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타자기

 

 

 

 

 

이젠 그만 자거라

할머니 호통 몇차례 듣고

억지로 누웠지만

눈은 말똥말똥

옆에 나란히 누워 

속닥속닥 장난치던

동생도 잠이 드니

세상이 온통 조용해졌다

다 자나보다

나만 깨어있나보다

무서워지려고 하는데

 

 

 

저쪽 끝방에서 들려오는

타자기 소리

'타다닥 타다다

타다다닥, 찌~잉'

아빠다

아빠가 아직 안주무신다

나혼자 깨어있는게 아니었구나

마음이 놓여

잠이 소르르

아빠의 타자기 소리

이제는 들을 수 없는

타자기 소리

 

 

 

 

 

식구들이 다 잠든 시각에도

다음 날 일을 위해 타자기를 두드려야 했던

내 아버지의 그 고단한 밤들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던 나의 어린 시절 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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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9-2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타자기 이야기가 이것이었군요.
마지막 두 행에서 마음이 짠해집니다.
그리운 얼굴, 그리운 소리, 나인님.^^
저도 어느 날 밤새 수동타자기 소리를 바로 곁에서 들으며 얕은 잠을 잔 적이 있어요.
이십대 초반의 이야기지요.

hnine 2012-09-22 19:53   좋아요 0 | URL
그 타자기는 지금 친정 어느 구석에서 잠자고 있을지 몰라요. 그때는 수동 타자기였고, 몇 년 후엔 손으로 찌~잉 하고 밀어낼 필요없는 전동 타자기를 쓰셨는데 저는 물론 수동 타자기 소리에 더 정이 들었지요.
이십대 초반의 프레이야님 옆에서 수동타자기를 치시던 분은 누구이실까요? ^^

프레이야 2012-09-22 21:36   좋아요 0 | URL
히히 비밀요^^
전동타자기도 생각나요. 직장에서 다년간 그걸 썼지요.

hnine 2012-09-23 23:53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저처럼 타자기 소리를 들은 정도가 아니라 직접 타자기를 오랫동안 다루셨네요, 저희 아버지처럼.

무스탕 2012-09-22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여상을 나왔기에 타자는 죽어라;; 쳤었지요 ^^; 자격증도 땄고요 :)
그 옛날 유명했던 '마라톤 타자기'는 이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거에요.
먹끈은 팔지도 않을걸요?

프레이야 2012-09-22 21:39   좋아요 0 | URL
아ᆢ먹끈이요. 무스탕님 방가방가ㅎㅎ
제가 먹지라고 잘못 썼어요, 제 페이퍼에ᆢ요새는 단어도 헛갈려요ㅠ 먹끈 사러 큰문구점 멀리 버스타고 가고 그랬는데요.

hnine 2012-09-23 23:57   좋아요 0 | URL
ㅋㅋ 무스탕님 앞에서 제가 주름 잡았군요.
1분에 몇타,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던데, 무스탕님은 그때 상당한 수준이셨겠어요. 마라톤 타자기, 이거 예전에 학생중앙이라는 잡지에 항상 선전 나왔었어요. 저희 집에 있던 건 무슨 타자기였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마라톤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요즘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많이 올라오기에 어떤 책인가 보고는 직접 구입하게 된 그림책이다. 아들 읽히려고 산게 아니라 내가 읽으려고. (열두살이 된 아이는 더 이상 그림책을 보지않는다. 이제 이 아이가 다시 그림책을 손에 쥐는 때는 한참 후에, 아이의 아이가 생기거나, 아니면 지금의 나처럼 다시 세상에 찌든 마음을 달래고 싶은 나이에 이르거나, 그때가 되어야겠지.)

 

주위에 장미꽃이 만발하여 장미별장이다. 그곳엔 별장 주인인 할머니 혼자 살고 계시는데, 딱히 할일이 없는 할머니는 이곳을 찾아오는 상처 입은 동물들을 돌봐주는 일을 한다. 달팽이, 새, 강아지, 젊은이 등등. 이들은 장미별장에 머물다가 상처가 다 나으면 떠나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유일한 동물은 바로 제목에 나와있는 쥐. 이 쥐가 별장을 떠난 것도 상처가 다 낫자마자 떠났던 것이 아니고 고양이가 새로 들어오고 자기보다 고양이가 할머니 옆에 있어주는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였다. 세상을 떠돌다 우연히 그 별장의 할머니가 생각나서 다시 돌아와보는 쥐. 그러나 쥐가 다시 돌아왔을때 별장은?

