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변하기로 했다 - 사회 생활에 지친 당신을 위한 선배의 코칭
허은아 지음 / 이지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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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다니는 직장에 대만족을 하는 이는 드물것이다.

나 또한 해마다 봄만 되면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일년쯤 다니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모든게 시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집안의 경제적인 상황때문에 그만둘 입장이 되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꿈을 꾼다. 주변에서는 '이 직장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라는 마음으로 다니라고 어르신들이 말씀해주신다. 맞는 말이다. 사람들에 질리고, 부조리한 일이 있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일 없는 것처럼 '나에게 직장이 없었다면, 아마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으리라' 이렇게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내 마음과 비슷한 '사회생활에 지친 당신을 위한 선배의 코칭'이라는 부제를 단 자기계발 서적이 있다. 저자 허은아는 정재계 이미지 분석가이자 TV 스타 강사라고 한다. 사회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로 누군가의 강한 코칭이 필요할 때 멘토 역할을 해주는 책이라고 해야겠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에서부터 대리, 과장, 팀장에 이르는 각 단계별로 알아야 할 점들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다름 아닌 모두의 사회생활을 하는 보통의 직장인들보다는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에게 전하는 메시지 인것이다.

 

저자는 자잘한 일이 많은 신입사원때부터 일의 배분이나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하여 습관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선배 직원들에게 단정한 옷차림으로 인사만 잘해도 자신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을 알려준다. 또한 회사내에서 실질적인 업무 처리자 대리라는 직급에서의 멘토링도 해주고 있다. 아래로는 후배 직원이 있고, 위로는 과장급 이상의 업무를 대신 일해야 하는 회사의 중추적인 대리로서의 일처리 방법, 행동 강령들을 알려준다. 아직도 여자 상사보다는 남자 상사가 많은 회사에서 윗사람의 성격 등을 파악하고 그에 적응해야 하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했다.

 

매너리즘에 빠진 과장에게 필요한 것이란 장에서는 더 실질적인 사항들을 멘토링 해주고 있었다. 여자라는 한계에 부딪혀, 집에서는 아내로, 엄마로 모든 걸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말을 해준다. 직장생활을 하며 힘든 것중 하나가 싫은 사람과도 계속 마주쳐야 한다는 사실이다. 싫은 사람에게 싫다는 내색을 하는 날에는 직장 생활하기가 힘들어진다. 싫은 사람에게도 친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럼으로 진정한 프로가 된다는 것을 말했다.

 

저자가 한 말 중에 새겨야 할 사항이 있어 여기에 적고자 한다. 이직을 결심한 후, 새로운 회사에 출근할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사정이 생겨서 출근시킬 수가 없다는 전화를 받은 사원이 있다. 다니는 회사에는 이미 사직서까지 제출했는데, 사직서를 반려해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른 직장으로 옮기려고 해도 마지막날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이 어디를 가나 열심히 하는 직원일 것이라는 직원들의 평가를 얻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 점이었다.

 

직장생활을 오래한 사람이라면 많이들 알고 있을 사항들이긴 했다.

이제 새로 시작하는 새내기 여성들이 보면 더 좋을 책이다. 너무 과도하게 애교 부리지 않기 등 신입사원이 될 여성들이 보면 유익할 책이다. 또한 직장생활을 하며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가꾸는 것도 자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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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 궁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향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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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보는 모텔들은 휘황찬란하다.

어두운 곳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모텔들의 불빛은 어서 오라고 말하는 유혹의 눈빛 같다.

끈적끈적하고도 어딘지 모르게 퇴폐적인 냄새가 나는 곳. 그런 곳의 표상이었다. 모텔이란 곳은.  같은 곳을 아침에 봤을때의 모텔 건물의 허름함이라니. 어두운 곳에서 허름함을 빛으로 감춘 곳이었다. 아침에 보는 모텔의 겉모양은 언제 화려한 빛을 발했나 싶게, 하얀 건물은 원래의 색을 잃어버렸고, 까맣게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모텔의 이미지가 그리 밝지는 않다. 어쩐지 불륜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가 더 강하다. 여행하는 사람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곳이 모텔같지만, 요즘엔 찜질방이 여행자들의 숙소라지.

