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봐! I LOVE 그림책
라울 콜론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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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보드를 들고 있는 아이가 다리 입구에 서 있다. 그림책의 겉싸개를 벗기면 아이가 다리를 건너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상상해 봐!

라올 코론 지음, 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그림 속 스크래치 같은 부분들이 눈에 띈다. 엘리슨 제이의 그림책의 특징이기도 했던 '도자기에 자잘자잘한 금이 간 듯 그려진' 느낌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 엘리슨 제이의 그림은 바니시와 오일페인트를 이용하여 빠른 건조로 생기는 균열을 이용한 그림으로 프레스코화 또는 템펠라라고 불리는 회화 기법이라고 한다. ) 무엇으로 긁었을지 쓸데없는(?) 호기심이 든다. 




아이는 Museum of Modern Art 의 문 앞에 도착해 있다. 미술관에 입장한 아이를 따라 우리도 익숙한 그림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어떤 예술가의 무슨 그림인지 맞추어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밤톨군은 앙리 마티스의 「이카루스」 를 꽤 좋아한다. 어릴 때 여러 그림책으로 만났던 데다가, 「그대, 나의 뮤즈. 반 고흐 to 마티스」 전에서도 이 그림 앞에서 한참을 놀았던 터였다. ( 물론 "아, 나 이거 아는데, 누구더라. 이카루스인데.." 라면서 마티스의 이름은 금방 떠올리지 못한 것은 비밀이다. )

 





미술관을 나온 아이는 자신의 느낌을 벽에 옮긴다. 앞 면지에 그려져 있던 색분필(CHALK)의 의미가 이 장면에 와서 이해가 된다. 책 날개에 언급된 그림책 평을 옮겨본다. 


예술 작품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일상에 마법을 불러넣으며, 

나중까지도 더 많은 창의력은 자극한다는 걸 일깨운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아이는 자신 속에 담긴 것들을 마음껏 풀어놓는다. 아이가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느낀 그 어떤 것들은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평처럼 아이의 일상에 담긴다. 꿈 속에서도 말이다. 밤톨군도 그랬을까.


글이 없어도 그림책의 그림과 실제 예술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아이의 행동을 관찰하며 책장을 넘기니 서사가 어렵지 않다. 혹시라도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이 어떤 것인지 몰라도 괜찮다. 책의 후반부 '작가의 말' 에 나와있다. 어떤 그림들인지는 직접 그림책 속에서 확인해보시길. 이 그림들을 고른 작가의 생각을 소개해본다. 


이 그림들은 모두 한 소년이 이제 막 즐기려는 모험을 자극하고 부추기는 흥미로운 캐릭터, 움직임, 색채 그리고 기발한 감각을 지니고 있었거든요. <중략> 나는 모든 독자들이 언젠가 뉴욕 현대 미술관(MoMA)을 방문하여 이 아름다운 그림들을 직접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라울 콜론 / 작가의 말 중에서


MoMA 에 관한 그림책 한 권이 더 떠오른다. 존 세스카 글, 레인 스미스 그림의 「아트를 봤나요?」다.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밤톨군과 함께 MoMA 를 직접 방문해보고 싶어진다. MoMA 가 아니더라도 조안 리우의 「나의 미술관」 같은 그림책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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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바꿔 공장의 음모 라임 그림 동화 26
콜린 피에레 지음, 질 프렐뤼슈 그림, 이세진 옮김 / 라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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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바꿔 공장' 이라고 번역된 제목이 흥미롭다. 저절로 원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게 된다. 원제는 「La vie en vert fluo」. 프랑스 그림책이다. 번역기를 돌려보니 'vert fluo' 는 네온 그린, 즉 형광녹색을 뜻하는 모양인데 원제와 번역제목 간의 차이를 주목해보게 되기도 한다. 어쨌든 형광녹색이 제목에 들어간 터라 페이지 곳곳에 이 색이 가득하다. 그림책 본문에는 '형광초록' 이라고 번역되어 있다. 




