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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 2010년 뉴베리상 수상작 찰리의 책꽂이
레베카 스테드 지음, 최지현 옮김 / 찰리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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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원제는 When you reach me. 지난 해 뉴베리 상 수상작이다. 책을 다 읽고서 책의 표지 그림을 보면 원작의 표지 그림과는 다르지만 책의 내용이 많이 반영되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란히 앉아 있는 세명의 아이들, 파란 우체통, 그리고 무엇보다도 흐르듯 주름진 배경. 
이미 올라와 있는 리뷰에 비교적 좋게 평이 되어 있었고, 각 인터넷 서점마다 메인 페이지를 한동안 차지하며 광고가 되는 것을 보았기에 읽어보기로 선택한 책인데 페이지가 한 장, 두 장, 몇 십장 넘어가도록 좀처럼 몰입이 안되어 애먹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번째로 나는 번역의 문제를 들고 싶다. 원서를 보지 않았으니 뭐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원서를 직접 비교하지 않더라도 번역이 매끄럽지 않은 경우는 금방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원서 자체가 그렇게 쓰여져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문장들이 어색하고 앞뒤 연결도 매끄럽지 않으며 쓰여진 어휘도 지연스럽지 않게 눈에 들어오니, 잘 된 번역이라고 보기가 어려웠다.
두번 째로는, 산만한 구성을 들 수 있겠다. 장편이긴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그때 거기서 그 인물이 왜 등장 했는지, 그 장면이 왜 삽입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았다. 좋은 작품이란 대개 그 반대 아닌지. 거기서 그 인물이 왜 등장했구나, 그 장면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었구나, 되짚어볼때 결말과 주제로 일관성있게 엮여져야 하는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결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었다. 가령 주인공인 미란다의 엄마가 퀴즈 프로그램에 나가기로 하고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결국 결말을 맺게 되는데 그것이 이 책의 주제와 어떤 상관이 있는지. 미란다의 친구들 중 마커스를 제외하고 다른 아이들은 그 캐릭터가 불분명하고 그 아이들과 주인공과의 갈등이 쉽사리 공감이 가지 않았을 뿐 더러 소설 전체의 내용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직도 시원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세째, 이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은 꼭 직접적일 필요도 없고 작가마다 다르겠지만 다 읽고난 후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대체 무엇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과연 그 작품에 대한 기억과 감상이 오래 갈 수 있을지.
그럼 왜 이 작품이 뉴베리 상까지 받게 되었을까? 독특한 소재? 아무리 문장력이 좋고 문학적으로 뛰어났다 할지라도 식상한 이야기라면 안된다는 조건이라도 있는 것일까? 외국의 수상작들을 보면 하나같이 소재와 구성이 독특하다. 이 작품 이전엔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은, 그 작품의 고유성, 독특성, 분명한 작가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 역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마지막 결말 부분이 앞에서의 이런 저런 허술함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고 해도 크게 반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결말 처리 방법이 저자인 레베카 스테드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역시 이전 뉴베리 수상작인 매들렌 렝글의 <시간의 주름>에서 얻어온 것을 감안할 때 (이점은 책 속에서 저자도 암시하고 있다) 이 작품에 그리 놓은 점수를 주기에 주저하게 된다.
하나 더. 나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도록 주인공 외에 주인공의 친구로 그렇게 자주 등장하는 아이들이 도대체 남자 아이인지 여자 아이인지 조차 계속 헷갈려했다. 중요한 사항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몰입하지 못한 하나의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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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8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0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29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4-29 22:29   좋아요 0 | URL
읽으셨군요.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수작이지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저도 영화로 봤는데 지금 그 구성이 어땠었는지 기억에서 벌써 가물가물하니 어째요 ㅠㅠ

2011-04-30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30 0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4-30 06:1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이건 처음 듣는 출판사인데? 하면서 봤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이 책에 대한 다른 분들의 평은 저만큼 고약하진 않아요 ^^ 그래도 저의 솔직한 느낌을 써야겠기에 느낀 그대로 썼네요. 번역은 확실히 영어 실력만으로 하는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말하려고 하다보니 역자 분이 국문과 전공이시네요 이런...
 
