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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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과 고통은 저울 양 끝에 놓인 추와 같다. 초콜릿을 한 조각 먹으면 다음 조각이 또 먹고 싶어지고, 괜찮은 책, 영화, 또는 비디오 게임이 영원히 계속되길 바라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순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우리 뇌의 균형은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쾌락이 아니라 고통 쪽으로 기울어진다.'(p6, 머리말 중에서)  『도파민네이션』은 뇌가 쾌락과 고통을 어떻게 이해하고 처리하는지를 신경과학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다. 


" 균형 찾기는, 욕망의 과학을 발견의 지혜와 결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도파민네이션

Dopamine Nation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도파민네이션」 은 경쟁주의, 능력주의가 만들어낸 피로사회에서 도파민으로 버텨내면서도 그 중독의 심각성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쾌락과 고통 사이에서 더 좋은, 더 건강한 균형점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는 책이다. 약물이든 쇼핑이든, 관음증이든 흡연이든, 소셜 미디어든, 우리 모두는 하지 않았으면 하거나 후회하는 행동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특히 소비가 우리 삶의 동기가 된 세상에서 강박적 과용에 대처하는 과학적 처방을 제시하고 일상에서 쾌락과 고통을 관리하는 실천적 방법이 담겨있다. 


넓게 봤을 때 중독(Addiction)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도박, 게임, 섹스)이 자신 그리고/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강박적으로 소비·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런 중독은 우리의 삶이 윤택할 때도 점점 커지는 강박적 과용의 문제를 가리킨다. 




우리는 모두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 한다. 어떤 사람은 약물을 복용하고, 어떤 사람은 방에 숨어서 넷플릭스를 몰아본다. 또 어떤 사람은 밤새 로맨스 소설을 읽는다. 우리는 자신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해 거의 뭐든지 하려 든다. 하지만 자신을 고통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이 모든 회피 시도는 고통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 p62




결핍의 공간에서 풍요가 넘치는 공간으로 바뀐 오늘날, 쾌락과 고통의 관계는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나는 아직 무언가에 중독된 적이 없다' 라고 자신하는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컴퓨터 세대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는 현대판 피하주사침' 이라고 넌지시 이야기하기도 한다. 중독 가능성을 측정하는 보편적인 척도로 활용되는 도파민은 쾌감·즐거움 등에 관련한 신호를 전달해 인간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쾌락과 고통을 같은 곳에서 처리한다고 한다. 


2부의 첫 시작인 4장에서는 DOPAMINE 이라는 단어로 '나와 중독을 이해하는 7단계' 를 풀어낸다. 도파민이라는 영어 단어로 설명하는 이 구성체계는 기억하기에 쉽다. 저자는 이를 처음에 치료 목적으로 만들었지만, 스스로의 일상생활과 습관 만들기에도 적용하고 있다고 부연한다. 


D는 데이터Data : 너 자신을 알라

O는 목적Objectives :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

P는 문제Problems : 중독의 악형향을 찾아라

A는 절제Abstinence : 30일의 인내

M은 마음챙김Mindfulness : 고통 들여다보기

I는 통찰Insight : 진짜 나와 대면하기

N은 다음 단계 Next Steps : 중독 대상과 새로운 관계 맺기

E는 실험Experiment : 중독과 친구가 되는 법



이어지는 5장에서는 중독 관리를 위하 3가지 접근법을 제시하고, 6장에서는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의 두 가지 얼굴을 소개하며, 인간의 온갖 고통을 약물로 없애려면 댓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린다. 그리고 3부에서 약물 대신 시도해볼 수 있는 대안으로 '고통 받아들이기' 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난 뭔가에 중독되고자 하는 현대인의 기호에 대해 가끔 궁금해지는 부분이 있다. 우리가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혹시 신체가 살아 있음을 느끼기 위해서는 아닐까 하고 말이다.'(p185) 라고 운을 떼며 굳이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어진 오늘날의 삶의 모습을 지적하며 움직이고, 고통을 마주할 것을 주장한다. '워커홀릭' 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끔은 한 번 일을 시작하면 그만두기 어려울 때가 있다. 깊은 몰입의 '흐름'은 그 자체가 마약과 같다. 몰입은 도파민을 분비하고 특유의 도취감을 낳는다. 이러한 무아지경은 부자 나라에서는 큰 보상을 보장한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친구와 가족과 맺는 밀접한 관계를 가로막는다면 인생에서 덫이 될 수 있다.