 

우리 나라 작가가 아닌 중국의 작가가 쓰고 그린 그림책. 쓸쓸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언젠가 습작용으로 '식물원' 이야기를 동화 형식으로 써본 적 있는데 이 그림책을 읽으며 그 이야기를 쓸때 생각이 났다. 이 책의 작가와 그 이야기를 쓸 당시의 내 마음이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무리 이기적이고 험한 세상이라지만 이 세상에는 여전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알아보고 보듬어 주는 사람이 있다.

 

제목이 장미 별장의 '할머니'가 아니라 '쥐'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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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2-09-2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좋아해요. 그림도 푸근하고, 맨 마지막 장면도 기억에 남고요.

hnine 2012-09-21 22:57   좋아요 0 | URL
이책 구입하기 전에 하양물감님 리뷰도 읽었답니다 ^^

파란놀 2012-09-21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도록 천천히 잘 사랑받을 그림책이 아닐까 싶어요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으란' 법이 없어
저희 식구는 모두 다 나란히 읽어요

hnine 2012-09-22 07:19   좋아요 0 | URL
요즘 그림책을 아이들만 읽는 책으로 아는 어른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아이들은 나이가 좀 되니까 이제까지 접하지 못하던 책에 대한 흥미때문에 이제껏 읽어오던 그림책에서는 좀 소원해지는 것 같더군요.

반딧불,, 2012-09-24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지 저를 위해서 사는 그림책이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지 생각해보면 저를 위한 그림책들이 더 많아요. 아..이글 보니 꼭 써야겠다고 생각한 글을 오늘 반드시 올려야겠다 다시 다짐합니다.

hnine 2012-09-24 16:37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이제 여러 장르의 책들을 부족한대로 섭렵해보고 나니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보다도 복잡하지 않은 방법으로 사람의 마음 속까지 와닿는 그림책의 매력을 새로 알게 되더라고요. 요즘 유행하는 '힐링'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 같아요.
꼭 써야겠다고 생각한 글이 어떤 글일까, 저도 궁금^^
 

아직도 먹고 사는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영어.

최근에 사서 보고 있는 책들이다.


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영어 스피킹 기적의 영어코칭 30- 예일대 비즈니스 스쿨 엄선 30강
윌리엄 A. 반스 지음, 최드림 옮김 / 로그인 / 2013년 12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14년 03월 15일에 저장
품절
잘못된 곳을 고쳐주는 영작문
조형묵 지음 / 경문사(경문북스) / 2012년 3월
20,000원 → 20,000원(0%할인) / 마일리지 200원(1%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9월 20일에 저장

지금 나한테 딱 필요한 책이라서 구입했는데 좀 오래된 구문, 오래된 형식이긴 하지만 필요한 사항들로 잘 짜여져 있어 도움이 된다.
영문법 무작정 따라하기- 10년 내내 헷갈린 영문법에 마침표를 찍는다!
송연석 지음 / 길벗이지톡 / 2010년 4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2012년 09월 20일에 저장
구판절판
공부한지 오래되는 문법을 다시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적격인것 같다.
`구와 절, 그 자체가 또하나의 품사` 이런 식으로 한마디로 농축된 문법 사항이 마음에 든다.
영어 이메일 문장표현사전- 비즈니스맨을 위한 손쉬운 영어 이메일 작성법
Akira Kurahone & Travis T. Kurahone 지음, Paul D. Ki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2년 09월 20일에 저장
절판
이런 내용의 책이 어찌나 많이 나와있던지. 그런데 마음에 딱 드는 책은 없었다. 이 책도 그냥 그럭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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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2012-09-20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기만 해도 죽겠는 그것, 존재의 좌표, 까지는 아니라도, 아, 매일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 그것요. 어떤 맘인지 아시죠? ^^

hnine 2012-09-20 16:30   좋아요 1 | URL
존재의 좌표,참신한 표현이네요. 저한테는 어디까지나 외국어, 외국말일 수 밖에 없는, 그래도 내치지 못하고 있는 영어이지요.
댈러웨이님, 권해주실만한 책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늦은 밤

물 먹으러 부엌에 갔다가

내 방으로 올 때

오, 나를 따라오는 게 있네

내 방까지 따라와

내 옆에 나란히 앉는게 있네

만져볼 수 없이

함부로 바라볼 수 없이 내 옆에서

다만 느낌으로

앉아 있네

 

 

"자긴 누구지?"

"......"

멍들었던 데를 만져보듯

되돌려 받는 물음

"자긴 누구지?"

"......"

 

 

다만 시늉으로 살다가

시늉으로만 살아 있다가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에

창이 가려지듯

슬그머니 눈을 감는 것인가

 

 

"자긴 누구지?"

"......"