아홉 가지 이야기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최승자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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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을까. 나 역시 그 사람들 중 한 사람이면서도 그 이유를 지금도 확실히 모르겠다. 다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도 공통적인 상처가 마음 저 깊은 곳에 있나보다. 건드려지기 전엔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상처가. 호밀밭의 파수꾼에서의 주인공이 자신의 그런 상처를 드러내는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그런 상처로부터 지키고 보호하고 싶어 하는 것을 보고 읽는 사람들은 공감 이상의 무엇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샐린저의 이름으로 나온 책이 그리 많지 않았다. 아홉가지 이야기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도 시큰둥했던 것은 아마 여기 저기 조각처럼 돌아다니는 잡문들을 출판사 측에서 임의로 묶어 낸, 상업적 목적으로 태어난 책일거라는 짐작때문이었다. 

그러다가 6년 만에 결국 이 책과 대면했다. 돌고 돌아서.
Ellen Wittlinger라는 미국의 소설가의 Noodle soup for nincompoops 라는 글을 읽고 좋아서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은 것이 Hard Love. 이 책 역시 무척 좋았는데 이 책에서 직접 대놓고 인용하진 않지만 장래 소설가가 되고 싶어하는 작품 속의 주인공이 샐린저의 영향을 참 많이 받았다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자기가 만드는 잡지의 이름도 '바나나 피시'라고 붙인 것을 보면.
'그래, 다시 만나보다 샐린저' 라고 마음 먹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제목이 그래서 그런지 처음엔 이 책이 샐린저의 에세이 류인 줄 알았는데 아홉 편의 짧은 소설 묶음집이었다. 1948년에서 1953년 사이에 여기 저기 발표된 작품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최근 우리 나라 소설가 오 정희의 작품집을 봐도 그렇고, 어떤 경지에 있는 작가들에게는 꼭 장편만이 그 역량을 드러내 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짧은 소설의 임팩트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이 책은 당당히 보여주고 있었다. 

샐린저는 작년에 타계하기까지 어떤 생을 살아왔을까. 작품으로 작가를 짐작해보는 것이 어쩌면 아무 소용없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무관하지도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첫페이지이 화두라는 것도 그렇다.

두 손바닥이 마주치는 소리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면 한 손바닥으로만 치는 소리는 어떤 것일까?

 '샐린저가 종교인이었어? 아니면 한때 종교에 심취했기라도?' 라는 생각은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인 <테디>를 읽으면서 또 하게 되었다. 열 살 소년이 일기장에 끄적거린 내용이라는게

내 생각에, 삶이란 하찮은 선물이다. (329쪽)

