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레벨 2 : 메타버스 - 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 2
원종우.최향숙 지음, 젠틀멜로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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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에서는 고글과 글러브 같은 장비를 끼고 컴퓨터에 접속하면 가상세계 오아이스에 접속하게 되고, 자신의 아바타가 가상현실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넥스트 레벨 메타버스』 에서는 만화형식으로 꾸며진 프롤로그에서, 영화 속 가상세계도 메타버스라고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메타버스가 도대체 어떤 '버스' 인지 타보자고 하면서 말이다. 




컴퓨터, 노트북 등에 쓰이는 그래픽 카드를 디자인하는 반도체 회사로 출발, 지금은 인공지능 컴퓨팅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CEO 인 젠슨 황은 'The Metaverse is coming!' 이라고 했다. 메타버스는 Meta + Universe 의 합성어로 가상+세계 라는 뜻이다. 메타버스는 1992년에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스노 크래시 』 에 처음 등장했다. 코로나19로 경험했던 메타버스는 아이들의 놀이 사이트나 조금 실감나는 게임 정도였던 터라 그 모습이 메타버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로 급히 등장했을 뿐, 『넥스트 레벨 메타버스』  에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의 목차를 살펴본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울 수 있도록 게임처럼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게임의 렙벨처럼 구성되어 한 레벨ㅁ을 클리어하고 다음 레벨로 레벨업하는 느낌을 주도록 한다. Level1 에서는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메타버스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레벨업하여 Level2 에서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이a유가 무엇인지 들려준다. 


이어지는 Level3 에서는 메타버스가 발달했을 때 우리의 삶과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Next Level 에서 메타버스의 발달로 새롭게 안게 될 문제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자고 이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시리즈 제목인 '넥스트 레벨' 은 '비교 불가능한, 이전보다 더 나은, 보다 발전한 ....' 등의 뜻을 가진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3개의 레벨을 클리어하고 메타버스 분야의 넥스트 레벨이 되어보자며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운다. 


각 장( 각 레벨 ) 의 시작에는 '다큐툰' 이라는 코너를 두어 만화형식으로 해당 장의 주제를 먼저 소개하고, 3~4가지의 'Check it up' 파트로 나누어 자세히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Level2 의 Check it up2 에서는 'AR/VR 기기 개발 경쟁의 비밀' 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풀어내고 있다. 애플이 XR기기 개발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하면서 웹의 3단계를 덧붙여 설명한다. Web1.0 이 PC 기반이었고, Web2.0이 스마트폰 기반이었다면, VR/AR 기기가 기반이 되는 Web3.0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이다. 휴대전화의 노키아를 넘어서, 애플이 웹 2.0 시대를 자신의 시대로 가져오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 배경은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를 장악했던 영향력이라는 것을 설명하며 디바이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메타버스의 활성화와 관련되어 가상화폐를 언급하고,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설명으로 이어가며 NFT 까지 슬쩍 확장한다. 기술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기 보다는 키워드 중심으로 아이들의 배경지식을 확장시키는 정도의 설명이라 크게 어렵지 않다. 또한 IT 기술적인 이야기만 언급하지 않는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대해 상상해보게 하면서 장자의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의 일화까지 연결한다. <호접몽>의 그림까지 감상해보게 되는 시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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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크로아티아 & 몬테네그로 - 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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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다녀온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친구의 사진에 담겨있는 크로아티아는 참 매혹적인 곳이었다. 곧바로 해시태그 크로아티아 편을 펼쳐보았다.




