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운이
윤동재 지음 / 창비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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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서울아이들>이라는 시집을 먼저 읽었다. 오랫동안 보관함에 담겨 있다가 이번에 읽게 된 시집 <재운이>도 비슷한 색깔의 시들로 꾸며져 있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된다고 해서 꼭 동시라고 이름붙일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또하나의 시집이다. 농촌에 사는 어린이들의 가족, 친구, 학교, 가난 이야기. 하지만 요즘 가난은 농촌에만 있지 않다. 같은 서울에 살면서도 빈부의 격차는 얼마나 큰가. 위의 <서울아이들>이라는 시집에는 그런 내용을 담은 시들이 여러 편 있다.  서울 아이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누리고 산다는 생각, 농촌 아이들이라고 해서 더 못 누린다고 생각하기가 모호해져가고 있는 시대이다.
학교 운동회 총연습날, 옷이 한벌 뿐인 재운이, 운동복도 운동화도 없이 계주 선수로 뛰다가 교장선생님께 불려나가 뺨을 맞는다. 복장때문에 학교 망신 시킨다는 이유로. 그런 재운이를 담임 선생님은 데리고 가 깨끗이 씻기고 운동화, 운동복도 사주시지만, 운동회날 결국 결석을 하고 마는 재운이. '재운이'라는 제목의 시 내용이다. 재운이 가슴에는 이미 커다란 멍이 되었을까?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시들도 함께 실려 있다. '새롬이', '꽃이 먼저 핀 까닭은?' 같은 시를 읽어 보면 말이다.
학교 파한 후에도 학원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도시 아이들이 꿈에서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지쳐하듯이 ('5학년 송이'), 여섯 살난 꼬마는 강아지와 함께 학교 간 오빠 돌아올 때까지 혼자서 집을 보며 기다림에 지친다 ('봄 하루').

아이들아, 그래도 부디 멍들지 말고 커가라고 부탁한다면 그게 더 무리이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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