감각이 만들어져있지 않다면 좋겠다. 그런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책에서 보여주는 대로라면 말이다.

나만의 세계를 가지는 것과, 그 속에 '고립'되는 것의 차이는 크지 않다. 고립은 곧 절망이고, 살아가기 힘들게 하는 원인이라고, 이 책 다음으로 막 읽기 시작한 책에서도 그러지 않던가.

새삼스럽지만 소설은 참 매력적인 방법으로 가르침과 생각의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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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3-0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책이 참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이례적으로 별 다섯 개로군요.ㅋ
저도 일단 보관함에 넣었슴다.^^

hnine 2012-03-01 14:01   좋아요 0 | URL
일단 전 다른 작품들과 뚜렷이 구분되는 개성과 독창성이 있는 작품엔 점수를 높게 줍니다.
이 책은 그냥 가볍게 읽어도 책장이 금방 넘어갈텐데, 읽어가다보니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의미가 서서히 보이는 것 같아서 더 몰입해서 읽었어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 씻고 아침 식사 준비 하고 책상에 앉아 제일 먼저 한 일은 영화를 본 일이다.

세상의 모든 계절. 원제는 Another year.

2010년에 나온 영국 영화이다. 다른 영화 '세상의 모든 아침'과 헛갈리는 제목인데 영화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시간 순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만든 제목인가보다.

낯익은 두 여배우 얼굴. 마이크 리 (Mike Leigh)라는 감독 이름도 낯익지만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는 어디서 봤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예전에, 기분으로 치면 수십년 전에 본 것 같은 영화 'Secrets and Lies (비밀과 거짓말)'와 어딘가 비슷한 분위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서 기억이 났다. '아! 거기 나왔던 그 여배우구나. 엄마 역으로 나왔던...' 그러고 보니 감독도 그 영화를 만든 그 감독이네! 나의 기억력이 아닌, 느낌, 기분이라는 놈이 알아냈다.

병원에서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여주인공 Gerry가 한 환자에게 이것 저것 질문하는 장면이 초반에 나온다. 이 환자는 단지 밤에 잠이 잘 안와서 수면제나 처방해주었으면 하지만 병원의 의사와 상담사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고 근본적인 치료를 권하여 이것 저것 묻지만 이 여자환자는 거의 '모른다', '기억 안난다'라는 짧은 답으로 대화를 거부. 당신은 지금 당신도 의식하지 못하지만 화가 나있고 (anxious) 우울하다고 (depressed)말해주지만 그것에 대해서도 환자는 묵묵부답.

감독이 영화의 첫장면으로 이것을 택한 의도는 무엇일까?

Gerry의 남편 Tom (발음만으로 보면 톰과 제리이다 ^^)은 자칭 지질학자. Joe라는 장성한 아들 하나를 두고 있는 이 부부의 사이는 비교적 좋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더 주목해야할 사람은  Gerry의 직장 동료인 Mary. 가족 없이 혼자 사는 그녀는  Gerry의 집을 가끔 방문하여 함께 식사를 하고 자기 얘기를 하는 낙에 사는, 외롭고 불안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여자이다.  어느 날 Mary가 Gerry 집을 방문해있는 동안 Gerry의 아들 Joe가 여자친구를 데려오면서 Mary는 자기 감정을 숨기지 못한채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잠시 Gerry와 어색한 사이가 된다. 은퇴후 먹는 것과 술, 담배로 외로움을 달래며 사는 남자 Ken, 평소에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도 아내가 죽고 나자 정신적 마비 상태가 온 것 같은 Tom의 형 Ronnie 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나이들어가는 삶의 한 모습을 본다.

129분 내내 영화를 보는 것 같지 않고, 투명인간이 되어 이웃의 삶을 들여다보이는 것 같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났다. 그들은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 인물로 살고 있었다.

저 말투, 저 표정, 저 거리...어느 새 나도 그 영화 속에 들어가 Gerry가 되었다가 Mary가 되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왔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지막 장면까지 Mary의 그 외롭고 불안하고 굶주린 (정에) 눈길과 표정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숨막히는 사건과 빈틈없는 대사 중심이 아닌,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무심한듯 별것 아닌 평범한 일상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 감독의 고단수가 느껴진다.

이 영화를 보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Mary같은 노년이기보다는 Gerry같은 노년이면 좋겠는데.

