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레벨 2 : 메타버스 - 야무진 10대를 위한 미래 가이드 넥스트 레벨 2
원종우.최향숙 지음, 젠틀멜로우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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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에서는 고글과 글러브 같은 장비를 끼고 컴퓨터에 접속하면 가상세계 오아이스에 접속하게 되고, 자신의 아바타가 가상현실에서 게임을 진행한다. 『넥스트 레벨 메타버스』 에서는 만화형식으로 꾸며진 프롤로그에서, 영화 속 가상세계도 메타버스라고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메타버스가 도대체 어떤 '버스' 인지 타보자고 하면서 말이다. 




컴퓨터, 노트북 등에 쓰이는 그래픽 카드를 디자인하는 반도체 회사로 출발, 지금은 인공지능 컴퓨팅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CEO 인 젠슨 황은 'The Metaverse is coming!' 이라고 했다. 메타버스는 Meta + Universe 의 합성어로 가상+세계 라는 뜻이다. 메타버스는 1992년에 닐 스티븐슨이 쓴 소설 『스노 크래시 』 에 처음 등장했다. 코로나19로 경험했던 메타버스는 아이들의 놀이 사이트나 조금 실감나는 게임 정도였던 터라 그 모습이 메타버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로 급히 등장했을 뿐, 『넥스트 레벨 메타버스』  에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책의 목차를 살펴본다. 초등 고학년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울 수 있도록 게임처럼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게임의 렙벨처럼 구성되어 한 레벨ㅁ을 클리어하고 다음 레벨로 레벨업하는 느낌을 주도록 한다. Level1 에서는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메타버스가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레벨업하여 Level2 에서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이a유가 무엇인지 들려준다. 


이어지는 Level3 에서는 메타버스가 발달했을 때 우리의 삶과 사회가 어떻게 바뀔지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Next Level 에서 메타버스의 발달로 새롭게 안게 될 문제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보자고 이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시리즈 제목인 '넥스트 레벨' 은 '비교 불가능한, 이전보다 더 나은, 보다 발전한 ....' 등의 뜻을 가진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3개의 레벨을 클리어하고 메타버스 분야의 넥스트 레벨이 되어보자며 아이들의 흥미를 북돋운다. 


각 장( 각 레벨 ) 의 시작에는 '다큐툰' 이라는 코너를 두어 만화형식으로 해당 장의 주제를 먼저 소개하고, 3~4가지의 'Check it up' 파트로 나누어 자세히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Level2 의 Check it up2 에서는 'AR/VR 기기 개발 경쟁의 비밀' 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풀어내고 있다. 애플이 XR기기 개발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하면서 웹의 3단계를 덧붙여 설명한다. Web1.0 이 PC 기반이었고, Web2.0이 스마트폰 기반이었다면, VR/AR 기기가 기반이 되는 Web3.0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이다. 휴대전화의 노키아를 넘어서, 애플이 웹 2.0 시대를 자신의 시대로 가져오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된 배경은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를 장악했던 영향력이라는 것을 설명하며 디바이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메타버스의 활성화와 관련되어 가상화폐를 언급하고,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설명으로 이어가며 NFT 까지 슬쩍 확장한다. 기술적으로 자세히 설명하기 보다는 키워드 중심으로 아이들의 배경지식을 확장시키는 정도의 설명이라 크게 어렵지 않다. 또한 IT 기술적인 이야기만 언급하지 않는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대해 상상해보게 하면서 장자의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의 일화까지 연결한다. <호접몽>의 그림까지 감상해보게 되는 시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으면 더욱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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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 보통날의 그림책 2
칼릴 지브란 지음, 안나 피롤리 그림, 정회성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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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난 내 아이를 만나고 나서 온라인에 발췌해놓고, 벽에 붙여놓았던 글이 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The Prophet )」 에 나오는 '아이들' 에 관한 글이다. 당시 류시화 시인의 번역으로 읽었었는데,  "그대들의 아이들은 그대들의 것이 아닙니다." 로 시작하는 시는 아이를 한 명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사랑하리라는 내 다짐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을 주되 영혼의 집까지 주려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들이 꿈에서도 찾아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기 때문입니다"



이 시를 멋진 일러스트와 함께 그림책으로 다시 만났다.  사랑, 결혼, 선과 악, 일, 자유 등의 삶의 근원적인 주제에 대하여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하는 칼릴 지브란의 산문시  「예언자」 가 아이들 눈높이 맞춘 그림책으로 나왔다. 한 페이지,한 페이지 천천히 음미하며 읽는다. 