크로아티아의 수도인 자그레브, 'Za' 는 뒤쪽, 'Greb'는 언덕이라는 뜻으로 뒤쪽에 있는 언덕에 수도가 건설된 셈이다. 자그레브 대성당이 있는 카프톨 언덕, 성 마르코 성당이 있는 그라데츠 언덕의 두 언덕이 자그레브의 중심이다. 1990년대의 내전을 뒤로 하고 동유럽의 관광 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크로아티아의 수도에서는 많은 건축물과 문화재를 지켜낸 역사의 흔적을 도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p124)

『해시태그 크로아티아&몬테네그로』 에서는 크로아티아 여행 잘하는 법을 조목조목 잘 정리해두었다. 관광안내소를 활용하는 법, 심카드나 무제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법은 물론이고 크로아티아 화폐인 쿠나(kn)을 환전해두어야 하는 팁, 자그레브 공항에서 시내 이동 방법 등이 자세히 정리되어 있다. 지도는 물론 페이지에 가득한 사진들은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해시태그에서 추천하는 자그레브 핵심 도보여행 베스트 코스를 눈여겨보며 읽다보니 친구가 보내준 사진들이 보였다. 책 속의 자그레브 대성당 앞에 세워져있는 조각상(탑이려나?) 친구는 대성당 쪽에서 조각상을 찍었던 모양이다.


지붕에 국기가 그려져있는 자그레브 성마르크 성당 또한 친구의 사진에서 만나봤던 곳이라 반가웠다. ( 친구는 이 체크무늬 타일 지붕을 레고 블럭 같다며 레고 성당이라고... ) 책 속에서 찾아낸 타일의 의미를 알려줬다. 이 성당 근처에서 열리는 위병 교대식 또한 멋진 볼거리라고 한다.


사진만으로 봤던 곳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 또한 『해시태그 크로아티아&몬테네그로』 에서 찬찬히 읽어본다. 추천 코스에 있는 명소들에 대한 상세 정보들이 따로 정리되어 있다. 조금이라도 배경지식이 쌓인 곳은 실제로 보면 더욱 반갑지 않던가.


두브로브니크는 1991년, 9개월에 걸친 유고슬라비아 연방군의 포위로 성벽이 무너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대체적으로 커다란 피해를 입지 않고 전쟁의 아픔을 피해간 곳이다. 유고슬라이바 연방의 해체에 대한 이야기는 『TAKEOUT 유럽역사문명』 에서 자세히 알게 되었었다. 함께 읽어도 재미있을 듯.


두브로브니크를 더욱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장본인은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 다. 덕분에 시내에서는 왕좌의 게임 관련한 상품들이나 관련 워킹 투어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극작가인 조지 버나스 쇼는 '지상의 낙원을 보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오라' 라는 말을 남겼다.


친구가 찍어온 두브로브니크 거리를 들여다본다. 이 곳을 더욱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태양빛이 찬란한 아드리아 해다. "푸른 아드리아 해에 신기루처럼 떠 있는 성채도시, 부드로브니크는 시가지 전체가 유니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구 시가지는 시간의 흐름을 무시하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지도가 없어도 둘러보는데 제약은 별로 없다.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구경하다보면 천국에 와있는 느낌이 든다. (p358)"


소개되어 있는 관광지와 맛집들을 들여다보며 크로아티아 여행계획을 세워본다. 저자는 크로아티아를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9월이라고 추천한다. 기후가 가장 좋은 시기이고, 한여름의 열기가 남아있지만 관광객은 적어져 여유롭게 즐길 수 있으며, 비수기 요금이 적용되고, 무화과와 포도 등이 많이 수확되므로 먹거리도 풍부하다고 말이다. 늦은 여름휴가로 좋지 않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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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마르틴 베크 시리즈 4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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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분명한 사정을 알 수는 없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귓속말로 전해지며 동심원을 그리듯 구경꾼 전체로 퍼지다가 그 너머 집들로, 도시 전체로 알려진 두 단어가 있었다. 단어들은 점차 구체적인 형태를 띠면서 온 나라로 퍼졌고, 이제는 국경너머까지 전달되었다." (p49)


대량 살인.

스톡홀름의 대량 살인.

스톡홀름의 버스에서 벌어진 대량 살인. 