쓸쓸하지만, 인생이라는 그 겹겹의 껍질을 한겹 더 벗겨본 것 같은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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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12-03-01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포스터 처음 봤을 때, hnine님 생각했었어요. ^^

hnine 2012-03-01 06:06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좋아요.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국의 어떤 곳에 내가 들어가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보는 사람을 흡수해버리는 힘이 있었어요.
저 감독의 예전 영화 '비밀과 거짓말'도 좋았지요.
인간의 외로움은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이 영화를 보면서도 들었답니다. 그래서 '서로' 품어주고 들어주고 위로해주며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저 포스터 어디에 제 모습이 숨어있을까요?^^
생각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프레이야 2012-03-0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과 거짓말'에도 나온 그 엄마였던가요?
하도 오래되어 기억해내지 못했어요, 나인님.^^
이 영화 참 좋았지요. 제리가 참 냉정해 보였지만 현명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어요.
삶이 참 한 뼘 차이로 누추해지도 조촐해지기도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hnine 2012-03-01 18:33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비밀과 거짓말에서의 그 엄마요.
프레이야님도 이 영화 보셨군요. 그리고 제리에 대해서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제리와 메리의 삶의 차이를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았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메리의 그 어정쩡하고 여전히 외로움에 가득차서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몰라하는 그 표정이 길게 여운이 남지요.
저, 이런 영화 좋아요 ^^
 

 

지금 읽고 있는 책: 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380여쪽에 이르는, 꽤 두툼한 책인데 한번 읽기 시작하면 100쪽은 금방 넘어간다.

할일을 눈 앞에 두고서 자꾸 손이 이 책 쪽으로 가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책.

제목만큼 특이하다.

 

 

 

 

 

 

 

 

 

 

 

 

 

 

 

다음에 읽을 책: 우리가 잘못 산게 아니었어

 

지금 필요한 건 위로와 분노가 아니라 바로 용기라고, 우리가 잘못 산게 아니었다고. 그럴까? 그러기를 바라며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책이다.

 

나에게 당신 잘못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딱 한명뿐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

 

 

 

 

 

 

 

 

 

 

 

 

 

 

권유받은 책: Red Scarf Girl

 

엄마도 꼭 읽어보라고, 아이가 권해준 책이다.

마오쩌뚱에 대해서 묻고,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묻는다. 단답형 질문이 아니어서 간단하게 금방 대답을 못했다.

이건 fiction이 아니라 biography라면서, 무서운 장면도 나온단다. 아이가 읽어보라고 이렇게 권하는 책은 꼭 읽어본다.

 

 

 

 

 

 

 

 

 

아침 7시면 집에는 나 혼자가 된다.
시간이 무한정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오전11시를 넘어가면 시간이 금방 간다.

해야할 일에 이제 발동이 걸리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며, 좀 할만 하면 오후 4시, 즉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 되어 온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간다. 이사오고 나서 시작된 일. 아파트 주위가 온통 공사판이라 크레인이 여기 저기, 차도와 인도가 뚜렷이 구분이 안되있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버스 노선이 좋질 않아 아이는 매일 버스를 두번이나 타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에게 간식 주고, 뒤늦게 벼락치기 일을 한시간 남짓 하다보면 저녁 준비 할 시간.

9시 반부터 아이에게 자라고 다그치기 시작해야 10시쯤 잠자리에 든다.

그 옆에 같이 누었다가 나까지 잠이 들면 꼭두 새벽에 잠이 깨고, 아니면 좀 늦게 까지 앉아 있을 수 있다.

 

왜 이런 걸 쓰고 있지?

요즘은 뭐든지 이런 마음이다. 왜 이걸 하고 있지? 이거 하면 뭐하지?

병이다 병.

곧 3월이 된다는 긴장감까지 겹쳐서 아주 꿀꿀하고 무겁고 어둡기 짝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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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2-02-28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레몬 케이크 괜찮은가 봅니다.
술술 읽히는데 읽고나면 허무해지는 책도 종종있잖아요.
그렇지는 않은가 봅니다. 슬픔은 잘 모르겠고 제목만 읽으면
케이크가 먹고 싶어지네요.^^

hnine 2012-02-28 22:49   좋아요 0 | URL
아직 다 읽지는 않아서 술술 읽히는데 읽고나면 허무해진 가능성도 아주 배제하진 못해요 ㅋㅋ
저자가 사람들의 특별한 심리 상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더군요. 레몬케이크는요, 아마 무지 달거예요.