 

 

작가 박향의 『에메랄드 궁』은 모텔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밝게 빛나는 '에메랄드'라는 이름을 가진 모텔. 그 모텔의 주인인 연희가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때론 가슴 저리게, 때론 비정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우리 또한 그러지 않을까. 모텔을 드나드는 사람들. 대낮에 모텔에서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부부는 아예 없고, 거의 다 불륜들일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하는 곳이다.  

 

 

에메랄드 모텔의 지붕위에는 아라비아 궁전을 본 뜬 둥근 돔 형태의 지붕이 있다.

밤이면 더욱 황금빛을 발하는 그곳은 황금이 들어오듯, 돈을 많이 벌이들일 것 같지만, 왠지 반짝이는 것이 더 못내 불편한 연희다. 요즘엔 차를 주차하고 카운터를 거치지 않고 바로 모텔 방까지 들어갈수 있는 무인시스템이 있지만, 연희가 있는 에메랄드 모텔은 아직도 카운터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곳이다.

 

 

모텔의 특성 답게, 그곳엔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든다.

일부러 얼굴을 보지 않는 연희는 어느 하나의 특성으로 그 사람 임을 짐작하기도 한다. 에메랄드에 거의 아침마다 출근하는 사람중에 청소하는 한씨와 오씨가 있고, 종업원들이 쉴 공간으로 출근하는 또하나의 여자 선정이 있다. 선정은 어쩔때 보면 말짱한것 같기도 하고, 술에 취하면 현지를 찾기 위해 돈을 번다며 울먹이는 여자로 여자가 필요한 손님에게 방으로 올려보내어진다. 어느 누구도 받아 주지 않아 이곳을 찾게된 한 커플이 있다. 아직 스물세 살의 경석과 스무살이 될까말까한 혜미가 그들이다. 처음에 그들은 일주일만 머물겠다며 채 가지고 오지 못한 짐을 찾으러 갔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지고 오지 못한 짐은 이제 막 태어난 아이였다. 또한 모텔엔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인 커플이 들어오기도 하고, 자식들 반대 때문에 결혼하지도 못하고 매일 모텔로 와 담소를 나누며 데이트하는 사랑스러운 노인 커플도 있다.

 

 

 

 

살다보면 엉뚱한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망원경을 거꾸로 들고 보았을 때만큼 작고 미미한 존재가 성큼성큼 가슴속으로 걸어들어오기도 한다.   (191페이지)

 

 

에메랄드 모텔을 드나드는 사람들과 연희에게는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었다.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 이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강하게 끌어당긴다. 진흙탕 같은 이곳에서의 삶에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처럼 살수 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강한 흡입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기는 작품이었다.

단숨에 박향 작가에 대한 작품을 각인시키는 작품이기도 했다.  화려한 빛을 발하는 모텔들의 불빛에 가린 우리 주위의 삶들을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아픔과 상처, 상처로 인한 고통으로 몸부림치지만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꺼지지 않는 불빛처럼 어둠에 묻히지 않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픈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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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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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을 읽었던 그 느낌이 떠오른다.

그의 작품이 좋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마음을 울리는 책이란 걸 예상하지는 못했다.

자기를 키워주었던 로자 아줌마를 위해 애쓰던 모모를 보며 가슴 아파 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로맹 가리를 처음 만난 작품이 『자기 앞의 생』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때서야 난 로맹 가리를 머릿속에 깊이 새겼다.

 

 

출판사 책세상의 책은 내게 『일러스트 이방인』으로 처음 만난 것 같다.

책의 느낌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책세상에서 로맹 가리의 『유럽의 교육』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책의 출간이기도 했다.

 

 

책의 배경은 폴란드의 한 숲을 배경으로 1942년에서 1943년 사이의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곳이다. 형들을 독일군에게 잃은 아버지는 야네크를 숲속 지하에 숨을 곳을 마련해 숨게 한다. 의사인 아버지는 그에게 절대 나오지 말라며, '중요한 것은 어떤 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라는 말을 한다. 며칠째 아버지가 오지 않자, 야네크는 아버지가 죽었음을 깨닫는다. 전쟁은 그 어느 누구의 삶도 안전하지 못했다. 모두들 가족들을 잃고 나라를 위해 싸우다 목숨이 스러졌다. 가족을 위해 목숨을 다하려는 이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열네 살의 야네크의 숲속 깊은 곳 지하 은신처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깨닫고, 아버지가 일러주었던 대로 빨치산들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그는 그의 사랑 조시아를 만나 사랑하고, 전쟁속의 삶, 절망과 희망이 숨쉬는 그곳에서 삶을 배워간다.

