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오렌지
후지오카 요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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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피를 나누었다고 해서 그 관계가 더 돈독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족이 아닌 관계에서 진짜 가족보다 더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가족의 탄생>이 먼저 떠오른다. 다르게 보면, 뒤죽박죽인데도 더 낫다. 만날 때마다 싸우는 가족보다 만날 때마다 즐거운 새롭게 만들어가는 가족이 더 낫지 않겠는가.

 


서른세 살의 청년 사사모토 료가. 도쿄에서 직장 다니고 있는 그는 위의 상태가 좋지 않아 내시경 검사를 했다. 조직검사 결과, 암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앞이 깜깜해진 그는 누구한테라도 전화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지쳐 잠들었다가 동생 교헤이에게 전화했다. 오래전 열다섯 살 겨울에 아빠랑 교헤이와 함께 나기 산을 올랐던 기억이 꿈에 나타났다. 그때 료가와 교헤이는 등산 도중 소변을 보러 갔다가 설비를 밟아 추락했다. 위를 올려다보아도 눈이 내리고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아버지가 챙겨 준 등산 가방에 비상시에 대비한 침낭과 텐트가 있어 그걸로 하룻밤을 보냈다.

 



 

 

그때 료가와 교헤이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부모에게 유서 같은 편지를 남겼다. 그 편지에 무슨 내용이 담겼을까. 소설의 결말에 가서야 그 내용이 나타나는데, 료가의 암 투병과 더불어 가족의 관계와 그 소중함을 일깨우는 글이다. 암 투병 시 가족의 존재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족뿐만 아니라 의외의 인물이 곁에서 힘을 내어준다. 이것은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최근에 읽었던 에세이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암 선고는 고통을 수반한다. 착하게 살고 있는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자문을 해보지만 이미 암이 선고되었다. 때로는 절망으로 삶을 포기하고 싶다. 곁에서 나를 바라봐주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삶에 희망을 갖게 된다. 살고 싶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다. 그 마음만으로도 질병을 이겨낼 수 있고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하루하루를 정성껏 살아간다는 건, 잡초를 뽑는 일하고 똑같아. 잡초가 모든 정원에 자라나는 것처럼 가정家庭이라는 정원에도 자라나거든. 그래서 엄마는 매일 이렇게 잡초를 뽑는 거야. 가족 모두의 마음에 언제나 깨끗한 정원이 있게끔. (234페이지)


 

료가네 가족은 비밀을 안고 있었다.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차별 없이 대하고 싶었고 또 좋다고 여겼다. 료가도, 교헤이도, 부모도 가족 모두를 사랑했고, 가족이 네 명이어서 얼마나 좋은지 알았다.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서로를 챙겨주고 보살피는 모습에서 이처럼 서로를 위한다면 이 가족에게 비극은 없으리라 여겼다.

 


실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작가답게 환자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들의 감정을 표현했다. 가족에게 못한 말들을 간호사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환자들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지켜본 자만이 갖는 감정들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병원은 늘 죽음이 공존하는 장소다. 원하지 않아도 죽음을 접하게 되고, 그 감정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환자와 그 가족들을 지켜보는 의료진들의 노고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나답게 살아온 것이다. 아등바등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주위 사람들과 진실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리모컨 5번 버튼에 난 조그마한 돌기.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었다. ‘다들 의지했었다는 말은 야다의 빈말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는 분명히 마음 둘 곳이 있었다.

엄마, 나 태어나길 잘한 것 같아.” (336페이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찰나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그 사람을 제대로 보아야 느껴지는 건. 그 감정은 전혀 알 수 없다가 어느 순간에 알게 되며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끝까지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 곁에 누군가의 온기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 우리가 지키고 싶은 소중한 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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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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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신작 소식이 반가웠고, 표지마저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읽는 사람> 그림이었다. 그런데 제목이 공부의 위로. 공부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싫은데 왜 공부의 위로라는 제목일까. 대학 동안 배웠던 교양 도서로 인해 읽고 쓰기의 능력이 어떻게 체화되었는가. 특유의 다정한 필체로 대학 시절에 배웠던 수업과 그 느낌을 적은 글이다.

 


읽을 때마다 작가에게 반하게 된다. 아마도 곽아람 작가가 느끼는 감성이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 그의 글이 더 친숙한 거 같다. 그림을 좋아하는 터라 작가가 고고미술사학과 출신인 것과 그림에 대한 이해, 문학적인 사람으로서의 시각이 그러했다.


