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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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옷을 입고 나온 『반짝반짝 빛나는』 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보았다. 국내 출간 25주년을 기념하여 커버가 있는 디자인으로 새로 나왔다. 커버부심이 가득한 내게 선물같은 책! 이 소설은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서구권에서도 독특한 감성과 파격적인 설정으로 주목받은 작품이다.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정상성에 대한 우아한 반격' 이라고 했던 평도 떠오른다.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는 아내 쇼코와 동성애자인 남편 무츠키, 그리고 그의 연인 곤이 이루는 기묘한 삼각관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지금에서야 그렇게 충격적 소재까지는 아닐지 모르지만, 소설이 처음 나왔을 때(일본에서는 1991년, 한국에서는 2001년)는 동성애나 알코올 중독이라는 소재가 매우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금기'처럼 받아들여졌던 시대라 꽤 파격적인 설정으로 주목받았었다. 나는 이 책으로 에쿠니 가오리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이야기는 쇼코와 곤의 1인칭 시점으로 번갈아 전개되는 구성이다. 알코올 의존증이 있고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쇼코가 화자가 될 때는 남편 무츠키와 그의 연인 곤 사이의 기묘한 관계가 '부도덕'이 아닌 '반짝이는 무언가'로 미화되거나 수용되는 과정을 읽는 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쇼코는 남편 무츠키와 그의 연인 곤을 관찰하는데 질투보다는 애정어린 호기심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덕분에 그들의 관계가 막장 드라마가 아닌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의 관계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무츠키와 곤이 공유하는 세계에 끼어들 수 없는 쇼코의 외로움이 그녀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통해 절절하게 전달되는 듯.

무츠키에게 쇼코는 무엇보다 "부서지기 쉬운 존재"다. 쇼코가 자신의 시점에서 스스로를 '엉망진창'이라고 비하한다면, 무츠키의 시선에서 그녀는 '지켜주지 않으면 안 되는 투명한 유리알' 같은 존재다. 무츠키는 쇼코의 정서적 불안과 알코올 의존을 병명이 아닌, 그녀가 가진 고유한 특성으로 받아들인다. 그녀의 돌발 행동을 보며 당황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상처받지 않고 이 안온한 공간에 머물게 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게이인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여 준 쇼코에게 깊은 경외감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곤과의 사랑이 현실적인 갈등을 동반한다면, 쇼코와의 생활은 무츠키에게 일종의 정서적 안식처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종종 미니멀리즘이라고도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문체는 감정을 과잉해서 쏟아내지 않고, 담담하게 일상을 서술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렇기에 인물들의 외로움이 더욱 극대화되어 다가온다. 문장은 투명하고 아름답지만, 그 이면에는 서늘한 슬픔이 깔려 있다. '마치 잘 닦인 유리잔을 보는 것 같다.' ( 다른 리뷰어의 이 문장이 인상적이었기에 옮겨둔다.)

​결혼 전에 읽었었는데, 지금 다시 읽으니 여러가지 다른 면들이 부각되어 보인다. 부모님의 기대나 사회적 시선 때문에 시작된 결혼이지만, 결국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찌보면 우리의, 우리 주변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30년 전 소설이지만 오늘날 읽어도 어색함이 없는 까닭은 그만큼 에쿠니 가오리가 시대를 앞서간 감성을 지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혈연이나 전통적인 성 역할이 아닌 서로의 결여를 인정하는 정서적 연대가 어떻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만드는지 보여주면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나 '개인의 상처'로 보다 유연하게 받아들여질 듯 하다.

과거의 책 표지가 생각나지 않아 다시 찾아 비교해보기도 했다. 이번 개정판은 현대에 쓰는 어휘로 번역을 다듬은 것은 물론 책의 판형도 하드커버로 바뀌었고, 표지도 도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세련된 디자인을 채택했다. 제목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무츠키는 잠들기 전에 별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p11) 이란 소설의 첫 문장을 떠올려보게도 된다. 쇼코는 비극적일 수 있는 상황을 '반짝거린다'거나 '예쁘다'고 느끼고는 했다. 작가가 의도한 '투명한 슬픔'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표지가 반짝거리면서도 어딘가 슬프게 다가오는 이유이리라.




