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의 눈이 위험하다 - NHK스페셜 화제의 다큐멘터리
오이시 히로토.NHK스페셜 취재팀 지음, 장수현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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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력이 떨어지는 것에 대하여 걱정하고 관심이 높으면서도, 안경을 쓰기 시작하면 불편한 점이 생긴다는 점 외에는 다들 크게 걱정을 하지 않는 편이다. '안경이나 콘텍트렌즈를 착용하여 시력을 교정하면 일상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그 이상의 조치는 불필요하다' 고 여겨왔던 것이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는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50억명이 근시일 것이라는 연구기관의 추산을 인용하면서 실명에 이르는 사람의 수도 급격하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공중위생상의 위기'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용어부터 정리해보자. 근시(축성근시)는 본래 '안구의 안쪽 길이가 늘어나 있는 상태' 그 자체(p101)를 가리키는데,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근시를 '질병'의 일종으로 보는 견해도 늘어나고 있으며, 의료계에서는 근시가 실명을 초래하는 황반변성, 녹내장, 백내장과 같은 질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안과 질환이지만, 이를 방치해 병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기도 하다. 





내 아이의 눈이 위험하다

오이시 히로토, NHK스페셜 취재팀 지음

시크릿하우스



「내 아이의 눈이 위험하다」 는 일본 NHK의 정통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일본 초등학생 약 600명의 시력을 조사한 결과 과반수가 근시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실태를 접하고, 아이들의 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취재한 NHK스페셜 <우리의 눈이 위험하다 : 초 근시 시대 서바이벌(わたしたちの“目”が危ない 超近視時代サバイバル)> 및 클로즈업현대 플러스 <근시의 상식이 바뀐다!>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눈에 대한 관심이 높다보니 눈 건강과 근시분야는 잘못된 상식이 세간에 만연해 있는 듯 하다고 운을 떼는 저자진은 최근의 연구들로 밝혀진 새로운 상식과 대처법은 충분히 대중 속에 스며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한다. 저자는 서두에서 독자에 따라 눈의 건강에 대한 정보가 상이할 수 있으므로 책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자신의 지식과 고민에 따라 궁금한 항목부터 펼쳐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하면서 시작한다. 



내 경우도 나름 알고 있던 ( 특히 눈에 관련된 약과 건강 보조제들의 광고에서 보았던? ) 지식들이 쌓여있던터라 궁금했던 부분을 먼저 살펴보고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었다. 결론만 알고 있던 지식은 수록된 최신의 연구 데이터들을 이해하면서 좀 더 명확해졌고, 근시를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아갔다. 이미 시작된 근시는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도수가 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p105) 



그렇다면 시력은 왜 나빠졌던 것일까. 근시의 배경을 찾아내어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을 관찰하여 이를 가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주목해야 할 항목 중 하나가 바로 '근업(近業)' 즉, 근거리에서 하는 작업이다. 근업이란 30cm 이내의 거리를 보는 작업을 말하는데, 이러한 작업을 장시간 계속하면 근시가 진행될 위험이 높아진다. 사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정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생활, 책과 문제집을 들여다봐야 하는 학생들의 일과, 그리고 각종 게임기 등등 모두 떠올릴 수 있는 것들. 그렇다고 해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무조건 근업 자체를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근업이 되기 쉬운 작업들을 평소처럼 똑같이 하더라도, 근시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다. 



근시는 간단히 해결(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이들을 위해 3장에서는 안축장이 늘어나는 '축성근시'가 우리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제시하면서, 근시가 안고 있는 위험요소들을 확실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근시에 바르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백내장, 녹내장 등의 합병증 부터 우울증 및 치매 의심까지 위험요소는 다양하다. '눈의 기능 저하는 만병의 근원'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눈의 기능이 저하되면 빛으 감지하는 능력이 저하되고, 그 결과 뇌내와 체내의 리듬을 조절하는 기능 또한 함께 저하되므로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등 우리가 생각해왔던 것보다 훨씬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시력의 '과교정' 에 대해 경고하는 장에서는 시력에 대한 맹신을 버리자고 주장하는데 꽤 공감이 갔다. 지금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시력은 '원견(遠見)시력' , 즉 먼 곳이 잘 보이는지 안 보이는 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그러나 근업이 증가한 현대에서는 그 능력이 크게 발휘될 일이 없다. 그러므로 안경 등의 도수를 강하게 넣어 과교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안경을 처방하고 판매하는 쪽과 함께 안경을 쓰는 소비자들( 혹은 환자들) 입장에서도 의식이 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잘 보이던 눈이 근시가 되었으면 어찌 되었든 멀리까지 다시 잘 보이게 도수가 강한 안경을 써야지' 는 과거의 낡은 상식이라는 것. '지금 우리의 일상생활에 딱 맞는 새로운 상식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가장 큰 메시지다. 