마르틴 베크 시리즈 중 『웃는 경관』은 1971년, 미국 추리작가협회 대상을 수상하는 등 시리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작품이다. 시리즈의 작품 중 유럽 외에 미국에서도 영화화된 작품이기도 하다. 작품성과 장르의 재미를 모두 포함한 작품이라고 할까.


스톡홀름에서 47번 노선을 돌던 빨간 이층 버스가 노라스타숀스타간 거리 끝에서 총격을 받아 승객 여러 명이 사살된 사건이 발생한다. 사망한 승객 중에는 마르틴 베크의 부하 수사관도 포함되어 있다고 연락이 온다. 마르틴 베크는 자신의 동료인 콜베리를 떠올리며 사건 현장으로 뛰어간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서 주인공인 마르틴 베크를 제외하면 그 다음 수사관으로 콜베리를 좋아했던 나도 덩달아 긴장했다. 설마 벌써 콜베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1권부터 꾸준히 읽어온 마르틴 베크 시리즈 팬들이라면 같은 기분이었을 듯 하다.

전 편이었던 『발코니에 선 남자』 에서 마지막에 범인을 (우연히) 검거했던 두 순찰경관 콤비, 크리스티안손과 크반트도 등장한다. 사건 현장을 처음 발견한 경찰이지만 살인현장에 익숙하지 않았던 터라, 범인이 남아있을까봐 차에 추가 총격을 하고, 생존자가 있을까봐 현장을 살피다가 버스 전체의 족적을 뭉개버리고 만터라 사건 수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만 존재들이 되어버리지만.

소설 속 수사관들도 보고 있을 현장 도면과 도시의 지도가 실려 있다. 새로운 반전이나 트릭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수사관들이 수사를 하는 과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소설이기에 수사보고서를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그래서 함께 수사를 진행하는 기분도 들게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이 '범죄소설', '스릴러소설' 에 더하여 '경찰소설'이라는 장르라고 따로 분류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모두 사망한 사건은 사건 현장에 남아있는 증거가 없어 미궁에 빠진다. 무차별하게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다 죽였다는 점에서 무계획 범행 같다가도, 전혀 흔적이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계획된 범행 같기도 한 어려운 사건이다. 승객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관련 자료를 계속 파보고, 무기를 추적하고, 희생자들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취조하며 조금씩 무엇인가를 밝혀내고는 있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없다. 사망한 경찰동료는 왜 이 버스에 타고 있었던 것이며, 한 명의 신원미상자는 또 누구인가. '수오미 37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한 사람이 버스에서 아홉 사람을 쏘아 죽였다. 피해자들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어쩌다가 같은 시각에 같은 장소에 있을 뿐이다'


희생자인 경찰은 미행이 특기였던 스텐스트룀이었다. 수사를 위해 그의 행적을 뒤따라가다보니 마르틴 베크와 그의 동료들은 '스톡홀름 버스 대량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스텐스트룀이 추적하던 오래된 미제 사건까지 함께 수사하게 된다. 또한 희생자들의 주변을 탐문하는 수사 과정 중에 드러나는 여러가지 사회 문제들 또한 작가들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들일 것이다. 방 하나에 아랍인 외국인 8명이 지내는 모습, 합성 마약에 관련된 이야기 등 1960년대의 스웨덴 사회문제가 오롯이 녹아있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간 읽어왔던 시리즈 작품에서 제목이 스포일러였던 경우도 있었던 터라 이번에도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하며 계속 읽어갔다. '웃는 경관' 란 단어는 거의 소설의 끝 부분에서 등장한다. 마르틴 베크의 딸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한 EP판의 첫번째 곡 제목이 <웃는 경관> 이다.


