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의 게으름으로 인해서, 혹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공연을 다시금 생각한 후에 쓰고자 하는 생각으로 인해 공연 후기가 많이 늦어졌다. 20일 가까이 지났으니, 좀 지나친듯 싶기도 하다.(그런데 내 경험상으로 여행을 다녀와서도 바로 여행때 찍었던 사진을 보는 것은 별 감흥이 없다. 한 두달 정도 지난 후에 사진을 보면 나름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어 좋더라.)
공연을 본게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생각해도 말러 6번 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더이상의 수식어가 필요없다. 90분 가까이 되는 공연이 끝난 후의 내 느낌을 한마디로 애기하면 "90분의 시간이 10분 처럼 느껴"졌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정말이다. 이런 경험 처음이었다. 공연 내내 '긴장과 이완'의 반복으로 인해 숨 쉬기 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럼, 전반적인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자. 공연 전 예습삼아 들어본 음반이 뭔가 생각해보니 좀 많은 듯 싶다.(이러는 거 솔직히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두 세개 정도의 음반을 찬찬히 들어보는게 곡의 이해를 더 도와줄듯 싶은데, 워낙 내 스타일이 이것저것 찔러보는 스타일이라...ㅠ.ㅠ)
Leonard Bernstein, New York Philharmonic, 1967, SONY
Sir John Barbirolli, New Philharmonia Orchestra, 1967, EMI
Herbert von Karajan, Berliner Philharmoniker, 1975(1977), DG
Leonard Bernstein, Wiener Philharmoniker, 1988, DG
Klaus Tennstedt,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1991, EMI
Pierre Boulez, Wiener Philharmoniker, 1994, DG
Michael Gielen, SWR Sinfonieorchester Baden-Baden und Freiburg, 1999, HANSSLER
바비롤리의 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1967년 음반은 노먼 레브레히트의 책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 음반이라 고클래식에서 다운받아 들어보았다.(솔직히 잘 모르겠다. 바비롤리의 말러는 나에게는 그닥이다.) 카라얀의 베를린필하모닉 음반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지만 나에게는 좀 심심한 연주인 듯 하다. 나에게 가장 와닿는 음반은 역시 레너드번스타인과 빈필하모닉의 1988년 녹음 앨범과 텐슈테트와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1991년의 전설적인 실황 녹음이 딱이다. 거기다 하나 추가한다면 이들과는 스타일이 조금(?) 다른 불레즈의 앨범일 것이다.
하여튼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을때마다 느끼는 건, 아무리 레퍼런스 급의 앨범이라 하더라도 중간정도 실력의 실황 공연을 직접 듣는 것이 곡의 이해, 느낌 전달이 더 쉽다는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이번 서울시향의 공연이 중간 정도의 실력이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절대!!)
8시 조금 넘어서 단원들이 모두 자리를 잡았다.(공연장에서 잊어버렸는지 공연전 매번 나오는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악장은 루세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공연의 악장은 웨인 린이 맡았다. 금관 파트를 보니 호른이 10명 트럼펫이 5명으로 금관 파트에서의 화력이 기대되었다. 악장이 인사를 한 후 드디어 정명훈 지휘자께서 포디움에 자리를 잡았다. 1악장이 시작되었다. 우선 러닝타임은 23분 정도였다. 느린 연주가 25분 정도인것을 생각하면 중간 정도의 러닝타임이었다. 드디어 연주 시작. 1악장의 첫 주제 "빰빰빰~~"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특히, 첼로주자들의 표정과 활놀림은 절도있으면서도 강하게 느껴졌다.(그날 좀 충격적인 장면은 첼로 수석인 주연선씨가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살이 쪄있었다는 것이다. 급격하게...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내가 좋아라하는 2바이올린 제2수석 김효경씨를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거기다 오케스트라 여성단원들이 공연장에서 좀처럼 입지 않는 단정하지만 여성미 물씬 느껴지는 깊게 파인 검은색 V-neck을 입고 나왔다. ㅋㅋ 좀 변태스럽나??)
1악장에서의 백미는 첫주제부에 해당하는 부분에서의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박력있는 "빰빰~"이지만 그것만큼 나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부분은 15분 정도에 나오는 호른 솔로 파트였다. 처음보는 호른주자였다. 내 생각으로는 객원수석인 것 같았는데, 나이도 20대 중반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저음부분을 길고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실력이 아주 안정적이며 미려한 느낌이었다. 서울시향의 공연에서 내내 호른 파트가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공연에서는 좀 기대를 해도 될 듯 싶었다. 그런데 이날은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트럼펫 파트에서 불안정한 모습이이 많이 나타났다. 얼굴 표정을 보니 좀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매번 잘 할 수는 없을 듯 싶다.)
이번 공연은 스케르조가 2악장에 배치되었다. 연주시간은 13분 정도로 대부분의 음반이 12-13분대 런닝타임을 보이고 있다. 스케르조 악장을 들으며 든 생각은, 확실히 말러의 음악에는 뭔가 '정신착란'적인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말들을 여러 글에서 들은 듯 싶은데, 이번에는 내 스스로 온전히 느껴본 것이다. 그리고 스케르조 악장에서는 목관악기군에서의 잔실수들이 몇번 들렸다.
