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 - 살면서 누구나 고민하는 인생 질문에 대한 명쾌한 대답
이근후.이서원 지음 / 샘터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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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자마자 울컥했다. 나도 '코로나 블루'인가. 요즘 쉽게 마음이 다치고 의욕을 잃는 일이 많아지는 까닭은.


5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와 25년 경력의 상담 전문가가 나누는 인생 문답을 읽으며 내가 하고 싶던 질문에 대한 답을 대신 찾아보며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면

이근후, 이서원 대화

샘터


살면서 누구나 고민하게 되는 인생 질문들이 있다. 물론 그런 질문들에 대한 정답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개인이 처한 상황이 다르고, 어떤 시절을 살아가느냐에 따라 적용하는 사회적 기준들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상담이란 옳고 그르고 맞고 틀린 것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 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직접 상담은 아니더라도 책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에 대한 대답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9장에 걸쳐 불안과 상처관리, 사람관계, 부부, 자녀, 가족간의 거리 등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정리되어 있다. 


  마음의 상처는 얼마나 오래 가나요?  

- 1장. 불안하고 살처방늠 마음 관리, p37


트라우마의 어원은 '살이 찢어지다' 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상처의 유효기간이라고 할까.. 우리 상처가 얼마나 오래가는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상처의 크기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의 내구성도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저자. ' 마음의 상처는 크든 작든 평생 간다. 극복했다는 사람도 상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희석될 뿐이다. ' 라고 단언한다. 


그렇다. 상처는 옅어질 뿐이다. 그럼 마음의 상처를 옅어지게 하는 법은 무엇일까. 내 속의 자아를 강화시킬 수 밖에 없단다. 자꾸 부딪치면서 예방주사 맞는 것 밖에 없다는 말이다. 결국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극복하는 체험을 자꾸 하여 마음의 상처를 희석시켜야 한다고. 그런데 이런 마음의 상처에 공통되는 감정은 불안이다. 자신의 감정이 방어할 수준을 넘어서 버릴 때 자연스럽게 불안이 생긴다. 그럴 때 치료를 통해 면역력, 즉 자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했다. 물론 사람마다 치유법은 다르다. 


상처는 평생 함께 가는 친구와 같다. 우리의 인생은 상처, 옅어짐, 다시 상처의 순환일지 모른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작은 기쁨으로 마음의 상처를 덮어나가는 게 일상이라고 담담히 맺는다. 


  바람을 왜 피우는 걸까요?  

- 6장,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 부부, p236


김희애 주연의 '부부의 세계' 라는 드라마가 꽤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집은 케이블, 종편 드라마가 나오지 않아서 대부분 기사나 칼럼으로 대신 접하고는 했는데 마침 책에서 이런 질문이 있기에 흥미롭게 읽었다. 외도의 심리와 그 해결책. 우선 남자고 여자고 외도는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그 본능을 자제할 뿐이다. 그 시대, 그 사회문화 가치에 따라 제어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필요한 게 있을 때 상대가 충족시켜주어야 신뢰가 생깁니다. 이런 신뢰가 쌓이면 상대 대한 마음, 다시 말해 사랑이 생기게 됩니다. 이것이 마음으로 상대를 안게 되는 과정이에요. 이렇게 마음으로 상대를 안게 되면 몸을 안았을 때 마음도 안게 되어 외도할 가능성이 낮아집니다. 


결국 외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본능을 뛰어넘는 신뢰와 사랑이 부부를 단단히 묶어야 한다는 것. 그럼 신뢰와 사랑은 어떻게 다져가야 하는 걸까? 내 속에서는 또 다른 질문이 슬그머니 머리를 치켜든다. 


책 속에서는 이혼이 아닌 졸혼이라는 또다른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눈다. 선조들의 경우 아내는 안방에서, 남편은 사랑방에 있던 풍경도 일종의 졸혼이었다며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무늬만 부부야' 라는 것도 일종의 졸혼이었을 수 있다고. 졸혼을 어떻게 생각하냐 보다도 어떻게 졸혼으로 가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한 생각지점이다. 


  중2병이 왜 생기는 걸까요?  

- 5장, 아이는 부모가 허용하는 만큼 자란다. p181


곧 중2를 앞두고 있는 아이의 중2병이 궁금해진다. 중2병이라고 모두 중2 무렵에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중2병은 엄마의 불안과 아이의 저항이 만나 생긴다.' 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엄마 대신 부모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좋다고 생각한다. 모든 양육의 책임이 엄마에게 있는 것만은 아니다. 어쨌든 아이의 저항이 심해진다는 것인데, 저항은 건강하다는 신호다. 