* 리딩투데이 제공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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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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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한 영국 일간지의 '세계 문학사상 가장 빛나는 첫 문장 30선' 에 관한 칼럼을 읽은 기억이 떠오른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등 내게도 인상깊었던 문학작품들이 많았었고,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또한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영국 일간지였으니 당연히 영문으로 된 첫 문장. 


Albert Camus: The Stranger (1946)

"Mother died today. Or maybe, yesterday; I can't be sure."


움라우트 세계문학 시리즈의 「이방인」 의 첫문장은 어떨까!! 궁금할 수 밖에.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p16



그리고 이 첫 문장에 각주가 달려있다. 프랑스 원문에서 오늘 뒤의 쉼표와 '어머니'와 비교되는 '엄마'라는 표기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면서, '죽었다' 보다 '돌아가셨다'가 자연스럽지 않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역자는 이 첫문장에 대한 번역이 오랫동안 관형어처럼 굳어져 바로잡는 게 한계가 있다는 생각 또한 전하고 있다. 덕분에 읽는 이들도 '번역이란 무엇인가, 어떤 작업인가' 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알베르 카위의 「이방인」 을 처음 읽었던 범우사판(93년 초판 3쇄 / 방 곤 옮김)에서는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라고 되어있기도 하다. 김화영 교수 번역의 민음사 본과 eBook 으로 소장중인 열린책들과 온스토리도 쉼표 차이는 있으나 "오늘 엄마가 죽었다" 로 되어있다. 그나저나 민음사판  「이방인」 은 도대체 책장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난 같은 이방인을 몇 권을 가지고 있는가. 역시 난 독서가 라기보다는 책수집가에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 


* 리딩투데이 제공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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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1 - 신을 죽인 여자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최재은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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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메두사가 눈을 사로잡는다. 메두사가 가진 상징성만으로도 소설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진다. 게다가 '신을 죽인 여자' 라니! 그리스/로마신화를 좋아하고, 걸크러쉬 여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취향저격인 소설이다.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1권을 다 읽고 나서 「헝거게임」 을 떠올렸는데, 책의 추천사에도 '그리스 신화와  「헝거게임」 의 만남' 이라고 되어있다는!



신을 죽인 여자 로어 I

LORE

알렉산드라 브라켄 지음

이덴슬리벨



이야기의 배경은 뉴욕이다. 신이 존재하며, 그 신을 사냥할 수 있는 가문이 존재하는 세계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익숙한 이라면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가문명을 들으면 설정에 대한 감이 온다. 책의 서두에는 생존가문과 멸족가문에 대한 안내가 먼저 나온다. 페이지를 넘기면 제우스가 인간의 가문들에게 내린 글이 등장한다. 수많은 괴물과 왕을 해치운 전사들의 후예들에게 영원한 영광을 차지할 기회를 주기 위해 '아곤' 으로 부른다는 선언이다. 아곤 기간은 일곱 해에 한번 씩 일곱 날 동안 치뤄지며, 신들은 인간들처럼 죽을 수 있는 몸으로 땅에 있게 된다. 헌터라고 불리는 가문의 용사들은 신들을 사냥할 수 있으며, 신들을 직접 죽인 인간은 해당 신의 지위와 불사의 능력을 이어받게 된다. 



주인공인 로어는 페르세우스 가문의 마지막 남은 일원이다. 로어는 집근처에서 피투성이가 된 아테나 신을 만난다.  표지의 메두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신화에서 아테나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메두사를 괴물로 만든 신이 아니던가. 그리고 페르세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으로 메두사를 처치한 영웅이다. 표지의 메두사가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로어가 아테나 신을 만나는 시점에 살아남아있는 고대신은 아테나, 헤르메스, 아르테미스, 아폴론 정도다. 참고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고대신이라 불리는 존재 외에 죽임을 당하여 인간이 신으로 환생한 신들은 포세이돈, 아레스, 아프로디테, 디오니소스가 언급된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신, 그리고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떠올려가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유추해보는 것도 큰 재미 요소가 된다.  


