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방학중 자율학습 감독이어서 학교에 갔다가 경향신문,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이렇게 4개를 아주 오랜만에 훝어 보았다. 그중에 기사 몇개를 스크랩한다.
딱히 난 사라 장을 좋아하는 바이올리스트는 아니지만(뭐 아직 호불호가 생길만큼 고전음악을 많이 듣지는 않았다) 그래도 대한민국 출신의(하긴 이것도 어떤지는 모르겠다. 미국에서 태어났고 교육도 거의 미국에서 받았는데, 사라 장을 대한민국 출신이라고 하는게 맞는건지, 국적도 아닌 듯 한데, 하여튼 그래도...) 세계적인 바이올리스트라는 건 자랑스러운 건 맞다. 이런 분들이 더 많이 배출되었음 한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 뭐 경제인, 운동선수들 말고, 순수예술분야에서. 내 개인적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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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10.8.5 사라 장 "브람스 곡엔 절제된 드라마가 숨어있어요"
뉴욕에서 전화를 받은 사라장은 “얼마 전 스위스 연주회에 다녀왔다”면서 “지금은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협연 중”이라고 했다. 아직도 두 차례 더 협연을 남겨놓은 상태다. 이어서 곧바로 “(로키산맥에서 열리는) 아스펜 음악제로 떠난다”고 했다. 쉼없이 몰아치는 일정이다. 서른살의 사라장은 여전히 그렇게 바빴다.

하지만 한국 연주회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다음달 17일 예술의전당에서 런던필하모닉과 함께 연주할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뉴욕시간으로 밤 9시에 전화를 받은 사라장은 “요즘 한국은 아주 덥다면서요? 난 더운 게 정말 좋은데”라고 했다. 이어지는 말이 재밌었다. “제가 요즘 다니는 도시들은 너무 추워요. 그래서 도코리를 입어야 해요.” 미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말이 어눌한 사라장의 입에서 일본어인 ‘도코리’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지금은 목이 긴 스웨터를 ‘터틀 넥’이라고 하지만 옛날에는 다들 그렇게 불렀다. 아마 외할아버지나 모친에게서 전수받은 단어인 듯한데,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 쓰는 사라장의 입에서 ‘도코리’라는 말은 뜻밖이었다.
“브람스와 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을 가장 좋아해요. 이번에 한국에서 바로 그 브람스를 연주할 거예요.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브람스의 협주곡은 지금까지 작곡된 모든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곡이죠. 그런데 이 곡은 듣기도 어렵고 연주하기도 어려워요. 테크닉과 음악성은 물론이고 오케스트라와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야 하죠. 활 테크닉이 현란한 곡은 아니지만, 절제된 드라마 같은 것이 음악 속에 숨어 있어요.”
그녀는 브람스 협주곡을 지난해 11월 이미 음반(EMI)으로 선보인 바 있다. 쿠르트 마주어(83)가 지휘하는 드레스덴 필하모닉과의 협연이었다. 그녀는 “마주어 선생과 처음 만난 게 20년 전이었는데, 내가 브람스를 연주하는 걸 오랫동안 허락하지 않았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어리다”는 것이 이유였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브람스 협주곡에 숨어있는 열정과 드라마를 완전히 네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연주할 수 없다”는 것과 “무대에서 스스로를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반대하던 마주어는 5년 전에야 첫 연주를 허락했다. 다만 한가지 조건이 따라 붙었다.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서 배운 브람스는 다 잊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해 드디어 음반이 나왔다.
“제 음반들은 라이브 레코딩이 많아요. 쇼스타코비치, 시벨리우스, 랄로의 협주곡을 다 그런 식으로 녹음했죠. 하지만 브람스는 스튜디오에서 했어요. 한데 마주어 선생이 브람스 협주곡의 서주 부분을 1시간30분이나 반복하는 거예요. 저는 한 소절도 연주하지 않은 채 옆에서 계속 서 있기만 했구요. 생각해보세요? 다리가 얼마나 아팠겠어요? 휴식시간에 제가 칭얼대니까, 선생이 그러셨어요. 브람스의 협주곡은 오프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음악의 의미가 아예 없어진다고요.”
그녀는 그렇게 ‘음악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노장 지휘자 마주어에게서 브람스를 배웠다. 하지만 이번 내한은 마주어가 지휘하는 드레스덴 필하모닉과의 조합이 아니라, 러시아 태생의 지휘자 바실리 시나이스키(63)가 지휘하는 런던 필하모닉과의 조우다. 시나이스키는 모스크바 필하모닉에서 명지휘자 키릴 콘드라신(1914~81)의 부지휘자로 일하면서 지휘계에 들어선 인물. 2012년부터 볼쇼이극장의 음악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예정돼 있다.
“런던 필하모닉은 실내악적 색채가 아주 강하죠. 다른 오케스트라에 비해 앙상블이 좋다는 뜻이에요. 이런 악단은 정말 드물 거든요. 솔직히 말해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봉을 잘 바라보지 않아요. 자기 악보만 눈이 뚫어지게 들여다보죠. 그런데 런던 필하모닉은 달라요. 단원들이 지휘자와 솔리스트를 항상 바라보거든요. 연습이 되었건 연주가 되었건 언제나 그렇게 눈빛을 교환해요. 서로 주고받는 느낌을 중시하는 거죠. 그래서 함께 연주하는 게 아주 편해요. 이번에 한국에서 연주할 때 잘 관찰해보세요. 단원들의 눈길이 어딜 향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대개 사라장이 ‘까칠한 공주’에 가까울 거라고 여긴다. 짙은 메이크업에 무표정한 얼굴이 담긴 음반 사진들이 그런 편견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의 사라장에게서 잰 체하는 태도를 발견하긴 어렵다. 오히려 그녀는 털털한 쪽에 가까워 보인다. 음악에 대해 설명할 때는 몸을 상대쪽으로 약간 기울인 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편이다. 특히 음악적으로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만나면 이야기에 한층 신이 오르기도 한다. 그녀는 “쉬지 않는 연주여행의 고단함을 어떻게 견디느냐?”는 질문에 “잠을 많이 잔다”며 깔깔 웃었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모친과 “음악에 대한 대화도 종종 나누느냐?”고 묻자, “현재의 내가 있기까지 엄마의 역할은 아주 컸다(huge)”면서도 “음악적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는다. 요즘 우리 엄마는 내 사생활과 친구들에게 불만이 아주 많다”며 또 한번 소리내 웃었다. 다음달 17일 공연에서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외에 베버의 ‘오베론 서곡’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이 함께 연주될 예정. 시나이스키와 런던 필하모닉은 하루 전인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와도 협연할 계획이다.
ps : 평소에 나도 궁금했던 것 중 하나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어찌보면 지휘자의 표정과 몸짓을 잘 지켜봐야 할텐데, 대부분의 단원들은 자기 악보만 열심히 본다. 그리고 지휘자도 자기 총보만 열심히 본다. 혹은 자기 흥에 겨워 갖가지 표정과 몸짓을 짓거나. 하지만 단원들은 악보만 본다. 좀 보기 민망할때도 있다. 런던필하모닉의 앙상블이 좋다고 하니 보면 좋을듯 하다 하지만. 난 못본다. 표값이 상상을 초월하기때문. ㅋㅋㅋ 싼게 10만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