속에 것은 45회전 EP 판이었다. 재킷에는 눈에 익은 런던 경찰 제목을 입고 헬멧을 뚱뚱한 남자 사진이 실려 있었다. 기다란 콧수염은 동그랗게 말렸고, 털실 장갑을 두손은 펼쳐져 배에 얹혀 있었다. 남자는 구식 마이크 앞에 있었는데, 표정을 보아 하니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중인 같았다. 남자의 이름은 찰스 펠로즈, 음반 이름은웃는 경관의 모험이었다. <중략> 


곡은 <웃는 경관>이에요. 적절하죠? ? "


- p351


딸이 이 선물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앞 쪽에서 슬쩍 언급되었던 터라 다시 되돌아가 보았다. 지난 봄 이후로 아빠가 웃는 걸 못봤다고 걱정하던 딸이 자신의 선물을 받으면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아빠도 웃게 될 거예요”(p302) 라며 호언장담했던 장면이 있었다. 그러나 마르틴 베크는 막상 선물을 받고도 웃지 못한다. 거짓 미소조차 지을 수 없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딴 척을 해야했다. 문득 소설 도입부에서 경찰희생자가 자신의 친한 동료인 콜베르일까 걱정했던 부분도 다시 떠오른다. "마르틴 베크는 이십삼 년간 경찰 생활을 했다. 동료가 업무 중에 죽는 일도 여러 번 겪었다. 매번 괴로운 경험이었다. 경찰의 업무가 갈수록 위험해진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다음 차례가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p40)

주 서사의 진행과 별개로 『웃는 경관』 에는 이런 경찰생활의 어려움이 인물들의 대화에 묻어나고는 한다.


사회의 모든 계층에 경찰을 향한 적대감이 잠재되어 있거든. 사소한 자극에도 금세 튀어나오지. <중략>


경찰이 필요악이기 때문이야. 누구든 불현듯 경찰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는 사실을 알지. 직업 범죄자들조차 그래. 제아무리 도둑이라도 자기집 지하실에서 뭔가 달각대는 소리가 들려서 밤중에 잠을 깨면 어떻게 같나? 당연히 경창르 부르지. 하지만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찰이 자기 일을 방해하거나 마음의 평화를 어지럽히면 어떤 방식으로든 두려움이나 경멸을 표현하기 마련이야. 


<중략>


물론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어. 경찰 직업 자체는 최고로 지적이며 정신적, 육체적, 도덕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 수행해야 하는 일이건만, 직종에는 그런 자질을 보유한 사람들을 끌어들일 매력 요소가 전혀 없다는 점이야. 


- p199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틴 베크도 결국 웃는다. 제목의 『웃는 경관』 이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는 것이다. "마르틴 베크는 이번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수화기를 든 채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p410) 책의 소개글에 적힌 추천사가 완벽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장르소설의 단순함과 고전 특유의 희비극적 정신을 보기 좋게 결합했다. - 조너선 프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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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북유럽 - 일상의 행복을 사랑한 화가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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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유럽 현지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 중인 저자가 이케아 디자인의 뿌리인 스웨덴의 국민 화가 '칼 라르손' 부터 인간의 고독을 가장 잘 표현한 노르웨이 천재 화가 '뭉크'까지 북유럽 화가 41명의 작품 100여점을 소개한다.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는 북유럽의 역사, 신화, 문화를 간단히 소개한 후, 스웨덴 화가 7명, 노르웨이 화가 11명, 덴마크 화가 13명, 핀란드 작가 10명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각 나라별 마지막에는 '북유럽 둘러보기' 코너를 두어 나라별 대표적인 도시 한 곳씩을, 즉 스웨덴의 스톡홀름, 노르웨이의 오슬로, 덴마크의 코펜하겐, 핀란드의 헬싱키를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덴마크 편은 '고요히 스며드는 일상을 담다' 라는 주제로 관련된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소 주제로 '일상의 행복을 보여주는 빛' 을 그려낸 작품으로 빌헬름 함메르쇠이, 칼 빌헬름 홀소에, 페테르 빌헬름 일스테드의 작품들을 뽑는다.