예언자

The Prophet

칼릴 지브란 지음, 안나 피롤리 그림

보통날의 그림책 - 02

책 읽는 곰



칼릴 지브란의 산문시는 두 줄의 프레임이 그려진 페이지에 제목과 발췌된 텍스트가 놓인다. 프롤로그처럼 진행되는 처음의 이야기는 가상의 도시 오르펠리스에서 12년간 머무르며 고향으로 데려다줄 배를 기다리던 예언자 알 무스타파가 주민들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시작된다. 



모든 주민이 작별을 아쉬워하는 가운데 떠나기 전 한 가지 부탁이라며 그가 깨달은 진리를 들려달라고 청한다. 그에게 들은 진리를 아이들에게 전하고, 아이들은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 전할 테니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면서 말이다. 처음의 시작은 '사랑' 에 대하여, 이어 '결혼' 에 대하여 이어지는 질문은 다른 이들의 '아이들', '나눔', '기쁨과 슬픔', '옷', '사고파는 일', '죄와 벌', '자유', '이성과 열정', '우정', '쾌락', '작별' 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예언자(The Prophet )」 원문은 스물 여섯가지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나 그림책에는 아이들과 이야기해볼 수 있는 열 세가지의 주제가 담겨있다. 



안나 피롤리 (Anna Pirolli)






일러스트레이터인 안나 피롤리 (Anna Pirolli) 는 이전 다비드 칼리와 작업했던 「난 고양이가 싫어요」 란 그림책에서 만나본 적이 있는데, 이번 그림책의 일러스트는 붉은 색을 주조로 한 선명한 색감의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그려낸 터라 아기자기한 느낌의 이전 책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림을 먼저 보고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인지를 짐작해본다. 해와 달, 빛과 어둠. 이 장면은 '기쁨과 슬픔' 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대들은 슬픔과 기쁨 사이에 저울추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직 비어 있을 때만 평온한 가운데 균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p20)





'죄와 벌' 에 관한 일러스트를 보자. 개인적으로 이 그림은 일러스트만으로는 의미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텍스트를 읽고 나서야 시 속의 '나무 전체의 묵인 없이는 잎사귀 하나도 노랗게 물들지 못합니다'(p27) 란 문장과 어울리는 장면이다. 텍스트가 놓인 옆 페이지에서 나무 주변의 붉은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을 노란 옷을 입은 이가 쳐다보고 있다는 것도 놓치지 마시길. 




이 그림책은 '보통날의 그림책'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이다. 0세부터 100세까지의 전 연령을 아우르는 그림책을 엄선하여 독자에게 선보이는 시리즈다. 그렇기에 아이도, 함께 읽는 어른도 저마다의 느낌으로 책을 감상하게 된다.   



「예언자(The Prophet )」 는 1923년 뉴욕 크노프 출판사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단 한 차례도 절판되지 않은 책이라고 한다. 놀랍다. 순수한 문학서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철학적이고 순수한 철학서로 보기엔 너무나도 문학적이다. 레바논 출신의 작가인 칼릴 지브란이 짧은 생을 통해 추구했던 것은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 영성과 물질주의, 동양과 서양의 화해였다고 한다. 그리스도교를 모태 신앙으로 하여 성경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지만, 이슬람교나 그 신비주의 분파인 수피즘으로부터도 많은 영향 받았다. 그는 여성의 억압이나 교회의 폭정에 분노했고, 당시 서아시아를 지배하던 오스만 제국으로부터의 자유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의 그러한 행적 때문에 한때 이슬람 사회에서는 칼릴 지브란의 책을 금서로 지정하고 불태우기도 했다. 



그림작가가 해석해 낸 또 다른 이미지를 만나는 시간이기에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칼릴 지브란의 시는 더욱 새로운 방향의 생각들을 이끌어 온다. 오랜 만에 만난  「예언자」 의 문장은 더욱 좋았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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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밀 통로 - 2022년 랑데르노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 국민서관 그림동화 258
막스 뒤코스 지음, 이주희 옮김 / 국민서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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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막스 뒤코스의 이름을 보고 전작인 『비밀의 집 볼뤼빌리스』, 『잃어버린 천사를 찾아서』, 『비밀의 정원』 등을 떠올렸다가 그림체가 너무 달라져서 깜짝 놀랐다. 표지의 그림책 작가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막스 뒤코스의 작품인지도 몰랐을 듯! 2022년 랑데르노상 그림책 부문 수상작 『내 비밀 통로』 의 이야기다.