상미 2012-02-2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네가 힘들겠지만, 한참은 데리러 나가야겠구나...
안전한게 최고지....

hnine 2012-02-28 22:51   좋아요 0 | URL
차선도 없고, 머리 위로 벽돌이 크레인에 대롱대롱 매달려 운반되고 있고 여기 저기서 지게차 튀어나오고...ㅋㅋ
어떤 날은 다린이 데리러 나가는 시간이 유일하게 내가 바깥 출입을 하는 때가 되는 적도 있어. 그것도 이제 3월 시작하면 끝이지만.

하늘바람 2012-02-2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 7시면 엄청 일찍이네요. 저흰 그떈 아직 한밤같은.
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은 제목이 정말 특이하네요 레몬 케이크? 실제 있는 케이크인가요? 낯선 느낌.
그래도 엄청 바쁘고 부지런한 하루를 지내시는 것 같아요

hnine 2012-02-28 22:53   좋아요 0 | URL
아직도 7시면 완전히 어둠이 걷히진 않더라고요.
레몬케이크는 케잌중에 비교적 흔한 종류인데 레몬즙이나 레몬 껍질 얇게 저민 것을 넣어주지요.
엄청 바쁘기는요. 미루고 딴짓하고, 그러면서 낭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ㅠㅠ

프레이야 2012-02-28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빈이 학교 다니는 길이 엄청 위험하고 힘들군요.
님이 당분간 신경써줘야겠어요.
정말 3월이 다 됐어요. 다른 때 2월이라면 오늘이 그것도 2월 마지막 날인데요.
내일은 정말 덤으로 더 행복한 하루 보내요 우리.
그런 의미로 추천이에요!! ㅎㅎ

hnine 2012-02-28 22:55   좋아요 0 | URL
저희 아파트도 그렇게 지어졌겠지만 앞뒤로 다른 아파트 계속 짓고 있는 중이고 건물 세워지고 그러느라 거의 공사현장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내일은 정말 덤으로! '덤'이란 말씀에 마음이 금방 방긋 피는 것 같네요 ^^

비로그인 2012-02-2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마음에 들었더랬어요. 도서관서 빌려 읽고 갖고 있고 싶어서 사 놓았지요. 음식을 통한 카타르시스라는 점에서 묘하게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더군요. 전 마지막이 좋았는데..

저도 요새 어떻게 살면 마음이 편한지를 깨닫고 그렇게 살고 있지만(자의인지 그냥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게), 또 한편으론 그렇게 살면 뭐하지?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hnine 2012-02-28 23:00   좋아요 0 | URL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다르게 느껴지는 때가 종종 있잖아요. 그런데 작가의 상상력은 그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지요. 너무 기발하지 않나요? ^^ 전 아직 다 읽진 않았는데 마지막이 좋다고 하시니 막 궁금해지네요.
그럼 뭐하지? 하는 생각은 귀차니즘과도 다르고, 마음을 비운 것과는 더더욱 다르고, 허무주의라고 해야하나? 저도 정확히 모르겠는데 거의 우울증 수준까지 가려고 해요 ㅠㅠ 이 산을 또 어찌 넘을지...

비로그인 2012-02-28 23:19   좋아요 0 | URL
일단 밤에 잘 자고(아이 옆에 누웠다가 새벽에 깨지 말고)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게 최곤거 같아요. 몸이 개운하면 마음도 조금은 개운해질 거에요.

hnine 2012-02-29 07:32   좋아요 0 | URL
제가 바로 그게 잘 안돼요, 밤에 잘 자는거요. 새벽에 일부러 깨는 것이 아니라 자동적으로 깨네요.
몸이 개운하면 마음도 개운해진다는 말은 전적으로 동의해요. 제가 요즘 거의 하루 종일 앉아있거든요.
 
인생을 바꾸는 여행의 힘 - 여행이 가르쳐준 56가지 지혜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정말 여행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까?

내게 묻는다면 '경우에 따라서, 언제 하느냐에 따라서' 라고 대답하겠다.

