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맨
크리스티나 스위니베어드 지음, 양혜진 옮김 / 비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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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은 이 소설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남성에게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나타났다는 이야기이니까. 스코틀랜드의 한 응급실, 단순 독감 증세인 환자가 갑자기 사망한다. 병원에 오고 죽음까지의 기간은 평균 이틀. 갑자기 열이 올랐다가 사망한 환자들이 이어진다. 다만 죽은 사람은 모두 남자다. 성인에서부터 소아까지 모두 남자만 사망하는 바이러스가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대를 겪어 본 우리.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백신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거의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소설과 현실이 너무 비슷해 마치 우리의 현실을 거울처럼 비춘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가정의 남자들이 사망하기 시작한다. 맨 처음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발견했던 응급의 어맨다는 기관에 이메일을 보내 위험성을 알리지만 남자인 기관장에 의해 묵살됐다. 각 가정의 남성들이 사망하면서 절대 집 밖에 나가지 말 것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여성은 무증상 보균자다. 보균자인 여성에 의해 남성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거다. 딸이 있는 가정은 안심하고, 아들이 있는 가족은 불안에 떤다. 남성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사람은 10%에 불과하다. 어떤 가정은 가족의 사망에 슬픔을 가눌 길이 없고, 어떤 가정은 안심하며 조심스럽게 일상을 살아간다.


 



 

 

만약 나라면 가족의 죽음에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캐서린이나 어맨다처럼 왜 나여야 만 하느냐고 울분에 차 있을까. 딸 둘과 면역이 있는 남편을 가진 오랜 친구의 행복을 지켜보지 못하게 될까.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 생각에 잠겼다.

 


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바꾸었다. 친구들과 혹은 가족들과 제대로 만나지 못했으며 마스크가 일상화가 됐다. 누군가와 손잡는 것도 꺼려지고, 친한 사람 외에는 만나기가 부담스러웠다. 외부인을 초청하는 결혼식이며 장례식은 가족들만으로 이루어졌다. 함께 사는 가족 외에는 모두 견제하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덜했지만, 미국이나 스페인, 유럽에서는 집 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으며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엔드 오브 맨도 이와 비슷하지만, 남자가 부족한 세상에서 여자가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백신을 개발하는 것도 정부 부처의 요직도 모두 여자가 지휘해야 했다.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화자로 나와 소설의 중심이 되었다. 성차별을 겪는 세상에서 더이상 힘을 쓸 수 없을 때 여성들이 과연 세상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

 


소설에서는 남성대역병이라고 표현했다. 역병이 한창일 때 병원에서의 에피소드는 암울한 현실을 드러냈다. 환자가 방문했을 때 나이 든 여성 등은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방치되었고, 면역이 있는 남자아이나 생식능력이 있는 남자들은 치료하여 인류를 보존해야 했다. 태아도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가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여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인구를 늘려야 했다.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치명적인 코로나 바이러스도 점점 완화되어가고 있다. 우리도 일상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돌아가지는 못한다. 2년여 동안 우리가 겪어왔던 불편함 등을 잊지 못한다. 조심스럽게 일상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통쾌할 거라 여겼다. 그러나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세상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여성 혐오의 세상에 살고 싶지도 않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화합하여 더불어 사는 세상이 더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성차별을 겪는 여성을 위한 소설 같았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나와 다르다고 하여 배제나 차별을 하지는 않는지,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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