작가의 말을 읽다보니 각 장의 타이틀 중에 <잠자는 자와 지켜보는 자> 및 <별을 뿌리는 사람>은 그림에서 차용한 제목이라는 것을 알았다. 관련된 시메온 솔로몬의 <The Sleepers and ont that watcheth> 이 책 속에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흑백으로 수록되어 있어 다시 그림을 찾아본다. 오! 소설의 느낌과 비슷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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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예술
이선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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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미술을 전공하게 되면서 길을 걷다가 멈추는 순간이 많아졌다. 공원에, 건물 앞에, 그리고 내가 걷는 거리에 생각보다 많은 작품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내게 『걷다가 예술』 은 더욱 가깝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가지 않고도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23인 예술가들의 조각, 건축, 회화, 미디어아트 등을 소개하니 말이다.




현직 기자인 저자가 한국경제신문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에 ‘걷다가 예술’이란 이름으로 연재한 칼럼을 엮고 수정한 책으로, 연재 당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작품들에 한정되었으나 이번 단행본에는 경주, 강릉, 부산 등 ‘지방편’을 추가하여 보다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즐길 수 있게 보완되었다.


주름진 눈꺼풀 사이로 상대를 꿰뚤어보는 듯한 동공. <아이 벤치> 앞에 앉으면 마치 작품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벤치에 앉는 순간, 방문객은 시선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바뀝니다.

부르주아가 신경 쓴 부분이 바로 여기입니다. 그는 '바라본다'는 행위야말로 세상을 지각하는 주체적인 행위이고, 예술작품을 통해 이것을 관람객에게 직접 느끼도록 했습니다. 부르주아는 생전에 이 작품에 대해 "그 누구도 내가 '본다'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얼마나 '주체성'을 중요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죠.

- p39


호암 미술관에서 루이스 부르주아 전시를 보고 왔지만, 명동 신세계백화점 본점 6층에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이 있는지는 몰랐다. <아이 벤치>는 대한민국 최초이자 오래된 백화점인 신세계 백화점 본점 6층에 조성된 옥상정원 트리니티 가든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방문객이 의자처럼 앉을 수도 있다고! 옥상정원에는 호안 미로, 알렉산더 콜더, 헨리 무어 등 세계적 거장들의 조각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오랜만에 명동도 가볼 겸 달려가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엉덩이가 들썩거려진다.실물이 궁금해 검색을 해보니 호암 미술관에서도 본 것 같은 작품이었다. 급히 찍어놨던 사진을 뒤진다. 호암 미술관 작품도 앉아봐도 되는 거였을까?




이 책 자체가 내게는 하나의 여행 가이드북이 될 것 같다. 명동 신세계백화점을 들렀으면 가까운 광화문 흥국생명 앞,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해머링 맨>을 보러가면 된다. ( 사실 근처에서 프로젝트 하면서 많이 봤던 작품인데, 그 때는 그냥 구조물로만 인식했었다... )


그동안 생소했던 설치미술이란 개념을 일반 대중에게 알려준 대작으로, 높이 22미터, 무게 50톤짜리 작품이다. 35초마다 오른손을 들어 천천히 망치질을 하는데, 나도 신기하게 쳐다봤던 기억이 있다. 이 해머링맨은 세계 곳곳에 형제들이 있다고 한다. 총 11명의 해머링맨 중 광화문의 해머링맨은 세계 일곱 번째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최초다. 저자에 따르면 원래 1분 17초 간격으로 망치질하도록 설계했지만 '너무 느리다' 라는 의견에 간격을 줄인 것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한국의 해머링맨이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를 배운 것 아니냐는 농담이 돌기도 했다고! ( 사실 제게는 35초도 느려보이더라는! ) 1년에 24번 '건강검진'을 받는 이 작품은 연간 유지보수 비용만 7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거의 20년 근속인만큼 이제는 부장급 연차인 해머링맨을 다시 만나러 광화문에 가봐야지. "매일 똑같은 일상에도 지치지 않고 숭고한 노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현대인이여, 힘내라!"(p19)


“예술은 언제나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도 예술이다”.