강물이 동쪽으로 흘러간다고 해봐요. 물고기가 강물을 따라 동쪽으로 헤엄쳐 간다면 순응한다고 하고, 강물을 거슬러 서쪽으로 헤엄칠 때는 저항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저항하는 물고기는 자기 생각이 있는 물고기예요. 순응하는 물고기는 아직 자기 생각이 생기지 않는 물고기지요. 엄마가 강물이고 아기가 물고기라고 생각하면 돼요. 


아이를 키우는 최종 목적은 아이를 잘 떠나보내는 것이다. 아이의 독립이 아이를 품는 이유라면, 아이가 최초로 독립할 정신적 싹을 보이는 건 저항을 통해서다. 처음이라 거칠고 서투르긴 하지만, 독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증거니 축하받을 일이라는 것. 그리고 부모가 져야한다고 했다. 그래야 아이가 살아갈 힘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자기 주장을 처음 했는데, 이게 꺾여버리면 평생 마음의 독립을 하지도 못할 수 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와 '어떻게 관계 맺을 것인가' 를 주제로 하여, 우리가 살면서 고민하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두 저자들의 대화는 읽는 이에 따라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것과 아닌 것들로 나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던져진 질문에 대하여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잠시 방향을 잃었던 문제들에 대하여 한 두가지 지침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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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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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 대한 정보 없이 책부터 펼쳤다. 일상적인 풍경을 감각적으로 찍어놓은 사진과 함께 한 글들은 역시 사진만큼이나 감각적이고 진솔하다. 그제서야 작가소개를 다시 들여다본다. 20대 젊은 기업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전 세계에서 구독자 수가 많기로 200위 안에 드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그리고 LGBT 인권운동가이자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사진 예술을 전공했다는 이력에, 책 속 사진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note to self 

코너 프란타 지음 

오브제 


540만 구독자를 보유한 그의 유튜브 채널은 일상,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되는 사고, 우울증 극복 경험, 긍정적인 힘을 주는 행동, 심리치료의 장점 등을 다루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부터 시달려온 우울증과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 불안 장애, 그 시절 사랑에 대해 가졌던 왜곡된 가치관 등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책의 본문은 다른 책들보다 작게 느껴지는 폰트로 촘촘하게 모아져 있다. 덕분에 작은 글씨로 써내려간 일기같은 느낌을 준다. 'note to self' 라는 원제처럼 말이다. 작가가 직접 저자의 말에서 전했듯 '한 편씩 조각조각 읽으면 허튼소리로 들리거나, 뒤죽박죽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그가 느끼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순간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 때로는 사진으로, 때로는 시로, 때로는 긴 글로 종이 위에 쏟아낸 그의 모습을 마주한다. '공개된 일기' 를 읽는 느낌이다. SNS 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스마트폰이나 모니터 너머로 읽었던 글들을 지면에서 읽는 느낌일 수도 있겠다. 




얼마 전 부터는 나 자신을 격려하는 속엣말에 얼마나 좋은 힘이 있는지 실감하고 있다. 친구들과 만날 때 옷을 멋지게 차려입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무대 의상을 입은 듯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다. 집을 나서기 직전에 거울 속 내 옷차림을 보고 내가 즐기기만 하면 겉모습만큼은 전혀 꿀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얻는다.


자신감은 누구나 걸칠 수 있는 옷과 같다. 한번 믿어보기를. 자신감을 배울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터득할 수 있다.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이 처음부터 자신감을 지니고 태어난 건 아니다. 자신감도 다른 재주처럼 얼마든지 요령을 익힐 수 있다. 그러므로 남에게 자신감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면 먼저 스스로 정말 그렇다고 믿어야 한다. 연기와 비슷하다. 일종의 '될 떄까지 그런 척하기' 랄까. 나는 삶의 많은 부분에서 이 방법을 실천해 왔다.


- 되고 싶은 내가 바로 나 자신이다, p286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그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다시 상관없어졌다. 내게 있어 자기계발을 위한 책으로 고른 책도 아니고, 문학에세이를 읽을 목적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랜선으로 연결된 SNS 에서 이름 모를 누군가의 페이지를 서핑하듯 마음 편하게 읽는다. 그러다 보니 모든 페이지가 내 마음에 들 필요가 없다. 문득 눈길이 머무는 페이지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 된다. 그렇게 머문 페이지에 인덱스를 붙이고 다음에 이 페이지를 다시 찾아 읽어봐야지 생각한다. 마치 마음에 드는 SNS 의 글을 링크해놓 듯 말이다. 




