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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여행의 힘 - 여행이 가르쳐준 56가지 지혜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정말 여행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까?
내게 묻는다면 '경우에 따라서, 언제 하느냐에 따라서' 라고 대답하겠다.
여행과 관련된 책 치고 표지 디자인도 평범하고, 제목도 그다지 야단스럽지 않다. 그럴수록 내용일 알찰거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IT관련지의 기자 생활 10년.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주자는 뜻으로 떠난 1년 여행이 지금의 그녀를 '여행작가'라고 소개하게 하는 첫걸음이 되었다. 아직 30대인 그녀가 지금까지 여행한 나라는 70여개국. 몇개국을 여행했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말은 하지만 전 세계 150여개국 중 70여개국은 적은 수가 아니다. 하지만 이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요즘 나오는 여행 관련책 중에는 여행 일정을 소개하고 그 사이에 느낀 점, 가벼운 사유, 깨달음 등, 기행문과 에세이를 합쳐 놓은 형식을 한 것들이 많은데, 이 책은 기행문에 해당하는 내용은 거의 없고 굳이 나누자면 에세이 형식의 글들로 채워져있다. 여행을 왜 하는가,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등, 읽는 사람에게 여행의 가치를 56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얘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결론부터 들이대는 형식보다는 직접 경험한 것을 들려주고 저자의 감상을 덧붙이면 느끼고 깨닫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둔 편을 더 좋아한다. 그런데 이 책은 여행을 해보니 이렇더라, 여행을 하면서 이런 것을 배웠다, 여행을 하면 이렇게 된다 등, 결론만 가지고 이야기를 해나가니 마치 가르침을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독자에 따라서는 나와 느낌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너만의 성공지도를 그려라', '혼자만의 시간은 나에게 주는 작은 선물', '호기심이 최고의 에너지다', '길 위에서 우리는 청춘이다' 이런 식의, 표어 같은 짤막한 문장으로 읽는 사람의 역시 짧은 관심을 끄는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미 여행 관련 책을 여러 권 낸 저자는 이제 좀 다른 형식을 시도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저런 평을 제치고 여행에 대한 작가의 생각에는 90% 이상 동감한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꼼짝 안하고 내 머리와 내 가슴만 가지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는 것. 내가 앉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그들과 얘기해보고 다른 하늘과 별을 보고 매일 걷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걸어보아야 한다는 것. 여행을 많이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것은 자랑스러움과 자신감이라기 보다는 '겸손'이라는 것도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대자연의 경관 앞에서, 또는 실로 다양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내가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 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아는 것이 오히려 부끄러워진다. 나를 가장 사랑해줄 사람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것도.
여행의 이런 저런 득을 알면서도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도 돈도 아닌, 용기와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도 그런가 생각해본다. 시간, 돈, 물론 이유로 댈 수 있지만 내 경우에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여행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여행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는 것은 인생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없다는 말과 같은 거라고 누군가 나에게 경고를 한다면 그마저도 나는 반대하지 않으리라.
여행도 때가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 있을때, 그때를 놓치지 말라고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