- p205



우리 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이어서 어떻게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균형을 지키며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의학적 조언들은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지침들이다. 물론 균형을 찾아 유지함으로써 얻어지는 보상은 즉각적이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으며, 보상을 얻으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회복을 위해서는 '당장 영양가 없어 보이는 지금의 행동들이 실제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축적되고, 이것이 미래의 언젠가 나타날 거라는 믿음' 을 가져야 한다고 다독인다. '피하려고 하는 대상에서 도망치지 말고, 그 자리에 멈춰서 방향을 바꾸어 그것을 마주하기'(p277) 부터가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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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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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타인의사유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그림으로 유명한 에드가 드가(Edgar De Gas)에 대한 일화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들을 때마다 놀랍다. 그의 그림을 볼 때도 미술사에서 보기 드문 여성 혐오 화가라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고 말이다. 


여성이 역겹고 끔찍한 존재라고 생각한 드가는 여성의 추악함을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혐오의 대상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포장해 그 안에 존재하는 추악함을 극대화시켜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소재가 발레리나였다.


- p95, <관계 속에서 자꾸 힘든가요>, 보이는 것 중 진실은 얼마나 될까



과거에는 발레리나라는 직업이 가난한 소녀들의 전유물이었고, 가난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스폰서가 필요했다고 한다. 드가가 생각하기에 발레니나는 매춘부와 다를 것이 없었던 것. 드가의 그림 <스타> 속 무대 뒤편의 양복을 차려입은 남자의 정체가 스폰서라니. 





이렇게 보이는 것과 실제의 모습의 간극을 깨닫는 것을 시작으로, 저자는 타인에게 보여지는 용도로 만든 모습이 실제 자신의 모습과 간극이 크게 벌어짐으로 불균형의 불협화음이 가져오는 심리적 고통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가면을 벗고 본래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그대로 두자고도 이야기한다. 우리는 이것을 '쉼' 이라고 부른다라며.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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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미술관 -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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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설정한 이상이 모두 다르다는 전제하에, 최상은 어렵지만 최선은 가능하다고 전하는 저자는 캐나다의 작가 모드 루이스(Maud Lewis) 의 그림으로 만족스러운 충만함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가난했고, 몸에 장애가 있었고, 원룸에서 거의 움직이지 못한 채 그림을 그렸지만 그녀의 그림에는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꽃밭 앞의 고양이는 특별한 소재가 아닌 평범함 그 자체이다. 이것을 루이스는 선명한 색으로 거칠게 그려냈다. (...) 그녀의 그림에는 희망이 있다. 그녀를 웃게 만드는 만족스러운 충만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 p210



그녀의 그림은 사물을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상상에 의존한 그림들이 주를 이룬다. 동물을 사랑했던 그녀는 소, 말, 새, 닭, 사슴, 고양이 등을 그렸고, 어린 시절의 기억들과 가끔씩 나가는 남편과의 외출을 통한 기억들을 물감으로 표현했다. 몸이 불편하더더라도 그림을 그리려는 열정이 있었고 아주 작은 행복에도 감사할 줄 알았던 그녀의 그림은 보는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모드 루이스의 일생은 <Maudie> 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내사랑>이란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에단 호크의 무뚝뚝한, 그러나 다정다감한 츤데레 연기가 떠오른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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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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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도미니크는 남자친구 베르트랑과 함께 그의 외삼촌인 뤽의 집에 방문했다가 뤽의 유혹을 받는다. 아내가 있는 남자임에도 뤽은 도미니크에 대한 열정을 대범하게 표현하고, 여주인공은 그의 매력에 흔들린다. 산전수전 다 겪은 40대의 기혼자인 뤽은 이 연애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으며 사랑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도미니크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에 빠져든다. 사랑에 빠진 젊은 여성의 복잡한 내면이 사강 특유의 세밀한 시선으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묘사된 소설이다. 어떤 사건이나 이야기의 진행보다는 도미니크의 심리 묘사가 치중한 작품이다. 