덴마크 상징주의 화가인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바닥에 햇빛이 비치는 스트란트가드의 거실> 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당시 유행하던 인상파 회화처럼 화려한 빛의 향연을 보여주지 못할 뿐 아니라 사실주의 회화처럼 사물의 윤곽선이 뚜렷하지도 못핟다고 비판받았다고 한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몽환적이고 불안한 작품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품 전체적으로 흐르는 고요한 시적 정서가 관람자들을 점차 매료시켜 나갔고, 작품을 다시 찾은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여인의 뒷모습을 보면서 무한한 상상으로 가득 찬 신비로운 일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 속 어디서나 아름다움과 행복이 있음을 깨달았다. '(p181)

생전에 유명했던 빌헬름 함메르쇠이는 사후에 다른 상징주의 미술가들과 함께 잊혀졌다가 20세기 후반에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저자는 함메르 쇠이가 21세기에 부활한 것은 상징주의 미술에 대한 관심,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북유럽풍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 때문만은 아니라면서, '고요한 일상에서 내밀한 평화를 보여주는 그의 작품들이 정보와 물질의 과잉으로 언제나 불안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고독한 행복을 선물하기 때문' 이라고 전한다.

'일상의 행복을 보여주는 빛' 에 관한 작품들 중에서 내 시선이 한동안 머물렀던 작품은 <반추>라는 작품이었다. 거실 전면에 보이는 커다란 창으로 푸르른 정원이 펼쳐져 있는 칼 빌헬름 홀소에의 작품 <반추>는 가벼운 붓터치로 한가로운 오후의 고요를 보여주며 여유와 행복이 넘쳐난다.

르누아르의 <피아노 앞의 소녀들>처럼 스웨덴의 국립 미술관에 있는 베르타 베그만의 작품 <정원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어머니> 에서도 따스한 봄 빛 아래 사랑스러우면서 행복한 모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파란 줄무늬 드레스와 하얀 스카프를 두른 엄마의 얼굴에는 미소가 감돌고, 엄마의 품에 안긴 사랑스러운 아기의 얼굴에는 해맑은 웃음이 가득하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빛들은 '모녀의 모습을 따스하면서 사랑스러운 질감으로 가득 채운다.' (p230)

저자는 (나같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잘 알려진 다른 작품들과의 비교를 통해 이해의 수준을 높이기도 한다. 조선의 <몽유도원도> 와 코펜하겐의 풍경 화가 요한 크리스티안 달의 작품 <스퇴고네제 산>을 비교해본다던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대한 이야기와 덴마크 회화의 아버지인 크리스토퍼 빌헬름 에케르스베르크의 작품 <떠나는 연인에게 이야기 중인 선원>에 대한 것을 연결하며, 에드가 드가의 작품 <무대 위 발레 리허설>에서 드가의 작품에 영향을 받은 핀란드의 군나르 베르트손의 작품 <신부의 노래>로 이어가는 식이다. 덕분에 더욱 북유럽 대표 화가들의 작품들에 대한 흥미가 샘솟았다.

근대의 북유럽 작가들이 진실되게 그리며 노래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아름다운 풍경' 을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북유럽』 를 통해 만나보시길. 낯설지만 정겹고, 새로운 여행을 떠난 듯 두근거린다. 시리즈의 다른 편인 『미술관을 빌려드립니다 : 프랑스』 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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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니를 뽑다
제시카 앤드루스 지음, 김희용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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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살 여성인 화자가 과거의 장면과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의 『젖니를 뽑다』 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애쓰며 성장하는 20대의 모습이 담겨있는 소설이다. 과거는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고, 현재는 연인인 '당신'을 향해 써내려간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회상과 그에 따른 현실의 장면이 교차되며 그녀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볼 수 있게 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지 않기 위해 욕망을 억누르며 살아왔다. '아름다움과 현란한 클럽 조명을 위해 맛과 포만감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p91) 을 깨달았다는 십대시절을 지나, 런던으로 옮겨와 처음으로 배고픔을 밀어내고 스스로의 안에 '다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더 많은 공간'이 생겼음을 느낀 이후로는 이번에는 음식, 안전, 안락함에 대한 욕구를 줄였다고 했다. 그러나 연인인 '당신'은 주인공의 숨겨온 욕망을 깨우며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나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살아온 내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 세상에서 내가 선택을 하고 내 주체성을 시험하며 살았는지 궁금하지만, 결코 돈이 충분하지 않거나 살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또 어쩌면 전혀 내 선택이 아닌 무언가를 쫒아다니느라 선택하지 못한 것들이 많다. 나는 우리가 사랑을 선택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저절로 흘러가게 두고 있을 뿐인지, 사랑이 선택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눈부시게 하얗게 우리의 허를 찌르며 우연히 일어나서 그 길에 있는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내는 것인지 궁금하다.

