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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 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어둠과 고통의 시간들이 다가오지 않게 막고 싶은 것이다. 그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바람일것이다. 다른 아무것도 그 순간에 끼어들지 않길 바라는 그 짧은 시간들의 소중함을 잃고 싶지 않는 기분일 것이다. 다가올지 모를 상실의 기분을 느끼지 않기 위한 간절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할 수 만 있다면 과거의 어느 시간속으로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20년이 지난 다음에도, 시간을 돌릴수만 있다면 돌리고 싶은 순간이 나에게 있는 것처럼 누군가는 그렇게 간절하고 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폴 오스터의 신작 『선셋 파크』에서 마일스 헬러라는 인물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형 보비와 말다툼을 했던 때로 시간을 돌리고 싶었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형이 죽지 않은, 죽기 전의 그 순간으로. 얼마나 생각했는지 모른다. 자기의 덩치가 조금만 작았더라면, 형을 살짝 밀쳤을뿐인데, 그 순간 차가 지나와 형을 치어버렸을 때, 그 일이 일어나기 전 그 순간으로 돌리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마일스 헬러는 책을 좋아하고, 야구를 좋아하며 공부도 잘하는 영특한 아이였다.
의붓형 보비와 투닥거리긴 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형이 죽고난 후, 상실감으로 부모와 함께 부유한 삶으로부터 도망을 쳐 떠도는 삶을 살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집주인이 빚을 갚지 못해 떠난 집들을 처리하는 '폐가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곳에서 버려진 물건들에서 그들의 삶을 느끼며 사진을 찍어 남기고 있다. 그에게는 아직 열여덟 살이 되지 못한 어린 연인 필라 산체스가 있다. 그녀의 사랑을 얻기 위해, 폐가에서 쓸만한 물건들을 집어와 언니들에게 선물로 주고 자신에게로 데려왔다.
마일스는 칠 년 동안 떠도는 삶을 살면서도 연락을 끊지 않고 편지를 보냈던 빙 네이선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뉴욕의 브루클린가에 선셋 파크에서 버려진 폐가에서 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나가게 되어 방이 비었으니 의향이 있으면 오라고 초대를 한다. 갈 마음이 없었지만 갑자기 일이 생겨 그들이 있는 선셋 파크로 오게 되었다. 그곳에서 마일스는 빙 네이선과 앨리스 버그스트롬, 엘런 브라이스와 네 명이서 함께 생활을 하게 된다.
상처를 입어 보아야만 비로소 한 인간이 될 수 있다. (200페이지)
버려진 집에서 무단으로 살고 있는 이들 모두는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또한 각자 자신만의 아픔과 고통으로 힘들어하고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빙은 의외의 감정이 생겨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고, 엘런은 스무살 때 열여섯 소년과 사랑에 빠졌다가 지금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며 그림에 매진해보려하지만 그로 인한 우울과 상처를 견딜수 없다. 박사논문 연구 주제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를 논문으로 쓰고 있는 앨리스 또한 몸무게가 늘어 거대해진 몸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애인 제이크때문에 힘들어 한다. 이들 모두 경제적 불황에 힘들어하고, 자신의 삶,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에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 책의 주제와 연관된 영화가 책속에서 나온다. 앨리스가 논문 주제로 사용하기도 했고, 선셋 파크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 네 명 이외에도 마일스의 생모, 아버지가 공통적으로 보았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해'다. 이 영화는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영화로,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로 전쟁이 끝난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세 남자들의 이야기다. 이는 현실의 어려움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있는 미국의 낙관주의에 관한 영화라고 했다. 이 영화에서처럼, 책속의 주인공들은 앞이 꽉 막혀 있는 고통의 시간들 희망의 시간들로 헤쳐 나가는 이들이다.
지금 이순간 버리지 않고 살아내기로 한 희망의 메시지가 있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 곧 사라질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말한다.
어떻게든 살아내야 하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들의 모습때문에 나도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이들의 희망이 내게도 스며든다.