개인적으로 글보다는 그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가 더 많이 다가왔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을지 모르는 풍경이지만 그것에 담긴 감성이 나를 두드린다. 떄론 그가 전하는 이야기와 다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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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16 : 페르세우스, 영웅 신화의 시작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박시연 지음, 최우빈 그림, 김헌 감수 / 아울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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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들의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인간과 좀 더 가까운 영웅의 이야기가 나오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이번 16권에서는 드디어 페르세우스가 등장했다. 아이는 페르세우스라는 인물에 더하여, 메두사, 페가수스 등의 신화 속 괴물 혹은 동물에 대하여 더욱 즐거워했던 편이기도 하다. 어릴 적 그림책에서 이미 접했던 이 생명체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나온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것이다. 여기 저기 산재해있던 지식들이 한 줄에 꿰인 순간이라고 할까. 



그리스 로마 신화 

16. 페르세우스, 영웅 신화의 시작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아울북


제우스와 인간 다나에 사이에 태어난 페르세우스. 세리포스의 왕 폴리덱테스는 다나에와 강제 결혼을 하려고 한다. 페르세우스가 왕을 위협하자, 왕은 그를 없애려고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오면 더는 어머니를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실뱀으로 된 머리카락에 멧돼지 엄니가 난 메두사는 누구든 그 얼굴을 보면 그 즉시 돌로 변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괴물이었다. 아들을 걱정한 제우스는 아테나에게 무적의 방패 아이기스를 내주며 페르세우스를 도와주라고 한다. 



메두사는 다른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 영화 등에서 물리쳐야 할 몬스터로 종종 나오는 터라 익숙한 크리처(크리쳐(creature)란 생명이 있는 존재, 창조물, 생물을 뜻하는 말로 보통 영화나 게임 속에서 평범하지 않은 새로운 생명체나 괴수 캐릭터들을 일컫는다.) 다. 영화 『타이탄』 에도 메두사가 등장한다. 유명 패션상표 베르사체의 로고에 메두사의 머리가 사용되기도 했다. 원래 아름다웠던 이 메두사가 왜 이렇게 괴물로 변할 수 밖에 없는지 그 사연을 이야기 속에서 확인한 아이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물리치는 유명한 장면도 확인한다. 


아울북 그리스 로마 시리즈는 만화로 표현되는 이야기 외에 후반부에 여러가지 지식들을 정리해놓고 있는데, 그 중 '명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편에서는 페르세우스와 관련된 신화를 그려낸 여려 그림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 유명한 카라바조의 『메두사』 도 있다. 



이 메두사를 다르게 해석한 그림책, 키티 크라우더의 『메두사 엄마』 를 아이와 함께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신화 속 '메두사' 라는 것이 세월이 흐르며 어떻게 해석되고 재 창조되는지 아이와 이야기해 볼 수 있기도 하다. 


페르세우스가 물리친 메두사의 피 속에서 페가수스와 크리사오르가 태어났다. 



 

페가수스 하면 뭐가 떠올라? 라고 질문하며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의 캐릭터를 이야기하겠지 하고 내심 생각하고 있었는데, 엉뚱하게도 우리 옛이야기 '선녀와 나무꾼'의 천마가 떠오른다고 한다. 아이는 정확히 이렇게 표현했다. "선녀 남편이 말타고 하늘 올라갔다가 팥죽이 뜨거워서 하늘 못갔을 때의 그 말이요" 이라고. 우리 옛이야기 속 선녀와 나무꾼을 소환한 아이 덕분에 자연스럽게 동양과 서양의 콜라보가 이루어졌다. 하긴 천마(天馬) 나 페가수스나 모양새는 비슷하다. 아이가 2학년때쯤 그렸던 페가수스 그림을 다시 찾아본다. 페가수스는 밤톨군이 좋아했던 환상동물을 다룬 여러 그림책에서 자주 만났던 터라 아이가 매우 좋아했었다.


밤톨군이 그린 페가수스


방패 아이기스와, 크리사오르는 게임에서 절대 방어템과 절대 공격템으로 종종 이름에 오른다. 밤톨군은 이제는 자신이 즐기는 여러 컨텐츠에 그리스 로마 신화를 비롯한 여러 신화가 녹아있다는 것을 안다. 




