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궁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향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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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보는 모텔들은 휘황찬란하다.

어두운 곳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모텔들의 불빛은 어서 오라고 말하는 유혹의 눈빛 같다.

끈적끈적하고도 어딘지 모르게 퇴폐적인 냄새가 나는 곳. 그런 곳의 표상이었다. 모텔이란 곳은.  같은 곳을 아침에 봤을때의 모텔 건물의 허름함이라니. 어두운 곳에서 허름함을 빛으로 감춘 곳이었다. 아침에 보는 모텔의 겉모양은 언제 화려한 빛을 발했나 싶게, 하얀 건물은 원래의 색을 잃어버렸고, 까맣게 지저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지금도 모텔의 이미지가 그리 밝지는 않다. 어쩐지 불륜을 위해 만들어진 장소가 더 강하다. 여행하는 사람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곳이 모텔같지만, 요즘엔 찜질방이 여행자들의 숙소라지.

 

 

작가 박향의 『에메랄드 궁』은 모텔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밝게 빛나는 '에메랄드'라는 이름을 가진 모텔. 그 모텔의 주인인 연희가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때론 가슴 저리게, 때론 비정하게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우리 또한 그러지 않을까. 모텔을 드나드는 사람들. 대낮에 모텔에서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부부는 아예 없고, 거의 다 불륜들일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하는 곳이다.  

 

 

에메랄드 모텔의 지붕위에는 아라비아 궁전을 본 뜬 둥근 돔 형태의 지붕이 있다.

밤이면 더욱 황금빛을 발하는 그곳은 황금이 들어오듯, 돈을 많이 벌이들일 것 같지만, 왠지 반짝이는 것이 더 못내 불편한 연희다. 요즘엔 차를 주차하고 카운터를 거치지 않고 바로 모텔 방까지 들어갈수 있는 무인시스템이 있지만, 연희가 있는 에메랄드 모텔은 아직도 카운터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곳이다.

 

 

모텔의 특성 답게, 그곳엔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든다.

일부러 얼굴을 보지 않는 연희는 어느 하나의 특성으로 그 사람 임을 짐작하기도 한다. 에메랄드에 거의 아침마다 출근하는 사람중에 청소하는 한씨와 오씨가 있고, 종업원들이 쉴 공간으로 출근하는 또하나의 여자 선정이 있다. 선정은 어쩔때 보면 말짱한것 같기도 하고, 술에 취하면 현지를 찾기 위해 돈을 번다며 울먹이는 여자로 여자가 필요한 손님에게 방으로 올려보내어진다. 어느 누구도 받아 주지 않아 이곳을 찾게된 한 커플이 있다. 아직 스물세 살의 경석과 스무살이 될까말까한 혜미가 그들이다. 처음에 그들은 일주일만 머물겠다며 채 가지고 오지 못한 짐을 찾으러 갔다. 하지만 그들에게 가지고 오지 못한 짐은 이제 막 태어난 아이였다. 또한 모텔엔 귀가 들리지 않는 장애인 커플이 들어오기도 하고, 자식들 반대 때문에 결혼하지도 못하고 매일 모텔로 와 담소를 나누며 데이트하는 사랑스러운 노인 커플도 있다.

 

 

 

 

살다보면 엉뚱한 사람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망원경을 거꾸로 들고 보았을 때만큼 작고 미미한 존재가 성큼성큼 가슴속으로 걸어들어오기도 한다.   (191페이지)

 

 

에메랄드 모텔을 드나드는 사람들과 연희에게는 모두 각자의 사연이 있었다.

사연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 이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강하게 끌어당긴다. 진흙탕 같은 이곳에서의 삶에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처럼 살수 밖에 없는 그들의 처지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들여다본다.

 

 

강한 흡입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기는 작품이었다.

단숨에 박향 작가에 대한 작품을 각인시키는 작품이기도 했다.  화려한 빛을 발하는 모텔들의 불빛에 가린 우리 주위의 삶들을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아픔과 상처, 상처로 인한 고통으로 몸부림치지만 어떻게든 살아야 하고,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꺼지지 않는 불빛처럼 어둠에 묻히지 않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픈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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