다바꿔공장의 음모

코린 피에레 글, 질 프렐뤼슈 그림

라임


초등 2학년의 모니아의 마을, 호숫가에 공장이 하나 생긴다. 도시를 바꿔줄 재활용 첨단 시스템을 갖추었다고 하는 '다바꿔공장(l'Usine de recyclage)' 이다. 초록빛 지구를 되살리기 위하여 쓰레기를 재활용하여 무엇이든 만들어낸다고 홍보한다. 아이들의 학교에 온 형광초록빛 눈의 사장은 '재활용은 우리의 미래' 라며 아이들에게 설명한다. 


어느새 슈퍼마켓에는 다바꿔 공장에서 만든 물건들로 빼곡해진다. 그 물건들은 모두 '다바꿔 100% 재활용' 이라고 적힌 비닐에 담겨있다. 시내의 음료 자동판매기에는 쓰레기를 모아 만든 형광 초록빛의 음료가 '100% 재활용' 이라고 적힌 플라스틱 병에 담겨 판매된다. 어른들은 이 음료를 참 좋아하지만, 아이들은 이 음료를 마신 어른들이 좀 이상해졌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사진출처 : https://www.mangoeditions.com/9782317022692-la-vie-en-vert-fluo.html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하고 잘못되어 가는 세상을 '어린이들의 자신만의 활약'으로 구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읽는 아이들은 저절로 뿌듯해진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함께 읽는 어른들은 '재활용(Recycling)의 역설'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분명 재활용(Recycling)은 환경 보호를 위해 필요한 활동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재활용을 핑계로 오히려 포장은 과도해지고, 쓰레기를 늘리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희미해졌다. 작가는 아이들에게 이런 '재활용'이라는 글자에 숨겨진 비밀을 함께 생각해보자고 이끈다. 재활용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이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과는 이 그림책과 함께 여러가지 기사를 함께 읽으며 토론해보아도 좋을 듯 하다. 


시장논리에 따른 재활용은 폐기물을 돈이 되는 재화로 둔갑시키고, 이를 통한 수익추구는 폐기물 배출량의 지속적 증가를 초래한다. 여기에 더해 에너지 회수란 이름으로 가린 소각의 과잉은 에너지의 불필요한 낭비와 유해노폐물 배출의 지속적 증가로 이어진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물질순환이 환경문제를 기실 더 악화시키는 역설을 낳고 있다.


출처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4171847558391



환경보호를 위한 '재활용' 이라는 단어 외에도 '친환경'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봄직하다. 중학생인 밤톨군과는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1835~1882) 의 제번스 패러독스(Jevons Paradox) 에 대해서도 찾아보며 이야기해보기도 했다. 오래된 책이지만 스탠 콕스의 「녹색 성장의 유혹」 책의 내용도 떠오르게 한다. 


경제용어 중에 제번스 패러독스(Jevons Paradox)라는 말이 있다. 수학자이자 경제학자였던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1835~1882)는 1865년에 쓴 저서 '연료 문제(The Coal Question)'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기술 발전으로 석탄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면 단기적으로는 석탄을 적게 쓰게 되지만, 수요가 줄어 석탄값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석탄을 대체할 에너지원을 찾던 이들이 싼 가격의 석탄으로 몰리게 돼 결국 석탄 소비가 더욱 늘게 된다." 이후 많은 학자와 연구기관이 이를 입증하는 연구를 냈다. 


환경을 보호하려면? '전기를 아껴야 해요!' 라며 늘 정석적인, 교과서 적인 대답을 해왔던 아이와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세계적인 만화 축제가 열리는 앙굴렘에서 태어나 어릴 때 부터 글과 그림을 풍부하게 접했다는 그림작가 질 프렐뤼슈의 그림은 가볍지않은 주제를 경쾌하고 익살맞게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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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함께 빵을 에프 그래픽 컬렉션
톰 골드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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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만화가 톰 골드의 작품은, 내 경우 「달과 경찰(Mooncop)」 으로 만나 매료되었었고, 이후  「골리앗」 까지 찾아읽었더랬다. 국내 번역본으로 소개된 책이 별로 없기에 이후  「Baking with KAFKA」 가 나오자마자 원서로 찾아 읽었다. 이 작품의 번역 소식을 듣고 더욱 반가웠던 이유 중의 하나다.