나는 전혜린의 에세이에서 그녀가 독일에서 유학 중에 이 책을 읽었었고, 그 줄거리를 들려주었던 남자친구의 소개로 국내에서 번역 출간했다는 이야기로  「어떤 미소」 라는 제목을 기억하고 있었다. 전혜린 번역의 책은 아니지만 드디어 이번에 읽게 된 것.




어떤 미소 

UN Certain Sourire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출판사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기에 사강의 소설 속에 담긴 도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과 어떤 일탈이 그들의 변화된 가치관과 호응했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에서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어떤 미소」 를 포함한 그녀의 소설이 당시 프랑스에서 주목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로 실존주의 문학이 갖는 '무거움'에 대한 염증을 들고 있기도 하다. 


사강이 프랑스의 문단을 놀라게 한 이유는 그녀의 소설이 '전혀 심각하지 않다' 는데 있었다. 그녀가 등장하기 까지 프랑스의 문단을 지배하고 있던 사조는 실존주의였다. 사르트르와 카뮈를 대표로 하는 실존주의 문학이 튼튼한 아성을 굳혀, 문학은 반드시 철학의 성격을 겸비해야만 하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런데 사강의 소설은 철학적 고뇌나 탐구가 전혀 없이 자잘한 일상의 권태와 세속적 연애심리만을 다루고 있었던 것이다. 사강의 소설이 독자들로부터 환영을 받게된 이유중 하나는 실존주의 문학이 갖는 '무거움' 에 대한 염증에 있었다. 문학이 주는 가볍고 경쾌한 카타르시스 효과를 독자들은 내심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이란 원래 이성보다는 감성을, 모럴보다는 본능을 추구하는 장르이다. 그런데 실존주의 문학은 독자들에게 이성과 모럴을 강요했고, 소설을 철학 교과서처럼 딱딱하게 만들어 읽는 사람을 피곤하게 했다. 


- 마광수의 유쾌한 소설 읽기 중에서




프랑스어로 아방튀르(Avanture) 는 일반적인 모험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이란 단어와 결합하여 모험적인 사랑이 되어버리는 듯 하다. 도미니크는 뤽과 2주를 함께 보낸다. 만남의 시작에는 '이제 우리 사이에는 돌이킬 수 없는 뭔가가, 경박함에 대한 모든 새로운 시도 속에 존재하는 질식할 것 같은 뭔가가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p77) 라고 생각하고, 만남의 끝에는 '그는 조금 지친 기색이었고, 나는 우리가 이 조그만 모험을 잘 치러냈다고, 우리는 정말로 문명화되고 합리적인 성인들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갑자기 나 자신에 대해 일종의 분노와 함께 끔직이도 굴욕적인 기분을 느꼈다'(p136) 이라고 생각한다. '조그만 모험' 이라고 번역된 단어의 원문이 아방튀르(Avanture) 다. 


한없는 권태로움과 잿빛의 고독을 느끼며 지루해했던 도미니크는 자기 자신의 '아무것도 아닌 삶'이 무언가 더 채워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뤽만이 그 권태에서 자신을 꺼내어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줄 남자라고 믿었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떠나려는 뤽에게 매달린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어쨌든 넌 그게 끝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 여섯 달 혹은 일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까? 넌 그것에 대해 농담을 하게 될거야

- p179, 알랭의 말 중에서




사랑의 유효기간이랄까. '여섯 달 혹은 일년' 은 기간만 달라질 뿐, 사강의 또 다른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 ( 「어떤 미소」 다음에 나왔다. )에서 '한 달 후, 일 년 후' 가 되거나 '일년 후 혹은 두달 후' 가 되어 문장 속에 계속 등장한다. 



친구인 알랭의 말대로 된 것일까. 한참 괴로워하던 주인공 도미니크는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미소짓는 자신을 보고 놀란다. 사강은 사랑에 대한 환상을 일찌감치 벗어버렸던 것일까. 이토록 담담한 시선으로 고독함을 이야기하다니.


