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세계지리 - 지도 따라 지구 한바퀴, 세계가 가까이 보인다
이우평 지음 / 현암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교사 모임 계간지에 리뷰 글을 쓸 일이 있어 오랜만에 리뷰 페이퍼를 작성한다. 처음 리뷰 글을 쓸때는 허둥대둥 어려웠었는데, 이것도 몇 번 써보니 좀 요령이 붙은 듯 싶다.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지리 교양서적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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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세계지리, 유익한 세계지리

나는 개인적으로 좋은 ‘지리 책’에 목 말라있는 편이다. 매일 인터넷 서점 웹페이지에 들어가 새로나온 책들을 살피며 “뭐 새로운 책 없나”하며 확인하는 습관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지리 서적의 경우 새로 나온 책이 ‘가뭄에 콩나듯’한 게 현실이다. 지리와 가까운 역사쪽의 경우 이와 정반대인 현실을 보며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 질투심까지 느낄 정도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나의 이런 생각을 날려 줄 멋진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 중 한 권이 인천 신송고등학교에 근무하시는 이우평 선생님의 <모자이크 세계지리>이다.  

 

<책 내용 중 일부>

책의 여는 글 첫 문장을 보면 이 책이 어떻게 나올 수 있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부분이 있다. “나는 늘 궁금했다.” 간단하지만 명료하다. 지리학도로서 교사로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공부하는 저자의 자세를 알 수 있다. 바로 이런 자세가 <모자이크 세계지리>라고 하는 광범위한 세계지리 교양서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책은 크게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다. 〔아시아〕 파트에 47개의 소주제, 〔유럽〕 파트에 41개 소주제, 〔아프리카〕 파트에 19개 소주제, 〔아메리카〕 파트에 23개 소주제, 〔오세아니아 외〕 파트에 15개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소주제의 수도 지역별로 국가의 비중에 의해 균형적으로 안배되어 있는 편이다. 책의 목차를 대략 살펴보면 ‘지리’적인 주제만큼이나 ‘역사’적인 주제가 많이 보이는데 그 이유는 저자의 아래 글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씨줄과 날줄이 엮여 옷감이 짜이듯이 세계 지표 공간상의 다양한 인문·자연 현상들은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변화가 만든, 즉 역사와 지리가 함께 내재된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들은 다분히 지리적이면서 역사적이고, 또 역사적이면서도 지리적인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지리책이다. 그렇다면 지리책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 제목에 ‘지리’라는 단어가 있어서가 아니다. 바로 역사적 사건에서도 지리적인 개념과 특징을 집어내 서술하는 저자의 탁월한 안목과 솜씨가 있기 때문이다.  

 

<책 내용 중 일부>

책을 읽다보면 “아 이게 이거 였구나”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내용들이 많다. 예를 들어 p.44의 “‘몽골’과 ‘몽고’는 그 의미가 어떻게 다를까?”라는 부분을 보자. 중국은 중화사상에 바탕으로 동서남북의 주변 민족을 오랑캐로 생각하여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고 불렀다. “진한 시대에 중국을 침략했던 훈족을 ‘시끄러운 노예’라는 뜻의 흉노(匈奴)로, 몽골 이전에 몽골 고원에서 활약했던 튀르크족을 ‘미쳐 날뛰는 것’이라는 뜻의 돌궐(突厥)로 격하하여 불렀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이유로 몽골은 ‘무지몽매한 옛것’이라는 뜻의 몽고(蒙古)로 불렀다는 것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수업시간에 ‘몽골’을 ‘몽고’라 애기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또한, p.341의 “유럽의 풍향기 꼭대기에 수탉이 있는 이유는?”과 같은 부분을 읽어보면 우리들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에서 생각지 못한 역사적 사건을 알아가는 재미까지 우리에게 제공한다.(수탉이 달려있는 이유는 성서와 관련 있다고 한다. 정확한 내용이 궁금하시면 책을 읽어보시길) 이런 소소한 ‘앎’의 재미를 주는 이 책에서 나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p.370의 “에티오피아는 왜 1년이 13개월일까?”부분이다. 1년이 13개월이라는 사실도 신기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서기보다 7년 늦다고 한다. 그러니깐 현재 한국은 2011년이지만, 에티오피아는 2004년인 것이다. 그리고 시간 개념도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낮과 밤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24시간을 반으로 나눈 12시간을 기준으로 낮 12시간, 밤 12시간으로 나눈다. 낮은 아침 6시부터 시작되고 밤은 저녁 6시부터 시작된다. 완전히 다른 시간 개념 때문에 원주민과 약속할 때에는 오전 시간인지 오후 시간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예컨대 아침에 ”이따 8시에 만나요“라고 하면 오후 2시(14시)를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필자가 에티오피아 원주민과 시간 약속할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신기할 따름이다. 
 


