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 제4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이수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나의 취향은 책 중에서도 특히 소설을 좋아한다.

정치인들이 나와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는,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더 좋고, 사랑하는 이야기라면 더욱 좋아한다. 어떤 이들은 자기계발서를 좋아하던데, 내 취향은 자기 계발서도 아니다. 어쩌다 한번씩 보면 좋지만, 아주 좋아한다고는 할 수 없다. 자기계발서적에서 이렇게 하시오, 저렇게 하시오 라는 말들이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오지 않는다. 누군가 그렇게 살라고 해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마음이 동화되지 않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누가 아무리 뭐라해도 자신의 뜻대로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는 소설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즐겁다. 어떤 이들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소설을 잘 읽지 않기도 하지만, 나는 그들을 뭐라 할 수 없고, 그들도 나를 뭐라 할 수 없다. 각자 자신의 취향대로, 개인의 취향이 있기 마련이니까. 아무리 뭔가가 좋다고 해도 마음에 우러나지 않음은 내 취향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뻥 하고 뚤리는 느낌의 소설을 만났다.

혼자서 킬킬거리기도 하며, '맞아맞아' 하며 맞장구를 치며 읽은 소설이다. 먼저 책 속의 주요 인물 하나는 평범하다느니, 메리트가 없다는 이유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문자로 이별을 통보 받은 이다. 무엇 때문에 자기가 차였는지 이해를 못하는 그는 그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그녀가 회원으로 있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카페의 정모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카페로 향하지만, 그녀는 나오지 않았다. 전 여자친구는 고양이 머리띠에 고양이 꼬리를 달고 다니는 묘한 여자였다. 또한 이쁘기도 했지만,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은 갖고 말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여자였다. 그 여자에게 카드로 긁어 사준 물건들 때문에 헤어진지 두 달이 지났어도 카드빚이 남아 있어 그는 그녀를 가리켜 '이쁘고 못돼 처먹은 너' 라고 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책 속에서 '한'은, '취향이란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지표라고.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에 매혹되어 있는지는 우리를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 (325페이지) 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다 다르다.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데, 좋아한다는 이유로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기 바라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싫다는 표정을 나타내면 그 사람을 배척하는 경우도 있다. 이수진 작가는 '나의 취향'과 '타인의 취향'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야하지 않겠냐란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나와 취향이 같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배척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책속의 인물들의 말을 빌어 이야기한다. 취향이 같지 않다는 이유로, 그 취향을 빌미 삼아 무언가를 얻으려 하는 이에게 정신적,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게 만들게까지 만드는 것이 결국은 다른 이의 취향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지 않나 싶다.

 

 

책 속에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여자와 카페 회원들이 나오는데, 다른 내 취향을 말해보자면, 난 사실 동물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렸을때부터 아토피 피부병이 있기도 해서 털이 날리면 더 가렵기 때문에 피하기도 했지만, 동물들이 무섭다. 강아지 같은 경우 털을 만지지도 못했다. 털 밑으로 만져지는 강아지의 체온과 뼈가 그다지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친구 중에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몇 있어, 모이기만 하면 그 애들은 강아지 이야기를 한다. 각자 이름이 있기 때문에 오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강아지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그들은 강아지란 동물에 매료되고,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취향이 소중하다면 타인의 취향 또한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모든 이의 취향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336페이지)

 

강아지에 비해 고양이는 나에게 더 두려운 존재다.

노랗게 바라보는 그 눈빛도 무섭고, 어렸을때 여동생이 고양이를 미워했다는 이유로 이제 막 난 쥐 새끼 - 털도 나지 않는 - 를 여동생의 신발에 넣어 두었을때부터 난 고양이를 두려워했다. 지금도 가까이에서 보는 것에는 두려움이 있다. 시골집에 가면 시아버님이 밥을 몇번 주었더니 길고양이들이 아예 집에 새끼도 낳고 터전을 만들어 살고 있다. 담벼락을 도도하게,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을 보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흠칫 몸을 떨 정도로 나는 지금도 약간 무섭다. 그에 반해 신랑은 어렸을때부터 고양이를 키웠고, 학교에 다녀오면 대문앞에서부터 기다리며 애교를 떨었고, 밤에 잘 때도 품안에 품고 잤을 정도로 고양이를 좋아했다고 말한다.