- 책 소개 중에서


몇일 전 다녀온 여의도 더현대서울 근처에도 작품이 있었다. 건물 외부의 '빨간색 철골' 이 작품이었다고!! 2020년 문을 연 파크원의 외부 기둥 골격은 모서리마다 강렬한 빨간색의 철골이 띠처럼 둘러져 있다. 리처드 로저스는 청,적,황,백,흑 다섯 가지 색의 '단청'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미래지향적이면서도 한국적인 미를 가장 잘 나타내는 듯한 붉은색을 선택했다고. 파크원 옆의 더현대서울도 프랑스의 퐁피두센터처럼 내부의 기둥을 없애도 새빨간 크레인 8개가 밖을 지탱하도록 해, 보다 넓은 공간을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파크원의 작품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파크원이 대작인지, 흉물인지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지만, 여의도를 지날 때 빨간색 철골 건물이 보인다면, 로저스의 삶을 한번 되새겨보는 건 어떨까요

-p57

책은 <걷다가, 돌의 시간>, <걷다가, 빛멍>, <걷다가, 내가 뭐?>, <걷다가, 인간> 이렇게 4장으로 나뉜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많은 예술작품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읽고 나면 꼭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출근길에 만난 조형물, 백화점에 놓인 조각상, 오피스텔 정문에 설치된 미디어 아트 등 우리 주변의 작품들을 오롯이 바라보게 된다.


제 나름대로 찾은 답은 '예술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단순해 보이는 작품일지라도 그 뒤에는 수십 년간 반복된 트라우마와 처절한 고통, 그 속에서 찾아낸 희망과 삶의 의미, 자신만의 창작 세계를 완성하기 위한 집념과 고뇌가 모두 녹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난 후 거리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조각, 호텔 로비 한편에서 마주했던 그림이 새삼 달라보인다는 것도요.

- 작가의 말중에서


정말 예술은 멀리 있지 않다. 선물하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강력 추천.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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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종말 - 안보윤 산문
안보윤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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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회사 근처에 어린이집 아이들의 벼룩시장이 열렸다.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행사로 아이들은 준비한 물건들을 어른들에게 판다. 현금이 없는 회사원들을 위해 친절하게 QR코드로 카카오페이 결제를 안내하면서 말이다. 원서로만 있던 그림책이 보이길래 한 권 사고, 소중한 지구를 지키기 위해 기부를 했더니 쿠폰을 한 장 준다. 쿠폰은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만들어주는 간식으로 바꿔올 수 있었다.


사랑스러운 아이들 모습에 행복한 엄마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안보윤 작가가 <매일경제>와 <세계일보>에 연재한 칼럼들을 중심으로 엮은 수필집 『외로우면 종말』 이다. 마침 학교에서 이름 모를 학생들의 신이 난 모습에 사랑스러움을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는 다른 사람들의 예쁜 부분은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는데, 문득 스스로를 어여삐 여긴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를 어여삐 여기는 마음은 나를 존중하는 마음과 맞닿아 있다. 마음을 헤아리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의 나는 눈 밑이 까맣고 우중충하니 맛있는 것을 먹어볼까. 향이 진하고 고소한 커피와 크림브륄레를 곁들이면 즐거운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겠지. 무르고 진한 연필심으로 책에 밑줄을 실컷 그으며 좋아하는 구절을 노트에 옮겨 적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런 식으로 오늘의 나를 다독여 내일로 보내면, 내일의 나는 적어도 오늘보다 예쁘고 신이 나지 않을까.

- p73. 어여삐 여기는 마음





방금 읽은 문장을 필사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필사 노트를 꺼냈다. 나는 에세이를 읽을 때 필사를 더욱 많이 하게 되는 듯 하다. 필사를 하다보면 내 일기에도 이런 멋진 문장들이 적힐지도 모르는 일이다. 글은 담담하고, 언어는 정제되어 있으며, 감정이 흐르되 과잉되지 않는다.



책은 <그날의 줄넘기>, <외로우면 종말>, <아주 작은 쉼표> 의 제목의 3부로 나누어 일상에서 건져 올린 순간들, 타인의 손길과 우연한 친절, 외로움의 내부 풍경을 조용하고도 선명하게 들여다본다. 산문집의 표제로 선택된 제목은 개인의 외로움과 그로 인한 감정 변화를 드러내며 묘한 여윤을 주고 있기도 하다. 책 속 에세이들은 거창한 플롯 없이, 한 편 한 편이 ‘오늘의 단상’처럼 읽힌다. 일상을 통과하는 감각들이 읽는 이들에게 작은 결을 남기게 한다.