로어는 페르세우스 가문의 가족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난 이후에 그 세계를 떠나 존재를 감추고 잠적했던 중이었다. 그러나 아테나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재의 이야기와 병행하여 그녀의 어릴 적 이야기도 종종 회상신으로 등장한다. 로어는 어릴 적 아킬레우스 가문에 맡겨져 훈련을 받았고, 그곳에서 병약했던 카스토르와 파트너가 되어 서로 의지했었다. 잠적 후 연락을 끊어버렸던 카스토르마저 그녀의 앞에 나타나자 로어는 아곤으로,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1권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제목은 '신들의 도시' 이고, 2부의 제목은 '불을 품다' 다. 각 부의 제목에서 진행되는 전개를 예상해보기도 한다. 프롤로그 격의 첫 이야기에 카드모스 가문에서 새로운 신이 탄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리스토스 카드모스라는 인물이 고대신인 아레스를 죽이는 장면이었던 것. 고대신을 죽인 인간들은 새로운 신이 되지만, 고대신들은 그들을 '신 살해자'라고 부른다. 아레스는 죽어가며 신살해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 살해자, 네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 (...)


하지만 네놈은 절대 그것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빠르고 흡인력이 대단하다. 아무래도 카드모스 가문이 빌런인 듯 한데 그들이 원하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지지 않는가. 또한 로어와 카스토르의 로맨스에 대한 암시, 로어라는 인물에게 주어진 운명에 대한 궁금증. 페르세우스 가문 등 영웅의 가문이 몰락하게 된 음모 등이 어우러져 재미를 준다. 먼치킨 급의 능력을 가진 로어의 활약 또한 눈부시다. 


로어와 카스토르, 그리고 아테나 등은 아레스를 죽인 새로운 신 래스를 처치할 겸, 숨겨진 비밀을 밝힐 겸 해서 카드모스 가문이 치기로 한 오디세우스 가문에 잠입한다. 페르세우스 가문의 가족들이 살해당한 후 로어는 오디세우스 가문에서 숨어 살았다. 엄마들이 친구였던 터라 로어는 오디세우스 가문의 딸인 이로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다만 로어가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이야기 속에서는 밝혀지지 않는 문제가 있어 이제는 친구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 생각한다. 


고대의 법규에서 중요한 건 분노였다. 원칙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분노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분노는 마치 영혼의 질병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분노의 여러 측면 중 폭력성만큼 전염성이 강한 것도 없었다. 그러니 분노를 일으키지 않을 수만 있다면, 원한의 악순환이 시작되기도 전에 싹을 잘라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이미 원한이 가득 찬 세계였다. 


- p271




프롤로그에서 카드모스 가문의 새로운 신인 래스는 스스로를 '분노의 신'이라고 명명했다. 나는 이 분노라는 키워드를 주목하게 된다. 1권을 읽고 나니 2권의 내용이 궁금해서 들썩거릴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여러 매체에서 영어덜트 소설분야의 올해의 판타지 소설로 선정되었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신화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가 현대를 무대로 하니 더욱 흥미진진하다. 영어덜트(YA) 소설 + 신화 + 걸크러시 주인공의 쓰리콤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책을 펼치시길. 물론 원콤보, 투콤보만으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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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르노가 들려주는 예술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90
조극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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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비판 이론가인 아도르노의 미학 사상을 풀이한 책이다. 아도르노는 철학과 예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산업사회의 문제를 비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아이와 책을 읽기 전 미학(美學)이란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며 시작한다.


미학(美學)은 철학의 하위 분야로서 '아름다움'을 대상으로 삼아 아름다움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완성도가 높은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분별하는 일이 주된 관심사가 된다. 전통적으로 미학은 크게 미론(美論: 美(아름다움)란 무엇인가?)과 예술론(藝術論: 예술이란 무엇인가?)의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그 외에도 현대 철학에서의 다양한 논의들과 맞물려 주로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미학에서 논의되고 있다.