미소 짓는 나 자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혼자라는 것. 나는 나 자신에게 그 말을 해주고 싶었다. 혼자, 혼자라고. 그러나 결국 그게 어떻단 말인가? 나는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이다. 그것은 단순한 이야기였다. 얼굴을 찌뿌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 p200



책 소개에는 '매력적인 유부남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겪은 뒤 성숙해 가는 과정' 이라고 소개되어 있기도 하지만 문득 '성숙' 인 것일까 생각해보게도 된다.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사랑에 대해 환상을 품고 싶은 모양이다. 


도미니크는 더 이상 다른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제 혼자서도 충분할 정도의 미소를 지을 수 있다. 그것이 「어떤 미소」 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제공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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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1
오채환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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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은 사회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장을 연 철학자이다. 프롬은 의술이나 예술이 그에 관한 기술을 익혀야 하듯이 사랑도 '사랑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이란 별 준비없이 적당한 기회에 마음 내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쯤으로 여기는 기존의 생각을 뒤집어 놓았다. 프롬은 사랑이라는 인간 활동이 따로 떼어놓을 수 있는 독립된 활동, 즉 하고 않고를 선택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님을 이론적으로 설명한다. 사랑은 인간 존재의 본성상 인간의 자유와 행복과 맞닿은 문제로서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당위적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오채환 지음

(주)자음과 모음



이야기 속에 나오는 두 자매는 서로 좋아하는 남자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남자아이들이라면 다 징그럽다면서 싫어했던 동생이 이제는 좋아하는 아이가 생긴 것을 두고 언니는 '좋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 아닐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동생은 '멋있는 사람이 생겨서 저절로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냐고 반박한다. 



에리히 프롬은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되면 사랑에 빠질 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이 실수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어떻게 하면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두번째 실수라고 말하며 그런 것들이 사랑을 물건을 사고파는 상품을 거래하는 것처럼 만들어버린다고 했다. 언니는 자신이 읽은 에리히 프롬의 책 속에 나온 이야기들을 동생에게 차근차근 설명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유효 기간은 길어야 2년이라고 했다는 것도 말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두 자매의 시선으로 부모님들간의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거나, 자신들의 좋아하는 마음에 대하여 들여다보는 구성으로 이어진다. 일상 속 상황에 맞추어 아이들의 대화나 생각 속에서 에리히 프롬의 사상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철학 돋보기] 에서는 좀 더 자세히 서술한다. 


[철학 돋보기] 코너에서 서술하는 내용 중 사랑의 두 가지 양식인 '소유와 존재'에 대한 부분은 「사랑의 기술」 을 읽었던 기억은 어디로 갔는지 새롭기도 했다. 연애 단계에서 상대방의 환심을 얻기 위한 적극적인 구애는 존재 양식을 유지하지만, 결혼이라는 단계를 넘어가면서 대체로 존재 양식에서 소유 양식으로 전환된다는 것. 사랑이 식었다거나 사라졌다는 것도 실은 사랑이 존재 양식에서 소유 양식으로 전환되기 쉬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의 두 가지 양식을 '존재 양식(being mode)'과 '소유 양식(having mode)'로 구분하면서, 사랑은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예컨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다가 배를 가르는 것이 잘못된 소유 양식이라면 거위가 건강을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온전한 존재 양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3장에서는 사랑의 여러가지 모습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모성애부터 형제애, 신을 향한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고, 남자와 여자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자기애에 대한 생각으로 마무리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 남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이어져 있다는 중요한 사실 또한 전해진다. 


사랑에 대해서 배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자아내게 하는 세 번째 잘못은,

사랑에 '빠진다'는 최초의 경험과 사랑하고 '있다'는 영속적인 상태, 

좀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사랑에 '머물러 있다'는 상태를 혼동하고 있는 데 있다.


- 에리히 프롬



에리히 프롬의 문장은 아무래도 아이들에게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렇기에 아이들의 눈높이의 설명과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상의 이야기로 풀어간다.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 에서는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있던 에리히 프롬의 철학을 논제로 끌어올려 함께 생각해보게 이끈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관심, 정신 집중, 자발적 훈련, 인내심을 들고 있습니다. 이중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실천과 가장 가까운 것은 무엇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봅시다' 란 질문을 함께 나눠보았다. 아이는 '관심' 이라고 대답한다. 나는 예전에는 '관심' 이었는데 요즘은 '인내심' 이 더 중요한 것 같구나. 라며 웃어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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