카프카와 함께 빵을

Baking with KAFKA

톰 골드 지음

에프 그래픽 컬렉션

f(에프)



이 작품은 만화계의 아카데미 상인 아이스너상-최고의 유머 부문 수상(2018년)작으로, 영국 최고의 일간지  「가디언」 에 연재되었던 책과 문학에 대한 너무나 문학적인 ‘유머 카툰’ 컬렉션이다.  더 타임스 (The Times) 지의 “문학을 주제로 하는 똑똑하고, 재미있고, 약간 제정신이 아닌 카툰들.” 이라는 평이 매우 공감되는 작품이다. 현대 추리소설작가들을 위해 살해방법들을 정리해놓는가 하면, 제인 오스틴의 「엠마」 속에서 잊혀진 부분들을 지적하는 식이다. 작품, 작가, 독자, 출판사, 서점, 저널 등 책과 관련된 각 주체의 이야기들이 기발하고 흥미롭게 펼쳐지기도 한다.


작가 소개에 따르면 짧은 칸에 집약적으로 의미와 상징을 내포해야 하는 카툰 장르는 톰 골드의 작품 세계와 너무 잘 어울렸다고 한다. 시니컬한 메시지, 무미건조한 대화, 그리고 정형화된 인식에 대한 재조명은 크게 주목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적인 카투니스트로 자리매김 했다고. 


이 책보다 앞서 「퇴근길엔 카프카를」/(민음사) 를 읽었었는데 만화로 읽는 세계 문학 에세이 작품이다. 제목에 같은 '카프카' 가 들어가서 였을까. 이  「카프카와 함께 빵을」 도 비슷한 전개의 책이라고 생각하고 펼쳤다가 다시 집중해야했다. 톰 골드의 작품에서는 각 컷에 나오는 작품이 어떤 것들인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책을 알고 있지 않다면 작가의 유머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어떤 책을 배경으로 했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책을 찾아나서는 여정이 시작되기도 한다.


내가 읽었던 소설들을 떠올리며 작가가 분류해놓은 이 '악당' 에 해당하는 인물들을 떠올려보자.  도대체 심술 맞은 바리스타 라니!



새로운 트렌드에 맞춰 고전의 제목을 차용한 이 책들. 몬테크리스토 독신녀나 모비 독신녀는 어떤 내용이 될 것인지 생각해보다 피식 웃게 된다. '과연 모비 독신녀는 고래가 될 것인가, 고래 잡으러 나가는 주인공이 될 것인가.' 라고 상상해보면서 말이다. 



'디스토피아적 도로 표지판' 편에는 돌연변이 야생동물, 레이저 보안영역, 살상용 무인정찰기 등의 안내판이 나오는데 문득 '바이러스' 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서글픈 생각도 해보고, '자서전적 소설을 쓴 아래 작가를 화가 잔뜩 난 친구들과 친척들을 피해 문학상까지 무사히 이끌어줄 수 있나요?' 란 제목과 함께 그려진 미로를 보며 최근 한국 문학계의 '2020 문학동네신인상' 취소 사례를 떠올리기도 한다. 


최근 아이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 로 슬로우 리딩을 진행했는데, 이 페이지를 보면서 어떤 장면에 나오는 것들인지 이야기를 나누어보기도 한다. 명확히 떠오르는 거 1/3, 아리송한 거 1/3, 떠오르지 않는 나머지 이러면서 서로 깔깔 웃는 시간이 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으로 자신의 읽은 책들을 되새김 해보시길. 작가의 유머러스한 상상력에 곧 웃음이 터지다가, 잠시 곱씹어보는 동안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이 여운처럼 남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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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 숲에서의 일 년 인생 그림책 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지오반니 만나 그림, 정회성 옮김 / 길벗어린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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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글을 그림책으로 만나볼 수 있다니! 책이 도착하기 전부터 설레였다. '대자연에 대한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고전' 인 월든(Walden) 은 법정 스님의 소개로 읽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법정스님의 『무소유』 와 맞닿아 있는 월든에 스님은 "소로우의 생활신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간소하게 살라' 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단순하게 살면 살수록 우주의 법칙은 더욱더 명료해질 것입니다." 라고 소개했었다.  『월든 호수의 소로』 (마루벌)라는 그래픽 노블로도 읽었었는데 그림책으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해졌다. 