<에티오피아 달력> 
 


<풍향계에 달린 수탉>

하지만 아쉬운 점도 몇 가지 눈에 띈다. 우선, 책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 가방에 넣거나 손에 들고 다니며 읽기 상당히 불편하다는 데 있다.(개인적으로 필자는 이동시에 항상 읽을 책 한 권을 손에 들고 다니는 습관이 있는데, <모자이크 세계지리>를 읽는 기간에는 상당히 힘들었다.ㅋㅋ) 출판사의 내부 사정이 있었겠지만, 종이를 좀 더 얇은 재질로 사용하거나, 2권으로 분권을 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또한 p.360 ‘피라미드를 지키는 스핑크스’ 사진같은 경우 좀 어색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배경이 되는 피라미드와 전면에 있는 스핑크스가 합성을 해 놓은 것처럼 사진속 모습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그리고 p.418의 ‘아메리카 대륙의 정식 명칭은 무엇일까?“ 부분에서는 지리적 개념의 중앙아메리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문장 구성이 어색해 내용의 정확한 이해를 어렵게 한다. 이런 부분은 다른 곳에서도 몇 군데 발견된다. 이 책의 중요한 독자층이 중·고등학생이라는 부분을 생각한다면 좀 더 내용 설명이 매끄러워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으로 p.405의 아프리카 흑인 노예와 관련된 설명에서 “흑인 노예는 아랍인들이 10세기 이전부터 유럽으로 들여오고”있다 라는 부분이 있다. 7차 교육과정 세계지리 교과서에도 이와 유사한 표현이 많다. 심지어 “아프리카 노예들을 수입”했다라고 서술하는 책도 있다. 이런 부분에서 좀 더 세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당시 흑인 노예들이 물건 취급을 받았은건 사실이지만, 현재 우리들이 읽는 책에서 까지 흑인 노예를 ‘취급’, ‘수입’과 같은 표현으로 서술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좋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의미와 중요성은, 바로 누군가 알고 있으며 누군가는 궁금해 하는 내용들을 친절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작금의 ‘지리학’, ‘지리교육’의 상황은 아주 좋지 않다. 특히 외부적으로 교육과정이 ‘개악’되면서 지리학 분야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아무리 지리 전공자들이 “지리학은 우리 삶의 생생한 경험 세계를 대상”으로 하기에 중요하다. 또는 “익숙하기에 주목받지 못한 일상 공간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 삶과 공간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확대”시켜 줄 수 있는 학문은 지리학이 유일하다고 주장하거나, “구체적이고 익숙한 요소들에서 시작해서 인간의 내면세계에 다다를 수 있는”, 또는 “익숙한 공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하고, 그것을 토대로 우리 삶의 문제에 대해 다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학문”이 지리학임을 아무리 강조해도 그들은 알지 못하며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지리식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지리의 ‘외연’(外延)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는 당연히 학교 현장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지리수업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일반인, 학생들이 쉽게 ‘지리’라는 말과 내용을 접할 수 있는 교양서적의 출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모자이크 세계지리>가 많은 이들에게 읽혀 제2의 <모자이크 세계지리> 또는 <모자이크 한국지리>같은 책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ps : 이우평 선생님이 쓰신, <한국의 지형 산책 1.2권>이나, 최근에 공저한 <살아있는 지리교과서 1.2권>도 지리를 좋아하는 일반인, 학생 혹은 지리 전공자라면 필히 읽어봐야 하는 서적들이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분들께는 꼭 구입하셔서 읽어보길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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