 


 

 

대학 때 수강했던 교양수업은 의무감으로 했던 거 같다. 그러나 교양 과목으로 들었기에 더 오랜 시간 남아 있다. 내게는 철학 개론과 심리학 개론이 그랬다. 심리학은 전부터 관심이 있었으나 수업을 들으며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던 거 같다. 작가도 심리학 개론 시간을 말하는데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증진을 첫 번째로 보았다. 이 책을 대학 때 보았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미래의 내가 느끼는 감정의 결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라는 것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모범생이자 우등생으로 불렸던 작가가 대학 4년 동안 공부했던 교양 과목들은 지금의 작가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게 있다. 20년이 지났음에도 수업에 들었던 책과 필기한 노트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거다. 작가의 성실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때의 노트와 책을 참고하여 강의를 기억하는 시간이 값지게 보였다. 미니멀리즘의 시대, 맥시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작가가 대단해 보였다. 아마 작가는 그때의 강의, 책들, 그 시간이 좋았으리라. 소중한 자산처럼 여기는 작가였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작가가 3학년 1학기 때 들었던 <독일 명작의 이해>였다. ‘즐거운 책 읽기가 목표인 토론식 수업으로 자신이 쓴 글과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청강생으로 그 모든 수업에 참여하고 과제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시작이 그 수업에서 싹텄다고 했다. 수업에 참여하는 열정과 애정이 가득했다. 인생의 지표가 되는 수업으로 <독일 명작의 이해>를 꼽았고, 그 수업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그림으로 프란츠 아이블의 <책 읽는 소녀>의 그림을 언급했다. 아마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그림일 것이다. 좋아하는 그림이라 블로그의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다. 아마 이 그림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작가의 블로그가 아니었을까 싶다. 오래전 작가의 블로그를 자주 기웃거리다 발견한 그림이다.

 


사람을 사귈 때면 항상 마음속 지층을 가늠해 본다. 이 사람은 어느 층위까지 내게 보여줄 것이며, 나는 내 안의 어떤 층위까지 그를 허용하고 인도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층위마다 차곡차곡 고인 슬픔과 눈물과 어두움과 절망과 상처와 고통, 기쁨과 웃음과 약간의 빛의 흔적 ……. 나는 손을 내밀며 상대에게 묻는다. 더 깊은 곳까지 함께 내려가 주겠냐고, 그 어떤 끔찍한 것을 보게 되더라도 도망치지 않을 수 있겠냐고. (37~38페이지)


 


 

 

같은 책을 읽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게 참 어렵다. 마음속의 생각을 언어로 나타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해석에 더 귀 기울였던 거 같다. 같은 책을 읽어도 생각은 제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자기가 심취해 있는 생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 법.


 

정말 좋은 강의를 듣고 싶은 열망, ‘좋은 강의를 판별할 만한 식견. 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게 대학의 강의인 것이다. 대학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것. 삶의 자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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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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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이는 자기가 원하던 직장을 얻어 생활하고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취직 준비를 할 것이다. 취직했다고 해서 그 직장이 안정적이지는 않다. 다양한 이유로 해고를 당하거나 회사 사정으로 폐업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선택을 당해야 하는 시점, 그럴 때 어떠한 일이 생길까.


 

취직하지 못했을 때 한 번도 0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것 같다. 0이라는 숫자는 다른 수에 변수를 주지 않는다. 곱했을 때만 자신의 숫자가 된다. 1이 되지 못한 0의 세계에 기대는 청춘에게 오히려 북돋음을 받게 되는 소설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시대를 실감한다.


 


 

 

