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들이 나에게는 어렵고 불편하다. 나 또한 원론적으로 미혼모도 임신의 이유로 학습권을 침해 받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반대급부도 있음을 무시할 수는 없다.(현실적으로 학교입장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의 임신을 개인의 행실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왜곡된 성문화에 기인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회구조적으로 미혼모에 대한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으면서 나머지 학생, 학교와 어울릴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것이 전무한 상황에서 다분히 원론적인 차원에서 미혼모의 학습권을 강조하며 '학교에서 거둬야'한다는 것은 왠지 공허한 주장으로 들린다. 학교란 기존의 이데올리기를 옹호하는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는 보수적인, 태생적으로 그러한 곳이다. 그리고 학교란 곳에 '교육적'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며 애기하면 안되는게 없는 곳이 또한 대한민국의 학교다. 그러면서도 온갖 '비교육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또한 학교이기도 하다.  

미국과 캐나다는 미혼모도 떳떳히 학교를 다니고 아이도 데리고 온다고 한다. 근데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는 큰 이유중의 하나는 그 나라들의 개방된 성생활과 태도, 제도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들의 제도는 배워와야 할 지언정, 아직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성생활과 성적 자세까지 배워오자고 하지는 않을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거기는 하는데 왜 우리는 왜 없냐'식의 처방 및 근거는 자칫 공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좀 엇나가는 애기겠지만, 대한민국 학문, 사회과학의 문제가 어찌보면 외국의 그것들을 단순히 차용한데서 온게 아닌가 한다. 뭐 많은 학자들이 이미 한 애기기는 하지만. 정말 그런거 같다. 그렇다 보니, '거기는 하는데 왜 우리는 왜 없냐'식의 말들이 범람하는 듯 하다. 나부터 반성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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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0.8.5  미혼모 학교가 거둬야 한다.

학생 미혼모들의 대다수가 배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뢰로 전국 미혼모 시설에 수용된 학생들을 조사한 정책연구팀은 조사 대상의 85%가 학업 중단 상태라고 그제 밝혔다. 14~18살 정도밖에 안 되는 학생들이 출산을 이유로 아예 배울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이 배움의 의지마저 상실한 것은 아니다. 60%에 가까운 응답자가 공부를 더 하고 싶다며 계속 공부할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희망했다.  

이들이 학업을 중단한 데는 육아나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가 클 것이다. 하지만 다니던 학교에서 학교 명예를 해친다거나 주변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자퇴나 전학을 요구해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에는 한 여학생이 이런 학교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해 미혼모의 학습권을 보장하라는 권고를 받아냈으나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우리 헌법과 교육기본법은 누구나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임신을 이유로 자퇴를 종용하는 것은 학습권 침해라고 인권위는 판단했다.

굳이 인권위의 판단이 아니더라도 학교가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청소년의 임신을 당사자의 품행 문제로만 인식해선 안 되며 왜곡된 성문화를 비롯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이 심각하다. 실제로 학생 미혼모 가운데는 성폭력을 당한 경우가 꽤 있다.

정부는 대안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된 미혼모자 시설 입소 기간을 재학기간에 포함시키는 방안이나 미혼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교육기관 설립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은 될지 몰라도 제대로 된 해결책은 아니다. 미혼모만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는 낙인 효과가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 그보다는 임신을 이유로 전학이나 자퇴를 강요하지 못하게 하고 원하면 기존 학교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많은 나라에선 미혼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등교할 수 있도록 한다.

물론 10대에 미혼모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학교나 가정에서 남녀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성교육을 철저히 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퇴폐적인 성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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