오래된 안락의자 같은 그림책이다. 『내 비밀 통로』 는 안락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오래도록 머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글도 심플하고 편안하다. 무엇보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이야기다. 내가 좋아하는 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그들도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

Un album comme un bon vieux fauteuil : on s’assoit dedans, on y est à l’aise, on pourrait y rester longtemps, seul ou à plusieurs. L’écriture est simple et confortable (encore !), et surtout, surtout, surtout, on avance dans l’histoire en se demandant comment elle va finir. En bref, c’est un album comme on les aime, et qu’on a envie de faire aimer à ceux qu’on aime en le leur offrant.

-랑데르노상(Le prix Landerneau Album Jeunesse 2022) 심사평 중에서



내 비밀통로

Mon passage secret

막스 뒤코스 ( Max Ducos )

국민서관

하드커버의 그림책 표지에는 오래된 회색빛의 돌로 된 터널로 이어지는 비밀통로의 입구가 정사각형으로 뚫려있다. 두 명의 아이들이 컷아웃된 구멍을 통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소년은 빛을 비추고 있고, 소녀는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가리키고 있다. 표지를 넘기며 우리는 비밀통로 속에 있는 그 '무엇'이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시작이다.

비 내리는 일요일, 조부모의 오래되고 낡은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리즈와 루이는 비가 오니 밖에 나가 놀지도 못하고,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다. 일러스트 속의 이런 모습, 낯설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이럴 때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을테지.



그런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는 ‘내 비밀 통로’를 찾아보라는 말을 건넨다.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탐험을 시작한다. 아이들의 탐험은 2층 할아버지 방에서 시작하고 '보물'을 찾아내 할아버지에게 가져간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그런데 그것 말고 내 비밀 통로는 못 찾은 거냐?" 라고 한다. 아이들은 할아버지의 힌트에 따라 욕실로, 서재로, 지하실로 탐험의 공간을 옮겨간다. 이제 지루하기 짝이 없던 공간이 모험의 세계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가져올 때마다 할아버지는 계속 "그런데 그것 말고 내 비밀 통로는 못 찾은 거냐?" 라고 묻는다. 이 반복은 할아버지의 '비밀 통로' 는 어디에 있으며, 그 속에는 무엇이 있을지 끝까지 궁금하게 하는 요소다.




그림책 초반의 표정과는 매우 다른 아이들의 표정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집 안의 모든 것이 이제 아이들에게는 비밀 통로를 여는 장치처럼 여겨진다. 지루하게 여겨졌던 일상이 ( 스마트폰이 없어도, 게임기가 없어도 ) 얼마든지 즐거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집과 그 주변이 훌륭한 놀이터이며 무엇보다도 상상력이 있으면 일상은 지루하지 않다.

문득 여름방학마다 갔었던 나의 외가집이 떠오른다. 외갓집에는 벽장을 열면 속에 계단이 있었고, 계단을 오르면 다락이 나왔었다. 용기를 불러일으켰던 다락방의 묘한 분위기와 더불어, 외할머니가 보관하시던 여러 물건들이 있었는데 동생과 내게는 매우 신기한 것들이 많았던 것이 떠오른다. 이제 내 부모님은 아파트에 사시다보니 내 아이에게는 장소가 불러일으킬 모험심은 크지 않겠지만, 녀석도 역시 창고로 쓰이는 방을 뒤지며 이런 저런 보물을 찾아내고는 했다. 나조차도 잊고 있던 추억의 물건들을 아이를 통해 발견하면 얼마나 기쁘던지.



할아버지의 진짜 '비밀 통로' 는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해보시길. 막스 뒤코스의 재기발랄함을 느낄 수 있다. 문득 마지막 페이지에서 할아버지가 추억에 젖어 놀고 있는 기차놀이셋트를 보니 보관장소가 마땅치않아 동네에 나눠줬던 아이의 기차놀이 셋트가 떠오른다. 그림책 속 모습 같은 구성이었는데 말이다. 아이는 기차놀이셋트보다는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G12를 더 아쉬워하는 듯 하지만. 문득 막스 뒤코스의 추억들 또한 그림들 속에 숨어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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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 너 이름이 뭐니?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56
이주영 지음, 이상현 그림 / 현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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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개인 후, 저녁 공기가 제법 시원하다. 달궈진 대지가 조금이나마 식어서일까. 열어놓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그나저나 여름에 부는 바람은 뭐라고 부르더라? 그림책 한 권을 펼쳐 여름을 확인한다. 




바람아, 너 이름이 뭐니?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 56

이주영 글, 이상현 그림

현북스



'여름이면 쑤욱쑤욱 목숨 살리고 싱글벙글 몸을 키우는 시원한 비바람 불고요'. 쑤욱쑤욱, 싱글벙글. 읽다보면 절로 흥겨워지는 의태어들이 차분한 일러스트와 함께 존재감을 뽐낸다.




