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어 1 - 신을 죽인 여자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최재은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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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메두사가 눈을 사로잡는다. 메두사가 가진 상징성만으로도 소설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진다. 게다가 '신을 죽인 여자' 라니! 그리스/로마신화를 좋아하고, 걸크러쉬 여주인공이 나오는 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취향저격인 소설이다.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 1권을 다 읽고 나서 「헝거게임」 을 떠올렸는데, 책의 추천사에도 '그리스 신화와  「헝거게임」 의 만남' 이라고 되어있다는!



신을 죽인 여자 로어 I

LORE

알렉산드라 브라켄 지음

이덴슬리벨



이야기의 배경은 뉴욕이다. 신이 존재하며, 그 신을 사냥할 수 있는 가문이 존재하는 세계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익숙한 이라면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가문명을 들으면 설정에 대한 감이 온다. 책의 서두에는 생존가문과 멸족가문에 대한 안내가 먼저 나온다. 페이지를 넘기면 제우스가 인간의 가문들에게 내린 글이 등장한다. 수많은 괴물과 왕을 해치운 전사들의 후예들에게 영원한 영광을 차지할 기회를 주기 위해 '아곤' 으로 부른다는 선언이다. 아곤 기간은 일곱 해에 한번 씩 일곱 날 동안 치뤄지며, 신들은 인간들처럼 죽을 수 있는 몸으로 땅에 있게 된다. 헌터라고 불리는 가문의 용사들은 신들을 사냥할 수 있으며, 신들을 직접 죽인 인간은 해당 신의 지위와 불사의 능력을 이어받게 된다. 



주인공인 로어는 페르세우스 가문의 마지막 남은 일원이다. 로어는 집근처에서 피투성이가 된 아테나 신을 만난다.  표지의 메두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신화에서 아테나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던 메두사를 괴물로 만든 신이 아니던가. 그리고 페르세우스는 아테나의 도움으로 메두사를 처치한 영웅이다. 표지의 메두사가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설정이다. 로어가 아테나 신을 만나는 시점에 살아남아있는 고대신은 아테나, 헤르메스, 아르테미스, 아폴론 정도다. 참고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고대신이라 불리는 존재 외에 죽임을 당하여 인간이 신으로 환생한 신들은 포세이돈, 아레스, 아프로디테, 디오니소스가 언급된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신, 그리고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떠올려가며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대해 유추해보는 것도 큰 재미 요소가 된다.  


로어는 페르세우스 가문의 가족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난 이후에 그 세계를 떠나 존재를 감추고 잠적했던 중이었다. 그러나 아테나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재의 이야기와 병행하여 그녀의 어릴 적 이야기도 종종 회상신으로 등장한다. 로어는 어릴 적 아킬레우스 가문에 맡겨져 훈련을 받았고, 그곳에서 병약했던 카스토르와 파트너가 되어 서로 의지했었다. 잠적 후 연락을 끊어버렸던 카스토르마저 그녀의 앞에 나타나자 로어는 아곤으로,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1권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제목은 '신들의 도시' 이고, 2부의 제목은 '불을 품다' 다. 각 부의 제목에서 진행되는 전개를 예상해보기도 한다. 프롤로그 격의 첫 이야기에 카드모스 가문에서 새로운 신이 탄생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리스토스 카드모스라는 인물이 고대신인 아레스를 죽이는 장면이었던 것. 고대신을 죽인 인간들은 새로운 신이 되지만, 고대신들은 그들을 '신 살해자'라고 부른다. 아레스는 죽어가며 신살해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신 살해자, 네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다. (...)


하지만 네놈은 절대 그것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야기의 전개는 빠르고 흡인력이 대단하다. 아무래도 카드모스 가문이 빌런인 듯 한데 그들이 원하는 그것이 무엇인지도 궁금해지지 않는가. 또한 로어와 카스토르의 로맨스에 대한 암시, 로어라는 인물에게 주어진 운명에 대한 궁금증. 페르세우스 가문 등 영웅의 가문이 몰락하게 된 음모 등이 어우러져 재미를 준다. 먼치킨 급의 능력을 가진 로어의 활약 또한 눈부시다. 


로어와 카스토르, 그리고 아테나 등은 아레스를 죽인 새로운 신 래스를 처치할 겸, 숨겨진 비밀을 밝힐 겸 해서 카드모스 가문이 치기로 한 오디세우스 가문에 잠입한다. 페르세우스 가문의 가족들이 살해당한 후 로어는 오디세우스 가문에서 숨어 살았다. 엄마들이 친구였던 터라 로어는 오디세우스 가문의 딸인 이로와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다만 로어가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이야기 속에서는 밝혀지지 않는 문제가 있어 이제는 친구가 자신을 죽일 거라고 생각한다. 


고대의 법규에서 중요한 건 분노였다. 원칙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분노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분노는 마치 영혼의 질병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분노의 여러 측면 중 폭력성만큼 전염성이 강한 것도 없었다. 그러니 분노를 일으키지 않을 수만 있다면, 원한의 악순환이 시작되기도 전에 싹을 잘라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이미 원한이 가득 찬 세계였다. 


- p271




프롤로그에서 카드모스 가문의 새로운 신인 래스는 스스로를 '분노의 신'이라고 명명했다. 나는 이 분노라는 키워드를 주목하게 된다. 1권을 읽고 나니 2권의 내용이 궁금해서 들썩거릴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여러 매체에서 영어덜트 소설분야의 올해의 판타지 소설로 선정되었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신화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가 현대를 무대로 하니 더욱 흥미진진하다. 영어덜트(YA) 소설 + 신화 + 걸크러시 주인공의 쓰리콤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책을 펼치시길. 물론 원콤보, 투콤보만으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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