 

 

열네 살의 야네크는 빨치산이 머물고 있던 곳에서 대학생이었던 아담 도브란스키를 만난다.

도브란스키는 그곳에서 유럽 꼬마들을 위한 이야기, 동화를 쓰고 있다. 전쟁 때문에 인간들이 절망을 느끼고 있을때, 절망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것, 인간에게 믿음을 갖게 해주고, 계속 살아가게 해주는 그 모든 것일 피난처가 될수 있는 책을 쓰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는 그 책의 제목을 '유럽의 교육'이라고 했다. 전쟁이 끝난 뒤, 유럽 아이들의 산 교육이 될 그런 책을 쓰고 싶어 했다.

 

 

 

 

도브란스키와는 반대로 야네크는 전쟁에 대해 희망을 갖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유럽, 모두의 희망일 것같은 유럽은 훌륭한 교육으로 치장되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의 유럽은 추악한 진실이 있는 곳이라며 도브란스키의 희망론을 부정하는, 어쩌면 간절하게 믿고 싶은 야네크의 진실을 내포하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사랑하고 먹고 따뜻하게 지내는 것뿐이네, 평화롭게 사랑하는 것, 굶어 죽지 않는것, 얼어 죽지 않는 것이 왜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225페이지)

 

 

전쟁 속, 배고픔과 추위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는 때에, 우리는 절망만을 안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자유를 위한 강한 희망으로 그 시간들을 버텨내고 있다. 그토록 절망만이 가득한 시간, 사람들에게 자유로울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글을 썼던 도브란스키를 이해했던 야네크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잃지 않게 애를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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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보헤미안 - ‘앙상블 디토’ 포토에세이
앙상블 디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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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음악은 나에게 뗄래야 뗄수 없는 존재이다.
많은 음악을 기억하지는 못해도 음악 듣는걸 좋아해 출근하면 음악부터 켜놓고 한 잔의 커피와 함께 일을 시작한다. 나의 일상은 음악듣기 중에서 아마 헤비메탈 음악만 빼놓고 다 좋아할 것이다. 가요, 팝, 클래식등 연주곡을 좋아하고 국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에서는 특히 해금 연주곡을 좋아한다. 그런 내게 우연히 다가온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음악은 비올라까지도 사랑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기도 했고 이번에 디토 앙상블의 포토 에세이가 나왔다고 해서 구입하게 된 책이다. 더군다나 초판에 한해 시디까지 준다고 하니 마다할 수가 없었다. 

실내악을 알리기 위해 만든 이번 디토 앙상블은 비올라에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린에 스테판 피 재키브, 첼로에 마이클 니콜라스, 피아노 지용이다. 

아침에 침대에서의 부시시한 모습들이 담긴 사진들. 그 부시시한 모습들까지도 아름답게 보인다. 사진작가 한종철씨가 이들 멤버의 일상을 담기 위해 뉴욕 맨해튼에서 아침에 눈 뜰때부터 저녁까지 하루의 일상을 담았고 그들의 가족이야기와 음악이야기, 삶에 대한 생각들을 담은 책이다. 

음악을 듣는 것과는 다르게 간단하게 적힌 그들의 생각과, 동경하는 음악가들의 일상을 비춰주는 사진들과 그들의 열정이 참 좋았다. 디토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로 만든 것 같다.
시디에 수록된 곡들도 마음이 편해지고 참 좋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기를 언제나 꿈꿨다. 세계 어디에서든 아침에 깨어나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삶에 항상 감사한다. 정말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다는 것은 진정 축복받은 일이다. 편안하게 생활할 공간이 있고 먹고 싶은 것도 언제든 먹을 수 있다. 얻기 위해 노력했던 귀한 것들도 모두 가졌다.

