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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지 않는 나를 찾습니다 ㅣ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4
캐테 코자 지음, 이윤선 옮김 / 내인생의책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원제는 Straydog. 떠돌이개이다.
아마 자신을 빗대어 부른 이름이 아닐까 짐작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렇기도 하고 실제 내용 중에 유기견이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레이첼, 라이첼, 래첼.
경사진 책상에서글을 쓰다 보니 오른쪽 팔이 저리다.
레이첼, 레체.
내 이름을 어떻게 쓰든, 나는 나다. 난 여전히 여기 있고, 여전히 싸구려 공책에 괴발개발 글을 끼적거린다. 존 트루만, 코트니 디마티노, 첼시아 데인 같은 수준의 애들에겐 가당치도 않은 고급 국어 시간에!
시작에서부터 주인공의 성격이 대번에 파악이 된다. 남과 구별되는 나이고 싶어하고, 국어를 상당히 좋아하는 레이첼에게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싫은 것은 싫은 것이다. 레이첼의 글쓰기 재능을 알아본 고급국어 선생님은 개별적으로 그녀에게 글을 써볼 것을 권유하고, 무엇에 대해 쓸까 생각하다가 택한 제목이 바로 떠돌이개에 관한 것. 자원봉사 활동을 위해 일주일에 한두번 방문하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만난 개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 개는 야생견으로 떠돌며 산지 오래되었는지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개여서 보호소의 어느 누구도 그 개를 탐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데 유독 레이첼만은 그 개에게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그 개를 자기가 데려다 키우고 싶어 했지만, 개 알레르기가 심한 엄마때문에 그러질 못한다. 먹이를 던져 줄때 조차, 인사를 나누기 위해 다가오는 사람에게 조차 포악하게 짖어대며 공격하려고 하는 그 개는 보호소에서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눈총만 받는 요주의 대상견일 뿐이다.
레이첼은 그 개를 주인공으로 해서 의인화 단편을 쓰기 시작하고, 조금씩 덧붙여져갈때마다 국어 선생님인 크루첼 선생님께 가져가 보여드린다. 그러던 중, 영재 학교에 다니던 한 남자 아이가 레이첼의 학교로 전학을 오는데 크루첼 선생님은 그 애와 서로 쓴 글을 바꿔 보며 교정받기를 권함으로써 레이첼과 이 남자 아이 그리핀은 친구가 된다. 레이첼만큼 독특한 그리핀은 레이첼의 글에 대해 크루첼 선생님 만큼이나 지지를 보내고 둘은 가까워져 가는데 레이첼 글 속의 주인공이 실제 존재하는 개라는 것을 알고 그리핀은 레이첼을 위해 자기 집에 그 개를 데려다 놓기로 약속한다. 레이첼에게 이것보다 더 반갑고 기쁜 소식은 없다.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쁨에 들떠 있던 중 벌어진 일은?
저자는 개를 의인화한 소설 속의 소설을 통해, 떠돌이개에 십대 청소년의 심리를 투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이 하고 싶은 말을 개를 통해 쏟아내고 있다. 그 효과는 성공적이라고 보여진다. 나는 나이고 싶다는 것, 그 바램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막고 아무도 그들의 말을 진지하게 마음을 열고 들어주지 않는 상황, 그러는 가운데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갖혀서 조종받는 듯한 갑갑함은 탈출하고 싶은 열망을 키우지만 어디로 탈출해야할지도 가늠이 안되는 상황. 책 속의 떠돌이개의 상황과 그 개에게 연민을 보내는 레이첼의 상황은 매우 닮아 있었다.
독특한 구성 방식도 돋보이지만, 작가가 나타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간접적으로도 이렇게 뚜렷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느니 길들지 않는 들개가 되겠다는 생각. 책 속의 레이첼은 그 생각을 얼마나 오래 간직하고 살까. 다른 사람과 똑같지 않으면서도 들개가 아닌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
책의 마지막 장은 의인화 소설의 결말로 끝을 맺는데, 개의 최후를 죽음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사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또 한번 감탄한다.
"이봐요! 뭍에 버려진 불가사리가 수백만 마리가 넘는데, 그중 몇 마리 도로 바다에 던져 넣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소?"
그러자 그 남자가 불가사리 한 마리를 바다로 던지면서 대답했지.
"이 한 마리에겐 아주 큰 차이가 있죠." (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