외로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나와 타인 사이’의 틈이 아닐까. 타인과의 우연한 접촉, 일상 속 작은 친절, 타인의 배려는 외로움의 배경 위에서 반짝이는 조각처럼 빛나고, 그런 것들이 쌓여 위로와 삶의 희망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친절을 경험하고도 싶지만, 그런 친절을 베푸는 사람이 되고도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하루.


아이들이 담아준 과자가 참 기분좋게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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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솔루션을 위한 생성형 AI - 안전성, 확장성, 책임성을 고려한 최신 클라우드 LLM 솔루션 설계
폴 싱.아누라그 시리시 카루파르티 지음, 김상필 외 옮김 / 에이콘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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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업계의 핫트랜드라고 하면 역시 AI 일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 는 논의의 최전선에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회사에서 AI 관련한 사람들을 뽑는 이유다. 이 책은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융합이라는 최신 트렌드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실무 지침서로 생성형 AI의 원리부터 시작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트랜스포머 모델의 발전사를 설명하고,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통합과 실제 활용 방안을 폭넓게 다루는 책이다. IT 업계의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본 가이드 중의 한 권이다. 다만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및 관련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책은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다시 5부로 나뉘어 분류된다. 1부는 1장과 2장을 포함하고 있다. 1장에서는 클라우드에서 엔드 투 엔드 생성형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역사, 핵심 개념, 필수 정보들을 강조하며 워밍업을 시작한다. 그리고 2장에서 모델 기능의 기본이 되는 LLM의 NLP 기능과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에 대해 풀어낸다. 

2부에서는 LLM 맞춤화를 위한 기술들을 소개한다. 미세 조정(fine-tuning), 검색 증강 생성(RAG),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등 최신 기술을 실무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LLM 기반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운영, 확장, 배포 전략을 심도 있게 다룬다. 

3부에서는 에이전트, 코파일럿, 자율 에이전트와 같은 개념을 살피면서, 시맨틱 커널, LangChain, AutoGen 에 대해 설명한다. 자율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즉 개발프레임워크와 LLMOps, 그리고 배포 및 확장전략을 다룬다. 개인적으로는 4부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안, 책임 있는 AI와 같은 현실적 이슈에도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단순히 기술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마주치는 윤리적·법적 문제에 대한 가이드까지 제공하는 등 AI 실무자와 클라우드 엔지니어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기에, 주위의 엔지니어들과 함께 읽었다. 


생성형 AI의 핵심 개념을 명확하게 설명하면서도, 실제 클라우드 환경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코드 예시를 통해 실용적으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띈다. 예제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Azure AI 클라우드와 Open AI 렌즈를 사용한다. 깃허브에 실습 예제가 올라와 있어 활용하기에도 편하다. 

물론 실무를 위한 책이다보니 AI와 클라우드에 대한 기초 지식이 전혀 없는 이에게는 다소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특정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설명이 상대적으로 많아, 다양한 플랫폼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살짝 아쉬운 점도 있었다. 최신 트렌드와 현실적 고민을 모두 반영하며, 명확한 설명과 실습 중심의 구성으로 초중급 실무자에게 특히 추천해보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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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땀 소설향 앤솔러지 1
김화진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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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초록 땀』은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저마다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앤솔러지로, <소설향> 시리즈의 첫번째 권이다. 시리즈의 기획의도가 궁금하여 먼저 찾아 옮겨본다.

1998년 ‘소설의 향기, 소설의 본향’이라는 슬로건으로 첫선을 보인 중편소설 시리즈 ‘소설향’은 ‘소설의 본향, 영향, 반향’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다시 선보이며 2세대 ‘소설, 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설향 앤솔러지’는 소설에 대한 열의와 희망을 되새기고, 한국문학의 오늘과 내일을 채우는 작가들과의 만남의 장을 지속적이고도 발 빠르게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 출판사 소개 중에서