-p71

'당신'으로 호칭되는 현재의 연인 외에도 과거의 장면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 또한 그녀의 성장과 변화에 영향을 끼치며, 이야기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랑을 시작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결핍과 불안, 자신의 몸에 대한 수치심, 욕망 등 주인공의 내면 갈등은 소설의 주요 주제 중 하나다. 주인공은 자신의 가치관, 정체성, 욕구와 실제 삶의 간극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조금씩 성장한다. 작가는 주인공의 내적 고민과 갈등을 외부 세계의 변화와 대비시키고,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내며 읽는 이들을 매료시킨다.

이야기는 4부로 나뉜다. 과거 회상을 제외하고 현재 이야기를 기준으로 1부에서는 런던에서의 연인과 보내던 중 그가 일을 위해 바르셀로나로 떠나게 되는 과정이 담긴다. 2부에서는 주인공이 연인을 만나러 바르셀로나로 와서 지내다가 런던으로 돌아간다. 그녀를 그리워하는 연인의 요청으로 '어느 한 곳에 뿌리내리기'(p209)를 꿈꾸며 런던의 삶을 정리하고 바르셀로나로 옮겨온 3부에서는 그녀의 혼란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연인과 갈등을 겪는다. 이야기 속에서 '당신'으로 표현되는 그는 주인공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주인공에게 새로운 관점을 생각해보게 하고, 갈등을 겪게하면서 성장의 촉매가 된다.

당신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싶어서 이곳에 왔는데, 나는 그저 당신을 어두운 골목길에서만 따라 다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수박 겉핥기식 삶을 그만두고 한곳에 뿌리내려, 과거보다 더 깊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곳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아니면 내 방식대로 내 삶을 꾸려가는 것이 나을지 궁금하다.

-p153

마지막 4부에서는 마른 몸이 아름답다는 통념, 어릴 적 떠난 아버지와 남은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고, 주인공이 스스로를 발견하고 자신을 수용하면서, 한 발 나아가는 장면을 담는다.

나는 한때 자극과 아름다움, 혼돈을 원했지만, 내 형편보다 더 큰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본적인 욕구를 억눌러야 했다는 것을 당신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경계를 넘어, 문턱에 서서 그 너머의 세상을 보고 싶었지만, 그 가장자리에서 벗어나 한 걸음 내딛는 데는 예상하지 못한 대가가 따랐다. 나는 바람이 잘 통하고 볕이 잘 들며 성장할 여지가 있는 어딘가, 편안한 공간에서 살고 싶다. 그저 가장자리에만 머무는 대신 세상의 일부가 되고, 사랑과 보살핌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끼고 싶다. 좋은 것들을 꼭 붙잡고 싶고, 머무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배우고 싶다.

- p357

자신의 젖니(Milk Teeth)를 뽑아낸 자리는 시리고 아릴테지만, 우리는 더 단단하고 튼튼한 이빨이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소설의 제목인 ‘젖니(milk teeth)’는 미처 깨닫지 못했거나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처와 미숙함을 은유한다. 소설에서 뽑아내지 못한 젖니를 지닌 채 살아가는 흔들리는 존재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이 소설은, 불안정한 삶 속에서 자기만의 자리를 찾고자 애쓰며 살아가는 오늘의 한국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해줄 것이다.

- 온라인 책 소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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