플라워 약국에 전산원으로 취직하게 된 양 실장으로 불리는 여성의 이야기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젊지 않은 약사는 이력서를 보고는 유령이 왔다는 말을 한다. 왜 유령인가.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유령인가. 자신의 할 말을 하지 못한 사람을 가리켜 부르는 말인가. 약국의 또 한 사람의 직원, 조 부장 또한 유령이라 불린다. 조에게서 약국 일을 배우며 다양한 사연들로 찾아온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약사에게 약사님이 아닌 국장님이라는 호칭은 꽤나 의외였다. 소설 속 양 실장도 그런 질문을 하는데 다양한 직책 호칭이 있는 거 같다. 약국의 주 업무는 약을 조제하는 것이지만, 손님 응대도 중요한 업무에 속하는 거 같다. 친절 대응은 기본이며 환자의 넋두리를 들어주어야 하기도 하다. 스트레스로 작용할 거 같은데, 불편한 표정을 내비치기라도 하면 불쾌감을 줄 수 있으므로 약국 업무도 서비스직에 가까운 거 같다.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관계라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이 없는 때에야 가능한 것인가 자문하게 된다. 상대방에게서 느끼는 불편함이 싫을 수도 있다. 불편함은 만남을 거부하게 되므로 우리는 되도록 불편한 관계에 있고 싶지 않다. 많은 걸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는 큰 자산이다. 시쳇말로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관계에 선이 그어지는 수가 있다. 너와 나를 가로지르는 경계선을 넘기란 버거운 일이다. 나와 다른 가족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일 수도 있다. 때로는 속속들이 알지 않아야 편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조금쯤 감춰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처음부터 다 알고 있는 관계는 다르다.


 

짧은 소설에서 오늘의 청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청춘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 그 중간에 위치한 자의 삶은 차라리 아무와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청춘의 시간은 아픔을 동반한다. 그것을 몇 번 겪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훌쩍 성장해있을지 모른다. 가장 찬란한 시간에 우리는 고통을 동반한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게, 삶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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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 개역판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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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책을 섭렵해야지 하면서도 문학에 치우치게 된다. 좋아하는 이야기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게 좋다. 그래서 자꾸 소설을 읽는다. 이렇다 보니 편향된 독서를 하게 된다. 다양한 책을 읽고자 김영하북클럽 활동을 시작했다. 한 달에 한 권씩, 선택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 다양한 시선으로 책을 바라볼 수 있는 효과가 있어 기꺼이 참여한다.

 


이번 달 책은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읽으면 도움이 되는 아주 기초적인 과학 서적이다. 서문에서부터 당최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머리가 아팠으나, ‘과학을 몰라도 살 수 있지만, 우리가 과학을 외면하면 과학도 우리를 외면합니다.’라는 김영하 작가의 말에 그저 글을 읽었다. 읽었으되 글자들이 부유하고 있어 제대로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읽다 보니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으며, 다른 책에서 읽었던, 유사한 과학의 역사적 사실들이 나와 조금씩 내용을 복기해가며 읽었다.


 


 

 

과학 세계에 입문하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다. 인류의 문명과 우주의 신비, 지구상에 나타난 다양한 과학적 지식을 종류별로 서술하였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부터 지구, 새로운 시대 20세기에 대한 것, 소행성과 혜성의 충돌, 지구상의 생명, 인간이 견뎌왔던 기후와 인류의 역사를 말한다.

 


지진의 위험성을 알리는 글은 낯설지 않았다. 지진은 우리나라와도 연관이 있으며, 가까운 일본의 후지산이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1923년의 관동대지진 후 도쿄지역이 두려울 정도로 조용했기 때문에 땅속에서 80년 동안 음력이 쌓여왔을 거라고 했다. 최근 심해에서만 산다는 대왕오징어가 일본에서 산 채로 잡혀 대지진의 전조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조성했다. 무심히 넘길 사안은 아닌 것 같았다.

 


옐로스톤 공원의 화산활동에 대한 탐사단은 비상사태 발생 시 지진과 화산 위험 대처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첫 임무였다. 옐로스톤의 위험은 방문객이나 공원 직원들에게 모두 적용된다고 한다. 하계 임시 직원 세 명이 따뜻한 연못에서 수영을 하거나 열탕을 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개울을 건너야 했을 때 도움닫기를 하여 건너뛰어가다가 펄펄 끓는 연못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어둠 속이라 보통 개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 참담한 결과였다. 우리의 발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하여 놀라울 정도로 아는 것이 없다 는 저자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지구가 기적같이 우리를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지구가 제공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기하게 여기는 것은, 그저 지구의 환경이 생명에게 적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특별히 우리의 생명에게 적당하다는 사실이다. 정말 놀랄 일이 아니다. 적당한 크기의 태양, 지나치게 사랑스러운 달, 사교적인 탄소, 엄청난 양의 마그마를 비롯해서 우리에게 훌륭하게 보이는 많은 것들은 단순히 우리가 그런 것들을 의존해서 태어났기 때문에 멋지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아무도 확실하게 밝힐 수는 없다. (288페이지)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80퍼센트가 질소로 되어 있다는 것과 바닷속의 분출구들이 어항 속의 필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물이 지각 속으로 스며들 때 소금도 걸러진다는 것 또한 새롭다. 몸이 불편할 경우 감각을 통해 느껴지는 것은 병원균이 아니라 자신의 면역반응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몸이 아픈 사람이 잠을 자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 우리가 휴식을 취할 동안 많은 체내의 자원이 감염을 퇴치하는데 사용될 수 있게 한다고 하니 수면과 휴식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아직도 빙하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아주 놀랍다. 빙하기는 아주 오래전 공룡들이 살던 시대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대략 2만 년 전에는 지구 육지의 30퍼센트 정도가 빙하에 덮여 있었고, 지금도 지구의 10퍼센트는 빙하에 덮여 있다는 거다. 현재는 지구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의 높이가 20층의 건물과 맞먹는 60미터나 올라가 해안 도시들이 물에 잠길 가능성이 높다. 빙하기가 지구에게 절대 나쁜 소식이 아니었다는 말이 와닿았다.