소설향 시리즈 첫번째 권의 테마는 ‘색’과 ‘향기’다. 초록과 검정 등의 '색'과 홍차향 등의 '향기'라는 감각적 매개체를 활용하여 작가마다 각기 다른 시선과 감각적 언어로 테마를 변주하면서 일상의 불안, 관계, 상실, 성장, 인간관계 등의 테마를 입체적으로 다룬다. 각 작품마다 <작가노트> 코너를 두어 주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나 작품 의도를 밝히고 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표제작인 김화진 작가의 「초록 땀」에서 ‘초록’이라는 색은 인물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투영하면서 주인공의 정체성, 불안, 그리고 성장과 깊이 연결된다. '안팎을 연결하는 통로에 갑작스레 셔터가 내려가서 장 통하던 공기나 물이나 바람이나 그런 것들이 통하지 못하게 된 것처럼(p18)'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어지고, 자연스럽게 숨쉬는 게 힘들어졌던 화자는 사무보조 아르바이트생인 보영의 숨을 부러워하며 지켜보다가 보영이 초록 땀을 흘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보영은 이 땀을 자신의 약점이 아니라 삶을 정의하는 하나의 특성으로 받아들이는 인물이다. 그런 보영과 소통하게 된 주인공은 '초록의 흔적이 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p40)'는 믿음으로 초록 땀 하나를 산다.


언젠가부터 안 좋은 쪽으로만, 불퉁한 쪽으로만 흘러가는 내 생각들, 낯선 삶을 걸으며 내. 머릿속을 시끄럽게 하는, 닫힌 창문 뒤에서 성격 나쁜 마녀처럼 세상 탓을 하는 그런 투덜거림을 끊임없이 중얼거리기를 제발 멈추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고 나는 초록 땀을 창가에 두었다. 땀이 말라서 초록의 흔적만 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으니까. 

- p40, 김화진, 「초록 땀」


감각이라는 것은 인지하기에 앞서 느껴지는 것이 아니던가. '감각으로 보는 세계는 그러기에 더욱 기민하게 현실을 포착하며 우리의 의식을 보다 깊고 넓게 확장한다.' 각 작품 속 감각들은 단독이 아니라 상호 얽혀 인물의 내면이나 인간관계, 사회적 조건까지 연결하는 상징적 언어로 활용된다. 빛의 온도, 피부에 밴 땀, 공간 안에 드리운 잔상 등 시각 및 촉각적 묘사가 심리적 분위기를 촘촘하게 환기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검정이라는 색을 통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삼켜버리는 상실과 공허, 세상에서 길을 잃는 감정과 현실을 그린 김희선 작가의 『뮤른을 찾아서』 는 삶의 빈틈, 상실의 감정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화자는 자신이 잃어버린 어떤 색깔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고, 이 현상이 자신 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 혹은 전 지구적으로 퍼져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느낀다. 이 비현실적인 현상의 중심에는 물리학자 출신의 예술가가 존재하고 그의 집은 블랙홀 같은 어둠으로만 이루어져있다. 검정은 단순히 어둠이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을 넘어, 현실에서 길을 잃거나 소외된 감정, 무엇인가를 잃고 난 뒤의 깊은 공허와 절망, 그리고 현실에서의 소속감 부재까지 확장되어 진다. 


가서 사람들에게 그날 사라진 색이 뮤른이라고 전하세요. 뮤른을 기억해보라고, 그게 어떤 사물에 그 색이 깃들어 있었는지 떠올려보라고, 전해달란 뜻입니다. 나에게 뮤른이 이런 색이라면 당신에겐 뮤른이 저런 색이고, 만약 이 지구에 80억 명의 사람이 있다면 뮤른은 80억 개의 빛깔을 띨 거라는 얘기도, 꼭 덧붙이고요

- p211, 김희선, 『뮤른을 찾아서』 



잃어버린 색은 제목 속의 단어인 '뮤른'이다. '곧 잃게 될 것을 알면서도'(p211) 화자가 나지막이 그 색깔 이름을 중얼거리는 마지막 장면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내 세계에서도 어떤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김희선 작가는 작품은 각각의 독자에게 저마다의 해석으로 다가가기에 작가노트에서는 무지개의 일곱가지 색에 대해 서술해본다고 하면서, '무지개의 진짜 색깔은, 보는 사람의 마음에 있을 뿐이다. 무지개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색깔이 그러하다(p220)' 라고 전하고 있다. 


앤솔러지 『초록 땀』 의 각 단편의 이야기들에는 그다지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장면들 속에 시각, 후각, 촉각 등을 자극하는 문장들이 감각의 부스러기처럼 읽는 이의 마음에 쌓인다. 감각과 존재가 연결되며 읽는 이들만의 '색'과 '향'을 인식하도록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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