 

 

이렇듯 함께 살고 있는 사람도 각자의 취향이 있다.

우리는 내 취향이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취향도 소중함을 알고, 이해해야 겠다. 제목에서부터 말하지 않는가. 개개인의 취향을 존중해 달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몇 년전에 배수아 작가의 단편집을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다.

작가가 무슨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나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이번에도 배수아 작가의 책을 읽는데 현실인지, 꿈인지 모호하게 그려진 작품 때문에 내가 배수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못하나, 나만 그런가 하는 생각을 했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꿈 속의 이야기처럼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이 책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는 아야미로 보인다. 전직 여배우이자 지금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오디오 극장의 사무 직원이자 매표원으로 일하고 있다. 오디오 극장에는 극장장 외에 아야미뿐이다. 음성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극으로 특별하게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할 공간이 있다기보다는 그저 걸으면서 오디오로 흘러나오는 극을 들어도 되는 곳이다. 이 극장이 운영난에 닫아야 한다.

 

 

다른 장에서 보면 전직 여자 시인을 좋아하는 부하라는 남자가 있다.

부하는 극장에서 일하고 있는 시인 여자를 발견하고 오디오 극장으로 찾아갔지만, 경비원들에 쫓기고 만다. 또다른 장은 독일어 선생인 여니로부터 독일어를 배우던 아야미는 독일에서 온 한 작가를 만나 호텔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추리소설을 쓰는 볼피라는 작가는 소설을 쓰는데 도움을 받고자 여니를 만나러 한국에 왔지만, 여니가 아닌 아야미라는 여자는 샤워할 수 없는 욕실도 없는 집으로 데려와 찌는 더위에 부엌에서 물을 받아 씻으라고 한다. 그 여자가 전화하는 소리에 여니라는 말이 들리는 듯 하여 여니냐고 물어보지만 자신은 아야미라고 말을 한다. 이제 작가 볼피와 아야미는 시인들이 모여 하는 사진전시회를 간다. 사진전시회에서 한 시인의 시집 타이틀 이었던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라는 시를 쓴 시인을 만나 동명의 시집을 받는다. 그리고 국경 어디쯤을 가기 위해 기차를 타려 하지만, 어느새 기차역에 있는 사람은 아야미와 극장장이다.

 

 

선명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은 모호한 꿈속에 아야미가 있다.

아야미가 머물렀던 공간들은 그녀의 꿈속처럼 모호하고, 꿈결 어딘가쯤으로 보이는 언덕즈음이다. 언덕에서 현실을 내려다보고, 꿈속을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다. '여니'이고 '아야미'이기도 한 소설속 여자 주인공이 살아온 시절도 모호하고, 이제 그녀 앞에 나타난 듯한 사람들도 하나같이 모호하다. 몽환적인 곳을 거닐듯 그들은 그렇게 꿈 속을 거닐고 있는것 같았다.

 

 

그들이 갔던 사진 전시회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은 수많은 의문을 가지고 어딘가를 떠도는 것 같다. 작가는 아래 책에서 인용글처럼 말했다.

 

내 팔을 잡아요. 이 도시의 숨겨진 이름은 '비밀'이랍니다. 이 도시에서 사람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를 잃어버리게 되어요. 모든 것은 너무 빠르게 세워지고, 너무 빠르게 사라져버린답니다. 기억도 마찬가지예요.  (158페이지)

 