라니.
아무리 그 소년이 천재적이고 하루를 명상으로 시작하는 독특한 아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 작품의 결말을 읽고 또 읽지만 아직도 나는 도대체 어떤 끝맺음인지, 그리고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을 못한다. 그 마지막 비명은 누구의 비명 소리였는지? 누구에 의한 비명 소리였는지. 천재적인 삶이 곧 행복한 삶인가? 오히려  주위의 자기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평생을 소통이 안되는 답답함 속에 살면서 또다른 소외의 둥지나 틀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게한 결정적인 작품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의 시모어 역시 보통의 일생을 살아간 사람은 아니다. 샐린저 작품의 주인공들은 이렇게 약하다. 약해 빠졌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일생 반전을 이루는 그런 희망적이고 고무적인 인물들은 눈 씻고 찾아도 없다. 대신 과거의 어떤 사건이나 경험에 나머지 일생이 지배당하는 삶을 사는 찌질이들. 바로 나의 모습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이다. 자기의 삐끗한 발목 (ankle)을 uncle (아저씨)로 말바꿈하여 <코네티컷의 비칠비칠 아저씨>라는 제목을 탄생시킨 이야기 속에서 그 중년 부인의 수다는 곧 지나온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고 후회이고 허무의 눈물이었다. 보이지 않는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계속 언급하는 어린 딸에 대한 애처로움은 곧 인간의 삶 자체에 대한 애처로움이었겠지.
<웃는 남자>에서 그 남자의 웃음은 진정 웃음이었던가? 오히려 끔찍하지 않은가.
<작은 보트에서>에 나오는 어린 아이 라이오넬. 틈만 나면 보트 속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그 유대인 어린 아이는 혹시 작가의 어린 시절의 한 추억 자락에서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도 해본다. <바나나 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에 나오는 인물 시모어가 여기서는 라이오넬의 삼촌으로 언급된다.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 다른 사람이 보기에 안정되어 보이는 관계는 이미 사랑이 아닐지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사랑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어야 맞는지도. 사랑은 비참함. 비참함과 비릿함으로 남는 찌꺼기. 이 작품에 나오는 '나'는 후반부엔 X라는 전혀 다른 인물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 인물 역시 작가의 분신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에스메 남매가 주인공 '나'와 헤어지는 장면의 묘사가 참 독특하다. 이 리뷰의 마지막에 인용해보기로 한다.
<예쁜 입과 초록빛 나의 눈동자>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머리 희끗한 남자 '리'의 옆에 처음 부터 줄곧 있던 여자가 바로 '아서'가 전화로 그렇게 절실하게 호소하는 여자 '조아니', 그렇지 않나요 샐린저씨? 조아니가 지금 막 돌아왔다고 거짓말을 하는 아서의 심리는 그럼 뭔가요?
<드 도미에 스미스의 청색 시대>에 등장하는 그 젊은, 아니 어린 화가가 다른 사람들을 속여가며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보고 샐린저씨 당신이 글을 쓸때 가끔 드는 느낌을 그렇게 작품 속에 그려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아니길 바란다고 하지 않겠어요. 샐린저씨 당신은 어쩌면 생각보다 교활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해놓겠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쓰고 싶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좋아할 이야기 속에서 고민한 흔적이 나타난 부분을 나는 다음 부분에서 찾았다.

다음 나흘 동안 모든 여가 시간과 완전히 내 것은 아닌 얼마간의 시간까지 이용하여 나는 미국 상업미술의 전형적인 예라고 생각되는 열두어 점의 견본 작품을 그렸다. 대개는 엷게 칠하고 종종 돋보이게 하기 위해 선을 그려넣기도 하면서, 나는 시사회 날밤 리무진에서 나오는 야회복을 입은 사람들, 살아오면서 음흉한 부주의의 결과로 고통을 당해본 적이라곤 한번도 없을, 또한 아마도 음흉스러움이라고는 가져본 적도 없을 최상류층 커플을 그렸다. (...) 텔레비전에나 나올 법한 볼이 발그스레한 마음씨 고운 아이들이 깨끗이 비운 아침 식사 쟁반을 들고 조금만 더 달라고 매달리는 모습을 그렸다. 피가 스르는 잇몸, 얼굴의 잡티, 추한 머리칼, 불완전한 혹은 부당한 생명보험 같은 국가적인 악으로부터 보호받은 결과 세상에서 근심 하나 없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는 가슴이 큰 웃는 얼굴의 여자들을 그렸다. (257쪽)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웃은 유일한 순간은 다음 문장을 읽을 때 뿐이었다.

여름에 활동하는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반바지를 입은 미국 여자라는 사실을 음미했다. (300쪽)

그 외에 나는 내내 심각했고 진지했다. 샐린저씨, 농담도 좀 던져보시지요? 하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한번 읽고 또 한번읽느라 책은 이미 반납기한일을 넘겨버렸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난 기꺼이 또 한번 이 책을 읽을거라 생각한다. 그게 언제일지. 삶이 하찮은 선물이라고 말하기 까지 그 사람은 여한없이 생을 사랑해보았으리라는 지금의 생각과 아주 다른 생각을 하게 될 때일지 나는 모른다. 그저 지금은 '조금은 덜 감상적인 생활방식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가기 시작해야 할 때'. 

(마지막 문장은 이 책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 비참함으로> 중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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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4-10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동네 도서관에도 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 ^

hnine 2011-04-10 17:00   좋아요 0 | URL
분명 있을거예요, 사람들의 손때가 많이 묻은 상태로...

