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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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우리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이는 자기가 원하던 직장을 얻어 생활하고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취직 준비를 할 것이다. 취직했다고 해서 그 직장이 안정적이지는 않다. 다양한 이유로 해고를 당하거나 회사 사정으로 폐업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선택을 당해야 하는 시점, 그럴 때 어떠한 일이 생길까.


 

취직하지 못했을 때 한 번도 0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것 같다. 0이라는 숫자는 다른 수에 변수를 주지 않는다. 곱했을 때만 자신의 숫자가 된다. 1이 되지 못한 0의 세계에 기대는 청춘에게 오히려 북돋음을 받게 되는 소설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시대를 실감한다.


 


 

 

플라워 약국에 전산원으로 취직하게 된 양 실장으로 불리는 여성의 이야기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젊지 않은 약사는 이력서를 보고는 유령이 왔다는 말을 한다. 왜 유령인가. 아직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유령인가. 자신의 할 말을 하지 못한 사람을 가리켜 부르는 말인가. 약국의 또 한 사람의 직원, 조 부장 또한 유령이라 불린다. 조에게서 약국 일을 배우며 다양한 사연들로 찾아온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약사에게 약사님이 아닌 국장님이라는 호칭은 꽤나 의외였다. 소설 속 양 실장도 그런 질문을 하는데 다양한 직책 호칭이 있는 거 같다. 약국의 주 업무는 약을 조제하는 것이지만, 손님 응대도 중요한 업무에 속하는 거 같다. 친절 대응은 기본이며 환자의 넋두리를 들어주어야 하기도 하다. 스트레스로 작용할 거 같은데, 불편한 표정을 내비치기라도 하면 불쾌감을 줄 수 있으므로 약국 업무도 서비스직에 가까운 거 같다.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관계라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이 없는 때에야 가능한 것인가 자문하게 된다. 상대방에게서 느끼는 불편함이 싫을 수도 있다. 불편함은 만남을 거부하게 되므로 우리는 되도록 불편한 관계에 있고 싶지 않다. 많은 걸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는 큰 자산이다. 시쳇말로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관계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관계에 선이 그어지는 수가 있다. 너와 나를 가로지르는 경계선을 넘기란 버거운 일이다. 나와 다른 가족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일 수도 있다. 때로는 속속들이 알지 않아야 편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어떤 것은 말하고 어떤 것은 조금쯤 감춰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다. 물론 처음부터 다 알고 있는 관계는 다르다.


 

짧은 소설에서 오늘의 청춘을 바라볼 수 있었다. 청춘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 그 중간에 위치한 자의 삶은 차라리 아무와도 마주하고 싶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청춘의 시간은 아픔을 동반한다. 그것을 몇 번 겪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훌쩍 성장해있을지 모른다. 가장 찬란한 시간에 우리는 고통을 동반한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게, 삶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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