너무 빨리 흘러가는 시간들을 안타까워 함인가.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나도 그렇다. 지금 이 시간들이 너무 좋으니, 빨리 사라져버리고 있는 것 같아, 어떨때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의 기억들만 새록새록 생각나는 요즘이다. 마지막 장까지 읽으며 내가 배수아 작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작가의 생각들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눈물의 아이들 1
에이브러햄 버기즈 지음, 윤정숙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삶이 힘들다고들 말한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내가 제일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가진 상처와 고통이 제일 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내가 하는 고민과 고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고통 축에도 들지 못한다는 걸 요즘에야 느끼고 있다. 그리고 특별하게 살아가기를 바랬던,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의 생각들보다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 소소한 일상들이 가장 좋은 것임을 요즘에야 깨닫고 있다. 이런 생각들이 점점 마음속에 커져가고 있을때, 역시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행복한 일임을 알게 한 책을 만났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이 뭔지 아니? 우리 방갈로, 그곳에서의 일상, 평범하게 눈뜨는 것, 부엌에서 알마즈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내 일, 내 수업, 고학년 본과생들하고 도는 회진, 저녁 식탁에서 너와 시바를 보는 것, 그런 후 아내와 잠자리에 드는것.  (2권, 152페이지)

 

 

이 책의 주요 장소이기도 한 에티오피아에서 인도 교사의 아들로 태어난 의학을 전공하고 의과대학 교수로 있는 에이브러햄 버기즈의 첫 장편소설이다. 미국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읽고 싶은 책중의 한 권이었다. 하지만 읽다보니 어느새 푹 빠져 읽게 되었다. 책의 뒷표지에 있는 책의 소개에서부터 나에게 맞는 책임을, 내가 좋아할 내용임을 알게 되었다.

 

 

1954년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의 병원인 '미싱'에서 한 수녀가 쌍둥이를 낳다가 죽었다. 쌍둥이 아이들의 이름은 매리언과 시바라는 이름을 가졌다. 매리언은 오랜 시간이 지난후 자신을 낳아준 친어머니가 머물렀던 방에 오며 긴 이야기의 여정을 시작한다. 견습 수녀에서 수녀 간호사가 되어 매리언의 친아버지인 토마스 스톤을 만나게 된 배에서부터 이야기를 전해준다. 자신을 태어나게 만든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야기, 쌍둥이인 시바매리언을 인정하지 못해 달아난 아버지를 대신해 그들을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켰던 또 하나의 부모 헤마와 고시로부터 충만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아주 어린 시절에서부터 성적인 호기심이 극에 달한 사춘기 시절과 열심히 공부해 외과의사가 된 이야기를 저 먼 과거의 이야기로부터 풀어낸다. 아기때부터 함께 자란 유모의 딸 제닛과 함께 자라오면서 매리언은 제닛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제닛과 시바를 모두 사랑했지만 그들로인해 자신의 삶은 살짝 어긋나 버렸다.

 

  

세상을 구하기보다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의사가 되고 싶었던 매리언은 늘 친아버지 토마스 스톤이 '미싱'에 나타나는 꿈을 꿀 정도로 그리워했지만, 어느새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들을 사랑했던 고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게서 의학적 지식을 배우고 의사가 되기 위한 과정을 밟는다. 고시가 그토록 원했던 미국에서의 생활을 위해 우연한 기회에 도망치듯 미국으로 오게 된 매리언의 삶은 또다른 국면을 맞았다.

 

 

과거는 우리를 힘들게도 하지만, 우리를 이해하는 역할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버지 토마스가 스승의 질문에 답했듯, 매리언이 토마스의 질문 '응급 환자들의 귀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때, '위로의 말을 건네는 것'이라고 답했던 것처럼. 이 책은 한 사람의 내면의 성장을 다루었다. 또한 아프리카에서 인도인으로 사는 일들의 힘겨움, 사람의 병을 알고자하고, 고쳐주는 일을 사랑했던 사람이 성큼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들을 버렸던 아버지에 대한 갈망과 미움을 어느새 외과의사라는 직업에서 승화시키고 있었다. 응급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위로의 한마디 였듯, 매리언에게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이었다. 너무 늦게야 자기 감정을 알았고, 그것으로부터 도망쳤던 아버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 눈빛에서 건네지는 위로였다. 