2011-04-13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04-10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거장처럼 써라> 에서 샐린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꽤나 재밌더라고요. 비교적 초창기에 쓴, 호밀밭의 파수꾼이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이후 잠적한 이야기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의 삶을 어림으로나마 짐작해 보면서 평면에 입체를 세우는 일, 쉼표 하나를 뺐다가 넣는 일, 수많은 단어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일. 모두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hnine 2011-04-11 16:31   좋아요 0 | URL
<호밀밭의 파수꾼>이후 저자가 작품 활동을 거의 닫다시피 했었다지요. 그래서 그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들을 조각조각 들을 뿐이어서 아쉬워요.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가 그를 모델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거장처럼 써라>에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찾아서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11-04-10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에 인용하신 문장은 그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기다리면서 여자가 남자를 기다리게 하는데 예쁘게 하고 오는거라면 비난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그 때의 문장과 비슷한 느낌을 줘요, hnine님.

엊그제였나, hnine님의 페이퍼를 보고(그때는 책 링크가 없었어요. 아니면 제 피씨에서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두근두근 했었어요. 어쩌면 말씀하시려는 것이 샐린저의 [아홉가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구요. 그런데 역시,맞았네요. 날씨에 대해서는 난 인질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이 소설, 아홉가지 이야기 속에 나오는 문장이죠. 저는 이 책이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좋지는 않았고, 아주 오래전에 읽어서(나오자마자 읽었거든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이 리뷰를 읽고 이 소설을 다시 읽기로 했어요. 제 책장속에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으니까요.
아, 정말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리뷰에요, hnine님. 반갑고 좋아요. 무척 좋아요.

hnine 2011-04-11 16:3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책 링크도 안되었는데도 이 책 얘기가 아닐까 하셨다니 대단한 직감력이십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서의 그 느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저도 이 책이 나왔다고 했을때 굳이 읽고 싶지 않았었지요. 다락방님 지금 다시 읽어보시면 느낌이 다를지도 몰라요. 샐린저라는 사람은 아마도 맨 처음 나오는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의 시모어 같은 성격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드 도미에 스미스의 청색시대>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사람일 것 같기도 해요. 시니컬하면서 마음이 기본적으로 따뜻한 남자, 그래서 그걸 시니컬한 말이나 글로 완전히 위장 못하는 남자, 끌리지 않을 수 없어요. ^^

섬사이 2011-04-1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너무 많이 출간되는 게 탈이에요!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자꾸 더더더 많아지잖아요.
책이 앞으로 단 한 권도 새로 출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난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을 다 읽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 말은 결국
hnine님 페이퍼를 읽고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는 말이에요... -.-;;

hnine 2011-04-11 16:50   좋아요 0 | URL
읽고 싶은 책들이 자꾸자꾸 많아지는 것이 부담될 때도 있지만, 몸과 마음이 아주 지쳐 있을 때, 좀 심각하게 그런 증상이 있을 때 책도 뭐도 눈에 안 들어오는 경험을 한 적 있는 저로서는 먹고 싶은게 있고 읽고 싶은게 있는 상태면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책을 이렇게 읽어대는 것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도 하는걸요. 책 읽는 시간에 다른 것을 한다면 오히려 내 인생이 더 활기차고 세상을 더 희망적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결국 다시 책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책이 더 보탬이 되서라기보다 그게 더 저를 만족시키기 때문이지요.
이 책은 제가 리뷰에도 썼지만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들은 아니어요. 하지만 묘하게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평소에 생각못하던 우리 마음 속의 어떤 조각하나를 끄집어내게 하는 이야기들이지요. 지금 당장 못 읽으신다면 제목이라도 기억해주세요, 나중에 꼭 읽어보시게요 ^^
 
길들지 않는 나를 찾습니다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4
캐테 코자 지음, 이윤선 옮김 / 내인생의책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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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Straydog. 떠돌이개이다.
아마 자신을 빗대어 부른 이름이 아닐까 짐작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렇기도 하고 실제 내용 중에 유기견이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레이첼, 라이첼, 래첼.
경사진 책상에서글을 쓰다 보니 오른쪽 팔이 저리다.
레이첼, 레체.
내 이름을 어떻게 쓰든, 나는 나다. 난 여전히 여기 있고, 여전히 싸구려 공책에 괴발개발 글을 끼적거린다. 존 트루만, 코트니 디마티노, 첼시아 데인 같은 수준의 애들에겐 가당치도 않은 고급 국어 시간에!

