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미술관 -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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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타인의사유


실제로 사회적으로는 용납되지 않거나 인정되지 않은 욕구를 예술과 같은 다른 활동으로 바꾸어 충족하는 것을 승화(sublimation)라고 한다. 승화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기초한 개념으로서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젠틸레스키는 타시와 사회에게 표출하지 못했던 원망, 분노, 그리고 살인의 욕구 등의 부정적 감정들을 미술작품이라는 가치 있는 형태로 변화시킨 것이다. 


- p174, 3장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지는 않나요>




적군인 앗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를 만나 술을 만취하도록 마시게 하고 머리를 베어 나라를 구했던 영웅적인 여성 유디트는 화가들이 즐겨 그렸던 인물이다. 통상적으로 남성 화가들이 그려내던 유디트는 소극적이고 유약한 경우가 많았으나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Artemisia Gentileschi) 가 그려낸 유디트는 훨씬 더 강하고 힘이 있어 보이는 여성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적극적이고 확신에 찬 표정으로 적장의 목을 베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젠틸레스키는 카라바지오가 여성을 소극적으로 그린 것은 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성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여자가 남자를 단호하게 죽이는 장면 자체를 사회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p171)


젠틸레스키가 유디트를 이렇게 강하게 그려내야 했던 과거의 경험은 유디트의 얼굴에 자신의 자화상을, 홀로페르네스의 얼굴에는 응징하고 싶던 남자의 얼굴을 그리게 했다. 고통스러운 그녀의 과거를 향한 강한 몸짓 또한 담겨있다는 것. 수록되어 있는 그림을 들여다보다보면 그녀가 어떻게 트라우마를 극복하기위해 애를 썼는지 절절하게 느껴진다.


트라우마의 회복은 과거의 그 시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현재로 가져오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그때의 사건들, 상황들, 상처받은 나 자신을 그 시간에 그대로 두고 오는 것, 그리고 과거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현재의 새로운 도전들을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트라우마로부터의 건강한 회복을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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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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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에는 9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 얽히고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며 감정의 파고에 휩쓸린다. 나는 조제와 베르나르의 관계를 가장 인상깊게 읽었다. 




한 달 후, 일 년 후 

Dans un mois, dans un an (1957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출판사 



베르나르는 유산을 하고 병원에 입원을 한 아내를 보며 불현듯 '이 여자가 그의 아내라는 것을, 그의 행복이라는 것을, 그녀는 오직 그에게 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녀는 그만 생각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가 죽을 뻔 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신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여자' 인 아내를 위로하며 잠시 사랑하는 여인 조제에 대해 잊고 잠깐 절망에 빠져들지만, 조제와의 통화를 떠올리며 행복감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짓기도 한다. 


그가 그녀에게 그들의 사랑에 대해 말하자, 그녀는 그에게 사랑의 짧음에 대해 말했었다. "일 년 후 혹은 두달 후, 당신은 날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알고 있는 사람 중 오직 그녀, 조제만이 시간에 대한 온전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격렬한 본능에 떠밀려 시간의 지속성을, 고독의 완전한 중지를 믿으려고 애썼다. 


-p136



조제와 베르나르는 서로가 닮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이 남자는 나와 닮았어. 이 남자는 나와 같은 부류야. 난 이 남자를 사랑해야 했어'(p53) 라고도 생각했지만 베르나르를 사랑하지 않는다. 베르나르만이 조제를 사랑했던 것. 조제가 생각한 '같은 부류' 라는 것이 어떤 특성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정확히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저 조제는 '닮은 사람'을 사랑하는 타입은 아니었고, 베르나르는 '닮은 사람'을 사랑하는 타입이었나란 단순한 생각을 해본다. 그럼 나는 어떤가? '닮은 사람'에게는 편안함은 느끼지만 호기심은 들지 않아 매력을 못느끼는 타입일지도 모르겠다. 



함께 보낸 같은 시간에 대해 조제는 '그녀도 언제든 틀림없이 그처럼 실수할 것이고, 그처럼 잘못된 파트너와 함께 행복을 공유할 것이다'(p101) 라고 생각한 반면, 베르나르는 그녀와의 이별에 모호한 안도감을 느끼지만 '극히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듯이,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상대방과 헤어진 다음 행복을 음미할 시간을 갖는다'(p123) 이라고 생각한다. 이 미묘한 차이가 흥미롭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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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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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UN Certain Sourire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출판사 




「어떤 미소」 는 매력적인 유부남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겪은 뒤 성숙해 가는 과정을 그린 젊은 여성의 이야기이다. 1958년 장 네귈레스코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영화 보다도 더 많이 알려진 이 곡 <A certain smile> 을 들으며 책을 읽어본다. 



[Un certain sourire/ A certain smile]


A certain smile, a certain face

Can lead an unsuspecting heart on a merry chase

A fleeting glance can say so many lovely things

Suddenly you know why my heart sings


You love awhile and when love goes

You try to hide the tears inside with a cheerful pose

But in the hush of night exactly like a bittersweet refrain

Comes that certain smile to haunt your heart again


But in the hush of night exactly like a bittersweet refrain

Comes that certain smile to haunt your heart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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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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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번도 내 작품들을 통해 평가받지 못했어요. 

