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한겨레신문 에서 명지대에 적을 두고 있는 김정운 교수의 글들이 실리고 있다. 전에 실렸던, '아들을 팼다', '내년에 오십인데' 등 아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근데 어찌보면 좀 사람맘을 짜증나게 하는 글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물론 난 전자이다) 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나한테 피해는 주지 않지만 왠지 한대 쥐어박고 싶은 친구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ㅋㅋ 그냥 내 느낌이다. 하여튼 난 맘에 든다. 특히나 이번 글도 맘에 든다. "할 일도 많은데 나보고 도인이 되란다." 웃음이 푹하고 나온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난 그냥 살란다. 그냥...생겨먹은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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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0.8.5 사람은 절대 안 변한다.
누구나 약점은 있다. 내게도 유일한(?) 약점이 있다. 욱하는 성격이다. 잘나가다가도 성질나면 확 뒤집어엎는다. 가까운 이들의 마음에 상처도 많이 입힌다. 그러나 내가 입는 내면의 상처는 더 깊다.
나는 운전하다가 담배꽁초를 창밖으로 버리는 인간들을 절대 용서 못한다. 이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자 인류평화의 가장 큰 적이다. 이런 인간들을 목격하면 나는 끝까지 쫓아간다. 그 차를 따라잡아, 창문을 열고 가능한 한 험악한 인상으로 경고를 한다. 그러나 난데없이 욕해대는 낯선 인간에게 웃으며 대응할 사람은 없다. 당연히 거친 욕이 오간다. 결국 “너, 내려” 어쩌고 하면서 멱살잡이까지 간다. 상대방이 나를 알아보기라도 할라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발전한다. 결국 나만 망신당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처받은 자존심에 어쩔 줄 몰라 하며 집에 돌아오면 아내는 한술 더 뜬다. ‘당신은 그런 일을 아예 시작하질 말아야지,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고, 결국 당신만 손해 보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 지구평화는 어떻게 되느냐’고 웅얼거리는 내게, 아내는 내 고등학교 생활기록부 복사본을 내민다. 고2 때 담임선생님은 내 성격에 대해 이렇게 써놓으셨다. ‘성실하고 과묵한 성격이나 쉽게 격함.’ 아, 그때나 30년이 훨씬 지난 지금이나 난 하나도 안 변한 것이다.
사람은 절대 안 변한다. 나는 심리학자다. 심리학의 발생지인 독일에서의 13년간의 유학생활을 포함해 30년째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런 내가 요즘 내린 결론이다. 철든 이후 내 성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바꿀 수도 없다. 그런데도 서점가의 수많은 성공처세서들은 자꾸 ‘너를 바꾸라’고 한다. 그런 책을 읽으며 끝없이 자학한다고 성격이 고쳐질 리 만무건만, 아직도 그 어설픈 미국식 성공처세서들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각종 리더십 이론은 한술 더 뜬다. 온갖 좋은 이야기는 다 모아놓고 나한테 성인군자가 되란다. 책임자로서 내가 처리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내 성격까지 고쳐 도인이 되란다. 리더로서의 책임보다 내 성격을 고치느라 스트레스가 더 쌓인다. 환장할 노릇이다.
‘너를 바꾸라’는 이 문화사적 압력은 우연이 아니다. 130년 된 현대심리학의 역사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너 자신’이라는 명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드러난 심리적 문제가 그리 명확하지 않을 때는 무의식까지 들춰내며, ‘네가 모르는 뭔가가 있어!’라며 협박해왔다. 온갖 종류의 심리학적 상담, 심리치료는 바로 이 인간의 ‘결함모형’에 기초하고 있다. ‘콤플렉스’, ‘우울’, ‘불안’, ‘성격장애’ 등과 같은 심리학적 개념의 철학적 전제는 ‘부정적 인간관’이라는 뜻이다.
최근 ‘결함모형’에 기초한 현대심리학에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이다. 이제까지 인간의 약점과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연구해왔던 현대심리학의 접근방식에 대한 반성이다. 인간의 약점을 고치기보다는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자꾸 키워나가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장점이 있다. 이 장점을 끌어올리면 약점은 저절로 개선된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엄밀한 심리학이 되기에는 아직 많은 이론적 약점이 있지만, 긍정심리학은 평생 ‘나 자신이 문제’라는 자괴심에 시달려온 내겐 큰 위로가 된다.
ps : 김정운 교수의 책이 뭐가 있나 해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많다. 그리고 '일본 열광'말고는 나머지 네권의 책은 제목은 다르지만 책의 키워드는 비슷해보인다. 내 생각으로는 ''니 멋대로 재미있게 살아라, 억지로 살지 말고.'인것 같다. 아, 그리고 책을 찾다 '일본 열광'에 대한 어떤 독자의 독서평을 보고 알았다. 김정운 교수의 글의 어떤 부분이 때론 사람들을 짜증나게도 할 수 있는건지. 바로 '억지스러움'이다. 글들이 약간씩의 '편협'스러움과 '억지스러움'이 뭍어나는 듯 하다. 뭐 개인의 글의 스타일인듯.
하여튼, 최근작인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한번 읽어보고 싶다. 알란딘 2009 올해의 책까지 선정되었다니...내가 왜 몰랐을까? 근데 솔직히 아내와의(혹은 남편과의) 결혼을 후회하지 않는 이가 있을까? 난 개인적으로 결혼 후에 사람들 앞에서 "결혼해서 너무 행복해요?", 또는 "우리 아내(남편) 너무 멋있죠, 저한테 너무 잘해줘요."라는 식으로 광고하고 아양떠는 식으로 애기하는 사람들 보면 재수없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재미있으면 지들 둘이 있을때 하면 되는거지. 왠지 자신의 현실은 정반대인데, 들키기 싫어서 억지로 "난 잘 살아, 난 결혼에 후회 안해"라며 자신에게 최면이라도 거는듯 해서, 어색하다. 그럼 사람들이 그런 말들이.