3악장의 16분 정도로 다른 음반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 안단테 악장에서도 호른 솔로 부분에서 보여준 이 이름 모를 연주자의 실력은 대단했다. 이 부분에서 보여준 소리는 말러 5번의 아다지오 악장에서 현악기군이 보여주는 애절함보다 훨씬 더 가슴에 와닿았다.(솔직히 서울시향의 5번 공연에서의 아다지오 악장은 좀 지루했다.) 앞으로 이 호른 주자를 자주 공연장에서 봤으면 하는 바램이 자연적으로 생겼다.
고등학교 때 한창 Rock 음악 들을때도 그랬다. 처음에는 그냥 듣다가 계속 들을수록 하나의 습관이 생기는데, 악기 소리를 전체적으로 듣는게 아니라 기타, 베이스, 드럼(나중에는 심벌, 베이스드럼, 스네어드럼, 탐탐 등으로 구분해서 듣게 된다) 등 악기별로 소리를 구분해서 듣곤 했다. 이번 공연장에서도 음반으로 들을때와는 다르게 각 악기별 소리를 구분해서 듣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러면서 알게된 것은 클라리넷의 음역이 생각보다 넓은 것 같았다. 이럴때 좀 아쉽다. 내가 음악을 좀 잘 알면 찾아보고 정확하게 알 수 있을텐데...나중에 기회되면 좀 더 자세하게 클라리넷의 소리를 듣고 싶다.
드디어 하일라이트 4악장이다. 운명의 망치질이 이어질... 1악장부터 느낀것이지만 곳곳에 등장하는 소방울 및 타악기들의 소리는 곡의 분위기를 멜랑콜리하게 만드는 요소인듯 하다. 4악장에서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나무망치의 등장을 숨죽여 기대하고 있었을 것이다. 언제냐, 언제냐, 언제냐...하는 마음이 이어지며 가슴을 옥죄어 오는 찰나 드디어 타악기 수석인 에드워드 최의 나무망치 타격이 이어졌다. 정말 소름이 확~~ 절대 스피커, 헤드폰으로는 들을 수 없는 공연장에서만 느낄수 있는 나무망치 타격음의 잔향, 진동이 느껴졌다. 그런데 첫번째 나무망치 타격에서 아쉬운 점은 최수석의 타격이 좀 소심한하게 억제된듯 보였다. 그런데 이것은 뭔가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 타격에서는 좀 더 강하게 이어졌다. 두번째의 충격은 더욱 컸다.
<사진_한국일보>
그런데, 최수석의 움직임에서도 느껴졌지만, 이번 공연에서의 나무망치 타격이 2번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지없지 세번째 망치 타격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부분은 정말 아쉬웠다. 내가 곡의 해석적인 측면을 애기할 필요는 전혀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단, 세번째 망치 타격의 의미가 뭔가 비극적인 곡의 느낌을 배가시키는데 그 의미가 있다면 공연장에서 보는 관람객은 당연히 그 영웅의 죽음을 의미하는 나무망치 타격을 하는 연주자의 '액션'에서도 무언가를 느낄것다. 그런데 세번째의 타격은 정명훈 지휘자의 사인이 떨어진 후 이루어졌는데, 그때 최수석의 '액션'이 좀 주저주저하는 느낌이었으며, 자신감이 없어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세번째 나무망치 연주에 '확신'이 아닌 '의심'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전체적인 곡의 느낌은 곡의 부제처럼 '비극적'이었다. 4악장 종소리는 그런 의미에서 저승사자의 발걸음처럼 들릴 정도였다. 그런 곡의 '비극미'를 정리할 시간이 역시 필요한 음악이 6번이라는 걸 처음 느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4악장에서 처럼 말이다. 그러나 아직 우리 공연장에는 그럴 준비가 되 있지 않은 듯하다. 정명훈 지휘자도 '안다 박수'가 걱정되었는지 너무 빨리 손을 내려버린 느낌이었다. 이 부분은 공연문화가 더욱 좋아지면 나아지겠지 기대해본다.
이번 공연을 통해, 더욱더 서울시향에 애정이 가게되었다. 그리고 말러의 6번 교향곡에 대해서도 애정이 가게 되었다. 다가오는 7번과 9번 대망의 8번도 기대된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와 상상은 금물.
ps : 이 날 공연장에 가니 서울시향의 2012년 시즌 프로그램이 나왔다. 아주 관심있는 공연이 많다. 겐나니 로제스트벤스키 부자의 공연과 정명훈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그리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콘서트 버전 및 모차르트의 레퀴엠, 피아니스트 볼로도스와의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2번, 낙소스에서 많은 음반을 선보인 안토니비트의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 등.
11월 15일이 회원 티켓 오픈일이다. 이 날 표 값 좀 나오겠다. 그래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