사강이라는 사람으로 평가받았죠. 

시간이 흐르자 작품을 통해 평가받게 됐어요. 

그리고 나는 그것에 익숙해졌죠.


- 프랑수아즈 사강





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출판사



현대문학계에서 매우 특이한 일이다. '작가'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그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은 사례말이다. 그만큼 프랑수아즈 사강이란 작가의 매력은 넘쳐난다. 『한 달 후, 일 년 후』 는 첫 소설 『슬픔이여 안녕』, 두 번째 소설 『어떤 미소』 에 이어 1957년에 발표된 사강의 세 번째 소설이다. 2007년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던 이 책을 포함한 시리즈가 이번에 리커버 개정판으로 새롭게 다시 나왔다. 파스텔톤의 커버가 더욱 '블링블링' 사랑스럽다. 



벚꽃을 기다리는 마음이라 그럴까, 하늘색, 연노랑색, 연두색, 분홍색, 연베이지색 중에 분홍색 커버의 책을 골라든 것은. 시리즈 중 그렇게 먼저 읽게 된 책이 「한 달 후, 일 년 후」 다.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 소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을 원작으로 하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멜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의 주인공 이름 조제가 이 소설에서 왔다. 장애를 가진 여성과 그녀를 바라보는 한 남성의 러브 스토리가 주요 내용인 이 영화에서, 실제 이름이 쿠미코인 주인공은 탐독하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 을 읽으며 외로움과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었던 조제를 자신의 이름으로 정했다. 주말 독서. 읽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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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주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 1984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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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주(personnages) 란 제목의 뜻은 무엇일까. 각주에 따르면 소설가가 구현하는 등장인물을 뜻하지만, 중세 종교어에서는 중요하고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뜻하거나 어떤 극적인 상황에 쳐해있는 인물을 뜻했다고 한다. 근대 이후에는 주로 소설 속 등장인물을 뜻하게 되었으며, 엄밀히 말하면 역사적 일화나 가공한 상상적 이야기에서 끌어낸 주제를 재현하는 자라는 의미도 갖는다. 실비 제르맹의 「페르소나주」 는 철학과 시적 언어의 경계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주제로 글쓰기에 대해 탐구한 작품이다. 




페르소나주

Les personnages (2004년)

실비 제르맹 지음, 류재화 옮김

1984BOOKS



실비 제르맹은 25편의 에세이와 두 편의 단편 소설로 이 책  「페르소나주」 를 구성했다. 온라인 책 소개에서는 25편의 에세이를 타블로(Tableau)라고 표현해두기도 한다. 실비 제르맹은  「페르소나주」 를 종이 위에 그림을 그리듯 자신만의 언어로 글이란 그림을 그려낸다. 그 글에는 밀란 쿤데라, 파울 첼란, 미켈란젤로, 시몬 베유, 모리스 블랑쇼 등이 소환되고 있다. 



작가의 내면으로 파고들어 자신을 낳으라고 명령하는 이 ‘말 없는 읍소자’들인 등장인물들. '그들은 저 아래, 그러니까 우리 상상계의 경계에서, 꿈들의 군도로부터, 추억의 편린들로부터, 상념의 파편들로부터 납치당하듯 불쑥 태어난다.(p15)' 그렇게 불쑥 태어난 등장인물들은 언어로 펼쳐지기를, 언어로 호흡하기를 소망하며 '텍스트의 생'을 원한다. 실비 제르맹이 표현하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표현은 철학적이고 감각적인 묘사들로 가득하다. 



'읽힌다는 것. 이 근심은 작가들의 근심과 욕망이기 이전에 등장인물들의 것'이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본다. 등장인물을 읽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천히 그리고 예리하게 자기 자신 또는 다른 누군가를 읽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문장에도 고개를 끄덕여본다. 읽는 이들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을 읽어내고, 때로는 스스로와 동일시 하기도 하며, 다른 누군가를 떠올려가며 몰입하게 되던 경험들이 있지 않던가. 책을 읽는 것 뿐만 아니라 '삶도, 흘러가는 시간도, 가까운 데 또는 먼 데서 일어난 사건들도, 그리고 특히 타자들도 많이 읽어야 한다.'  라고 말하는 실비 제르맹은 '세계를 읽는 지속적인 독서를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쓰지 못한다(p40)'고 강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시몬 베유의 문장 '자신이 옳게 읽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를 인용하며 작가가 되묻는 질문 또한 여러 생각을 해보게 하는 지점이다.



등장인물이 태어나는 과정을 표현해내던 작가는 이어 작가와 등장인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펼쳐놓고,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에 <여백에 그리는 소묘> 란 제목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을 한 페이지에 등장시킨 후 <사시나무>, <마그디엘> 이란 두 편의 단편을 이어 등장시킨다. 두 단편의 주인공들은 무엇인가 글을 쓰는 이들이다. 그들은 실비 제르맹의 등장인물들이자, 또 다른 등장인물들을 탄생시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작가들이기도 하다. 문득 <사시나무>의 그녀, 모잔과 <마그디엘> 의 그, 폴랭 페보르그는 실비 제르맹의 페르소나주(personnages) 이면서도 어쩌면, 페르소나(persona)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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