시작에서부터 주인공의 성격이 대번에 파악이 된다. 남과 구별되는 나이고 싶어하고, 국어를 상당히 좋아하는 레이첼에게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싫은 것은 싫은 것이다. 레이첼의 글쓰기 재능을 알아본 고급국어 선생님은 개별적으로 그녀에게 글을 써볼 것을 권유하고, 무엇에 대해 쓸까 생각하다가 택한 제목이 바로 떠돌이개에 관한 것.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 일주일에 한두번 방문하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개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 개는 야생견으로 떠돌며 산지 오래되었는지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개여서 보호소의 어느 누구도 그 개를 탐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데 유독 레이첼만은 그 개에게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그 개를 자기가 데려다 키우고 싶어 했지만, 개 알레르기가 심한 엄마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먹이를 던져 줄때 조차, 인사를 나누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에게 조차 포악하게 짖어대며 공격하려고 하는 그 개는 보호소에서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눈총만 받는 요주의 대상견일 뿐이다.
레이첼은 그 개를 주인공으로 해서 의인화 단편을 쓰기 시작하고, 조금씩 덧붙여져갈때마다 국어 선생님인 크루첼 선생님께 가져가 보여드린다. 그러던 중, 영재 학교에 다니던 한 남자 아이가 레이첼의 학교로 전학을 오는데 크루첼 선생님은 그 애와 서로 쓴 글을 바꿔 보며 교정받기를 권함으로써 레이첼과 이 남자 아이 그리핀은 친구가 된다. 레이첼만큼 독특한 그리핀은 레이첼의 글에 대해 크루첼 선생님 만큼이나 지지를 보내고 둘은 가까워져 가는데 레이첼 글 속의 주인공이 실제 존재하는 개라는 것을 알고 그리핀은 레이첼을 위해 자기 집에 그 개를 데려다 놓기로 약속한다. 레이첼에게 이것보다 더 반갑고 기쁜 소식은 없다.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쁨에 들떠 있던 중 벌어진 일은?
저자는 개를 의인화한 소설 속의 소설을 통해, 떠돌이개에 십대 청소년의 심리를 투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말을 개를 통해 쏟아내고 있다. 그 효과는 성공적이라고 보여진다. 나는 나이고 싶다는 것, 그 바램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막고 아무도 그들의 말을 진지하게 마음을 열고 들어주지 않는 상황, 그러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갖혀서 조종받는 듯한 갑갑함은 탈출하고 싶은 열망을 키우지만 어디로 탈출해야할지도 가늠이 안되는 상황. 책 속의 떠돌이개의 상황과 그 개에게 연민을 보내는 레이첼의 상황은 매우 닮아 있었다.
독특한 구성 방식도 돋보이지만, 작가가 나타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접적으로도 이렇게 뚜렷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느니 길들지 않는 들개가 되겠다는 생각. 책 속의 레이첼은 그 생각을 얼마나 오래 간직하고 살까. 다른 사람과 똑같지 않으면서도 들개가 아닌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
책의 마지막 장은 의인화 소설의 결말로 끝을 맺는데, 개의 최후를 죽음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또 한번 감탄한다.