월든

A Year in the Woods

숲에서의 일 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 글, 지오반니 만나 그림

길벗어린이




책을 펼치면 어둠을 품은 푸른 색 기조의 하늘. 그 속의 하얀 달이 푸른 색조의 낙엽과 소나무 위로 빛난다. 이 멋진 월든 호수의 풍경과 함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초반 글이 머리말로 요약되어 있다. 월든 도서(은행나무)의 2장 '나는 어디서 살았으며, 무엇을 위하여 살았는가'라는 장의 글의 일부(p139) 이다. (제목이 같기에 리뷰에서는, 도서는 월든 도서, 그림책은 월든 그림책이라고 부르겠다. ) 



월든 그림책의 멋진 일러스트를 감상하며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긴다. 소로가 집을 짓는 장면을 지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집에는 의자가 세 개 있었다.

하나는 고독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우정을 위한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한 것이었다.



월든 도서에서는 고독에 관하여 5장에서 들려준다. 위의 구절은 6장. 방문객들에 나오는 구절이다. 올가 토카르추크 글, 요안나 콘세이요 그림의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 의 장면 중에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의자의 개수가 달라지는 장면이 있다. 맥락은 다르지만 그 장면을 보며 소로의 이 구절을 떠올리고는 했다. 


『월든』 도서의 경우 문학사에서 평가받는 지점은 몇 가지로 요약되고는 하는데,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처럼 소로우의 구도자적인 모습과 정신적인 통찰을 읽어내는 것이 있다. 그리고 자연에 대한 묘사가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문명사회에 대한 풍자와 비판, 세속적인 성공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그림책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것이 가장 많이 느껴졌고, 그 가운데 사색하는 자연인의 모습으로서의 소로를 만났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일까 풍자와 비판은 느껴지지 않았다. 원제 『A Year in the Woods』 를 떠올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비록 돈은 없었지만, 햇빛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과

여름날을 마음껏 누렸다는 점에서 나는 부자였다.


이 책을 통해 소로를 만난 아이들은 나중에 『월든』 도서를 읽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마중물로서도 활용하기에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월든』 을 읽지 않은 이에게도 책 속의 메시지는 충분하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삶을 그 자체로 느껴보자는 소로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되는 그림책이다. 지오반니 만나 (Giovanni Manna) 의 수채화는 월든의 내용과 더욱 잘 어울린다. 



 

책의 첫머리에 나와있는 것처럼 이 책은 그림책으로 엮기 위해 소로의 2년 동안의 월든 생활을 의도적으로 1년으로 압축했다. 참고하며 읽으면 더 좋을 듯 하다. 본문 위에 위치한 작은 나뭇잎( 참나무와 단풍 나무가 따로, 또 같이 등장하곤 한다. ) 들의 색으로 읽고 있는 페이지의 계절을 유추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또한 본 그림과 동떨어져 가끔 텍스트가 자리한 페이지에 출몰하는 동물들의 모습은 정말 야생동물 같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그림책으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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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 - 살면서 누구나 고민하는 인생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
이근후.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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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자마자 울컥했다. 나도 '코로나 블루'인가. 요즘 쉽게 마음이 다치고 의욕을 잃는 일이 많아지는 까닭은.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와 25년 경력의 상담 전문가가 나누는 인생 문답을 읽으며 내가 하고 싶던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 찾아보며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

이근후, 이서원 대화

샘터


살면서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인생 질문들이 있다. 물론 그런 질문들에 대한 정답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어떤 시절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적용하는 사회적 기준들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담이란 옳고 그르고 맞고 틀린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 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직접 상담은 아니더라도 책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에 대한 대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9장에 걸쳐 불안과 상처관리, 사람관계, 부부, 자녀, 가족간의 거리 등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정리되어 있다. 


  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오래 가나요?  

- 1장. 불안하고 살처방늠 마음 관리, p37


트라우마의 어원은 '살이 찢어지다' 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처의 유효기간이라고 할까.. 우리 상처가 얼마나 오래가는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상처의 크기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의 내구성도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 마음의 상처는 크든 작든 평생 간다. 극복했다는 사람도 상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희석될 뿐이다. ' 라고 단언한다. 


