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루살이를 하찮게 여기겠는가. 100년을 살고도 하루만도 못한 것이 어찌보면 인간이겠다. 반성해야겠다. 하루를 위해 불꽃처럼 지는 수많은 하루살이를 위해, 이 땅의 하루살이처럼 피고 지는 민초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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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0.8.5 하루살이 군무
올해는 여름 곤충의 출현이 늦다. 매미는 이제야 울기 시작하고 모기도 예년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들었다. 아마도 늦여름 모기의 대대적인 공습이 있을 것이다. 불 속으로 돌진하는 하루살이의 어지러운 군무도 아직은 미미하다. 원인은 지난 봄날이 너무 추워서 곤충들의 변태(變態)가 늦어졌기 때문이란다. 일리가 있는 분석이다.
곤충의 변태는 생각할수록 참으로 신비롭다. 알에서 유충으로, 다시 번데기에서 성체에 이르는 과정은 우리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생명의 외경’ 그 자체이다. 매미의 유충은 짧게는 7년, 길게는 17년 동안 땅 속에 있단다. 우리 도시에 여름마다 매미가 찾아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가. 그것은 도시에 아직 희망이 있음이다. 매미들 울음은 가로수를 더욱 푸르게 하고 우리네 도시를 살아 있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소음 때문에 차들의 경적보다 더 날카롭게 울어야만 짝을 부를 수 있음이 안쓰럽다.
하루살이의 일생은 더욱 치열하여 눈물겹다. 하루살이는 호수 밑에서 그날을 기다린다. 알이 성충이 될 때까지는 대략 천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허물을 25번이나 벗는다고 하니, 수많은 변신을 해야만 단 하루를 얻을 수 있다. 천일 동안 하루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하루에 할 일을 점검할 것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단 하루를 기다리는 것이다. 하루살이가 천일 동안 하루를 준비한다면 지상의 하루는 생의 마지막 불꽃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루살이에게는 입이 없단다. 하기야 하루를 보내는데 먹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날기만 한다니 하루살이의 어지러운 비상(飛翔)을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하루살이는 그렇게 정신없이, 쉬지 않고 날아다니는지도 모른다. 하루살이는 하루 동안 종족을 번식시키는 등 물속에서 계획한 모든 일을 해치워야 한다. 불만 보면 뛰어드는 하루살이, 그것은 물속에서 태어나 불 속에 생을 태우는 ‘가장 극적인 죽음’인지도 모른다.
물속에서 천일, 지상에서 하루. 하루살이와 천년을 사는 은행나무, 어느 삶이 더 치열한 것인가. 긴 것이 무엇이고 짧은 것이 무엇인가. 하찮은 것이 무엇이고 또 귀한 것이 무엇인가. 한여름밤 하루살이의 군무, 참 슬프면서도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