말 나온김에 서평기사 하나도 추가 스크랩한다.




오마이뉴스 2009.6.15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남자들의 심리
언젠가 남편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할 거야?"
결혼한 부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던질 만한 유치한 질문이건만, 이에 대한 남편의 대답은 정말 웃기다.
"난 다시 태어나면 남자로 안 태어날 거다. 여자, 그것도 아주 예쁜 여자로 태어나서 결혼 안 하고 이 남자 저 남자 속 타게 하며 살아야지. 만약 당신이 남자로 태어나면 내가 계속 애타게 할 거야. 각오하셔, 흐흐흐. 생각만 해도 기분 좋네. 그런데 당신은 어때?" "나? 나야 당연히 당신하고 결혼하지. 다른 남자랑은 안 살아 봐서 어떤 남자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난 우리 남편이 제일 좋더라."
이렇게 대화를 끝맺었지만 지금 다시 물어봐도 내 대답과 남편의 대답은 똑같을 것 같다. 남편이 돌려서 말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랑 결혼하지는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책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의 저자처럼 내 남편도 결혼을 가끔 후회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결혼을 후회하는 남자들의 심리에는 무엇이 깔려 있을까? 대부분의 남자는 결혼을 가끔 후회하고, 여자는 결혼 생활에 대해 가끔 만족한다. 한마디로 남자는 부정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여자는 긍정적인 측면을 쉽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 남자들이 그렇다.
저자는 자신이 공부한 문화 심리학을 토대로 하여 이런 한국 남자들의 심리를 분석한다. 왜 우리는 이토록 행복하기 힘든 것일까? 삶은 왜 이다지도 힘겨운 것인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특히나 '삶이 힘들다'고 부르짖는 한국 남성이라면 말이다. 저자는 한국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사는 게 재미없는 남자들'에서 찾는다. 온갖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구호 뒤에 숨겨진 적개심, 분노, 공격성의 실체는 '재미없는 삶에 대한 불안' 때문이라는 것. 그러고 보니, 남편이 다음 생에 여자로 태어나고 싶은 이유도 '우리 사회에서 남자로 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 같다. 그럼 이렇게 힘든 남자들이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잘 놀고 재미를 찾으면 된다고 말한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무미건조한 한국 남자들에게 삶의 재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한번 들여다 보자. "행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행복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침실의 '백열등 부분 조명'과 '하얀 침대시트'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중략)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프린스턴 대학의 다니엘 카네만 교수는 행복을 아주 '심플하게' 정의한다. 행복이란 '하루 중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행복은 기분 좋은 시간이 많으면 저절로 찾아온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기분 좋은 시간을 영위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행복 요인을 분석하고 그 요인을 많이 접하면 된다. 저자는 집에서는 별로 만족하지 못하던 결혼 생활이 왜 호텔에만 가면 낭만적으로 느껴지는지를 분석했다.
호텔의 백열등 조명이 아내의 얼굴을 더 아름답게 보이도록 하고 하얀 침대 시트에 누워 자면 더 로맨틱하게 느껴졌다는 사실을 알자, 그는 집의 조명과 시트를 바꾸자고 아내를 조른다. 단순한 인테리어의 변화지만 호텔처럼 바꾸고 나니 잠을 잘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매일 밤이 행복하다.
저자는 사람이 죽을 때 '껄, 껄, 껄' 하며 세상을 떠난다고 말한다. '많이 베풀 껄, 미워하지 말 껄, 재미있게 살 껄' 하고 말이다. 어차피 한 번 살다 갈 인생인데 왜 그토록 소유한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그 행복을 느낄 여유도 갖지 못하고 재미없게 살다가 가야 하는가! 저자는 재미있으려 노력하면 얼마든지 재미있게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재미는 자신이 유쾌해지는 상황과 느낌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막연하게 좋은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은지 찾다 보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밤새 잠 못 들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그 쓸데없는 일에 대한 억압과 집착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사실 모든 인생의 중요한 일들은 알고 보면 종잇장 한 장 차이로 아주 쓸데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무조건 집을 벗어나 행복한 일들을 생각해 보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 저자의 예를 들자면 망사 스타킹의 여인, 웃는 여자, 김혜수의 가슴 등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모든 고민은 쉬워지지 않던가. 특히 지나치게 일에 매달리며 가정을 도외시하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다들 착각한다. 열심히 일해 은퇴하면 행복한 가정에서 다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으리라.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어느 날 갑자기 '행복해지자!' 구호 외친다고 행복해지지 않는다. 몸은 함께 살았지만, 평생토록 함께 기쁨을 느껴본 적이 없는 부부가 어찌 갑자기 '함께' 행복해 질 수 있을까?"
뭐 뻔한 얘기 같지만 결론은 '사는 게 재미없는 한국 남자들이여, 행복은 그냥 오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재미를 찾는 데서 오는 것이라오'다. 여기에 한 마디 덧붙이자면, 재미와 행복은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구체화하는 데에서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난 마누라가 웃으면 그냥 행복해.' '우울한 뉴스 말고 개그 콘서트를 보면 즐거워.' 등의 구체적인 행복찾기야말로 이 시대 남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청량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