아이기스가 영어로 이지스로 불리며 이지스 시스템이라는 방어 시스템에 이름이 이어졌다는 것도 이야기해본다. 이지스 시스템은 현대 해전에서 대함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목표추적시스템 및 방공 미사일, 공격시스템과 이를 운용하는 통합 시스템이다.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군함을 이지스함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이지스함은 '세종대왕함' 이 있고  '광개토함' 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기사도 검색해보며 신기해한다. 만화에서는 크리사오르가 사람으로 표현되는데 다른 컨텐츠에서는 종종 검의 이름으로 활용된다.  


이번 에피소드의 여러 인물들은 유독 밤하늘의 별자리에 많이 오르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별자리를 찾아보는 시간도 가져볼 수 있다. 신화로 시작하여 여러가지 분야로 확장할 수 있다. 아이의 관심이 어디로 흐르는지 살펴볼 수 있기도 하다. 왜 아이들과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그리스 로마신화가 녹아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는 것으로 시작하여 호기심을 키우고, 신화 속에 담긴 여러가지 생각들을 함께 이야기해볼 수 있는 시작이 될 테니까 말이다.  




책의 마지막에 나온 다음편 예고를 보니, 다음 이야기는 페가수스를 타고 또 다른 모험을 겪는 벨레로폰테스의 이야기인가보다. 유튜브 형식으로 예고를 해놓은 것이 밤톨군 취향에 딱 맞았던 듯 하다. 게다가 환상동물( 또는 몬스터 ) 인 키마이라가 나오는, 밤톨군이 좋아하는 에피소드라 녀석은 벌써부터 다음 권을 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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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나침반 에프 그래픽 컬렉션
스테판 멜시오르 지음,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 조고은 옮김, 필립 풀먼 원작 / f(에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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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황금 나침반을 움직이는 자, 세상을 움직일 것이다! "


영국의 소설가 필립 풀먼이 쓴 『Northern Lights』(1995, 번역제목은 황금 나침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카피다. 황금나침반은  『The Subtle Knife』(1997, 마법의 검),  『The Amber Spyglass』(2000, 호박색 망원경) 과 함께 3부작 소설을 이룬다. 소설로, 영화로 만나본 이 작품이 이번에는 그래픽 노블로 나왔다. 소설의 원제는 『Northern Lights』 지만 미국에서는 『Golden Compass』로 출판되었고 국내에서도 황금나침반으로 번역되었다. 필립 풀먼은 J. R. R. 톨킨, C. S. 루이스와 함께 영미 판타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이다. 



황금 나침반

Les Royaumes Du Nord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필립 풀먼 원저/클레망 우브르리 그림/스테판 멜시오르 편저/조고은 역

f(에프) 


판타지 소설은 대부분 작품의 세계관을 이해하기까지 초반 진입 장벽이 있다. 판타지에 익숙한 독자들은 어렵게 느껴지지 않지만, 판타지 장르가 낯선 독자는 어려워하기도 한다. 옆지기의 경우가 그러한데, 그래서 종종 나는 재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작품의 세계관을 스포를 하고는 했다. 그러면 조금 쉽게 접근을 하는 듯 했다.


황금나침반의 세계관은 현실 세계와 닮은 또 다른 평행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 리라가 살고 있는 그 세계에서는 모든 인간이 데몬이라 불리는 자기 영혼의 화신을 가지고 있다. 데몬은 인간의 영혼이 동물의 모습으로 형상화 된 것으로 인간과 물리적, 정신적으로 서로 종속되는 존재이다. 인간과 데몬은 특정 거리 이상 멀어질 수 없으며, 데몬 혹은 인간 한 쪽이라도 타인에 의해 해를 입게 되면 서로 고통까지 공유한다. 그렇기에 타인의 데몬을 만지는 것은 금기로 여겨진다. 작가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Lady with an Ermine)』 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왼쪽)과 황금나침반 주인공 리라의 데몬 '판탈라이몬'(오른쪽)


자아정체성이 완전히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의 데몬은 자기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시기가 오면 데몬은 한 종류의 모습이 된다. 이 세계의 모습이다. 


이렇게 작품의 판타지적 배경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으면 본격적으로 서사에 집중할 준비가 끝난 셈이다. 익숙하지 않은 이에게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들이 현대적인 각색과 세련된 일러스트 작업을 입어 선보이는 터라 더욱 쉽게 다가가는 듯 하다. 최근 그래픽 노블로 여러 작품들이 다시 재 창조되는 이유일테다.