여름의 바람은 어떤 이름이었는지 궁금해서 그림책을 펼쳤다는 것을 떠올리고 찾아본다. 동쪽에서 여름철에 불어오는 후덥지근한 바람은 샛바람이었구나. 




바람은 부는 방향에 따라, 지나갈 때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 따라 이름이 다르다. 다양한 바람의 이름을 넌지시 알려주는 이 그림책은 어찌보면 지식정보 그림책처럼 느껴질 수도 있건만, 시어처럼 씌어진 문장들과 서정적인 일러스트는 바람이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그림책처럼 다가오게 한다. 




순우리말로 쓰인 바람의 이름들은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바람의 이름이 있다는 것에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을 '이름씨(명사) 그림책' 이라고 부르는 글 작가는 "어린이들은 생활 영역이 넓어지고, 언어 단계가 발달하면서 더 많은 이름을 자세히 알게 됩니다. 거꾸로 이름을 많이 알고 계통에 맞게 기억하는 연습을 하면 언어 발달과 인지 능력 확장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라면서 "어린이들의 언어 경험 확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본보기로 만든 것" 이라고 기획의도를 밝힌다. 물론 이렇게 언어교육적인 측면으로 아이들의 경험을 확장시켜주어야 할 때가 분명 있지만, '언어교육' 에 더하여 삶에서의 '경험' 적인 측면으로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 바람을 느껴보며 부모가 먼저 '오늘은 샛바람이 후덥지근하네~' 라고 말을 꺼내보면 어떻겠는가.



바람은 누구한테나 숨결을 나눠 주고

바람은 어디서나 꿈결을 채워 주고

바람은 언제든지 새로운 결을 만들어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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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아이, 노드 -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제11회 수상작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55
박지현 지음 / 현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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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분석학자이자 심리 상담 전문의인 클라리사 에스테스 박사의 명저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Women Who Run With the Wolves / 1992년) 는 신화, 전설, 동화에 담긴 의미를 융의 원형 심리학과 여성지향적인 관점으로 분석한 심리 치유서다. 「대지의 아이, 노드」 의 작가는 이 책에서 노드(NOD)라는 단어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노드는 '육체와 심리가 한데 섞이고 서로 영향을 주는 곳’을 뜻하며, 

‘이곳은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고 상상과 영감의 창고이며, 

모든 자연이 치유되는 곳’이라 설명되어 있었고, 

나는 곧 이곳이 아이들의 상상력이 피어나는 잠재의식을 뜻함을 직감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대지의 아이, 노드

박지현 글, 그림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공모전 제 11회 수상작

현북스




'대지의 아이' 라는 제목에서 얼핏 땅의 요정 같은 신비로운 생명체를 떠올렸다. 그러나 등장하는 주인공은 우리 아이들과 같은 현실 속 평범한 아이다. 다만 아이에게는 칠흙처럼 까만 머리카락 사이에 몇 가닥의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있었다. 아이가 행복해 할 때마다 머리카락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남들과 다르면 항상 경계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노드의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불편하게 보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주인공 노드는 그런 시선들이 무섭다. 그리고 학교의 선생님은 노드의 엄마에게 학교에서 시선을 피해 홀로 있는 노드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노드의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잘라달라고 미용사에게 부탁한다. 문득 아이만의 개성을 없애버리고 남들과 비슷한, 튀지 않는 아이를 길러내고자 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부모로서, 어른으로서 매우 서글프다. 





책 속 주인공 노드는 꿈 속에서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간다. 노드의 꿈속 공간들은 나무와 풀, 해초와 산호가 등장하는 환상적인 공간이다. 숲의 초록과 바다의 파랑, 현실 속 노드를 표현하는 검정과 잠재의식 속의 개성적인 노드를 표현하는 듯한 소녀의 흰색과 노랑이 보여 주는 색의 대비가 눈을 사로잡는다. 꿈 속의 소녀는 노드에게 "넌 특별해", "너 자신을 잃어버리면 안 돼" 라는 응원을 들려주면서 노드가 잃어버렸던 것을 돌려준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자신 안에 잠재된 무한한 대지에서 사랑으로 자신을 치유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의 중요함’ 을 들려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래서 '대지의 아이' 였던 것. 우리 아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대지를 품고 있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림책에서 전통적으로 자주 다뤄졌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노드의 특이하고 마법같은 세계는 보는 사람을 책 속으로 깊이 빠져들게 만듭니다. 빛과 그림자를 사용한 방식, 잘 조절된 색상 팔레트,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진 디자인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 앤서니 브라운, 수상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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