"이봐요! 뭍에 버려진 불가사리가 수백만 마리가 넘는데, 그중 몇 마리 도로 바다에 던져 넣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그러자 그 남자가 불가사리 한 마리를 바다로 던지면서 대답했지.
"이 한 마리에겐 아주 큰 차이가 있죠."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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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Long Walk to Water (Hardcover) - Based on a True Story
Park, Linda Sue / Clarion Books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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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파리 한조각'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그 작품으로 2002년 뉴베리 상을 받은 작가 린다 수 박 (Linda Sue Park) 의 최신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수단이라는 나라, 한 초등학교에서 시작한다. 수업 시간에 갑자기 들려오는 총성 소리에 선생님은 반 학생들에게 모두 나가 덤불 속에 몸을 숨길 것을 외친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내전 중이던 1985년 수단. 이 글의 주인공이 된 Salva는 그날 그렇게 가족과 헤어져 스무 살이 넘은 청년이 될때까지 난민 생활을 하게 된다. 그 때 나이 열 한살. 싸움이 있는 곳을 피해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목 마르고 굶주려 가며 어른들을 따라 걷던 Salva는 어느 날 우연히 삼촌을 만나게 되어 의지가 되지만 결국 Salva가 보는 앞에서 삼촌이 나무에 묶인 채 군인들에게 총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어른이라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오히려 주저 앉을 것 같은데 어린 나이임에도 Salva는 '이제 나는 혼자다.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 포기하지 말고 일어서야 한다.' 는 결심을 한다. 총성을 피해 물 한모금 없는 뜨거운 사막을 몇날 며칠 걷고, 악어가 사는 강을 목숨을 걸고 건너 도착한 옆나라 이디오피아의 난민 캠프에서, 아무 할 일 없이 몇년을 그냥 지내오던 중 이디오피아에서 역시 정권이 바뀌면서 모두 쫓길 위기에 처하게 된다. Salva는 또래 아이들의 리더가 되어 다시 케냐의 난민촌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수천 명의 아이들과 함께 케냐에 도착하지만 그곳 난민촌에서의 생활 역시 그저 목숨을 부지하고 하루 하루 지내는 것뿐 배움도 없고 희망도 없는 곳. 다국적 자원 봉사대원 중의 한 사람인 아일랜드 출신 마이클의 도움으로 영어를 배우며 언젠가 거기서 나가 공부도 하고 가족도 찾을 희망을 키우며 Salva는 청년으로 자란다.
스무 살이 넘어서야 Salva는 UN의 도움으로 케냐의 난민촌에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여 그곳의 어느 가족에 합류하여 살게된다. 못다니던 학교도 다니게 되고 더 이상 총성의 공포와 배고픔과 목마름, 끝도 없는 걷기 행렬로 시달리지 않고 자기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되었지만 열 한 살때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한다. 그러던 참에 인터넷을 통해 우연히 아버지가 입원해있는 병원을 알게 되어 복잡하고 긴 절차를 거쳐 아버지가 있는 수단의 병원을 찾아가서 극적인 상봉을 하게 된다. 다행히 Salva의 엄마도 살아있었지만 동생들 둘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당장이라도 엄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아직도 전쟁 중인 그곳에 갔다가는 바로 군대로 끌려갈 것이라고 만류하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Salva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 수 밖에 없었으나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리라 결심을 굳힌다.
이 책에는 Salva의 이야기와 병렬식으로 Nya라는 소녀의 이야기가 함께 엇갈려가며 진행되는데 책의 마지막 부분에 Nya가 사는 마을에 Salva가 우물을 파주고 각지에서 모은 성금으로 학교를 설립해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언젠가 가족을 찾으리라는 희망, 자기 조국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꿈을 Salva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그렇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더구나 그 상황에서 아무도 아는 사람 없이 혼자 떨여져 있는 외로움과 두려움, 막막함 속에서도 Salva는 늘 희망을 잃지 않고 한번에 하나씩 해결해나가자, 오늘 하루를 잘 버텨내자는 각오로 극복해왔다. 포기하지 말라고, 온갖 어려움이 한꺼번에 내 머리 속에 쏟아부어진 것 같아도 단번에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해서 비관하고 절망하기 보다는 한번에 하나씩 해결해나가자는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인내해야한다고 Salva는 스스로의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각지를 돌아다니며 조국 수단에 우물을 만들어주고 학교를 세우는 등의 사업을 진행시키기 위한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린다 수 박은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Salva를 오랜 시간 인터뷰했다고 한다. 픽션의 요소가 없진 않지만 그와 인터뷰를 통해 실화를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읽다 보면 전기, 혹은 르뽀 작품을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하지만 내용은 그럴지 몰라도 생생한 표현들과 문장력은 역시 그녀의 작가로서의 필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어릴 때 떠나온 한국에 대한 내용을 담은 작품을 많이 써온 그녀. '사금파리 한조각'에서도 그런 그녀가 그 작품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이 공부를 했을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꼼꼼하고 논리적이기 까지 한 것은 그녀의 스타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 한국에 대한 이야기에만 국한시키기 보다는 제3세계를 비롯한 세계 다른 나라를 배경으로 한 작품도 쓰고 싶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이 책도 그런 계획의 일환이 아닌가 한다. A Long Walk To Water 이 작품 속의 Salva로 하여금 십 년이 넘도록 지루하고 힘든, 아무 가망 없어보이는 걸음을 계속하게 한 것은 제목의 Water로 대변되는 포기하지 않은 꿈이었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그 Water가 될 것인가. 
꿈을 이루기 까지의 시간과 과정은 Long walk,즉 지루하고 끝이 없을 것 같은 긴 시간이라고, 이 책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인내노력이 그 꿈을 이루게 한다는 뻔하고도 틀림없는 그 사실을.


