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르노가 들려주는 예술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90
조극훈 지음 / 자음과모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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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비판 이론가인 아도르노의 미학 사상을 풀이한 책이다. 아도르노는 철학과 예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산업사회의 문제를 비판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아이와 책을 읽기 전 미학(美學)이란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며 시작한다.


미학(美學)은 철학의 하위 분야로서 '아름다움'을 대상으로 삼아 아름다움의 본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완성도가 높은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분별하는 일이 주된 관심사가 된다. 전통적으로 미학은 크게 미론(美論: 美(아름다움)란 무엇인가?)과 예술론(藝術論: 예술이란 무엇인가?)의 두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그 외에도 현대 철학에서의 다양한 논의들과 맞물려 주로 형이상학, 인식론, 윤리학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미학에서 논의되고 있다.


출처 : 위키 발췌




아도르노가 들려주는 예술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조극훈 지음

(주)자음과모음



'이성'이라는 것은 인간이 적절한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이성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적절한가, 적절하지 못한가를 판단하는 수단이 되어버리면서 오히려 인간을 지배하는 수단이 되어버렸다. 아도르노는 우리가 도구로 사용하는 이성을 가리켜 '도구적 이성' 이라고 부르고, 도구적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를 '관리된 사회' 라고 표현한다.(p105)


도구적 이성에 의해 관리된 세계에서 예술은 개인의 자율성과 사회 통합을 추구하기 보다는 현실의 고통을 은폐하는 수단이 되었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예술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교환가치일 뿐이라는 것. 즉, 상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품이 되었다는 것은 그것이 본래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치보다 시장에서 얼마에 팔리고 얼마나 잘 팔리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는 걸 뜻한다. 아도르노는 이렇게 현대 산업사회에서 예술이 타락하는 현상을 '문화산업'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아도르노는 왜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보았을까. 


국악인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국악인이 꿈이었던 주인공은 친구의 영향을 받아 가수로 꿈이 바뀐다. 학교 수업시간에서는 마더 테레사와 연예인의 사진을 두고 누가 더 아름다운지,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토론을 한다. 주인공은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고민을 해보게 된다. 아이의 꿈이 가수로 바뀐 것에 대하여 주인공의 아빠는 문화산업 때문에 아이의 꿈이 바뀌었다고 속상해한다.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아도르노의 문화산업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원래 예술은 개인의 자율성을 지키고, 사회를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문화산업은 소비자를 수동적인 존재로 만든다. 오늘 날, 겉모습을 중시하는 외모 지상주의나 명품족 등이 그런 예가 되기도 한다. 또한 관리되는 사회에서 문화산업은 예술을 말초적인 오락물로 만들어버린다고 주장한다. 


주인공은 우연히 참여하게 된 병원 봉사에서 병실마다 조각물을 만들어주는 아저씨를 만나고, 그에게서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도르노의 「미학 이론」 속의 내용이 슬쩍 언급되는데, 아도르노는 아름다움과 추함은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추한 것이나 아름답지 않은 것을 숨기고 단지 즐거움만 주려고 하는 예술은 비자율적 예술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예술은 현실의 어둠과 고통을 표현함으로써 자율성을 상실한 사람들을 일깨우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관리된 사회에서 예술은 사람의 비판 의식을 마비시키므로, 예술이 비판의식을 되찾아 사람들의 영혼을 구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각가 아저씨는 축구공에 숨겨져 있는 파키스탄 아이들의 고통을 넌지시 이야기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의 화려함에 열광하면서도 그 이면을 한 번도 생각해보자는 제안은 같은 출판사의 청소년 인문서 「꼰대 아빠와 등골브레이커의 브랜드 썰전」 도 떠오르게 한다. ( 예술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에 관한 주제로 생각을 확장시켜 이야기해볼 수 있을 듯 하다. ) 


주인공은 병원에서 자신이 잘하는 국악으로 자원봉사 공연을 한다. 그리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움직이는 느낌'(p123)을 받는다. 조각가 아저씨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자율적 예술과 비자율적 예술에 대해 듣게 된다. 그리고 미메시스에 대한 것도 알아가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아도르노는 자율적인 예술을 위해 미메시스라는 개념을 가지고 왔다. 미메시스는 본래 '모방' 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를 잘못된 퇴행적 미메시스와 반성적 미세시스로 구분한다. 


잘못된 퇴행적 미메시스는 상품화된 현실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입니다. 관리되는 사회에서 이성의 폭력성에 의해 왜곡된 현실을 그대로 모방한다면 창조적인 예술품이 나올 수 없겠지요. 그것은 오히려 현실을 합리화하는 수단이나 다름없게 될 것입니다. 그에 반해 반성적 미메시스는 사회 현실의 어둡고 고통스런 측면을 모방함으로써 현실의 부조리를 드러냅니다. <어린왕자>에서 말하듯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도르노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반성적 사고를 통해 예술이 이끌어 내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현대 대중문화의 영향에 대해 성찰을 해본 이라면 누구든 아도르노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언급되는 철학자로 벤야민이 있다. 아도르노와 벤야민의 이론은 서로의 대척점에 있다. 아이와 시리즈의 다음 읽을 책으로 「발터 벤야민이 들려주는 복제 이야기」 를 골라둔 이유다. 그들의 이론은 지금도 끊임없이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터라 진지하게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금씩 낱개의 조각을 흡수해가며, 낱개의 조각으로부터 전체를 볼 줄 아는 눈을 기르고,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는 것 또한 청소년들의 성장과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사유하는 인문의 힘을 길러야 한다. 오늘도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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