 

 

행복의 열쇠는  너희 슬리퍼를 인정하는 것, 너희 존재를 인정하는 것, 너희 모습을 인정하는 것, 너희 가족을 인정하는 것, 너희 재능을 인정하는 것, 너희한테 없는 재능을 인정하는 것이야. (중략)  우리가 행한 것뿐 아니라 미처 행하지 못한 것도 우리 운명이 된단다.   (2권, 58페이지)


그리 좋은 부모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부모님이 아직까지 살아계시다는 것,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는 것, 내 가족들이 곁에 있다는 것, 가족들과 일상을 함께 할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과 낮 사이 1 밤과 낮 사이 1
마이클 코넬리 외 지음, 이지연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단편집은 여유로운 마음으로,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문맥 속에 들어있는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느릿느릿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잘못하다가는 문맥 속에 있는 의미를 알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편소설 읽기가 어렵기도 하는데, 어렵다고 생각하다보면 계속 읽지 않게 되어, 시간이 날때마다 단편집을 읽고자 한다. 우리가 짧은 시에서 감동을 받은 것처럼, 단편 소설들에서 우리는 커다란 의미를 깨닫기도 한다. 왜, 그, 숨막히게 아름다운 소설을 만날때도 있지 않은가. 그런 느낌 때문에 장편 소설을 읽다가도, 단편 소설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미국과 영국이 장르문학 작가 들의 단편집이다.

사실 내가 작품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지 많은 장르문학 작가들의 이름 중에서, 내 눈에 딱 들어오는 이름은 '조이스 캐롤 오츠' 뿐이었다. 그외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은 읽어보았나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다. 내가 작가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는 편인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그들의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읽었다해도 커다란 울림을 준 작품들은 아니었겠다 하고 생각을 해 본다.

 

 

책 속에서의 작가들의 이력을 살펴보니 장르 문학 중에서도 추리 문학, 범죄 소설을 쓴 작가들이 많은 것 같았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 또한 여류 작가의 작품인데도 상당히 강력했었다. 오츠의 작품을 처음 읽었던게  『좀비』였고, 두 번째 읽은 작품이 『사토장이의 딸』이었다. 두 작품 다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이번 단편집에 있는 『첫 남편』을 읽는 기쁨이 컸다. 또한 기대하는 바도 컸다. 조이스 캐롤 오츠의 작품은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한 남자가 결혼을 하고, 아내와 여행을 떠나려 여권을 찾던 중 아내의 서랍에서 아내의 옛사진을 들춰보는 이야기였다. 우연히 발견한 옛사진들중에서 남자는 아내의 첫 결혼의 남편 사진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에게는 사진이 없다고 했던 아내의 말이 의심스럽고, 시간이 날때마다 아내의 첫남편과 아내의 젊었을적 시절의 아름답고 섹시한 모습을 간직한 것을 보고 질투에 휩싸이는 이야기였다. 잊으려해도 아내와 아내의 첫남편의 그 모습들을 잊을수 없어 괴로워하는 남자의 이야기였다. 누구든지 그럴수 있겠다 싶었다. 아무리 쿨한 성격이라도 배우자의 전 남편을 만나는 일, 또는 좋았던 날들이 그대로 보이는 사진을 보는 것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그러지 않으려해도 끝없이 비교하는 모습을 보이고 말 것 같았다. 그런 감정들을 풀어낸 이야기였다.

 

 

내게 인상 깊었던 다른 작품 하나는 톰 피치릴리의 『밤과 낮 사이』라는 작품이었다.

스릴러작가의 작품으로는 꽤 유명한 작가인가 본데 역시 나에게는 생소한 작품이었지만, 단편집의 제목으로도 쓰였던 이 작품은 역시나 우리를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열기구의 밧줄을 잡고 있는 남자와 열기구가 내려오고 있고, 열기구의 바구니 안에는 한 아이가 타고 있었다. 또한 살려달라며, 밧줄을 붙잡아 달라는 아이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두 남자가 밧줄에 달려들었고, 또 한 남자가 두 사람을 살리기 위해 밧줄에 달려들어 잡았다. 하지만 힘이 빠져 한 남자는 죽었고, 다른 남자는 부상을 입었고, 또 한 남자는 아이 아빠와 함께 밧줄을 잡고 있었지만 곧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살려달라 외치는 아이는 열기구와 함께 날아가버렸다. 아이 아빠의 심정도 그렇고, 힘이 빠져 밧줄을 놓친 남자도 그렇고 아이를 걱정할 수 밖에 없다. 아이의 생사를 궁금해하지만 열기구는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도움을 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그 도움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을때의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것 같았다. 아빠의 마지막 선택과 한 남자의 선택은 인간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렇게 밖에 행동할 수 없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읽는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너무 많기 때문에 부담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음식을 꼭꼭 씹어먹듯 읽은 작품도 있었고, 설렁설렁 읽는 작품도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 시간이 길었다. 이 책은 오래도록 곁에 두고 한 편씩 꺼내 느릿느릿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니와 몬스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8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염병은 우리를 걱정에 휩싸이게 한다.

