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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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신작 소식이 반가웠고, 표지마저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읽는 사람> 그림이었다. 그런데 제목이 공부의 위로. 공부라는 단어 하나만으로도 싫은데 왜 공부의 위로라는 제목일까. 대학 동안 배웠던 교양 도서로 인해 읽고 쓰기의 능력이 어떻게 체화되었는가. 특유의 다정한 필체로 대학 시절에 배웠던 수업과 그 느낌을 적은 글이다.

 


읽을 때마다 작가에게 반하게 된다. 아마도 곽아람 작가가 느끼는 감성이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 그의 글이 더 친숙한 거 같다. 그림을 좋아하는 터라 작가가 고고미술사학과 출신인 것과 그림에 대한 이해, 문학적인 사람으로서의 시각이 그러했다.


 


 

 

대학 때 수강했던 교양수업은 의무감으로 했던 거 같다. 그러나 교양 과목으로 들었기에 더 오랜 시간 남아 있다. 내게는 철학 개론과 심리학 개론이 그랬다. 심리학은 전부터 관심이 있었으나 수업을 들으며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던 거 같다. 작가도 심리학 개론 시간을 말하는데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 증진을 첫 번째로 보았다. 이 책을 대학 때 보았다면 더 좋았을 뻔했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미래의 내가 느끼는 감정의 결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공부라는 것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모범생이자 우등생으로 불렸던 작가가 대학 4년 동안 공부했던 교양 과목들은 지금의 작가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놀란 게 있다. 20년이 지났음에도 수업에 들었던 책과 필기한 노트를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거다. 작가의 성실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때의 노트와 책을 참고하여 강의를 기억하는 시간이 값지게 보였다. 미니멀리즘의 시대, 맥시멀리스트로 살아가는 작가가 대단해 보였다. 아마 작가는 그때의 강의, 책들, 그 시간이 좋았으리라. 소중한 자산처럼 여기는 작가였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작가가 3학년 1학기 때 들었던 <독일 명작의 이해>였다. ‘즐거운 책 읽기가 목표인 토론식 수업으로 자신이 쓴 글과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바탕으로 하여 자신만의 책을 만들어 제출하는 것이었다. 작가는 청강생으로 그 모든 수업에 참여하고 과제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시작이 그 수업에서 싹텄다고 했다. 수업에 참여하는 열정과 애정이 가득했다. 인생의 지표가 되는 수업으로 <독일 명작의 이해>를 꼽았고, 그 수업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그림으로 프란츠 아이블의 <책 읽는 소녀>의 그림을 언급했다. 아마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그림일 것이다. 좋아하는 그림이라 블로그의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다. 아마 이 그림을 처음 알게 된 것도 작가의 블로그가 아니었을까 싶다. 오래전 작가의 블로그를 자주 기웃거리다 발견한 그림이다.

 


사람을 사귈 때면 항상 마음속 지층을 가늠해 본다. 이 사람은 어느 층위까지 내게 보여줄 것이며, 나는 내 안의 어떤 층위까지 그를 허용하고 인도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층위마다 차곡차곡 고인 슬픔과 눈물과 어두움과 절망과 상처와 고통, 기쁨과 웃음과 약간의 빛의 흔적 ……. 나는 손을 내밀며 상대에게 묻는다. 더 깊은 곳까지 함께 내려가 주겠냐고, 그 어떤 끔찍한 것을 보게 되더라도 도망치지 않을 수 있겠냐고. (37~38페이지)


 


 

 

같은 책을 읽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자기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게 참 어렵다. 마음속의 생각을 언어로 나타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의 해석에 더 귀 기울였던 거 같다. 같은 책을 읽어도 생각은 제각각 다르기 마련이다. 자기가 심취해 있는 생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 법.


 

정말 좋은 강의를 듣고 싶은 열망, ‘좋은 강의를 판별할 만한 식견. 이 모든 걸 할 수 있는 게 대학의 강의인 것이다. 대학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는 것. 삶의 자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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