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커피나무의 재배환경은 아래 글에 나와있듯이, 강한 햇볓을 싫어한다고 한다. 자연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큰 나무 아래 중간중간 몇 그루씩 자라는데, 대량 생산체제하에서는 그런 환경이 아닌 밀림을 밀어버린 허허벌판에 커피나무만 덩그러니 대규모로 키우고 있다고 한다. 즉, 커피나무의 자연스럽 성장과는 거리가 먼 성장환경을 조성하여 커피열매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니 커피나무가 잘 자랄수 없는 건 당연. 그 다음은 인간이 커피나무에 인공적인 짓(?)들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 짓(?)은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사실. 커피 좋아하는 집장에서...진한 에스프레소처럼 씁쓸하다.
한겨레신문 2010.6.27 [유레카] 커피나무와 축구공
(커피나무 꽃)
커피나무는 배꽃처럼 희고 고운 꽃을 피운다. 줄기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그 꽃이 지면, 앵두만한 열매들이 우르르 나타난다. 열매는 빨갛게 익는다. 농부와 아이들은 손으로 훑어 열매를 딴다. 수확기면 아이, 어른들이 자루를 이고 지고서 좁은 산길을 내려오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열매는 쌀 도정기 같은 기계에 들어가 외투를 벗고 씨앗만 남는다. 그 씨앗을 물로 여러번 씻고 말리면 생두가 된다. 그 생두를 볶고 갈아서 물에 내린 것이 우리가 마시는 원두커피다.
커피는 열대작물치고는 꽤나 품성이 고고하다. 강한 햇볕도 싫어한다. 농부들은 키가 큰 나무 아래 적당한 그늘을 골라 커피나무를 심는다. 물을 많이 먹고 자라지만, 열매가 익을 땐 땅과 공기가 바짝 말라야 한다. 그래서 우기와 건기의 선이 분명한 땅, 해발 1500~2000m의 높은 땅이 아니면 커피가 잘 되지 않는다. 적도를 중심으로 남북 회귀선 안쪽에 있는 나라(커피 벨트) 고산지역에서만 질 좋은 커피가 생산되는 이유다.
16세기부터 400년 동안 포르투갈 식민지, 이후 인도네시아의 강제점령, 인구 4분의 1인 20만명이 학살과 기아,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땅, 동티모르에도 커피나무가 자란다. 황폐한 그곳에서 커피는 유일한 희망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해 더욱 관심을 끈 영화 <맨발의 꿈>에서 주인공은 커피나무로 돈 벌겠다고 그 나라에 들어간다. 땡볕에서 맨발로 공을 차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움직인다. 그 아이들의 유소년축구팀은 1년 만에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아직 원조로 살아가는 그곳 주민들에게 축구공은 이제 희망이 여무는 또다른 둥근 열매가 됐다. 오늘(28일) 동티모르 수도 딜리 정부청사 앞 광장에서는 <맨발의 꿈>이 현지어인 테툼어로 상영된다. 영화관도 텔레비전도 없는 주민들을 위해 영화제작사가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ps : 요즘 '공정무역', '착한소비'같은 것들이 일종의 트렌드처럼 되어 사람들 입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커피, 초콜릿 같은 상품들의 원료재배 단계에서 지역민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상품을 소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축구공에 대해 아는 이들은 많지 않은듯 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한창인 이때 전세계적으로 축구 열풍, 축구공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축구공의 대부분이 네팔의 아동노동(또는 열악한 환경하에서의 성인 노동)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축제같은 월드컵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지만 우리가 차고 있는, 재미있게 보고 있는 경기장의 축구공에는 수없이 많은 아이들의 눈물이 뭍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