몇일 전 라디오 뉴스에서도 들었다시피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중국에서 발생해 사망하는 일이 있었고, 중국뿐아니라 대만에서도 환자가 나타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감염된 사람의 기침이나 재채기로 옮길수 있는 병으로 감기 증상과도 비슷하다. 또한 2009년에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전 세계를 긴장에 빠뜨리기도 했었다. 그때 우리 가족은 신종 플루에 걸리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한 가족이 걸려 병원에 몇일이고 입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지금도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하니 괜시리 긴장을 하게 되는데 가이도 다케루의 이 책을 읽으니 역시나 지금의 상황과도 많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4월 전세계적으로 나타난 신종 인플루엔자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쓴 가이도 다케루는 의사 출신 작가로 현재 Ai정보연구추진실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의학관련 출신 작가답게 의료계 부분 등을 언급할 때는 굉장히 자세히 그려져 의료계의 현실과 의료계가 중앙정부와 정치적으로 엮이는 과정을 볼때는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책은 오사카를 가리키는 옛이름이었던 가상의 도시 '나니와'를 배경으로 신종 인플루엔자가 나타난 시점부터 시작한다. 나나와라는 시에서 진료소를 운영했던 명예원장 기쿠마 도쿠에가 동네를 산책하고, 지금은 아들이 물려받은 진료소에서 오래된 환자들을 맞아 이야기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신문에 언급된 낙타로 부터 전염되었다 하여 '캐멀'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발생했다는 기사를 접한다. 정부는 외국여행을 다녀온 사람으로부터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있을 거라고 얘기하고 나리타 공항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외국여행을 전혀 다녀오지 않은 나니와의 한 초등학교 아이가 캐멀에 감염되었다. 정부와 기자들은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니와 시를 격리에 이르게 만든다.

 

 

『나니와 몬스터』는 신종 인플루엔자 캐멀에 감염된 아이를 치료하고, 치료법을 개발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감동의 물결에 휩싸이게 하는 내용일거란 생각을 뒤집는다. 나니와 시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와중에 그에 연관된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는데도, 마치 몇백 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처럼 부풀리며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었다.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며 나니와라는 시를 파괴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모두는 중앙정부와 관련이 있었다. 힘겨루기를 하며 갈등을 빚고 있는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관련된 이야기로 전개되고 있었다. 중앙 정부의 음모로 부터 자신이 시장으로 있는 나니와 시를 구하고 싶은 무라사메 시장의 분투가 그려진다.

 

 

이 책은 의학 소설이면서 사회소설이다.

의료계의 현실과 일본의 정부와 정치의 현실들을 그대로 책에 담아 냈다.

 

 

만약 사람에게 치명적인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한다면, 백신을 구해야 하는 사정에 처해 있을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갑자기 전에 보았던 우리 나라 영화 '연가시'가 떠올랐다. 영화 '연가시'에서도 어떠했던가. 어느 제약회사에서 나온 백신을 먹기만 하면 낫는다는 말에 모두들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약을 구하려 하지 않았던가. 그 백신을 팔기 위해, 또한 그 백신으로 돈을 벌기 위해 연가시를 풀어놓았던 것처럼 이 책도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정치인들의 흑심이 보였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이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진실로 사람을 생각하는 정부, 웃는 시민들을 많아지게 하는 정치인 들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저는 옛날부터 정치란 결국 시민들의 웃는 얼굴을 지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471페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