(몇달 전 아이의 학교에 저자가 방문한다는 말을 듣고 사인을 받겠다며 아이가 사놓은 책들 중의 한권이다. 그래서 책의 속지 첫장에는 Linda Sue Park이라는 그녀의 사인이 들어있다. 학교 방문이 있고난 후, 말씀도 재미있게 매우 잘 하시고 유쾌한 분이시더라고 아이가 그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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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4 0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4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3-2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금파리 한조각만 아이 초등학교 때 읽었어요.
맞아요, 사금파리 한조각 때도 생생하고 사실적인 문체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생생하고 사실적인 문체가 오히려 꿈을 애기하기에 적합한 것 같아요~^^

hnine 2011-03-24 15:41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냥 픽션이라기보다 정보책처럼 조사를 많이하고 공부해서 쓴 책 느낌을 받았더랬어요. 일찍 이민을 갔으니 한국에 대한 것을 쓰려면 남들보다 더 많이 그런 노력이 필요했겠지요. 그래서 성격도 매우 까다롭고 치밀하지 않을까 했는데 아이 말로는 아주 재미있는 분이시라고...^^ 물론 잠깐 만나본 것으로 알수는 없지만요.

2011-03-24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3-25 05:15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이 작가에 대해서인가요.
사금파리 한조각을 읽고나서는 이 작가가 상당히 노력하는 작가이구나, 한국을 알리고 싶은 작가이구나 생각했었습니다. 이제는 관심을 세계 다른 나라로도 돌리고 싶다고 그러더군요.
다른 책들도 집에 몇권 더 있으니 읽어보려고요.
 