주인공 리라의 주변에서 '고블러' 라는 조직이 아이들을 유괴하는 사건이 잇따른다. 리라의 친구 로저도 고블러에게 납치되고 리라의 삼촌 아스리엘 경도 실종된다. 리라는 진실을 알려주는 '진실측정기'를 가지고 그녀의 데몬, 집시들과 함께 로저와 다른 실종된 아이들, 아스리엘 경을 찾기 위해 북극으로 떠나며 초반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실측정기'라고 번역된 동그란 물체의 원어는 '알레시오미터' 다. 이 '알레시오미터' 라는 단어에 얽힌 출판 일화가 위키에 서술되어 있기에 옮겨본다. 



이 책을 포함하여 세 권으로 이루어진 이 시리즈의 제목은 "His Dark Materials"이다. 존 밀턴의 실낙원에서 따온 것이다. 작가는 처음에는 시리즈 제목으로 역시 실낙원에 나오는 "The Golden Compasses"로 계획했다고 한다. Compass 즉, 원을 그릴 때 사용하는 콤파스(컴퍼스) 말이다. 그런데 미국 출판사에서 이 진실측정기인 알레시오미터를 Compass 라 착각하고 1권의 제목을 시리즈 제목과 유사하게 The Golden Compass 라고 지은 모양이다.  덕분에 영국판 제목은 "Northern lights", 미국판 제목은 "Golden Compass" 이 되었다고 한다.  


알레시오미터, 즉 진실측정기는 어른들은 읽을 수 없다. 주인공은 어른에겐 없는 능력으로 진실측정기를 읽어낸다.물론 처음부터 쉽게 읽어내지는 못하지만 점점 익숙해진다. 주인공이 읽어내는 여러 진실들은 위험을 피하게 하기도 하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힌트를 주기도 하며, 때로는 약간의 미래예지가 되기도 한다. 



작품의 세계는 인간 외에 마녀, 갑옷을 입는 북극곰 등도 살고 있는 세계이며, 비행선 등의 스팀펑크적인 요소도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물리학, 철학, 신학적 요소가 버무러져 있다. 아스리엘경은 실종 전 북극에서 발견한 미지의 물질, '더스트(Dust)'를 통해 다른 세계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주장하는데, 이 물질의 존재 또한 이 소설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원죄' 의 개념을 가져와 판타지 세계관에 녹여낸다. 


 


아스리엘경이 더스트의 원천을 찾아 파괴하려 북극성 너머의 다른 세계로 넘어가며 1권은 맺는다. 더스트가 과연 이 세계의 인간들에게 해로운 것일지,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아스리엘 경보다 더스트를 먼저 찾기 위해 리라도 다른 세계로 넘어가며 1권의 이야기는 맺는다. 시리즈의 평행세계로의 여행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소설로, 영화로 먼저 만나봤던 터라 그래픽 노블로 다시 읽어보니 생략된 부분과 강조된 부분의 리듬이 흥미로웠다.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부분과, 일반 만화보다는 더욱 밀도 깊은 텍스트가 담당하는 부분들의 배치도 눈여겨보게 된다. '존 밀튼의 실낙원' 같은 이런 저런 요소들의 카메오 출연도 재미있다. 다음 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황금나침반 #필립풀먼 #에프 #스테판멜시오르 #클레망우브르리 #판타지그래픽노블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수상작 


책장 속 클레망 우브르리 그림이 책들을 꺼내어 함께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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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 복잡한 세상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리법칙 75
장원청 지음, 김혜림 옮김 / 미디어숲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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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은 휴지를 사재기 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처음에는 가짜 뉴스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가짜뉴스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서도 여전히 휴지 사재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왜 휴지일까. 

기사에서는 이를 포모증후군(FOMO Syndrome) 이라 설명하고 있다. 포모증후군이란  'Fear of Missing Out' 의 약자로 흐름을 놓치거나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증상을 뜻하는데, 원래는 제품 공급량을 줄여 소비자를 조급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이었다.  '매진임박', '한정수량' 등이 그 예라고 볼 수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발달한 최근에는 하버드와 옥스퍼드 대학에서 포모를 사회 병리현상 중 하나로 주목하기 시작했고, 이후 '유행에 뒤쳐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리' 라는 의미 등 SNS 가 발달하는 최근에는 의미가 더 확장되어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휴지 사재기는 하지 않았더라도 SNS 를 하는 이상, 나도 포모증후군을 종종 앓고 있는 것 같다.