 


책의 말미에, ‘우리의 종말이 찾아오지 않도록 하는 비결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제 단순한 행운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거의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거대한 우주의 지구에 속한다는 사실이 엄청난 행운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구에 잠시 있다가 가는 생물일 뿐이다. 우리 이전에도 생물은 있었고, 후대의 생물들이 존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습관을 들이면 어떨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진부한 표현과도 일맥상통한다. 다양한 책 읽기의 도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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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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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이 소설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남성에게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이야기이니까. 스코틀랜드의 한 응급실, 단순 독감 증세인 환자가 갑자기 사망한다. 병원에 오고 죽음까지의 기간은 평균 이틀. 갑자기 열이 올랐다가 사망한 환자들이 이어진다. 다만 죽은 사람은 모두 남자다. 성인에서부터 소아까지 모두 남자만 사망하는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를 겪어 본 우리.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백신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거의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소설과 현실이 너무 비슷해 마치 우리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춘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가정의 남자들이 사망하기 시작한다. 맨 처음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발견했던 응급의 어맨다는 기관에 이메일을 보내 위험성을 알리지만 남자인 기관장에 의해 묵살됐다. 각 가정의 남성들이 사망하면서 절대 집 밖에 나가지 말 것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여성은 무증상 보균자다. 보균자인 여성에 의해 남성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거다. 딸이 있는 가정은 안심하고, 아들이 있는 가족은 불안에 떤다. 남성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어떤 가정은 가족의 사망에 슬픔을 가눌 길이 없고, 어떤 가정은 안심하며 조심스럽게 일상을 살아간다.


 



 

 

만약 나라면 가족의 죽음에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캐서린이나 어맨다처럼 왜 나여야 만 하느냐고 울분에 차 있을까. 딸 둘과 면역이 있는 남편을 가진 오랜 친구의 행복을 지켜보지 못하게 될까.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생각에 잠겼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었다.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제대로 만나지 못했으며 마스크가 일상화가 됐다. 누군가와 손잡는 것도 꺼려지고, 친한 사람 외에는 만나기가 부담스러웠다. 외부인을 초청하는 결혼식이며 장례식은 가족들만으로 이루어졌다. 함께 사는 가족 외에는 모두 견제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덜했지만, 미국이나 스페인, 유럽에서는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으며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엔드 오브 맨도 이와 비슷하지만, 남자가 부족한 세상에서 여자가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정부 부처의 요직도 모두 여자가 지휘해야 했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화자로 나와 소설의 중심이 되었다. 성차별을 겪는 세상에서 더이상 힘을 쓸 수 없을 때 여성들이 과연 세상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소설에서는 남성대역병이라고 표현했다. 역병이 한창일 때 병원에서의 에피소드는 암울한 현실을 드러냈다. 환자가 방문했을 때 나이 든 여성 등은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방치되었고, 면역이 있는 남자아이나 생식능력이 있는 남자들은 치료하여 인류를 보존해야 했다. 태아도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여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인구를 늘려야 했다.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치명적인 코로나 바이러스도 점점 완화되어가고 있다. 우리도 일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돌아가지는 못한다. 2년여 동안 우리가 겪어왔던 불편함 등을 잊지 못한다. 조심스럽게 일상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통쾌할 거라 여겼다. 그러나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세상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여성 혐오의 세상에 살고 싶지도 않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화합하여 더불어 사는 세상이 더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을 겪는 여성을 위한 소설 같았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나와 다르다고 하여 배제나 차별을 하지는 않는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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