출처 : 위키 발췌




아도르노가 들려주는 예술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조극훈 지음

(주)자음과모음



'이성'이라는 것은 인간이 적절한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이성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절한가, 적절하지 못한가를 판단하는 수단이 되어버리면서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는 수단이 되어버렸다. 아도르노는 우리가 도구로 사용하는 이성을 가리켜 '도구적 이성' 이라고 부르고, 도구적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를 '관리된 사회' 라고 표현한다.(p105)


도구적 이성에 의해 관리된 세계에서 예술은 개인의 자율성과 사회 통합을 추구하기 보다는 현실의 고통을 은폐하는 수단이 되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예술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교환가치일 뿐이라는 것. 즉, 상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품이 되었다는 것은 그것이 본래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보다 시장에서 얼마에 팔리고 얼마나 잘 팔리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걸 뜻한다. 아도르노는 이렇게 현대 산업사회에서 예술이 타락하는 현상을 '문화산업'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아도르노는 왜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보았을까. 


국악인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국악인이 꿈이었던 주인공은 친구의 영향을 받아 가수로 꿈이 바뀐다. 학교 수업시간에서는 마더 테레사와 연예인의 사진을 두고 누가 더 아름다운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토론을 한다. 주인공은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고민을 해보게 된다. 아이의 꿈이 가수로 바뀐 것에 대하여 주인공의 아빠는 문화산업 때문에 아이의 꿈이 바뀌었다고 속상해한다.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아도르노의 문화산업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원래 예술은 개인의 자율성을 지키고,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문화산업은 소비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든다. 오늘 날, 겉모습을 중시하는 외모 지상주의나 명품족 등이 그런 예가 되기도 한다. 또한 관리되는 사회에서 문화산업은 예술을 말초적인 오락물로 만들어버린다고 주장한다. 


주인공은 우연히 참여하게 된 병원 봉사에서 병실마다 조각물을 만들어주는 아저씨를 만나고, 그에게서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도르노의 「미학 이론」 속의 내용이 슬쩍 언급되는데, 아도르노는 아름다움과 추함은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추한 것이나 아름답지 않은 것을 숨기고 단지 즐거움만 주려고 하는 예술은 비자율적 예술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예술은 현실의 어둠과 고통을 표현함으로써 자율성을 상실한 사람들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리된 사회에서 예술은 사람의 비판 의식을 마비시키므로, 예술이 비판의식을 되찾아 사람들의 영혼을 구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각가 아저씨는 축구공에 숨겨져 있는 파키스탄 아이들의 고통을 넌지시 이야기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의 화려함에 열광하면서도 그 이면을 한 번도 생각해보자는 제안은 같은 출판사의 청소년 인문서 「꼰대 아빠와 등골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 도 떠오르게 한다. ( 예술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에 관한 주제로 생각을 확장시켜 이야기해볼 수 있을 듯 하다. ) 


주인공은 병원에서 자신이 잘하는 국악으로 자원봉사 공연을 한다. 그리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움직이는 느낌'(p123)을 받는다. 조각가 아저씨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자율적 예술과 비자율적 예술에 대해 듣게 된다. 그리고 미메시스에 대한 것도 알아가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아도르노는 자율적인 예술을 위해 미메시스라는 개념을 가지고 왔다. 미메시스는 본래 '모방' 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를 잘못된 퇴행적 미메시스와 반성적 미세시스로 구분한다. 


잘못된 퇴행적 미메시스는 상품화된 현실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입니다. 관리되는 사회에서 이성의 폭력성에 의해 왜곡된 현실을 그대로 모방한다면 창조적인 예술품이 나올 수 없겠지요. 그것은 오히려 현실을 합리화하는 수단이나 다름없게 될 것입니다. 그에 반해 반성적 미메시스는 사회 현실의 어둡고 고통스런 측면을 모방함으로써 현실의 부조리를 드러냅니다. <어린왕자>에서 말하듯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도르노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반성적 사고를 통해 예술이 이끌어 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현대 대중문화의 영향에 대해 성찰을 해본 이라면 누구든 아도르노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언급되는 철학자로 벤야민이 있다. 아도르노와 벤야민의 이론은 서로의 대척점에 있다. 아이와 시리즈의 다음 읽을 책으로 「발터 벤야민이 들려주는 복제 이야기」 를 골라둔 이유다. 그들의 이론은 지금도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터라 진지하게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씩 낱개의 조각을 흡수해가며, 낱개의 조각으로부터 전체를 볼 줄 아는 눈을 기르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는 것 또한 청소년들의 성장과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사유하는 인문의 힘을 길러야 한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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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똑똑 세계사 시리즈
제임스 데이비스 지음, 김완균 옮김 / 책세상어린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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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은 아이라면 고대 그리스에 대한 호기심도 커진다. 그리스 뿐만 아니라 셋트의 다른 책들도 모아 읽으면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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