오늘도 나는

죽음의 시늉으로

그 물음 곁에

누워보는 것이 아닌가

 

 

 

- 장석남 <달의 방 1> -

 

 

 

 

 

 

 

 

 

 

 

 

 

 

 

 

 

 

 

 

나희덕 시인과 장석남 시인의 편지글 <더 레터>를 읽은 후로 요즘 장석남 시인의 시와 사귀고() 있는 중이다.  위의 시는 그의 시집 '젖은눈'에 실려 있다.

 

'시늉으로만 산다는 것' 이라는 말에 움찔.

 

어제는 서점에서 책구경을 하다가 이런 구절을 발견하고 수첩에 마구 베껴 오기도 했다.

 

The trouble with not having a goal is that you can spend your life running up and down the field and never scoring.

 

(목표가 없는 것의 문제는 당신이 경기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결코 득점하지 못하면서 인생을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 Bill Copeland, 호주 출신의 국제 크리켓 경기 심판 -

 

나 역시 시늉으로만 살고 있지 않은지 무의식 속에서 자신 없었던 모양이다.

모처럼 주어진 여유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까 고심하다 보면, 무언가 실제로 한 시간보다 고심하느라 보낸 시간이 더 많은 때가 있다.

어떻게 하면 한번 사는 이 삶을 후회없이 살까 생각하느라, 실제 무언가 하면서 시간과 노력을 쓰는게 아니라 그 고민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진할 수 있다.

경기장에서 혼자 우두커니 서 있을 수 없으니 계속 이리 뛰고 저리 뛰긴 하는데 무엇을 위해 왜 뛰는지 모르고 남들 뛰는 대로 덩달아 뛰다보면 결국 득점은 하나도 못하고 경기가 끝나는 수가 있다.

 

시늉으로만 사는 것은 쉽다. 언제든 발뺌할 수 있으니까.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다른 사람의 칭찬, 비난 등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까. 그저 시늉만 할 뿐이라고 둘러대면 되니까.

 

그런 나의 실체를 대면하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어두운 밤, 식구들이 모두 잠든 밤, 즉, 누군가의 앞에서 시늉할 필요가 없는 그런 시간이다.

 

나는 온전한 나의 삶을 살고 있는가.

 

 

바다 소리 새까만

몰멩이 너덧 알을 주워다

책상 위에 풀어놓고

읽던 책 갈피에도 끼워두고 세간

기울어진 자리도 괴곤 했다

잠 아니 오는 밤에는 나머지 것들

물끄러미 치어다도 보다가 맨 처음

이 돌멩이들 있던 자리까지를

궁금해하노라면,

 

 

구름 지나는 그림자에

귀 먹먹해지는 어느 겨울날 오후

혼자 매인

늦둥이 송아지 눈매에 얹힌

낮달처럼

저나 나나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듯 외따로 있다는 것이.

 

 

- 장석남 <돌멩이들> -

 

 

 

살아간다는 것,

이렇듯 외따로 있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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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9-16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장석남 시와 사귀고 싶어지는 페이퍼에요, 나인님.^^
너무 좋잖아요, 이거!!
담아갑니다^^ 빗속을 뚫고 운전하고 돌아왔어요.
작은딸 영어 도서관 리딩 버디 봉사 마치고 잠시 데이트를 했네요.
태풍이 내일 강타한다고 내일은 학교도 휴교네요. 다린이 학교는 어떤지요.
시늉만으로 사는 삶, 저도 컥 걸려서 심장이 덜커덩거립니다.^^

hnine 2012-09-16 23:19   좋아요 0 | URL
리딩 버디라, reading buddy 말씀하시는거라면 작은 따님이 엄마 하는 일을 이어서 하고 있네요? ^^
딸과의 데이트, 얼마나 좋아요!
다린이 학교에선 지금 방금 문자메시지 왔어요, 수업은 정상적으로 한다고요.
내일 큰 피해 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는데...
우리, 지금부터라도 행여 시늉만 내며 살지 말기로 해요.

세실 2012-09-16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희덕 시인과 장석남 시인이 주고 받은 편지라~~~
당장 읽고 싶어 집니다.
내일 도서관 자료실로 직행! 이럴때 사서라는 직업이 좋아요.
시늉하는 삶보다는 직접 부딪치며 사는 삶을 살겠노라 마음 먹지만 싶지 않네요.
편안하게 들리는 빗소리가 불안한 밤이지만 오늘을 즐겨야 겠습니다.

hnine 2012-09-16 23:21   좋아요 0 | URL
나희덕 시인과 장석남 시인의 <더 레터>는 생각보다 책이 얇아요. 금방 읽는답니다. 두 시인의 시집도 좋고요.
시늉하는 삶과 반대말은 '직접 부딪히며 사는 삶', 그렇네요. 부딪힐때마다 아프긴 하겠지만 그게 제대로 사는거겠지요.