그렇다. 상처는 옅어질 뿐이다. 그럼 마음의 상처를 옅어지게 하는 법은 무엇일까. 내 속의 자아를 강화시킬 수 밖에 없단다. 자꾸 부딪치면서 예방주사 맞는 것 밖에 없다는 말이다. 결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극복하는 체험을 자꾸 하여 마음의 상처를 희석시켜야 한다고. 그런데 이런 마음의 상처에 공통되는 감정은 불안이다. 자신의 감정이 방어할 수준을 넘어서 버릴 때 자연스럽게 불안이 생긴다. 그럴 때 치료를 통해 면역력, 즉 자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사람마다 치유법은 다르다. 


상처는 평생 함께 가는 친구와 같다. 우리의 인생은 상처, 옅어짐, 다시 상처의 순환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작은 기쁨으로 마음의 상처를 덮어나가는 게 일상이라고 담담히 맺는다. 


  바람을 왜 피우는 걸까요?  

- 6장,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 부부, p236


김희애 주연의 '부부의 세계' 라는 드라마가 꽤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집은 케이블, 종편 드라마가 나오지 않아서 대부분 기사나 칼럼으로 대신 접하고는 했는데 마침 책에서 이런 질문이 있기에 흥미롭게 읽었다. 외도의 심리와 그 해결책. 우선 남자고 여자고 외도는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그 본능을 자제할 뿐이다. 그 시대, 그 사회문화 가치에 따라 제어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필요한 게 있을 때 상대가 충족시켜주어야 신뢰가 생깁니다. 이런 신뢰가 쌓이면 상대 대한 마음, 다시 말해 사랑이 생기게 됩니다. 이것이 마음으로 상대를 안게 되는 과정이에요. 이렇게 마음으로 상대를 안게 되면 몸을 안았을 때 마음도 안게 되어 외도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결국 외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본능을 뛰어넘는 신뢰와 사랑이 부부를 단단히 묶어야 한다는 것. 그럼 신뢰와 사랑은 어떻게 다져가야 하는 걸까? 내 속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슬그머니 머리를 치켜든다. 


책 속에서는 이혼이 아닌 졸혼이라는 또다른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선조들의 경우 아내는 안방에서, 남편은 사랑방에 있던 풍경도 일종의 졸혼이었다며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무늬만 부부야' 라는 것도 일종의 졸혼이었을 수 있다고.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냐 보다도 어떻게 졸혼으로 가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한 생각지점이다. 


  중2병이 왜 생기는 걸까요?  

- 5장, 아이는 부모가 허용하는 만큼 자란다. p181


곧 중2를 앞두고 있는 아이의 중2병이 궁금해진다. 중2병이라고 모두 중2 무렵에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중2병은 엄마의 불안과 아이의 저항이 만나 생긴다.' 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엄마 대신 부모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좋다고 생각한다. 모든 양육의 책임이 엄마에게 있는 것만은 아니다. 어쨌든 아이의 저항이 심해진다는 것인데, 저항은 건강하다는 신호다. 


강물이 동쪽으로 흘러간다고 해봐요. 물고기가 강물을 따라 동쪽으로 헤엄쳐 간다면 순응한다고 하고, 강물을 거슬러 서쪽으로 헤엄칠 때는 저항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저항하는 물고기는 자기 생각이 있는 물고기예요. 순응하는 물고기는 아직 자기 생각이 생기지 않는 물고기지요. 엄마가 강물이고 아기가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돼요. 


아이를 키우는 최종 목적은 아이를 잘 떠나보내는 것이다. 아이의 독립이 아이를 품는 이유라면, 아이가 최초로 독립할 정신적 싹을 보이는 건 저항을 통해서다. 처음이라 거칠고 서투르긴 하지만, 독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증거니 축하받을 일이라는 것. 그리고 부모가 져야한다고 했다. 그래야 아이가 살아갈 힘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자기 주장을 처음 했는데, 이게 꺾여버리면 평생 마음의 독립을 하지도 못할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를 주제로 하여, 우리가 살면서 고민하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두 저자들의 대화는 읽는 이에 따라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것과 아닌 것들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던져진 질문에 대하여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잠시 방향을 잃었던 문제들에 대하여 한 두가지 지침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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