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참 희한하며 놀라운 일이다. 몇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블록 쌓기를 해도 3개 이상을 올리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7단 8단을 쌓는게 아닌가! 그리고 며칠전에 무려 10단 높이를 쌓았다. 너무 놀라워서 아내와 함께 기념 사진도 찍었다. 몰라보게 늘어나는 아이의 조작능력을 보며 사뭇 기어다닐 때가 생각이 나더라. 정말 요즘 규진이의 조작능력은 일취월장이다. 뭐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어제는 혼자서 PT병의 마개를 자기가 혼자 돌려서 여는게 아닌가!! 이제는 락앤락 통 여는거는 식은죽 먹기다.
# 2. 엊그제 아이와 약 20여분간의 설전을 벌였다. 뭐 그래봐야 애는 울고 아내와 나는 옆에서 계속 타이르고 애기하는 식이었지만. 규진이가 밖에 나갔다 와서는 계속 엄마 찌찌를(규진이가 거의 두돌 가까운데 아직도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찾아 아내가 손 씻 먹자고 하니 규진이는 먼저 먹겠다고 떼를 쓰는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징징거리더니 애가 매달리고 울고불고 난리를 치는게 아닌가! 아내와 나의 공통된 의견, 이건 '거짓 울음'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싱크대 앞에서 울고 타이르기를 20여분. 사실 이런 일이 몇번 일어 났었다. 그럴때마다 다행히 아내의 현명한 대처로 아이의 습관을 잘 형성시킨 것 같다. 이날도 결국 아이는 못이기는 척 하고 손을 먼저 씻고 엄마의 찌찌를 맛나게 먹었다. 이런 일을 보면 이 나이때부터 애도 부모와 '파워게임'을 하는 듯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 3. 아내는 지금 육아휴직 중이라 집에 있다. 거기다 쌍둥이 조카들도 점심때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장모님이랑 같이 봐주고 있다. 그리고 틈틈히 또는 자주 밤늦게까지 일을 한다. 당연히 몸이 피곤하고 잠도 부족한 편이다. 피곤이 쌓였는지 최근에 부쩍 힘들어 하면서 이제는 일을 그만해야겠다고 한다.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집에 일찍 들어오려 노력하고 있다. 요즘 시험기간이라 일찍 끝난다. 오늘은 모임이 있어 점심을 먹고 가볍게 한 잔한 후 집에 일찍 들어왔다. 들어오니 모두 각자의 방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술을 깨기 위해 커피 한잔 먹으며 컴퓨터를 좀 하고 있으니 아내가 서재로 들어왔다. 생각보다 일찍 들어왔다며(낮 3시) 칭찬 아닌 칭찬을 한다. 그리고 좀 지나니 애들이 깨어나 조금 놀았다. 조카들은 처제가 와서 데려 가고 우리 가족만 남아 재미나게 저녁시간을 보냈다. 난 잠깐 잠을 잤고 그 사이 아내는 규진이 저녁을 먹였다. 내가 깬 후 아내는 잠시 서재에 들어가 일을 했고 한 시간 정도 지나니 규진이는 엄마를 찾았다. 아이에게 엄마란 무엇일까? 아빠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규진이 장남감을 정리하고 그 사이 난 설겆이를 했다. 아내와 규진이는 주방 근처에서 책을 보며 노래를 불렀다. 난 KBS 클래식 FM을 들으며(설겆이 하며 듣는 라디오 너무 좋다.) 가끔 들려오는 규진이의 '아빠'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규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며 나도 웃으며 규진이의 이름을 불러줬다.
순간, "아 이런게 가족이고 행복이구나..."하는 아주 단순하고 중요한 사실이 가슴에 와 닿았다. 어찌보면 아주 간단한 행동, 말, 표정 하나하나가 '삶'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구나 하는 생각말이다. 이 순간이 오래 지속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