Jeanne_Hebuterne 2012-09-1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늉만 하기에도 벅차서 그만.......

hnine 2012-09-16 23:22   좋아요 0 | URL
에뷔테른님, 그렇다면 그건 시늉이 아닐거예요...

Jeanne_Hebuterne 2012-09-17 12:32   좋아요 0 | URL
목적 없는 목표여서 그럴거란 생각을 했어요.
목적이 분명해야 목표가 또렷하니까요.

hnine 2012-09-17 15:29   좋아요 0 | URL
제 경우엔 "끝까지 가보자" 이건데요, 이게 목적인지 목표인지, 아니면 그 무어도 아닌지, 잘 모르겠네요.
적어도 끝까지 다 가보고 말해야지, 이런 뚝심이랄까.
목적이 너무 분명한 사람도 좀 겁이 나지요.

하양물감 2012-09-17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 구절에 감정이입이 잘 안되는 편이에요. 너무 메말랐나봐..(^^)
오늘 부산은 휴교예요. 한솔이도 휴원하는 바람에 지금 출근을 어찌해야하나 고민중입니다..

hnine 2012-09-17 15:30   좋아요 0 | URL
시가 워낙 주관적인 것이고 함축된 표현이라서, 첫눈에 팍 하고 들어오거나 아니면 계속 갸우뚱하게 되거나, 그런 것 같아요.
부산은 다 휴교라는 소식 뉴스에서 전해들었는데, 정상 수업한다던 제 아이도 오전 수업만 하고 집에 왔네요.

하늘바람 2012-09-2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구마구 찔립니다 여태 살아온 모든 시간이

hnine 2012-09-21 19:03   좋아요 0 | URL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으니까요~ ^^
 
나는 앞으로도 살아간다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야즈키 미치코 지음, 김지연 옮김 / 책과콩나무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세련되진 않았지만 꿋꿋해보이는 제목이 맘에 들어서였을까? 내 서재 제목과도 일맥상통한다 생각하여 반가와서였을까. 아니, 그보다는 아무래도 요즘 이 책에 대한 리뷰가 집중적으로 많이 올라오는 것이 눈에 띄었고 그러다가 관심을 가지게 된, 출판사 측의 마케팅에 적중당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저자 야즈키 미치코는 1970년생. 2007년에 이 작품으로 일본에서 두개의 문학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짐작대로 우리 나라엔 처음 소개되는 저자의 작품이다.

다 읽고난 나의 느낌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그래, 한마디면 충분하다. 추리소설을 제외한, 내가 알고 있는 일본 소설의 카테고리에 딱 들어오는 이야기라는 것. 과격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이야기가 술술 읽을 수 있게 진행된다. 심각하지 않다. 담백하다. 그래서 나처럼 좀 부담스럽더라도 읽고 난 후의 진한 감동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정작 초등학교 5학년 아이보고 읽으라고 하면 내 또래 이야기구나,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거라고 예상되진 않는 소설이다. 나중에 나오지만 아빠는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랑 단둘이서 사는 이 남자 아이는 소극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는 성격. 하지만 같은 반의 오이시라는 아이에 의해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려가고, 학교가는 재미, 혼자가 아닌 누구와 함께 한다는 재미를 알아갈 무렵, 엄마가 다른 여성과 단순 동업자 그 이상의 관계를 맺게 되어 이사와 동시에 전학을 해야하는 상황에 이른다. 학교를 옮기기 싫은 아이는 결국 엄마가 아닌, 학교와 가까운 외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5학년 여름방학을 맞게 된 주인공 아이는 할아버지 대신 집안 일을 도와드리고, 식사 준비도 하고, 이 모든 일을 반 친구들을 불러들여 같이 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친구도 없이 오로지 엄마하고만 대화를 주고 받는게 고작이던 아이가, 엄마를 벗어남으로써, 살던 집에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자기의 세계를 더 넓혀간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새로운 점이라면 새로운 점이다.

'인생은 극적이지 않다. 나는 앞으로도 살아간다.' 라고 성인이 된 주인공이 그때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데, 이 책 만의 색다른 마무리 방식도 아니고, 인생을 극적이지 않다라는 말도 썩 공감이 되지 않아 다소 맹숭맹숭하게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앞으로도 살아간다, 내 인생은 진행중이라는 것에는 동감이라고 외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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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9-17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도 아이도 저마다 스스로 제 길을 가면서
두 사람이 서로 이녁 삶을 사랑하는 흐름이라 하겠지요.
한식구이면서 오히려 한식구인 서로한테
더 마음과 사랑을 기울이는 길은 못 찾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많을 듯해요..

hnine 2012-09-17 17:51   좋아요 0 | URL
태풍에 별 피해 없으신거죠??

사랑하는 방법이 때로 사랑이 오가는 길에 방해가 되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