여행과 관련된 책 치고 표지 디자인도 평범하고, 제목도 그다지 야단스럽지 않다. 그럴수록 내용일 알찰거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IT관련지의 기자 생활 10년.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자는 뜻으로 떠난 1년 여행이 지금의 그녀를 '여행작가'라고 소개하게 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아직 30대인 그녀가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는 70여개국. 몇개국을 여행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전 세계 150여개국 중 70여개국은 적은 수가 아니다. 하지만 이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요즘 나오는 여행 관련책 중에는 여행 일정을 소개하고 그 사이에 느낀 점, 가벼운 사유, 깨달음 등, 기행문과 에세이를 합쳐 놓은 형식을 한 것들이 많은데, 이 책은 기행문에 해당하는 내용은 거의 없고 굳이 나누자면 에세이 형식의 글들로 채워져있다. 여행을 왜 하는가,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등, 읽는 사람에게 여행의 가치를 56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얘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결론부터 들이대는 형식보다는 직접 경험한 것을 들려주고 저자의 감상을 덧붙이면 느끼고 깨닫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편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여행을 해보니 이렇더라, 여행을 하면서 이런 것을 배웠다, 여행을 하면 이렇게 된다 등, 결론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나가니 마치 가르침을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독자에 따라서는 나와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너만의 성공지도를 그려라', '혼자만의 시간은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호기심이 최고의 에너지다', '길 위에서 우리는 청춘이다' 이런 식의, 표어 같은 짤막한 문장으로 읽는 사람의 역시 짧은 관심을 끄는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여행 관련 책을 여러 권 낸 저자는 이제 좀 다른 형식을 시도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저런 평을 제치고 여행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는 90% 이상 동감한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꼼짝 안하고 내 머리와 내 가슴만 가지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는 것. 내가 앉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그들과 얘기해보고 다른 하늘과 별을 보고 매일 걷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어보아야 한다는 것. 여행을 많이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것은 자랑스러움과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겸손'이라는 것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대자연의 경관 앞에서, 또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내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아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나를 가장 사랑해줄 사람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도.

여행의 이런 저런 득을 알면서도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도 돈도 아닌, 용기와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도 그런가 생각해본다. 시간, 돈, 물론 이유로 댈 수 있지만 내 경우에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여행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여행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는 것은 인생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없다는 말과 같은 거라고 누군가 나에게 경고를 한다면 그마저도 나는 반대하지 않으리라.

 

여행도 때가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때, 그때를 놓치지 말라고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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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2-02-27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은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게 해주는것 같지만 쉽지 않아요.^^
결혼 10년차에 아이들 데리고 신혼여행지를 다시 오자고 약속했었지만 지키도 못하고...
요즘은 식구들 말고 친구와 함께 어딘가 가고싶지만, 식구들 끼니 걱정에 그도 못하고...
아이들이 좀 더 크면 그런날이 올까요? ㅎㅎ

hnine 2012-02-27 05:33   좋아요 0 | URL
같은하늘님, 오랜만이어요~~
여행도 때가 있다...제가 위에도 썼다시피 그런 것 같아요.
나중에 시간되고 여유있을 때는 이미 건강도, 의욕도 사라질지도 몰라요. 하지만 아직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많은 곳을 보고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해주려고 한답니다. 요즘 저는 여행은 고사하고 아주 가까운 어디로도 움직이기가 싫으네요.늙었나봐요 ㅠㅠ

마녀고양이 2012-02-2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개국을 다녔다구요... 무지하게 부러운 사람이네요.
너무 부러워서, 이 책은 저리 가라~ 하려구요... ㅋㅋ.
읽다가 질투로 인해 죽음 사람이라는, 뉴스거리를 제공하기 싫어서요.

나인언니, 즐거운 한주되셔요.

hnine 2012-02-27 13:59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마지막 줄을 어떻게 썼는지 아시나요?
그래 좋다, 여행들 많이 하시지~ 이렇게 썼다가 정신차리고 다시 수정했답니다.
마녀고양이님, 여행은 한살이라도 젊었을때! 이게 저의 생각이랍니다. 저도 뭐 내년보다는 올해가 한살이라도 더 젊었을때가 되겠지만 전 벌써 어디 다니는게 귀찮기부터 해요.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여행뿐 아니라 집 밖에 나가는 것도 귀찮고 심드렁...이거 무슨 병인가요 ㅠㅠ

2012-02-28 0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8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