내 삶에는 나도 모르는 여러가지 현상들이 함께 하고 있다. SNS 에 떠도는 '심리테스트' 같은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성으로는 '믿거나 말거나' 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럴 듯 해서 혹하고는 한다. 뚜렷한 근거 없이 모호하여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들로 한 사람을 평가했을 때,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맞아, 이건 딱 내 얘기야.' 하고 받아들이는데 이러한 현상을 '바넘 효과(Barnum Effect' 혹은 '포러 효과' 라고 한다.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p57) 알고 나면 재미있는 현상 들이다. 삶에서의 내 행동들의 이유가 조금이나마 설명된다고 할까. (가끔은 변명의 구실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 


심리학을 만나 행복해졌다
장원청 지음
미디어숲

책의 홍보문구에 나온 것처럼 '재미있고 실용적' 이다. 75가지의 심리법칙을 13가지 파트로 분류하여 설명해놓았다. 앞서 예를 들었던 바넘효과의 경우는 두번째 파트의 '지혜롭게 세상을 건너는 법' 에 포함되어 있는데, 바넘효과 외에 머피의 법칙, 브루잉 효과, 양떼 효과, 오컴의 면도날 등이 함께 자리해있다. 

사람들은 '정확한 관점' 보다 '자신과 관련이 있어 보이는 관점' 을 선호한다. 대다수 사람이 자신과 관련이 있다고 여기는 관점이란 어떤 것인가? 바로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와는 다른,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모호한 관점이다. 

'바넘 효과'가 주는 교훈도 있다. '겉으로 그럴듯해 보이는' 모호한 관점 앞에서 자신에 대해 좀 더 냉정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

'바넘 효과'는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것을 방해하는 커다란 장애물과 같다. 특히 별자리나 혈액형별 성격 등 허위 내용이 판을 치면서 많은 사람이 허무맹랑한 '성격 풀이'를 자신의 진짜 성격으로 믿어 버린다. 

바꿔 말해, 자신을 좀 더 정확히 알려면 '바넘 효과'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자신을 구석구석 들여다보아야만 두루뭉술한 평가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 p59, 그럴듯해 보이는 진리, 과연 사실일까? / 바넘효과


저자는 심리효과에 대한 설명과 더불에 그 현상이 의미하는 여러가지 면을 요약해서 들려준다. ' 아, 이런 효과가 있었지' 를 넘어서 그런 현상에 휘둘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좀 더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다.  한 심리현상에 대한 본문은 짧게는 2페이지에서 많으면 8페이지 정도로 짧게 요약되어 있어서 읽어나가는 데 긴 호흡이 필요하지 않다.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규정지어 방심해서는 안 된다. 좋은 사람일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좋은 사람일 뿐 상황이 돌변하여 무자비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쥐면 당장이라도 악마 같은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 Part8. 인생은 한 판 게임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도덕과 사회윤리는 항상 선과 악을 구분 지으며 악한 사람을 경계하고 선량하게 사는 것만을 강조했다. 하지만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통해 나온 '루시퍼 효과(Lucifer Effect)'는 좋은 사람과 악한 사람이 원래 정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단지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 과 '나쁘게 행동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p196) 최근의 여러가지 사건 뉴스들을 보며 공감하게 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것은 사람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거두라는 말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 듯 하여 씁쓸해지기도 한다. 

마케팅 기법으로 등장했던 포모효과는 이 책에 없었지만, 소비 심리를 건드리는 여러 효과는 Part10의 투자와 소비 속에 숨어있는 함정 편에서 다룬다. 아마도 내가 잘 휘둘리는 심리효과 인 듯 하다. 알면서도 휘둘리는. 

왜 그런지 몰랐던 일상 생활의 숨겨진 법칙들을 알 수 있어서 흥미롭기도 하면서, 이번에는 휘둘리지 말아봐야지 하며 나름대로의 다짐을 해보게 하는 책이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심리학에 관심이 없던 이라도 자아 인식, 인간관계, 투자와 소비, 행복, 직장 생활, 감정 조절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어 시선을 닿게 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알.쓸.신.잡.' 처럼 '알아두면 쓸모있는 신비한 심리학사전' 이라고 불러도 될 듯. '알.쓸.신.심' 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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