시련을 참고 이겨내는 방법을 너무 이른 나이에 배워서 삶의 모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법을 일찍 깨달았는지도 모르겠다. 고통스러운 일에 감사한다는 말이 조금 이상할 수 있지만 삶의 큰 도전들과 함께 다가오는 시련이 없었다면 인생의 기쁨을 진정 알아보지 못하고 살았을 것이다.
                                  ~~~~~  75페이지 리처드 용재 오닐 편 중에서


천부적인 재능으로 비올리스트가 된 것 같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던 리처드 용재 오닐의 이야기를 보며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는지 다시금 느꼈다.
마음을 달래줄 연주곡과 함께한 기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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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9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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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전쯤, 밭에 과실나무나 농작물을 심기 위해 주변에 살고 있는 분에게 밭을 갈아달라고 해서 트랙터로 갈았었다. 두 시간여를 갈고 있는 모습을 보며 생각한게, 얼마전에는 그걸 다 소들이 했는데 하는 생각을 문득 했다. 시골에서 살때 우리집은 소를 키운적은 없었지만, 주변에 소 한 마리씩 가지고 계신 분들은 많았다. 그시절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돼지를 키웠었다. 남은 음식들을 챙겨주면 돼지는 무럭무럭 자랐었다. 꿀꿀거리고 냄새나는 돼지였지만, 돼지가 새끼를 낳고 그걸 또 팔아서 생활에 보태썼다.

 

 

이 책은 자타가 공인하는 생태작가인 이상권 작가의 청소년을 위한 단편소설집이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같은 경우는 중학교 3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린 소설이라고 하니 어른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꼭 보았으면 하는 책이기도 했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속에 든 네 편의 단편 소설들은 돼지, 닭, 소, 다람쥐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편중「젖」같은 경우, 구제역에 걸린 소들을 한꺼번에 살처분 해야 했을때, 멀쩡하게 살아있는 동물들을 죽여야 하는,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베트남에서 시집 온 아직 스물이 안된 아이엄마 쩐 투윗의 입장을 바라 본 글이다. 사고가 난 남편은 병원에 입원해 있고, 시어머니는 베트남 며느리가 집 나갈까봐 두려워 휴대폰을 빼앗고, 주민등록증도 빼앗아 버리는 강팍한 노인네로 나온다. 그 이면에 구제역에 걸린 소들을 모두 살처분해야 했었다. 자신들의 꿈이었던 소들을 모두 죽여야 하는, 자신들의 희망마저도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만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딸아이가 유달리 삼겹살을 좋아한다. 주말만 되면 삼겹살을 찾고, 아침에 학교에 가기 전에도 삼겹살을 구워주면 엄청 좋아할 정도이다. 책의 첫 부분에 나왔던 「삼겹살」에서 삼겹살을 좋아하는 태희의 오빠처럼. 태희의 오빠는 자다가도 '삼겹살' 하고 말하면 벌떡 일어날 정도로 삼겹살을 좋아했다. 그런 오빠가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때, 여느때처럼 삼겹살 먹으러 가 혼자서 3인분을 거뜬히 해치우고 화장실 간다고 나가서 들어오지 않자, 오빠를 찾으러 밖에 나왔다가 나무 둥치에 기대어 있는 오빠를 발견했다. 태희는 곧 삼겹살을 토해버리는 오빠를 보았다. 그러면서 오빠는 군대에서 구제역 때문에 동물들을 살처분하는 대민 지원을 나갔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의 죽음을 눈치채고 굵은 눈물을 흘리는 소의 커다란 눈망울,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돼지들을 보았던 일 때문에 가슴이 아팠던 이야기였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 그 동물들을 살처분해야 하는 농가에서는 마치 자식을 죽이는 것처럼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았다. 이 외에도 토종닭을 키우다 주변 주민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엔 한 시인에게 닭 몇 마리를 야생에서 키우게 해 조류 독감과 홍수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시인으로부터 닭님이라 불렸던  닭이야기「시인과 닭님들」도 있었다.

 

 

 어제 아침 뉴스에서 들은 것처럼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뉴스가 있다.

바로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에 관한 내용이다. 동물 특히 돼지나 소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구제역이 걸리면 가족처럼 키우던 돼지나 소들을 살처분해야 한다. 주변에 소 몇십 마리를 키우다가 빚더미에 올랐다는 말도 많이 들었었다. 이처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동물들, 동물들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돈을 벌게 해주는 것이요, 고기를 좋아하고 먹는 사람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기도 한 소나 돼지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돼지나 소들도 하나의 생명이란 걸, 인간과 가까이에서 지내는 하나하나의 생명이란 걸.

 

사람도 생명이 있고, 동물도 생명이 있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를 이야기해주는 내용이었다.  모든 생명들의 목소리가 살아 숨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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