불량 가족 레시피 - 제1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
손현주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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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가 나온 이후 완득이 비슷한 캐릭터가 청소년 소설에서 너무 자주 눈에 뜨인다는 생각을 안그래도 하고 있던 차에 '이 책 역시' 라는 생각이 들자, 읽는 동안 그저 재미 이상의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없었다.
배다른 언니, 배다른 오빠, 욕을 입에 달고 사는 여든 넘은 할머니, 세번 째 부인 마저 집을 나가게 하고 만 아빠, 아내와 두 아이를 모두 미국으로 떠나보내고 뇌경색 환자가 되어 버린, 한때 잘 나가던 주식맨 삼촌. 이런 가족 구성이다. 그래서 불량가족.
자서전 써보기라는 도덕 숙제를 앞에 놓고 열 일곱 살 여울이는 헛웃음만 나온다. 무슨 얘기를 쓸 것인가.
이러한 문제적 가정 속에서, 즉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그 상황 속에서도 하고 싶은게 있고, 선생님과 할머니에게, 사람들 앞에서 마구 때리는 아빠에게 대들 수 있고, 그러면서도 상황을 봐서 깨끗히 굴복하고 용서를 빌 수도 있고,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어서 마음 졸이기도 하는 여울이의 모습이 우울하지 않고 유쾌하게 책 전체를 끌고 간다.
여울이가 우연히 알게 된 아줌마로부터 소개 받은 책,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코웃음치며 자기만의 대답을 해보기도 한다.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라는 첫번째 질문에는 미래를 볼 수 있는 지혜 라는 책 속의 답 대신 영원한 생명 이라고, 사람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라는 두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사랑 이 아니라 욕심이라고, 세번 째 질문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해서는 사랑 때문에 산다는 책 속의 답 대신 자기 자신의 힘으로 산다고. 그럴듯 하지 않은가? 책 속의 답이 이상이라면 여울이의 답은 현실에 가깝다.
출판을 목적으로 하는 출판사 공모전 수상작으로 손색이 없다. 일단 지루하지 않고 빨리 읽히니까. 요즘 청소년들의 생각, 말투, 관심사 (저자의 세대에선 분명히 없었을)등이, 부자연스런 곳 하나 없이 얼마나 능숙하게 표현되고 있는지. 제목 역시 독자층을 불러 모으기에 손색이 없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요즘 나오고 있는 비슷한 다른 책들과 구분되는, 오래 동안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게 하는 이 책만의 색깔은, 목소리는 대체 어디에 있나? 개인적으로 그다지 좋은 점수를 주지 못하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왔는데, 왜 마지막 페이지에 와서 나는 갑자기 울컥해야했을까.
이 위태스럽기만한 불량 가족의 일원으로, 늘 가출을 꿈꾸며 살던 주인공이지만, 결국 풍비박산난 집안 꼴을 앞에 두고서 앞으로 살아갈 방법에 대해 '가족'에서 답을 찾는 것을 보고서이다. 가족은 아직도 나에게 울컥하게 하는 그 무엇인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정말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다는 그런 절실함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 예를 들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손톱이 자라날 때'같은 작품은 이 책에 비해 술술 읽히는 속도감과 재미 면에선 좀 떨어지지만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
위태하던 집안이 결국 파산나서 모든 가족 구성원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을 때 오히려 힘을 내는 것은 가족 중 제일 어린 여울이였다.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이 꼭 살아갈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을 본다. 위기에 처했을 때 비로서 인간은 진화한다는 말을 그대로 다 받아들이진 않지만 최소한 인간 중 어떤 인간은 그럴 수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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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3-21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 문학상 받은 책 몇 권 읽어보니 좀 식상해서 안 읽게 되어요.
역시 완득이가 최고였던 듯...^^

hnine 2011-03-22 21:29   좋아요 0 | URL
얼마전에 읽은 '가족입니까'는 참 좋았어요. 그러고보니 그 책은 꼭 청소년 대상 도서라고 할 수 없지만요.
청소년 대상 도서는 외국 작가들 작품에 비해 우리 나라 작품들이 소재의 폭이 좁은 것 같은데 아마 우리 나라 청소년들의 생활의 폭이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하늘바람 2011-03-21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읽고 싶었는데 첫번째 페이지 첫줄만 서점에서 읽었어요
집가까운데 서점이 있어서 가서 읽으면 되는데 게으르네요
이런 이야기였군요
전 그냥 독자인가봐요 리뷰보고 무지 당기는데요

hnine 2011-03-22 21:31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제가 보내드릴께 한번 읽어보세요.

2011-04-06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11-03-2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입니다. 저도 비슷하게 읽었는데 비슷한 리뷰가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다행히 다르군요. 같은 책 리뷰는 조심스러워서 다 적고 나서 읽게 되거든요^^

hnine 2011-03-22 21:35   좋아요 0 | URL
반딧불님도 어린이책, 그리고 청소년 책 많이 읽으시지요?
불량가족 레시피 리뷰 쓰신 것 방금 가서 읽어보고 왔습니다.
글을 많이 써본 작가라는 것은 읽으면서 잘 알겠고 무엇보다도 요즘 청소년들의 생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작가라는 것도 알겠는데 그걸 너무 과용했다고나 할까요?
같은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으신 분과 얘기나누는 것 참 좋아요 ^^

반딧불,, 2011-03-23 18:46   좋아요 0 | URL
ㅎㅎ어린이책,청소년책 좋아하죠. 몇년째 중독중이죠. 알라딘에 대단하신 분들 많으시니 명함도 못내밀지만요. 지금 중학생 키우시는 알라디너분들 저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게는 안읽으셨을 겁니다.여기선 함부로 아는 척 하기 그래요. 대단한 내공 가지신 분들 너무 많아서..

2011-03-24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3-24 15:44   좋아요 0 | URL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합체 등이 '필독서'인가요? '반드시' 읽어야하는?
캬~
말씀해주신 것은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